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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96화 (196/200)

196화 완성되었습니까?

팽중호는 마뇌가 돌아가고, 곧바로 곽채령을 다시 불렀다.

“채령아. 너 이번에 무조건 이겨야겠다.”

“당연하죠.”

“그냥 이기는 것은 안 되고, 압도적으로 이겨야 해.”

팽중호는 곽채령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주문했다.

마뇌의 오만한 생각을 바로잡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곽채령이 그럴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애초에 이런 주문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곽채령에게는 분명 이걸 가능케 할 능력이 있었다.

“그래서 사흘 동안은 수련 좀 해야겠다.”

“네.”

사실 여기까지 와서 수련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압도적인 곽채령의 승리를 위해서는 분명 수련이 필요했다.

“저도 돕겠습니다.”

그때 위지철이 나타나 자신도 수련을 돕겠다고 말하였다.

곽채령의 일이니, 그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솔직히 팽중호가 생각하는 수련에 위지철까지 올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돕겠다는 그를 말릴 수는 없었으니, 함께하기로 하였다.

“그럼. 갑시다.”

“예? 그런 어디로……?”

지금 이곳은 전쟁 중이다.

아무리 대치한 상태로 서로 공격하고 있지는 않다지만,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디론가로 핵심 전력 셋이 모두 움직이는 것은 위험했다.

“땅속.”

팽중호가 땅 아래를 가리켰다.

땅속이라니?

갑자기 땅속으로 어떻게 간단 말인가?

“자, 가자.”

“어떻게 가시려……?!!?!!”

땅속으로 어떻게 가냐고 말을 하던 곽채령의 입이, 지금 눈앞의 광경에 그대로 멈추었다.

팽중호가 무뢰진천도를 움직이자, 천막 아래로 땅이 파이고 있었으니 말이다.

정말 팽중호를 보면서 많이도 놀랐는데, 이건 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도대체 사람이 어떻게 저런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거, 보고만 있지 말고, 내려와서 좀 도웁시다.”

순식간에 바닥으로 내려간 팽중호.

그 아래에서 팽중호가 소리를 질렀고, 위지철과 곽채령이 재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자 보이는 넓디넓은 거대한 공동.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동인 듯싶었다.

“생각보다 좋긴 한데, 조금 다듬읍시다.”

팽중호는 이곳에 도착하고 바닥에 텅 빈 공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상 크게 이것을 어떻게 쓸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쓸 일이 생겼다.

마치 하늘이 이런 일이 있을 줄을 알고 미리 준비한 듯하였다.

카가가가각- 서거거거걱-

다만 수련하기에 평탄한 지형이 아니기에 세 사람이 정리를 시작했고, 세 사람이 힘을 합치니 금방 모든 정리를 끝낼 수 있었다.

이제는 수련하기에 완벽한 형태가 된 공동.

세 사람은 그 공동 중앙에 자리를 잡고 딱 섰다.

“자, 그럼 시작해 보자.”

팽중호가 시작해 보자고 하였지만,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한단 말인가?

곽채령은 생사경에 오른 무인.

지금 이렇게 수련으로 무언가를 얻기가 쉬운 상태가 아니었다.

“사흘 동안 채령이 네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내공 늘리기.”

“네? 그게 가능해요?”

사흘 동안 내공을 늘리라니?

영약이 아닌 이상 사흘 만에 의미 있게 내공을 늘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가능하니까 하라고 하지.”

지금 곽채령에게 부족한 것은 절대적인 내공의 양이었다.

팽중호나 위지철과 다르게 곽채령은 내공이 턱없이 적었다.

깨달음으로 생사경에 든 그녀지만, 적은 내공 탓에 깨달음의 힘을 모두 내지 못하는 상태.

무림맹에서 그녀에게 많은 영약을 주었지만, 그래도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곽채령은 성류화라는 희대의 영약마저도 섭취하지 못했었으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내가 내공을 나눠 주면 가능하다.”

팽중호는 지금 자신의 내공을 곽채령에게 나누어 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성류화로 인해 더없이 정순해진 내공을 곽채령에게 전해 주고, 그것을 곽채령이 받아 본인의 내공과 잘 조화시킨다면, 분명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내가 가장 가진 내공이 많으니, 내가 해야지.’

지금 이 셋 중에 단연 팽중호의 내공이 가장 많다.

그렇기에 팽중호는 자신의 내공을 희생할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척한준과의 대결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후의 문제.

지금은 곽채령이 먼저였다.

“그 내공. 제가 곽매에게 주겠습니다.”

“예?”

“저는 어차피 전쟁을 끝내었으니, 제가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곽매에게 주는 내공이라면,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팽중호 대신 위지철이 곽채령에게 자신의 내공을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다.

팽중호는 그런 위지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내공을 나누어 준다는 것은 사실 그리 단순한 일은 아니다.

무인에게 내공이란 목숨과도 같은 것.

그것을 나누겠다고 하는 것이 어찌 단순한 일이겠는가?

아무리 연인 사이라 하여도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게다가 소가주님께서는 천마를 막아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팽중호는 척한준과 싸움을 하여야 한다.

어쩌면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싸움.

사실상 이 둘의 싸움으로 이 전쟁의 승패가 결정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싸움을 앞두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내공을 깎아 먹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위지철 자신은 이미 첫 전쟁을 끝낸 상태.

더 이상의 싸움은 아마도 없을 것이니, 내공을 나누어 주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위 소협. 그냥 제가 해도 됩니다.”

“아니요. 외간 남자에게 곽매를 맡길 수는 없지요. 제가 하겠습니다.”

“하하. 이것 참…….”

위지철이 그답지 않게 농담까지 곁들며 단호하게 자신이 하겠다고 말하였다.

결국 팽중호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위지철이 나서 준다면, 더욱 좋은 상황임은 맞았으니 말이다.

‘위 소협도 성류화를 먹었었으니까.’

위지철도 팽중호가 나누어주어 성류화를 섭취했었다.

그러니, 지금 팽중호가 생각한 것을 위지철이 하여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위지철이 이렇게 나서 준다면, 팽중호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었다.

척한준과의 싸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말이다.

“그럼 일단 제가 설명부터 좀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위지철이 내공을 전해 주기로 정한 후.

팽중호는 자신이 생각한 방식을 두 사람에게 일러 주었다.

가만히 이야기를 경청하는 두 사람.

“이건 혹시나 해서, 알려 드리는 건데……. 맨살끼리 닿으면 효과가 더 좋다고 합니다.”

“예에?!”

“어머!?”

내공을 전해 주는 격체전공은 중간에 방해하는 것이 적을수록 효과가 좋다.

이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만약 팽중호가 격체전공을 곽채령에게 해 주었다면,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맨살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겠지만, 위지철이 한다고 하니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맨살이 더 좋다는 팽중호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깜짝 놀라며 대번에 얼굴을 붉혔는데, 이 모습에 팽중호는 몰래 속으로만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뭐, 선택은 맡기겠습니다. 그럼. 사흘 뒤에 봅시다.”

탓-

팽중호는 두 사람을 놔두고 공동을 빠져나왔다.

두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흘 뒤에는 무림에 또 다른 괴물 한 명이 나타날 것이란 거였다.

“그럼 나는 그걸 가지러 다녀와야겠어.”

위지철 덕분에 내공을 전해 주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게 생겨난 시간.

팽중호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낼 생각이 없었다.

더욱더 완벽한 곽채령의 승리를 위해 한 가지를 더 준비해 올 생각이었다.

스윽-

팽중호의 신형이 꺼지듯 사라졌고, 천막에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 * *

“광혈마.”

“왜 부르지?”

마뇌는 마교 측에 있는 광혈마를 찾아갔다.

검을 휘두르고 있던 광혈마는 마뇌는 바라보지도 않고 대답을 하였다.

“다음 전쟁에서 곽채령은 살려 두십시오.”

“흥. 그게 마음대로 된다고 생각하나?”

“당신이라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머리만 쓰니 아무것도 모르는군. 싸움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상대를 죽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만이 이기는 것이다.”

광혈마의 신조.

그가 싸움에 들어서면 피에 미치는 광인이 되는 이유는, 그가 그 싸움에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었다.

오로지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는 천마님의 배필이 될 겁니다.”

“천마께서도 동의하신 건가?”

“…….”

광혈마의 질문에 마뇌가 대답지 못했다.

곽채령을 살려 두는 것도, 그녀를 척한준의 배필로 정한 것도 전부다 마뇌 혼자 생각한 것.

척한준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흥. 그럼 생각해 볼 가치도 없군. 나가라.”

“마교의 앞날을 위해 잘 생각해 보시길.”

“마교의 앞날? 나는 알고 있거든. 너 때문에 마교의 앞날이 망해 가고 있다는 걸 말이야.”

광혈마는 사실 마뇌를 굉장히 못마땅해했다.

마뇌 때문에 마교가 지금 이렇게 급작스럽게 망해 간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녀의 계획 때문에 수많은 마교도들이 희생되었다.

의미 없는 희생.

마뇌의 계획은 그럴듯하지만, 분명 그것은 모두 다 의미 없는 희생이었다.

그런 희생이 없었다면, 마교는 지금쯤 무림을 손에 넣었을지도 몰랐다.

“천마의 명령만 없었다면, 진즉에 네 목을 베었을 것이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광혈마가 있는 곳을 빠져나온 마뇌.

마뇌는 돌아가는 길 내내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가 마교를 망치는 것인가?’

지금까지는 생각지 않았던 문제였다.

자신이 하는 계획이 모두 맞는 길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광혈마의 이야기를 듣고는, 그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니다. 천마께서 강해지신다면, 아무 문제 없다.’

척한준.

그만 완성이 된다면, 마교의 앞날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척한준이라면 분명히 팽중호를 이길 수 있을 터다.

지금 이 와중에도 척한준은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내가 옳다는 것을 모두 알게 될 것이다.’

* * *

천막을 벗어나 어디론가로 달린 팽중호.

팽중호가 도착한 곳은 바로 지금 전쟁을 하는 곳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는 마을.

이곳에 온 이유는 곽채령에게 줄 선물인 장갑을 받기 위해서였다.

보통 장갑이 아닌, 철로 된 반 장갑을 말이다.

“완성되었습니까?”

“아! 이제 마지막 작업만 남았습니다.”

미리 준비해 두었지만, 만드는 것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어 이번 전쟁에는 쓰지 못할 줄 알았던 것.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생겼기에 충분히 챙겨 갈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작업만 남았으니 아마 오늘 내로 완성이 될 터였다.

“먼저 한번 보시겠습니까?”

야장이 완성 직전의 물건을 가져와 팽중호에게 보여 주었다.

묵색의 반 장갑.

아주 얇은 철들을 마치 실처럼 꼬아서 만든 반 장갑은, 일견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자태를 보여 주었다.

“묵뢰진철을 이렇게 다루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될까 싶었는데, 잘 나온 듯싶습니다.”

묵뢰진철(墨雷眞鐵).

상당히 희귀한 금속으로, 묵철이 벼락을 맞아 순도가 높아진 묵철을 부르는 말이었다.

뇌기가 매우 잘 흐르는 이 묵뢰진철은 지금의 곽채령에게 딱 맞는 것이었다.

거기에 더해 손에 꼈을 때, 움직임에 최대한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반 장갑 형태로 만들었으며, 이 묵뢰진철을 실처럼 뽑아 만들었기에 훨씬 더 움직이기 용이했다.

“아주 좋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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