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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54화 (54/250)

< [제18장] 지존장보도 1 >

[제18장] 지존장보도

“방금 뭐라고 했느냐? 지존장보도라고 했느냐?”

매화검선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놀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대청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존장보도는 바로 전설의 신검이자 천하제일검이라는 지존검이 있는 장소를 가리킨 지도였다.

천년 가까이 전설로만 전해 내려오던 천하제일검 지존검.

누구든 지존검을 갖게 되면 천하제일인이 된다고 했던가.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검이었다.

하지만 너무 오래도록 전설로만 회자되었던 터라 최근에는 별 언급이 없었다.

혹자는 지존검 자체가 없는 검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존장보도가 나타났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천하제일검을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은 아무도 말릴 수 없는 욕구였다.

“네. 분명 지존장보도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그것도 이곳 화산에 있다고 합니다.”

“지존장보도가 화산에 있다는 것이냐? 아니면 지존검이 화산에 있다는 말이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갑자기 소문이 확 돌아서 지금 군웅들이 지존검을 찾겠다고 대연무장을 대거 이탈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내일 총수색을 할 것이라 먼저 가서 지존검이든 지존장보도든 찾으려는 것이지요.”

“어서 가보자.”

매화검선이 서둘러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지존검도 지존검이지만 군웅들이 이런 식으로 해체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백자안 역시 김지혜와 함께 매화검선을 따라나섰다.

특히 백자안은 마음이 복잡했다.

자신이 무명비급을 태우면서 발견한 지도가 바로 지존장보도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그였다.

‘갑자기 지존장보도가 나타나다니. 이렇게 된 이상 그곳으로 먼저 가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장소라고 여겨 그동안 여유를 부린 것도 사실이었다.

물론 지도에 지존검이 있는 장소라는 말이 적혀 있는 것도 아니라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백자안 역시 조급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얼마 후 도착한 대연무장은 예상대로 난장판이었다.

조금 전까지 혈교에 대항하기 위해 의지를 불태우던 군웅들이 벌써 태반이나 사라진 상태였다.

다들 지존검을 찾으러 간 것이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화산파가 화산 내에 있었기 때문에 인근을 중심으로 샅샅이 뒤지면 되었다.

명분도 좋았다.

먼저 가서 혈교의 거점을 찾는다는 핑계가 가능했다.

그래서 평소 체면을 중시하던 각파의 고수들도 상당수 수색에 나선 이후였다.

남은 군웅들 역시 서로 지존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아직 무공이 높지 못한 일반 무림인들의 의지가 남달랐다.

지존검만 갖게 되면 자신이 꿈꾸는 모든 것을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만박서생과 매화검선 등 지휘부 고수들이 다시 나오자 어느 정도 흥분이 가라앉은 분위기였다.

“정말 화산에 지존장보도가 나타났소? 어느 분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겠소?”

만박서생이 내공을 일으켜 소리쳤다.

무림맹 내에서 숨은 고수로 알려진 그였다.

사자후 같은 목소리에 군웅들이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단상 쪽을 바라봤다.

만박서생이 말했다.

“처음 소식을 가져온 분이 누구시오?”

“······.”

군웅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 했다.

하지만 첫 소식을 가져온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미 수색에 나섰을 가능성이 컸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아까 얼핏 들었는데 지존장보도가 나타난 것은 사실이라고 합니다. 지존장보도가 가리키는 곳이 이곳 화산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지존검을 찾기 위해 화산 전체를 뒤지기 시작한 겁니다. 어차피 내일 아침 총수색을 할 계획이었으니 하루 일찍 시작하는 셈이지요. 총군사께서는 이번 일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도 총수색에 참가할까요? 운이 좋으면 지존검을 찾는 것이고, 헛소문이라 해도 혈교 놈들의 거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으음······.”

만박서생이 침음을 삼켰다.

삼만 군웅 중 벌써 절반 가까이가 지존검을 찾기 위해 떠났다.

남은 사람들 역시 작전회의에 들어갔었던 자파의 수장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 마음은 벌써 지존검에 가 있었다.

“악 장문인께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화산에 정말 지존검이 있겠습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화산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동굴들이 많긴 합니다. 본파의 총단이 있는 곳은 화산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지라 확신할 수는 없군요.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 모두가 혈교 놈들의 음모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제 생각과 같으시군요. 저도 그 점을 우려합니다.”

만박서생이 안색을 굳혔다.

지존검은 그 역시 탐나는 병장기였다.

고금제일병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전에 군웅들을 이끌고 혈교에 대항해야 할 책임이 그에게 있었다.

이번 일이 혈교의 음모라면 이대로 놈들에게 끌려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형산파 장문인 장대선생이 답답한 듯 소리쳤다.

“총군사. 뭐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십니까? 어차피 총수색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된 이상 군웅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총수색령을 지금 바로 내려주십시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면 군웅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겁니다. 다만 놈들의 음모일 수 있으니 이상한 것이 발견되면 즉시 지휘부에 보고하도록 해야 합니다. 각파 수장들이 철저히 명을 내리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어쩔 수가 없군요. 총군사로서 명을 내립니다. 지금 이 시각부터 총수색을 시행합니다. 수색의 체계화를 위해 수색에 참여한 사람은 매일 아침 이곳으로 돌아와 그 결과를 보고해야 합니다. 먼저 수색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저의 지시를 전달해주십시오. 이상입니다.”

와아아.

짝짝짝.

엄청난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남은 군웅들 역시 빠르게 화산파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사람처럼 다들 흥분한 표정이었다.

“우리도 수색에 참여합시다.”

만박서생의 말에 매화검선 등 지휘부 삼백여 고수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체면 때문에 계속 머물러 있었으나, 그들 역시 더는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달해 있었다.

“다시 말합니다. 매일 아침 이곳에 다시 모여 보고를 해야 합니다. 총수색 기간은 따로 정하지 않겠지만, 사흘 정도를 생각하고 있으니 그렇게 알고 수하들에게 전달해주십시오.”

“네.”

지휘부 고수들이 일제히 대답한 후 신형을 날렸다.

휙휙휙.

그렇게 모든 무사가 빠져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대연무장에는 화산파 경계 무사 백여 명만 남게 되었다.

그들은 매화검선의 지시로 대연무장에 머물며 보고를 위해 돌아올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한 것이었다.

“무정 사범님. 우리도 참가해야 하지 않겠어요?”

“으음, 저는 따로 할 일이 있으니 김 사범 먼저 가십시오. 내일 아침 이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지요.”

“네. 사실 전 지존검에 딱히 관심은 없지만 제법 재미가 있을 것 같군요. 그럼 내일 아침에 봬요.”

김지혜가 경공을 펼쳐 날아갔다.

말은 그랬지만 지존검을 찾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화산파 경계무사들 외에 홀로 남게 된 백자안 역시 천천히 신형을 날렸다.

그가 향하는 곳은 물론 지도에 적혀 있던 장소였다.

‘용 바위 두 개가 있는 장소만 찾으면 된다.’

휙휙.

* * *

‘저기로군.’

백자안이 화산 중턱 한적한 곳에 들어섰다.

그곳은 길이 없는 곳이라 일부러 들어가지 않고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백자안은 용바위 두 개가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품속에서 지도를 꺼냈다.

한데 조금 미세하게 지형이 틀린 게 아닌가.

처음에 봤을 때는 분명 화산 일대를 그린 것이었다. 지금 보니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실제와 달랐다.

가장 중요한 용바위를 찾았기에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백자안이 주저없이 용바위 사이 수풀로 들어갔다.

바로 지도상에 동굴이 있는 곳이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 무림인들이 수색을 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언제 이곳까지 들이닥칠지 모르는 것이다.

수풀을 헤치며 동굴 존재 여부를 확인한 백자안의 안색이 굳어졌다.

아무리 살펴봐도 동굴이 없었다.

수풀 뒤 역시 계속 숲이었다.

동굴이 있을 만한 지형이 아예 아니었다.

백자안이 허탈해했다.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일대를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급기야 얼마 지나자 무림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길 근처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하지 못하자 백자안이 있는 곳까지 온 것이었다.

모두 십여 명이었다.

한데 공교롭게도 김지혜가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닌가.

“무정 사범님.”

“아, 김 사범.”

두 사람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벌써 해가 지고 있어 곧 어두워질 시각.

밤새도록 수색할 생각은 없었던 두 사람이었다.

백자안 역시 지도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안 터라 조바심도 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건가요? 이곳을 수색하고 계셨어요?”

“네. 김 사범은?”

“저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다가 이곳까지 왔어요. 처음 화산에 왔을 때 우리 동방에 있는 동화산과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많네요.”

“동화산?”

백자안이 자리를 옮겨 김지혜를 한구석에 데려갔다.

다른 사람들은 인근을 수색하느라 두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사라졌다.

“네. 어제 제가 한번 말씀드리지 않았던가요? 우리 동방에 중원 화산과 똑같은 산이 있다고. 하지만 산속에 들어오니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저 또한 동화산에 몇 번 가보지 않아서 정확하지 않지만 말이에요.”

“동화산이란 산이 어디에 있는 겁니까?”

“동방무맹 총단 뒷산이에요. 지세가 험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지요. 한데 왜 물으세요?”

“아, 아닙니다. 뭔가 떠오른 생각이 있어서······.”

백자안이 눈을 빛냈다.

‘어쩌면 지도에 적힌 곳이 동화산이란 곳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언제 동방에 가서 확인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나중을 기약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기야 지금은 다른 팔대무공을 익히는 것도 벅차니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백자안이 아쉬워하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일단 자신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지도가 진짜 지존장보도라면 지금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가짜가 분명했다.

실제 가짜 지존장보도가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았지만, 음모의 냄새가 짙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굴이 발견되었다!”

제법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지존검이 있는 곳인가?”

“찾았다!”

군웅들이 과장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듣고 찾아가 보지 않을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백자안과 김지혜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리도 가요.”

“네.”

휙휙

빠르게 경공을 펼쳐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지존검이 있을 것 같은 동굴 하나를 찾았다는 소식은 빠르게 전파되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군중심리였다.

혼자만 사실을 알았다면 조용히 수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미 누군가가 발견한 동굴이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사람들을 더 데려가야 안전이 확보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동굴이 지존검이 있는 곳이 아니라 혈교의 거점이라면 더욱 그랬다.

그런 추측에도 불구하고 백자안은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군웅들이 모여드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한군데로 모으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동굴이 있다는 장소도 무척 멀었다.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장소를 가리켜 주고 있었다.

‘가봐야 알겠군,’

백자안이 경공 속도를 높였다.

김지혜가 깜짝 놀라며 뒤따라갔다.

“같이 가요!”

< [제18장] 지존장보도 1 > 끝

ⓒ 행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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