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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97화 (197/200)

197화 모든 걸 보여 주란 말이야.

깡- 깡- 깡- 깡-

차르르르륵- 차르르르륵-

대장간에서 막바지 작업이 들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고, 야장이 다시금 묵뢰진철로 만들어진 반 장갑을 들고 나타났다.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깔끔해지고 빛이 나는 모습의 반 장갑.

“이름이 무엇입니까?”

“음……. 흑룡반수갑이라 붙여 보았습니다.”

야장이 이 반 장갑에 붙인 이름은 바로 흑룡반수갑(黑龍半手甲).

팽중호는 아주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했다.

“너무 늦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주 딱 맞춰서 나왔습니다.”

정말 딱 맞춘 시간.

팽중호는 이 흑룡반수갑을 받아들고 다시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한 팽중호는 운기를 하며, 위지철과 곽채령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딱 사흘이 지났을 때.

탓- 탓-

천막의 아래에서 두 사람이 올라왔다.

팽중호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미소를 씨익 지었다.

“이거, 제가 할 걸 그랬나 봅니다? 아니면, 밑에서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아니에요!”

“소가주님!!”

팽중호의 말에 당황하며 아니라 말하는 둘.

물론 팽중호도 아니란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 둘 다 내공이 증가한 것을 보고 농을 한번 던져 본 것일 뿐이었다.

‘둘 다 늘었다라……. 좋군.’

원래라면 위지철은 내공이 줄었어야 맞다.

그런데 지금 올라온 두 사람 모두 내공이 늘어 있는 상태다.

아무래도 격체전공을 하면서 두 사람 모두 무언가를 깨달은 듯싶었다.

이건 분명 아주 호재 중의 호재였다.

한 사람만 강해져도 충분한데, 두 사람 다 강해졌으니 말이다.

이 상황이라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문제없을 듯싶었다.

“자, 채령아 선물이다.”

펭중호는 찾아온 흑룡반수갑을 곽채령에게 전해 주었다.

조심스럽게 받아드는 곽채령.

팽중호는 눈으로 어서 껴 보라고 신호를 보내었다.

사악- 착-

곽채령은 곧바로 흑룡반수갑을 손에 착용하였는데, 마치 맞춤으로 만든 듯 손에 착 달라붙었다.

“어때?”

“너무 좋아요.”

보통 장법을 구사하는 무인들은 손에 아무것도 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이 훨씬 더 장법을 펼치기에 수월하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 흑룡반수갑은 달랐다.

움직임에는 조금의 방해도 주지 않으면서, 손을 보호해 주는 것은 물론, 뇌기까지 더욱 잘 전달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곽채령을 위한 맞춤이었다.

“좋아. 그럼 나가서 마음껏 날뛰어 봐. 네가 가진 모든 걸 보여 주란 말이야.”

“네! 알겠어요!”

곽채령의 힘찬 대답.

지금까지 곽채령이 모든 힘을 다 보여 준 적이 얼마나 있을까?

곽채령은 언제나 상대를 상대할 때 습관적으로 모든 힘을 다하지 않는다.

상대의 힘을 가늠하며 그에 맞추어 싸우는 습관이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한 번 이 제한을 풀고 싸웠었는데,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의 성취를 이룬 상태.

이 상태에서 곽채령이 모든 힘을 다한다면, 도대체 어떤 힘이 나올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그럼. 다 같이 식사부터 하죠.”

* * *

오 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시금 무림맹과 마교가 넓은 평원에서 마주 보고 기세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앙.

그곳에는 이미 각 열 명의 무인들이 서로를 마주 보고 서 있었다.

무림맹 측 열 명의 중심에 있는 이는 곽채령.

그리고 그 뒤로 남궁천세와 천부중 등 무림맹 상위 서열 무인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재밌겠군. 아주 재밌겠어.”

그리고 마교 측은 광혈마를 중심으로 얼굴에 가면을 쓴 이들이 서 있었다.

천비대.

다만 이전의 천비대와 조금 다른 것은 그들의 가면이 조금 더 화려한 문양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천비대 조장.’

그들은 천비대 중에서도 각 조를 이끄는 조장들.

그러니까 보통 천비대 대원보다 상위 계급에 있는 자들이었다.

당연히 그런 만큼 더욱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

지금 이, 십 대 십의 대결은 최정예들 간의 대결이나 마찬가지였다.

“네가 곽채령인가?”

“네. 맞아요.”

“크크. 그렇군. 마뇌가 역시 아주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광혈마는 곽채령을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곽채령의 힘을 알아보았다.

결코 목숨을 걸지 않고는 이길 수 없는 상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력을 다해 죽인다.’

광혈마의 기세가 흉포하게 날뛰기 시작하며, 그의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적사자맹격공(赤獅子猛擊功).

광혈마가 익힌 무공의 특징으로, 일정 성취가 넘어가면 눈동자와 머리카락이 붉게 물드는 것이 특징인 무공이었다.

파지지직- 파짓- 파파파팟-

그리고 그에 맞서는 곽채령의 몸에서는 청뢰가 날뛰며, 동시에 눈이 푸른 벽안으로 변하였다.

지금 두 사람은 완벽히 적색과 청색으로 대비가 되고 있었다.

“누가 더 강한지 붙어 보자고.”

“제가 더 강할 거예요.”

“크크크. 그건 붙어 보면 알겠지.”

파앗-

광혈마가 엄청난 속도로 곽채령을 향해 쇄도했다.

마치 거대한 맹수가 사냥감을 향해 뛰듯 거침없는 움직임.

물론 그저 거칠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찰나에 곽채령 앞에 당도한 광혈마의 검이 무자비하게 휘둘러졌다.

콰가가가가각-

곽채령이 순간적으로 흘려 내었음에도 엄청난 힘이 그녀의 손을 타고 전해져 왔으니 말이다.

엄청난 힘.

거기에 더해서 광혈마의 공격은 두서없이 마구잡이로 휘둘러져 왔는데, 그것이 오히려 곽채령이 그를 상대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도무지 공격을 예측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이대로는 안 돼.’

곽채령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계속해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곽채령은 오히려 광혈마의 품으로 들어가서 손을 내뻗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각- 콰가각- 콱카카카칵-

공방일체의 무공인 태극청뢰신장.

공격을 하면서 동시에 광혈마의 공격마저 훌륭하게 흘려 내었다.

과감한 파고들기에 일순간에 뒤바뀐 전세.

“좋아. 그래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더 해 보자고.”

수세에 몰린듯한 광혈마지만, 그는 오히려 더 진하게 미소 짓기 시작했다.

그가 바라는 싸움.

그것이 바로 이런 싸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이제 끝을 낼 거예요.”

말과 함께 곽채령의 벽안이 더욱더 시리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청뢰 또한 더욱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고 말이다.

심상치 않은 모습.

이에 광혈마가 내공을 더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 태극청뢰신장(太極靑雷神掌). 뇌우만천(雷雨滿天).

곽채령이 오호단문도를 보고 깨달음을 얻어 내어 만들어 낸 초식.

청뢰로 이루어진 곽채령의 수많은 손바닥이 나타나 광혈마를 뒤덮었다.

“모두 없애 주지!”

쿠우우우우우우우-

광혈마의 검에서 엄청난 크기의 검강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을 휘저었다.

이대로 곽채령이 만들어 낸 뇌우만천을 갈라 버리려는 것이었다.

“소용없어요.”

갑자기 허공에 떠 있던 뇌우만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서로 하나로 합쳐지더니, 여덟 개로 변하였다.

순식간에 이루어 낸 변화.

이 변화로 여덟 개로 줄어든 뇌우만천이 그대로 광혈마의 강기를 역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광혈마에게 작렬했다.

퍼어어억- 쾅-!

“쿨럭!”

광혈마가 몸에 작렬한 공격에 피를 왈칵 토해 내었다.

물론 그렇다고 주저앉지는 않았다.

그는 다시금 곽채령에게로 달려들었다.

방금보다 훨씬 더 흉포해진 기세의 광혈마.

입가에 흘린 피 때문인지 광혈마라는 그의 별호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샤사사사사사사삭-

엄청난 기세로 베어 오는 광혈마의 검.

조금의 틈도 없이 빽빽한 광혈마의 검격.

하지만 곽채령은 이 공격에도 차분한 눈을 계속 유지했다.

스으윽- 파지지지직-

곽채령의 양손이 청뢰를 다시 내뿜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광혈마의 검격으로 뛰어 들어갔다.

콰지지지직- 쾨지직- 콰직-

그대로 그 빽빽한 검격을 모조리 흘려 내며 전진하는 곽채령.

그녀의 몸에 자잘한 상처들이 늘어났지만, 그녀는 그런 것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간 곽채령.

어느새 광혈마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파지지지직-

그대로 광혈마에게 뻗어 나가는 곽채령의 손바닥.

앞으로 쭉 뻗어 나가는 공격.

매우 빠른 일격이지만, 광혈마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곽채령의 공격이 단순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끝났어요.”

퍼어억-

“커어어억……!!”

하지만 광혈마와의 예상과는 다르게 단순할 줄 알았던 곽채령의 공격이 순식간에 변화를 보이며 방향을 틀어 그대로 복부에 작렬했다.

이 장법 안에 담겨 있는 힘이 엄청났기에 광혈마조차도 그대로 바닥에 털썩 몸을 주저앉혔다.

파지지지짓-

끝을 내기 위해 다가서는 곽채령.

그때 쓰러져있던 광혈마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그대로 곽채령을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워낙 순식간이었고, 그 폭발력 또한 범상치 않았다.

그는 지금 동귀어진으로 곽채령을 데려갈 생각으로 모든 힘을 터트린 것이었다.

콰아아아카가가각가가각-!!

순식간에 목전에 도달한 광혈마의 공격을 그대로 손으로 잡아채 내는 곽채령.

곽채령의 청뢰가 엄청난 힘을 내며 광혈마의 검격을 막아 내기 시작했다.

팡-! 콰캉-!

결국 곽채령은 광혈마의 검을 튕겨 내었고, 광혈마의 검은 애꿎은 땅에 작렬했다.

퍼억-

그리고 그와 동시에 광혈마의 몸에 곽채령의 손바닥이 작렬했고, 광혈마는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곽채령의 승리.

뚝- 뚝- 뚝- 뚝-

물론 곽채령도 완벽히 멀쩡할 수는 없었다.

방금 광혈마의 검을 막은 손에서 피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흑룡반수갑을 꼈음에도 상처를 크게 입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래도 상처에서 끝이 났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흑룡반수갑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대로 손이 잘려 나갔을 것이고, 어쩌면 쓰러져 있는 것은 자신이었을 수도 있었다.

“아파할 시간이 없어.”

곽채령은 대충 손을 지혈한 후에 아직까지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무림맹 무인들을 돕기 위해 움직였다.

곽채령의 가세로 순식간에 기우는 전세.

그렇게 이번 싸움 또한 무림맹의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곽매!”

끝이 나자마자 위지철이 곧바로 곽채령에게로 달려갔다.

곽채령은 그런 위지철을 보자마자 털썩 쓰러졌는데, 지금 너무나 과도하게 내공을 소모했기에 잠시간 기절한 것이었다.

만약 이번에 위지철에게 내공을 나누어 받지 못했다면, 아마 이렇게 싸우지도 못했을 터였다.

그만큼 곽채령의 무공은 엄청난 내공을 잡아먹었으니 말이다.

“후……. 그래도 다행이군.”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팽중호가 크게 숨을 쉬었다.

두 번의 승리와 한 번의 무승부.

이건 압도적인 무림맹의 승리라고 할 수 있었다.

원래라면 여기서 무림맹의 승리로 마교는 이제 다시금 신강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는 걸 팽중호는 너무나 잘 알았다.

‘척한준……. 천마를 쓰러트려야 끝이 난다.’

이 전쟁은 척한준을 쓰러트려야 만이 끝이 난다.

아니, 여기서 마교가 돌아간다고 하여도 어차피 척한준이 있다면, 불안의 싹을 남겨 두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아예 이곳에서 그 싹을 자르는 것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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