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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93화 (193/200)

193화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군.

독마는 자신의 공격을 막아 낸 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다른 기운을 가지고 있는 자.

“누구냐?”

“당정학이라고 하오.”

“아, 사천당가. 그렇군.”

지금 독마를 막아서는 이는 사천당가의 가주인 당정학.

그는 이번 습격을 맡아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독마가 움직여 무림맹 무인들을 공격하는 것을 보고 모습을 드러내었다.

“좋구나. 안 그래도 사천당가는 꼭 만나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클클.”

독을 다루는 입장에서 독마 또한 당연히 사천당가를 만나 보고 싶을 수밖에 없었다.

무림에서 독으로 가장 유명한 사천당가이니 말이다.

“자, 힘을 보여 보거라.”

“물론이오.”

휙휙-

당정학은 싸우기 전에 무언가 신호를 보내었다.

도망치라는 신호.

자신이 독마를 상대할 동안 도망치라는 것이었다.

팟-

무림맹 무인들이 모두 흩어져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들이 당정학을 돕겠다고 나서봐야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대로 달아난 후, 무림맹 본 행렬에 가담하는 것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이 선택이 당정학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 뭐 너 하나면 충분하지.”

독마는 어차피 당정학이면 충분했다.

사아아아아악-

치이이이이익-

독마의 독무가 당정학의 주변을 가득 에워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주변의 풀과 나무 그리고 돌이 녹아내렸다.

엄청난 독기.

화아아아아악-

독마의 독무를 일순 걷어 내는 당정학의 기운.

당정학 또한 평범한 무인이 아니다.

수련에 수련을 거듭해 그도 현경의 경지를 넘었으니 말이다.

“재미가 있겠구나.”

독마에게 지금 당정학의 수준은 사실 재미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당정학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독마를 이길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가겠소.”

만류귀원신공(萬流歸元神功).

사천당가가 자랑하는 절세의 무공.

당정학은 독마의 독무를 무위로 돌리며 그대로 독마에게로 쇄도했다.

퍼엉- 퍼어엉- 펑-!

독마에 달려들어 쉬지 않고 장법을 뻗어 내는 당정학.

그 위력이 실로 대단했다.

허나 독마는 그런 공격을 제자리에서 맞받아쳐 내고 있었다.

“제대로 된 것을 보이게나.”

“안 그래도 그러려고 했소.”

슈와아아아아아악-

당정학의 몸에서 독마처럼 독기가 나오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독기공.

본래 사천당가는 독기공을 쓰지 않았다.

아니, 연구는 지속했지만 만류귀원신공과 합칠 수가 없어서 쓰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 터였다.

하지만 당정학은 그것을 이루어 내었다.

“클클. 그래 이제 좋구나.”

독마는 당정학의 독기공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라면 인정할 만한 실력자였다.

퍼어어어엉-!

치이이이이익-

두 사람의 독기가 충돌할 때마다, 거대한 소리와 함께 주변에 있는 것들이 모조리 녹아내렸다.

일진일퇴의 치열해 보이는 공방.

하지만 역시나 우위는 분명했다.

치이이이익- 치이익-

당정학의 옷과 몸이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과연 사천당가가 무림 제일이라더니, 거짓은 아니었군.”

독마는 당정학을 인정했다.

자신은 평생을 독에 대해서만 연구했다.

하지만 눈앞의 당정학은 가주로서 오로지 독만 볼 수도 없었을 터다.

사천당가는 독으로만 유명한 곳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훌륭한 독기공을 보여 주고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자, 끝을 내세나.”

독마는 이제 이 싸움을 끝낼 생각이었다.

너무 시간을 끌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정학도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 길게 끌 여력이 없었으니까.

슈와아아아아악-

독귀탈혼굴(毒鬼奪魂窟).

독마의 최고 절기가 터져 나왔다.

당정학을 인정했기에, 최고의 절기로 마무리하려는 것이었다.

“잘가게.”

슉-

독귀탈혼굴에 휩싸인 당정학의 신형이 완전히 녹아내릴 때.

무언가가 독기를 뚫고 나와 독마에게로 날아왔다.

푹-

그대로 독마의 오른팔에 박히는 무언가.

독마는 그것을 보자마자 곧바로 오른팔을 스스로 떼어 버렸다.

“무슨 독인가?”

“실혼독(失魂毒).”

실혼독은 사천당가에 있는 극독 중에 가장 강한 독이었다.

오로지 가주만이 쓸 수 있는 독.

만약 독마가 팔을 떼어 내지 않았다면, 아무리 독마라도 살기는 어려울 정도의 극독이었다.

그것을 지금 당정학은 마지막 순간에 던져 낸 것이다.

당정학의 암기술은 당연 무림제일 수준.

살짝 방심하던 독마의 팔을 맞출 정도는 되었다.

“너무 방심했군 그래. 클클.”

독마는 떼어 버린 팔이 시커멓게 변해 버린 것을 보면서 웃음을 흘렸다.

사천당가의 사람을 상대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끝났다 생각하고 방심해 버렸다.

그런 결과가 지금 이것이었다.

실력이 월등했음에도 오른팔을 잃었으니 말이다.

“돌아가야겠군.”

그렇게 독마가 본래 마교 행렬로 돌아갔다.

돌아온 독마가 팔이 하나 없어진 것을 보고 마교도들이 놀란 눈빛을 하였다.

그들은 독마가 얼마나 강한 무인인지를 알고 있으니 말이다.

“방심하셨군요.”

“나도 늙었나 보네.”

척한준은 독마가 방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의 기감에 독마를 위협할 만큼 엄청난 무인이 없었음에도, 이런 결과가 났으니 말이다.

“이번 무림행이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 *

“이제 다 왔군.”

“그러게, 말입니다.”

무림맹 행렬이 마교와 최후의 결전을 치를 전장에 도착했다.

주변에 방해물이 없는 넓디넓은 평야.

수적 우위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전장이었다.

“마교는 지금 어디라고 했지?”

“이제 나타날 겁니다.”

“그래도 모두가 미리 준비하고, 희생한 덕분에 꽤 피해를 주어서 다행이네.”

독과 암기를 이용한 공격에 이어 진법과 매복으로 마교에 꽤 피해를 주었다.

분명 기대 이상의 효과였다.

특히나 당정학의 희생으로 독마에게 상처를 낸 것은 정말로 예상치도 못한 큰 성과였다.

물론, 사천당가로서는 너무나 큰 희생이었지만 말이다.

“마교가 옵니다!”

마교가 온다는 소리.

물론, 이미 몇몇 인물들은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마교의 기운 때문에 미리 알고 있었다.

척- 척- 척- 척- 척-

흉흉한 기세를 숨기지 않고 나타나는 마교.

그들의 기세만 느끼더라도 지금 그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달아올라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좋아. 나쁘지 않군.’

지금까지는 팽중호의 생각대로 흘러왔다.

저들은 시야가 좁아졌으니,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이고, 그것은 무림맹에 호재로 작용할 터였다.

그들을 상대할 합격진을 준비해 두었으니 말이다.

저들이 무식하게 달려든다면 이 합격진의 먹이가 될 터였다.

스윽-

“안녕하십니까?”

그때 마교 측에서 하나의 인영이 앞으로 나와 입을 열었다.

넓디넓은 평야임에도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지금 앞에 나선 이의 내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 주었다.

“저는 천마 척한준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나선 이의 정체는 바로 척한준이었다.

이 평원에 모인 모든 사람의 시선이 척한준에게로 향했다.

“제가 이렇게 나선 것은 제안할 것이 하나 있어서입니다.”

제안할 것?

전쟁을 앞둔 이 상황에서 제안할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무엇인가?”

무림맹주인 장순학이 앞으로 나서서 물었다.

그가 무림맹을 대표하는 사람이인 말이다.

“전쟁을 나누어서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음?”

전쟁을 나누어서 한다니?

이게 무슨 소꿉장난도 아니고, 전쟁을 어떻게 나누어서 한단 말인가?

“모든 이가 피를 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말해 보게.”

“인원과 싸울 이들을 정해서 싸우자는 것입니다.”

척한준이 제안한 것.

그것은 바로 전쟁을 마치 대회를 하듯이 나누어서 진행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인원이 떼로 달려들어 싸우는 것이 아닌, 나누어서 싸우는 방식.

분명 이렇게 한다면, 그냥 전쟁하는 것보다는 피를 적게 볼 수는 있을 터였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되면 지금 마교를 분노케 한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었다.

‘그걸 알고 이런 걸 제안하는 거군.’

가만히 듣고 있던 팽중호는 속으로 마뇌와 척한준이 이것을 알고 이런 것을 제안한다는 것을 느꼈다.

‘거절하지 못할 제안이군.’

준비했던 계획이 다 뭉그러지지만, 그렇다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다.

확실히 지금 척한준의 제안대로 한다면 피를 적게 흘릴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꼭 승리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승산만 놓고 본다면, 분명 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더 높을 터였다.

“어쩌는 게 좋을 것 같나?”

장순학이 대답을 하기 전에 주변에 물었다.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수락하시죠.”

팽중호가 수락하자고 말을 하였다.

거절하기에는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위지철도 팽중호의 의견에 동의했다.

끄덕-

그리고 주변의 다른 이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전면전으로 붙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에게 자신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알겠네. 그럼.”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장순학의 알겠다고 말하며 조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에는 모든 시선이 장순학에게로 모였다.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를 듣기 위해 말이다.

“좋네. 마교의 제안을 수락하지.”

“하하. 감사합니다. 그럼 정확한 내용은 정해 보도록 하지요.”

마교 측 몇 명과 무림맹 측 몇 명의 인원이 중앙에서 만났다.

세부적인 내용을 정하기 위함이었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두 세력 모두 생각했던 것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내일부터 바로 시작하죠.”

싸움의 시작은 내일부터.

이 거대한 평원을 반으로 갈라 서로를 마주 본 채로 두 세력은 진영을 구축했다.

무림맹과 마교의 최후의 결전.

그것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생각과는 많이 다른 싸움이 되었군 그래.”

“뭐, 어차피 싸워서 서로를 쓰러트린다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이러면 준비했던 것이 소용이 없지 않겠나?”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아주 무용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효과가 줄었지만, 무용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피해를 보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피해를 주었다는 것과 희생자들의 희생정신으로 인해서 지금 무림맹의 사기가 굉장히 높아져 있었다.

“알겠네. 그럼 내일 나설 이들을 결정해 보세.”

당장 내일 나설 무인들의 선별을 하여야 했다.

나누어서 싸우지만, 이것은 일대일의 대결이 아니다.

수백이 무리를 지어서 싸우는 전쟁.

그러니 배분이 너무나 중요했다.

“저들이 어떻게 나올 것 같나?”

“아마 적당히 수준을 나누어서 나올 겁니다.”

팽중호가 아는 마교라면, 아마도 적절하게 고수들을 나누어서 나올 터였다.

그들은 이 전쟁의 승패만큼이나 즐거운 싸움을 원할 테니 말이다.

“그럼 우리도 나누어서 가야겠군.”

“그래도 첫 전투가 가지는 의미가 크니, 실력자들을 많이 포진해야 합니다.”

어떤 싸움이든 처음의 기세가 정말로 중요한 법이다.

그것은 마교도 알 터.

아마 첫 전투에는 마교도 그만큼 많은 공을 들일 터였다.

“누가 나가야 하겠는가?”

“위 소협이 제일 먼저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처음부터 말인가?”

“예. 상대도 아마 강한 무인을 앞세울 터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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