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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200화 (완결) (200/200)

200화 이번 생은 이렇게 즐겁게 살아 보자. (완결)

주변이 모조리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거대한 구멍.

팽중호와 척한준이 서 있던 곳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 버렸다.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았다.

“어, 어찌 된 거지?”

“누가 이긴 건가?”

궁금했지만 섣불리 다가갈 수는 없는 터라,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궁금증만 더하고 있었다.

그렇게 궁금증이 극에 달했을 때.

거대한 구멍에서 하나의 신형이 나타났다.

탓- 쿠탕-

올라오자마자 곧바로 땅에 쓰러지는 신형.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신형의 정체를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도, 도신님이다!”

“팽중호 대협이다!”

지금 나타난 신형은 팽중호였다.

반쯤 시체와 같은 상태의 팽중호.

옷이 너덜너덜하고, 피투성이에 숨도 미약했지만, 분명히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런 팽중호의 손에는 의외의 물건이 하나 들려 있었으니, 바로 천마검이었다.

“소가주님. 괜찮으십니까!”

쓰러진 팽중호의 곁으로 가장 먼저 달려온 이는 다름 아닌 위지철.

위지철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팽중호의 상태를 살피며, 내공을 흘려 주었다.

“이런!”

지금 팽중호의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기혈들은 꼬이다 못해 대부분 터지거나 상해 있었고, 내장들 또한 이리저리 상한 듯싶었다.

거기에 더한 더 큰 문제.

선천지기를 끌어다 쓴 덕분에 지금 단전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급하게 위지철이 내공을 흘려보내곤 있었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었다.

타다다다다다닷-

수많은 무림맹 측 인물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반대편 마교 측에서도 몇몇이 이곳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잠시간 다시금 긴장된 분위기가 되었다.

타탓-

마교 측은 무림맹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곧장 구멍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금 나타난 마교 측.

“어찌 되었습니까?”

“흔적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예.”

보고를 받은 이는 마뇌.

마뇌는 척한준이 흔적조차 남지 않고 죽었다는 보고에 고개를 숙이곤 돌아갈 것을 명했다.

그러다 자리를 떠나기 전.

마뇌는 쓰러져 있는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내가 모든 걸 잘못 판단했다. 앞으로 하늘에서 백린성이 밝게 빛나겠구나…….’

마뇌는 자신의 실책을 인정했다.

척한준이라면 팽중호를 반드시 이길 것으로 생각했는데, 예상이 완전히 틀려 버렸으니 말이다.

애초에 자신은 계획의 시작부터 모든 것을 잘못 시작한 것이다.

‘멍청하게도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하다니.’

이 천하에 반드시라는 것은 없다.

머리를 쓰는 위치에 있는 자신이 그런 것을 간과했으니, 어쩌면 지는 게 당연할 수도 있었다.

무림맹 측은 돌아가는 마교를 보며 쫓지는 않았다.

위지철이 말렸기 때문이었다.

“상처 입은 맹수입니다. 괜히 건드려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지금은 저희를 먼저 수습하는 것이 맞습니다.”

지금 마교를 공격한다면, 마교도 가만히 있지 않을 터.

그렇게 되어 버리면 피해가 너무나 커진다.

이미 많은 피해를 입은 상태인데, 굳이 돌아가는 상대를 자극해서 피해를 더 키울 필요는 없었다.

“가가!”

그때.

이세경이 달려와 쓰러진 팽중호에게로 다가갔다.

팽중호가 쓰러진 것을 보고 쉬지 않고 달린 그녀였다.

이미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가득했는데, 몸을 떨고 있는 것이 지금 그녀가 얼마나 동요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 주었다.

“살아는 계십니다. 잠시 마음을 추스르십시오.”

“하, 하지만!”

“괜찮을 거예요. 괜히 저희가 다가가면 오히려 치료에 방해될 수 있으니, 조금 지켜봐요.”

“……알겠습니다.”

곽채령의 말에 이세경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그녀의 말처럼 지금 자신이 팽중호에게 다가가 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팽중호는 아주 위태로운 상태.

오히려 괜히 안 좋은 상황만 만들 수도 있었고 말이다.

“제가 보겠습니다.”

드디어 의원이 당도했다.

여러 가지 약과 침을 챙겨 온 의원은 곧바로 팽중호의 몸에 침을 꽂고, 약을 녹여 그의 입에 흘려 넣었다.

그 와중에도 위지철은 자신의 기운을 계속해서 팽중호에게 불어넣어 주고 있었고 말이다.

한 시진, 두 시진…….

계속해서 흘러가는 시간.

그 와중에도 여전히 팽중호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다만 다행이라면, 그가 미약하게나마 숨을 쉬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 때.

“쿨럭. 쿨럭.”

“소가주님!”

“가가!”

* * *

팽중호와 척한준의 마지막.

서로를 향해 지나간 공격.

서로의 초식이 맞닿은 후에 팽중호는 바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런 그의 귀에 들려왔던 척한준의 마지막 목소리.

“대단하십니다. 다음 생에 꼭 다시 뵐 수 있었으면…….”

파사사사삭-

팽중호는 자신이 이겼는지, 졌는지도 모른 상태로 컴컴한 어둠에 잠겼다.

마치 전생에 천마에게 죽은 후에 느꼈던 그 느낌과 비슷했다.

‘죽은 건지, 산 건지…….’

팽중호도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다.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것인지 말이다.

다만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느껴져 죽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그래도 뭐, 뒈져 가는 건 맞는 것 같네.’

하지만 멀쩡히 살았다면 이제 깨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 움직이는 것 없었고, 깨어나지도 못했다.

이건 완전히 몸이 망가졌다는 뜻.

이대로 잘못하면 완전히 어둠에 잠식당할 터였다.

‘가가!’

‘소가주님!’

그때, 팽중호의 머릿속으로 익숙한 목소리들이 울리기 시작했다.

잊을 수 없는 목소리들.

‘그렇군.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지.’

팽중호는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씩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말이다.

죽지 않았다면, 살 수 있었다.

꿈틀-

팽중호는 이 어둠이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곧, 꿈틀거림과 함께 갑자기 앞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강해졌고, 팽중호는 완전히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둠에서 빠져나왔을 때.

“쿨럭. 쿨럭.”

목을 막고 있던 피를 동반한 기침과 함께 정신이 들었다.

그리고 느껴지는 여러 가지 감각들.

팽중호는 자신이 살아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커허어억. 하아…… 하아……. 살았나?”

“가가…… 흐윽.”

“그래…….”

팽중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이는 이세경.

그녀는 옆에서 가만히 기다리다가, 팽중호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옆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조심스럽게 팽중호의 얼굴을 쓰다듬는 이세경.

팽중호는 그런 이세경의 온기에 조금 고통이 가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가주님.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그다음으로 보이는 이는 바로 위지철이었다.

위지철은 여전히 팽중호에게 내공을 불어넣어 주고 있었는데, 그래서일까, 상당히 지친 얼굴이었다.

“고맙……습니다…….”

팽중호도 위지철이 내공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물론 아직 제대로 말을 하기도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팽중호는 다시금 가만히 누운 상태로 가만히 몸을 추슬렀다.

몸에 박혀 있는 수많은 침 때문에 어떻게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어찌 되었습니까?”

시간이 조금 더 흐르고, 고통이 약간은 가신 팽중호가 상황을 물었다.

“천마는 죽었고, 마교는 물러갔습니다.”

위지철의 말에 팽중호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자신이 확실히 이긴 것이다.

혹시나 자신이 패배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었다.

‘끝났군.’

끝이 났다.

하북팽가를 부흥시키려는 일에서부터 시작된 이 기나긴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난 것이다.

몸은 정상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다.

“그런데 바닥이 좀 찬 것 같은데, 따뜻한 곳으로 갑시다.”

전쟁에서 이겼음에도 뭔가 침중한 분위기 때문에 팽중호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팽중호의 말에 주변에 있던 무림맹 사람들이 모두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겼는데도 이런 데 있기는 뭐하지 않습니까?”

* * *

정마대전의 끝.

무림맹의 승리로 끝이 난 전쟁.

이 전쟁 이후로 무림은 크게 바뀌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파들이 생겨나고 사라졌으며, 수많은 고수가 나타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만큼 무림맹도 바뀌었다.

‘신(新)무림맹.’

새로운 무림맹.

무림맹은 전쟁이 끝나고, 전쟁에서 쓰러진 이들을 위한 제를 올렸다.

그리고 무림맹주였던 장순학의 장례는 팽중호가 직접 이끌었다.

몸이 성치 않은 팽중호였지만, 장순학을 위해서 직접 움직인 것이었다.

그리고 모든 장례가 끝이 났을 때.

새로운 무림맹을 이끌 새로운 무림맹주를 맞이했다.

‘무림맹주 신검 위지철.’

위지철이 새로운 무림맹주가 된 것이다.

팽중호가 무림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팽중호가 몸의 상태를 논하며 한사코 거절했기에 위지철이 맡게 되었다.

무림맹은 그렇게 위지철의 아래에 새롭게 정비를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정마대전이 끝난 후의 변화 때문에 어수선한 무림.

이런 와중에도 아주 평화로운 곳이 한 곳 있었으니, 바로 하북팽가였다.

‘천하제일가(天下第一家).’

사람들은 이제 하북팽가를 천하제일가라고 불렀다.

어쩌면 당연했다.

정마대전의 영웅이자 천하제일인으로 불리는 도신 팽중호가 있으며, 그 밑으로 청뢰신장 곽채령이 각주로 있는 곳이니 말이다.

혹자들은 무림맹보다 하북팽가의 전력을 높게 보기도 할 정도였다.

덕분에 하북팽가는 지금 그 어떤 때보다 무림에서 드높게 이름을 날리고 있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롭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아암…… 낮잠이나 자 볼까.”

하북팽가는 지금 찾아오는 이들로 바쁘디 바빴지만,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바로 팽중호.

팽중호는 지금 정말로 모든 일에서 손을 놓은 채로, 팽가에 틀어박혀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소가주님. 이것을…….”

“아아. 아직 몸이 낫지를 않아서 말이야. 알아서 처리해.”

장춘오가 팽중호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하면, 팽중호는 곧장 아프다는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다.

덕분에 일이 많아진 장춘오였지만 어떻게 불만을 터트릴 수도 없었다.

지금 팽중호는 정말로 몸이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직까지도 척한준과의 싸움의 여파가 남아 있던 것이다.

‘물론, 언제든 나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사실 몸은 언제든지 팽중호가 마음만 먹으면 나을 수 있었다.

다만, 이런 좋은 핑곗거리를 스스로 차 버릴 생각은 없기에 일부러 낫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이제 싸울 일도 딱히 없었으니 말이다.

“가가.”

“응. 세경.”

팽중호와 이세경.

두 사람의 혼인이 이제 보름이 남아 있었다.

이제 일이 끝났으니, 혼인을 해야 할 때였다.

“식에 혹시 모두 부르실 겁니까?”

“응? 아마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부르지 않을까 싶은데.”

“그럼 그분들도 오시겠군요.”

“그분들?”

“제갈 소저, 당 소저, 도 소저 말입니다. 혹시 더 있습니까?”

이세경은 혼례가 다가오자 괜히 불안한 마음이 생겼다.

팽중호를 마음에 두고 있는 여인들.

그녀들에게 혹시나 팽중호를 빼앗길까 말이다.

물론 쓸데없는 걱정이란 것을 알지만, 그래도 괜한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하핫. 그게 그렇게 걱정이야?”

“그, 그…… 네……. 그렇습니다.”

“그럼 그 걱정을 없애 줘야겠네.”

“예? 어떻게……? 흡.”

이세경의 입에 팽중호의 입이 그대로 다가갔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세상이 멈춘 듯 입을 맞대고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입을 맞대고 있던 두 사람의 입이 떨어졌고, 팽중호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세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때? 이제 좀 걱정이 없어졌어?”

“……신기하게도 없어졌습니다.”

“그렇지? 그럼 이번에는 둘이 호수라도 보러 갈까?”

“그럼 마차를 준비해 놓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와락-

팽중호는 그대로 이세경을 안아 들었다.

“아직 몸이…….”

“몸? 에이. 너 안고 달릴 정도로는 회복됐어. 그럼. 간다.”

슈와악-

팽중호가 이세경을 안고 하북팽가를 벗어나 내달렸고, 팽중호는 머리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과 품 안에서 혹여 상처가 덧날까 걱정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세경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로 생각했다.

‘이번 생은 이렇게 즐겁게 살아 보자.’

-하북팽가의 개망나니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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