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99화 (199/200)

199화 다 걸어 볼 생각입니다.

이 싸움을 무어라 불러야 할까?

도저히 인간의 범주에서는 평가할 수 없는 싸움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팽중호와 척한준의 싸움.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멍한 표정으로 지금 싸움이 이루어지는 평원의 중앙을 바라보고 있었다.

콰카가가가가가각-

콰아아앙-! 쾅-!

그들의 검과 도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땅이 갈라지고, 허공이 터져 나갔다.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다른 무인들도 있는 힘을 다 내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저 싸움이 저들에게는 그저 몸풀기 정도라는 것이었다.

가벼운 몸풀기.

팽중호와 척한준은 지금 가볍게 검과 도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역량을 가늠해 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나 대등하게 무공을 겨룰 수 있다니.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습니다.”

척한준은 지금 얼굴에 기쁨이란 감정이 가득했다.

그가 생각한 그대로 팽중호가 힘을 보여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련을 하면서 상상했던 팽중호의 힘 그 이상을 지금 보여 주고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천마검을 타고 전해져 오는 힘과 주변의 떨림이 그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이제 제대로 해 보죠. 오래 끌어서 뭐 좋을 거 있습니까?”

이 정도면 서로의 실력 파악은 얼추 끝이 났다.

팽중호는 척한준과의 싸움을 오래 끌어 봐야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생각이 많아지는 것.

그럼 혹여 마교가 어떻게 마음을 바꿔 먹을지 모른다.

‘절대 고수의 수에서 이긴다지만, 그래도 피해가 너무 커지니까.’

당장 마교와 무림맹이 싸운다면, 아마도 무림맹이 승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란 것이다.

아마 무림맹이라는 이름을 유지하기도 힘들 정도로 큰 피해를 입을 터.

그렇게 되면 마교를 물리쳐도, 오히려 다른 세력에게 무림을 내어 줘야 할지도 몰랐다.

‘죽 쒀서 개 줄 수는 없지.’

죽 쒀서 개 주는 꼴은 절대로 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여기서 빠르게 이 대결의 종지부를 찍고, 마교를 신강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맞았다.

“알겠습니다. 좀 더 오래 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지요.”

스윽-

쿠우우우우우우우우웅-!!!

척한준의 기세가 바뀌었다.

주변을 짓누르는 절대적인 기운과 그의 주변에 넘실거리는 천마강기.

천마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이거, 살기 힘들 수도 있겠어.’

쿠르릉- 파지지지지지직- 쿠릉-

팽중호의 주변에 벽력과 뇌기가 거침없이 날뛰기 시작했다.

뇌신(雷神).

지금 팽중호의 모습은 그야말로 뇌신이었다.

쿠그그그그그그그- 파사사사사사사삭-

두 사람의 기운에 주변에 존재하는 것들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둘의 기운을 버티지 못하는 것이었다.

주변에서 이 싸움을 지켜보던 이들은 급히 내공을 끌어올리거나, 멀찍이 뒤로 물러났다.

지금 조금만 잘못하면 저 기운에 휩쓸려 버릴 테니 말이다.

“가겠습니다.”

먼저 움직인 쪽은 척한준.

순식간에 척한준의 등 뒤로 아홉 자루의 천마검이 나타났다.

천마구검(天魔九劍).

천마강기로 이루어진 천마검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팽중호를 압박해 왔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천지(天地).

콰카카카카카카카칵- 콰아앙-!

순식간에 팽중호를 중심으로 엄청난 기운이 터져 나가면 천마구검을 날려 버렸다.

아홉 자루의 천마구검이 저항했지만, 결국 천지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간 것이다.

“호오?!”

이 위력에 척한준이 눈을 번쩍였다.

자신의 천마구검이 이토록 쉽게 날아가 버리다니.

확실히 팽중호의 힘이 생각 이상이었기에, 척한준은 기쁜 마음이 절로 들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척한준의 천마강기가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팽중호까지 집어삼킬 듯 거세지는 천마강기.

이 주변이 완전히 천마강기의 불꽃으로 뒤덮여 버렸다.

그리고 그 불꽃들이 일제히 팽중호를 덮치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아-

마치 거대한 용의 형상을 닮은 천마강기.

그 위용은 정말로 용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일 정도.

멀리서 지켜보던 이들도 지금 이것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여실히 느끼고 있었다.

온몸이 떨려오는 엄청난 기운.

“거, 사람 맞으십니까?”

팽중호가 지금 척한준의 용을 바라보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도저히 사람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강기의 형상.

지금 저 척한준의 공격 한 방이면 아마 산 하나는 통째로 사라질 터였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벽력(霹靂).

서거거거거걱-

척한준의 용을 베어 나가는 팽중호의 벽력.

척한준과 팽중호의 기운이 팽팽하게 힘 싸움을 지속하다가, 이내 척한준의 용이 베여 버렸다.

물론 그와 동시에 팽중호의 벽력도 사라졌지만 말이다.

서로의 힘은 막상막하.

카캉-!! 쾅-!! 콰콰쾅-!!

그렇게 세상이 요동치는 치열한 싸움이 잠시간 지속되었다.

이미 주변 일대는 원래의 모습을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변해 있는 상태.

“제가 먼저 제 깨달음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때.

척한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깨달음을 보여 준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강한 수를 펼치겠다는 소리.

화르르르르르륵-

천마강기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척한준의 주변에 다시금 천마구검이 나타났다.

또 똑같은 천마구검을 펼치려는 것일까?

‘그럴 리가 없지.’

팽중호는 대번에 지금의 이 수가 차원이 다른 한 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천마십현.”

척한준의 신형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팽중호를 둘러싼 열 명의 척한준.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

팽중호가 입가에 쓴 웃음을 지었다.

‘진짜 괴물 중의 괴물이군.’

위지철과 곽채령을 보며 괴물같은 재능의 끝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척한준은 그 둘보다 한술 더 떴다.

주변에 있는 열 개의 신형 중 어느 것이 진짜 척한준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모두가 전부 진짜 척한준과 같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치겠군.’

그리고 그저 분신만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문제였다.

저 분신이 모두 각기 다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각기 다른 형태로 공격해 들어온다는 것.

‘이게 인간이 펼칠 수 있는 무공이란 말인가?’

천마신공이 대단한 것인지, 아니면 척한준이 대단한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둘 다 모두가 대단한 것일 수 있었다.

어느 하나만 부족해도 이런 놀라운 광경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쿠르르르르릉- 쾅- 쾅-!!

팽중호의 몸에서 엄청난 뇌성과 함께 거대한 뇌기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초심으로 돌아간 팽중호가 느낀 혼원벽력신공.

극강의 힘이 지금 뇌기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었다.

‘뭐가 진짜인지 모르겠으면, 다 베면 되지.’

팽중호는 멸뢰진천도를 고쳐 잡았다.

두 손으로 강하게 움켜쥔 멸뢰진천도.

그리고 이내 팽중호의 신형이 사라졌다.

콰르릉-

우레와 같은 소리가 들려오고, 순식간에 척한준의 신형 하나가 사라졌다.

“하핫!”

이 모습에 척한준이 웃음을 터트렸다.

자신의 천마십현을 지금 힘으로 깨부수고 있는 것이었다.

화르륵-

이대로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척한준의 남은 아홉 신형이 동시에 천마강기를 내뿜으며 팽중호에게로 쇄도했다.

하나, 하나가 모두 진짜.

그러니 이 천마강기도, 위력도 진짜였다.

쾅- 콰카카카캉-! 콰앙-!

순식간에 진행되는 구 대 일의 싸움.

조금씩이지만, 팽중호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혼자의 몸으로 아홉을 동시에 막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척한준과 같은 무인 아홉을 말이다.

“쓰읍.”

팽중호의 몸에 생기는 상처들.

깊은 상처가 아니라지만, 천마강기에 당한 상처는 조금씩 살을 태워 가며 내공의 흐름마저 방해했다.

이대로 싸움이 조금만 더 계속된다면, 확실히 큰일이 날 터였다.

‘별수 없지.’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팽중호는 몸 안의 내공을 한 번에 터트렸다.

그렇게 펼쳐 나오는 초식인 천지.

퍼어어어엉-

순식간에 척한준의 신형 다섯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 남은 신형은 넷.

이 네 신형이 팽중호의 사방을 점하며 다가왔다.

찰나의 순간에 팽중호에게 다가온 척한준의 신형 넷.

순식간에 크게 내공을 소모한 뒤라 일순간 무방비나 다름없는 상태.

푸욱-

아니나 다를까, 척한준의 검이 팽중호의 어깨에 깊숙이 박혔다.

몸을 틀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대로 가슴을 관통당했을 공격.

“크읍.”

팽중호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

천마강기에 속까지 모조리 타들어 가 버린 것이다.

서걱-

물론 그 와중에도 팽중호는 멸뢰진천도를 움직여 척한준의 신형 하나를 베어 내었다.

이제는 셋으로 줄어든 신형.

“쿨럭…….”

그때 척한준의 신형들이 동시에 입에서 피를 왈칵 내뱉기 시작했다.

천마십현을 유지하는 것에 엄청난 내공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신형이 하나씩 사라질 때마다 그에 따른 반발력으로 내상을 입기 때문이었다.

벌써 일곱 신형이 사라졌으니, 상당한 내상을 입은 것이었다.

“아직 남으신 것이 있으시지요?”

척한준의 입가에 피를 닦지도 않은 채로 팽중호에게 물어왔다.

팽중호가 아직 쓰지 않은 수가 있다는 것을 아는 척한준이었다.

정말 최후의, 최후의 일격을 말이다.

“예. 안 그래도 거기에 다 걸어 볼 생각입니다.”

팽중호는 천마강기에 의해 몸이 상해 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수도 없는 상태.

그래서 이 마지막에 모든 것을 걸 생각이었다.

쿠르르릉- 쿠릉- 콰지지지지지지직-

이번 뇌기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너무나도 순수해 보이며, 너무나도 강해 보이는 뇌기.

사람들은 이 뇌기에 순수하게 감탄했지만, 무림맹측 몇몇은 대번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지금 팽중호가 내뿜은 뇌기의 원천.

그것은 바로 선천지기였으니 말이다.

‘내가 걸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건다. 어차피 이러지 않으면 죽으니까.’

팽중호는 느꼈다.

모든 것을 걸지 않으면, 절대로 척한준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선천지기까지 쓸 수밖에 없었다.

다시는 내공을 쓰지 못할 수도 있을 정도로 선천지기를 모조리 끌어다 썼다.

하지만 이겨야만 하지 않겠는가?

‘이기고 그다음은, 다음에 생각하자.’

화아아아아아악- 화르르르르르륵-

팽중호의 모습을 보고 척한준도 갑자기 어마어마한 천마강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미 천마십현으로 만들어 낸 신형들은 사라지고 없는 상태.

척한준과 팽중호는 서로를 바라보며 아주 잠시간 숨을 골랐다.

이번 한 번의 부딪침에 모든 것이 결정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긴 싸움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다음 생에는 꼭 같은 편으로 만납시다.”

서로가 서로에게 한마디를 내뱉는 둘.

그리고 그대로 두 사람의 신형이 사라졌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멸혼(滅魂).

팽중호의 혼원벽력도 마지막 초식.

모든 것을 건 멸혼의 힘.

그리고 이 힘에 맞서는 것은 수라 그 자체가 된 척한준.

두 사람의 신형이 엇갈리듯 서로를 스쳐 지나갔다.

휘이이이이잉-

지금까지와는 다른 숨이 막힐 듯한 정적이 이 평원을 감쌌다.

그렇게 마치 영겁과도 같은 찰나의 정적이 흐르고.

파삭-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