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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적 반로환동-23화 (23/250)
  • < [제8장] 절대 내공 2 >

    사흘 후. 악양.

    성문 밖에는 수천 명에 달하는 병력이 진을 치고 있었다.

    바로 장사성 관군 이천 명과 장사지부 무사 천 명, 도합 삼천 병력이었다.

    관군을 이끌고 온 사람은 장사성 대장군 이장락이었다.

    무림맹 무사들과 도중에 합류해 드디어 이곳 악양에 도착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성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성벽 위에는 만여 명의 수적들이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지금은 총공격에 앞서 지휘막사에서 작전회의가 열리고 있는 상황.

    회의참석자 중에는 백자안, 설중화, 악미미, 백소영 네 사람도 있었다.

    그중 백소영은 약속대로 지휘막사 안에서만 지내기로 해 얼떨결에 참여한 것이었다.

    그 외 이장락, 우문호, 담대선생 등 이번 출정의 핵심 인물 오십여 명이 모여 있었다.

    책사 임무를 맡은 담대선생이 말했다.

    “놈들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장강수로십팔채의 수적들까지 대거 합류했다는 정보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으음, 그럼 놈들의 수괴가 동정수로채주가 아니란 말이오?”

    이장락의 물음에 담대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동정수로채가 비록 장강수로십팔채에 속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강수로십팔채 총채주 휘하라고 봐야 하니까요.”

    “으음, 놈들이 감히 관아를 공격한 것도 뒤에 총채주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인 것 같구려. 동정수로채를 관에서 토벌한 이후에는 다른 수채들도 공격대상이 될 테니까. 하지만 장강수로십팔채 수적들 또한 그렇게 무공이 강하지 않은데, 놈들 역시 무공이 강해진 것이오?”

    “네. 잘 보셨습니다. 동정수로채 뿐만 아니라 지원을 온 다른 수적들도 원래보다 열 배 이상 높은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지난 사흘간 성내에 있던 정파 소속 무사들 또한 빠르게 숙청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적 놈들이 악양을 자신들의 본거지로 삼으려는 것 같습니다. 이곳이 장강으로 연결되는 요충지이니까요.”

    “으음, 우 대협의 의견은 어떠합니까? 지금 우리 병력으로 승산이 있겠습니까?”

    “놈들의 병력이 어느 정도 됩니까?”

    우문호가 신중한 표정을 지었다.

    수적들의 무공이 열 배 이상 높아졌다면 무림맹 무사들 또한 열세이기 때문이었다.

    아니 애초 그렇게 무공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것이 가능한지가 의문이었다.

    “성문 방어 병력이 일만 정도. 관아를 비롯해 성안에 있는 놈들이 이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악양성 내에 있던 흑도세력까지 수적들과 합세해 그렇게 불어난 것 같습니다.”

    “삼만이면 우리 병력의 열 배가 아닙니까?”

    우문호가 안색을 굳혔다.

    총지휘를 맡은 이장락 또한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담대선생이 말했다.

    “놈들이 성문을 굳게 잠그고 방어에 치중하면 공략하기 매우 어려울 겁니다. 무리하게 공격하면 우리 측 피해가 막심할 겁니다. 차라리 황군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떻겠습니까?”

    “황군이라······.”

    사람들이 기대 어린 표정을 지었다.

    황군은 황제가 살고 있는 황도에 있는 군대였다.

    하나 같이 무공이 뛰어나며 그 수만 해도 백만이 넘었다.

    반면 천하 각 성의 방어군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형국이었다.

    반란을 염려한 황실과 조정의 정책 때문이었다.

    “황군은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황도를 지켜야 하니까요. 그보다 관군을 너무 적게 데리고 온 것 같군요. 이렇게 수적이 많을 줄 알았으면 전부 데리고 와도 모자랄 텐데······.”

    우문호가 아쉬워했다.

    장사성 관병의 수는 대략 이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한데 그 중 십분지 일인 이천 명만 데리고 온 것이었다.

    물론 악양 주위의 다른 성들에 지원을 요청해 두긴 했다.

    상황에 따라서 호남성 각 성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장사성 방어를 위해 관군 주력을 남겨둔 셈이었다.

    유관성이 장사성에 남은 것도 혹시 모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놈들이 혹여 반역을 꾀한다면 악양성 점령으로 만족하지 않고 장사성을 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무엇보다 애초 악양성을 점령한 동정수로채 수적의 수가 삼천이라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병력을 파병한 것이었다.

    “공격을 가하지 않고 기다리기에는 군량미가 너무 부족합니다. 놈들이 그 전에 기습을 가할 우려도 크고요. 저는 일단 교전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놈들의 실력을 점검할 수 있을 테니까요.”

    우문호의 말에 이장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담대선생은 여전히 소극적이었다.

    “섣불리 공격하다가 반격을 받게 되면 대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성도 위험해집니다. 적어도 지원 병력이 일만 정도 올 때까지는 기다리는 게 좋겠습니다.”

    “으음, 담대선생의 말도 일리가 있소. 백 무인의 의견은 어떠하오?”

    이장락이 백자안을 쳐다봤다.

    의견이 갈리자 그의 의견을 물어본 것이었다.

    “저 또한 모험적인 공격은 반대합니다. 성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놈들보다 세 배 이상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단 지원 병력을 기다리되 고수를 성안에 들여보내 놈들의 수괴를 제거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총채주를 죽이자는 것이오?”

    “네. 장강수로십팔채 총채주뿐만 아니라 동정수로채 채주까지 제거한다면 놈들의 지휘체계에 혼란이 올 겁니다. 무엇보다 지금 놈들의 배후에 어떤 자들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수괴를 제거하면서 배후까지 알아내게 되면 향후 작전에 도움이 될 겁니다.”

    “놈들의 배후가 바로 장강수로십팔채가 아니오?”

    “제 생각에는 다른 배후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간 안에 수적들의 무공을 열 배 이상 강하게 만든 자들이 진정한 배후이겠지요.”

    “으음, 그럴 수도 있겠구려. 그럼 누구를 보내야 한단 말이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은잠술을 펼치면 쉽게 들어갈 수 있을 겁니다. 놈들의 지휘부를 타격하는 데 성공하면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그때 총공격을 가하면 승산이 있을 겁니다.”

    “자네 혼자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네. 연락을 따로 취할 사람도 있어야 하고.”

    우문호의 말에 설중화가 바로 나섰다.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저도 들어갈게요.”

    악미미까지 지원을 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그녀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단순히 실전 훈련 상황이 아니라 내란 수준의 급변 사태라는 것을.

    한 예로 이곳까지 오면서 여러 마을을 거쳤는데, 그중 서너 곳이 이미 수적들의 노략질로 초토화가 된 것을 발견했다.

    마을이 불타고 시체가 수백 구가 넘었다.

    모두 다 양민들이었다.

    마적 떼가 공격한 것보다 더 비참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살아남은 사람들의 증언에 의하면 수적들이 하나같이 광기를 띠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수적들이 약 같은 것을 먹고 비정상적으로 무공이 강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하고 있었다.

    “이곳에도 고수가 필요하니 악 소저는 여기 남는 게 좋겠소. 설 대원이 백 무인과 함께 정탐을 하고 오게. 놈들의 수괴를 제거할 수 있으면 더욱더 좋네. 그리고 분명 성안에 저항 세력이 있을 것이니 그들과도 연락을 취해보게.”

    “알겠습니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백자안과 설중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바로 성안에 들어가려는 것이었다.

    “바로 가보겠습니다.”

    “수고하게. 두 사람 모두 조심하길 바라네.”

    “네.”

    백자안과 설중화가 지휘 막사에서 나왔다.

    백소영이 따라 나와 배웅을 했다.

    “조심해. 무리하지 말고.”

    “알았다. 너나 조심해라. 만약 전투가 벌어지면 뒤로 빠지는 것을 잊지 말고.”

    “알았어. 우 대협께서 호위를 붙여주셨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백소영이 눈물을 글썽였다.

    백자안은 그녀의 어깨를 한번 두드려준 후 설중화와 함께 경공을 펼쳤다.

    휙휙휙.

    * * *

    “총채주님. 놈들이 성문 앞에 진을 쳤습니다.”

    “병력은?”

    “장사성 관군 이천에, 무림맹 장사지부 무사 천 명입니다.”

    “그것밖에 안 되나? 삼천이라······.”

    “어떻게 할까요? 명령을 내리시면 일거에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일단 내버려 둬라. 공격을 가해오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장강수로십팔채 총채주 장강수왕(長江水王)이 관아 대청 태사의에 앉아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보고를 하는 인물은 놀랍게도 동정수로채 채주 원보(元普)였다.

    세간에 알려진 바와 달리 최근 동정수로채가 장강수로채에 정식으로 가입했던 것이다.

    장강수로채에 소속된 수채의 수 역시 열여덟 개가 아니라 백여 군데가 넘었다.

    그런데도 십팔채라 불리는 것은 백여 군데의 수채 중 가장 세력이 강한 열여덟 곳을 지칭하기 때문이었다.

    동정수로채가 장강수로채의 열여덟 수채 안에 들어가게 된 것은 가입과 동시였다.

    가입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획기적인 무공 증진에 있었다.

    총채주가 주는 약을 먹고 수적들의 무공이 모두 열 배 이상 높아졌다.

    이는 무림맹 일반무사의 무공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힘이 강해지자 수적들은 자연스레 큰 꿈을 꾸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육지로의 진출이었다.

    그동안 장강 일대만 무대로 하다 보니 세력 확충에 장애가 많았다.

    게다가 상인들 또한 수적들의 공격을 염려해 멀리 돌아가더라도 육로를 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는 수입의 감소로 이어졌다.

    재정이 약해지자 수적들의 이탈도 가속화되고 있었다.

    그런 차에 새로 취임한 총채주가 신비의 약을 가져온 것이었다.

    그 약은 환약이 아니라 물이었다.

    신비의 물이라 할 수 있었다. 수적들은 내공이 강해진다고 해서 내공수(內攻水)라고 불렀다.

    하루에 한 방울씩 모든 수적들이 아침에 먹었다. 그 힘은 그날 하루 지속하였다.

    하지만 마약 성격이 있어 하루라도 내공수를 마시지 못하면 기혈이 흔들려 주화입마 증세까지 생겼다.

    하지만 수적들은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급되는 내공수가 모자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났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보기만 해도 도망하기에 바빴던 무림맹 무사들을 일장에 죽였을 때의 쾌감은 대단했다.

    그 위력이 직접 보였기에 수적뿐만 아니라 힘이 약해 몸을 사려야 했던 흑도들도 대거 수채에 가입했다.

    장강수왕은 그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렇게 단 사흘 만에 악양 성내의 흑도 무사 일만을 수적으로 만들었다.

    “그럼 일단 내버려 둘까요? 그러다가 지원 병력이 오면?”

    “지원 병력이 오면 더욱더 좋다. 일거에 섬멸할 수 있으니까. 우리 목표는 호남성 전체라는 것을 명심해야지. 넉넉잡고 사나흘이면 인근 성에서 놈들의 지원 병력이 당도할 터. 그때 총출동하여 모두 쓸어버린다.”

    “그다음은 어떻게?”

    “장사성으로 진군해야지. 성도를 손에 넣어야 호남성 전체를 다스릴 수 있지 않겠느냐?”

    “하지만 그렇게 되면 황군이 올 겁니다. 무림맹 총단에서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요. 너무 무리하는 게 아닐까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다. 황군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우리도 기반이 잡힐 때니 조정과 적당히 타협하면 될 것이다. 황궁을 장악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고, 일단 우리의 목표는 무림이니까. 백 년 동안 힘을 기른 사사천교가 우리 뒤에 있다. 무조건 교주님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 우리가 선봉대 격이니까.”

    “알겠습니다. 어차피 전통적으로 우리는 사사천교의 휘하였지요. 천하 사람들은 이제 알게 될 겁니다. 사사천교가 백년 만에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물론이다. 우리 장강수로십팔채가 사사천교의 휘하 문파가 된 이상 교주님의 명만 따르면 모든 일이 잘될 것이다. 교주님께서 직접 제조하신 내공수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 물론 원보 자네와 나는 상등품을 마셨지만 말이다.”

    “후후후! 저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내공수 부족입니다. 놈들과 싸우기 전에 바닥나면 끝장이니까요.”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사천사자(邪天使者)들의 말에 따르면 내공수를 거의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고 하니까. 그건 그렇고 뇌옥에 가둔 정파 놈들은 모두 몇 명이나 되느냐?”

    “천명 가까이 됩니다. 어떻게 할까요?”

    “내일 그놈들을 모두 저잣거리에서 처형한다. 본보기를 보여줘야 저항을 멈출 것이다. 성내 백성들 또한 마찬가지다. 공공연히 우리를 비난하는 자는 모조리 잡아들여라. 그들 역시 차례대로 처형할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체포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 놈들은 지금처럼 현장에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제8장] 절대 내공 2 > 끝

    ⓒ 행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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