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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84화 (184/200)

184화 해 드릴 말이 딱히 없습니다.

팽중호는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무림맹은 지금은 때아닌 수련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살고 싶습니까? 그럼 강해져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물론입니다!”

팽중호의 말에 무림맹 무인들이 저마다 알아서 수련을 시작했다.

특히 이번 정마생사회를 지켜본 이들은 더욱더 열심이었다.

그들은 이번 정마생사회를 통해 깨달은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약한지 말이다.

지금 그들의 수준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흠. 아주 좋아.”

팽중호는 무림맹 무인들의 수련을 흡족한 모습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자발적으로 수련을 해 준다면 걱정이 없었다.

당장의 전력이 엄청나게 강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이 이 정마대전 후에 무림맹의 힘이 될 터였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어차피 지금의 정마대전은 팽중호 자신을 비롯한 몇 사람의 싸움이 될 테니 말이다.

‘지금은 후일도 보는 것이 맞지.’

정마대전이 끝나면 분명 무림은 큰 변화를 겪을 터다.

그때 무림맹이 힘이 없다면, 정말 큰 난세가 펼쳐질 터.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림맹의 힘은 강해져야만 했다.

무림맹이 건재해야, 하북팽가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소가주님.”

팽중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위지철이 팽중호에게 다가왔다.

무언가 할 말이 많은 듯한 표정의 위지철.

팽중호는 표정을 보고 대충 어떤 말을 할지 짐작이 갔다.

“저랑 대…….”

“대련을 해 달라고 오셨죠?”

“맞습니다.”

위지철이 찾아온 이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대련 때문이었다.

팽중호는 최근에 위지철이 깨달음을 얻어서 위로 올라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당연히 대련해 달라고 찾아올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이곳에서 팽중호만큼 대련하기 좋은 상대는 없으니 말이다.

“나도 대련을 부탁하려고 했는데.”

그때.

또 다른 인물이 다가왔다.

바로 장순학.

장순학 또한 지금 팽중호에게 대련을 요청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네요. 두 분이 대련을 하죠.”

위지철도 대련을 원하고, 장순학도 대련을 원한다.

그렇다면 둘이 하면 되지 않겠는가?

게다가 때마침 실력도 막상막하이니 말이다.

“제가 지켜보는 것으로 하고 하죠.”

“좋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성사된 위지철과 장순학의 대련.

두 사람 간의 대련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 두 사람은 왜 그동안 대련을 안 했지?’

진즉에 두 사람이 대련했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늦은 감이 있었다.

그랬다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실력 향상을 했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었다.

스윽-

스윽-

서로 마주 보고 선 두 사람.

두 사람의 대련으로 일순 연무장의 모든 수련이 멈추었다.

지금 수련보다 더욱 공부가 될 대련이 시작되려 했으니 말이다.

무림맹 서열 이 위와 사 위의 대련.

당연히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하십쇼!”

팽중호의 말과 동시에 위지철과 장순학이 서로를 바라보며 검을 꺼내어 들었다.

두 검객의 대결.

날카로운 기운이 이 주변을 완벽하게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까이 있었는데, 대련할 생각이 이리 없었다니, 그게 조금 놀랍군.”

“저도 놀랍습니다.”

서로가 검을 쓰는 검객임에도, 마치 서로를 애써 외면한 듯 대련할 일이 없었다.

심지어 무림맹에 함께 있던 시간이 꽤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지금 굉장히 흥미로웠다.

서로의 실력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예측하지 못하겠으니 말이다.

“가겠네.”

“예.”

먼저 움직인 쪽은 장순학.

무림의 배분대로라면 장순학이 선공을 양보하는 것이 맞겠지만, 사실상 지금 실력으로 따지면 위지철이 위.

장순학은 위지철이 자신보다 한 수 위임을 인정하고, 선공을 취한 것이었다.

캉- 카캉- 카카카캉- 캉- 캉-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공방이 오고 갔다.

정말 올곧고 장엄한 장순학의 검격.

그 일검, 일검에 담긴 힘은 정도 무학의 진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 검격을 받아 내는 위지철.

위지철은 조금의 물러섬도, 표정의 변화도 없이 장순학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는데, 확실히 그가 여유롭다는 것을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역시나 대단하군.”

“아닙니다. 저는 소가주님에 비하면…….”

“너무 겸양을 떠는 것도 좋은 건 아닐세.”

물론 팽중호에 비한다면, 위지철은 부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팽중호에 비했을 때.

팽중호만 아니라면, 위지철은 분명 지금 무림제일의 실력자였다.

그것도 젊디젊은 나이에 말이다.

“이제 제대로 해 보세.”

장순학의 검의 움직임과 기도가 바뀌었다.

천하삼십육검.

그것이 펼쳐 나오려는 것이었다.

슈와아아악-

무극검 한 자루는 손에, 그리고 네 자루는 위지철의 뒤에 나타났다.

무극만변신공.

천하삼십육검에 맞서 위지철도 진신 절학을 펼쳐 들었다.

쾅-!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소리가 주변에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이 모든 힘을 내고 있는 것이 아님에도 말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힘의 격돌.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이건 조금 위험할 수도 있네.”

“명심하겠습니다.”

장순학이 미리 위지철에게 경고를 해 주었다.

지금부터 펼쳐 낼 초식.

그것은 아무리 상대가 위지철이라도 조금 위험할 수 있었다.

생사경의 끝자락을 붙잡은 초식.

“천하정립(天下正立).”

장순학이 처음으로 돌아가, 그 마음가짐으로 만들어 낸 초식.

지켜보기에는 그저 너무나 단순한 베기.

하지만 이 초식 앞에 선 위지철에게는 달랐다.

‘그 어느 곳으로도 피할 곳은 없다.’

지금 위지철의 온 사방이 장순학의 검 아래 놓여 있었다.

어디로 움직인다 한들, 장순학의 검에 베일 터였다.

게다가 쉽게 막아 낼 수 있는 검도 아니었다.

천하삼십육검의 정수인 웅혼함과 압도적인 힘이 깃든 일검.

막아 내려 한다면, 아주 큰 출혈을 감수해야만 할 터였다.

‘그렇다면…….’

스윽-

위지철의 무극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사경의 끝을 붙잡은 것.

그것은 비단 장순학만은 아니었다.

‘태극혜검.’

위지철 또한 자신이 익힌 무공의 근간을 되짚어 보았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당연히 무당파의 태극혜검이 존재하였다.

위지철이 그 어떤 무공보다 오래도록 익혀 온 무공.

그리고 위지철의 모든 것을 만들어 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무공.

‘태극혜검을 다시 보았을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위지철 또한 팽중호처럼 너무나 빠르게 강해졌다.

그렇기에 그도 당연히 놓치고 간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팽중호의 작은 언질에 그것을 깨달았기에, 위지철은 곧바로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그 되돌아봄의 끝에 있던 것은 태극혜검.

태극혜검에 대해 궁구한 위지철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태극에서 나와 태극으로 돌아간다.’

모든 것을 포용하며, 모든 것의 끝에 있는 것.

그렇기에 무극만변신공의 끝에도 결국 태극이 있었다.

“태극(太極).”

위지철의 주변을 압박하던 장순학의 힘이 갑자기 빨려 들어가듯 위지철에게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

그리고 장순학은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떴다.

텅-

주변을 감싸던 모든 기운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위지철을 향해 나아가던 천하정립의 초식이 사라진 것이다.

“하하……. 하하하! 놀랍군. 놀라워!”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장순학이지만, 지금은 숨길 수가 없었다.

정말로 이런 것은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장순학은 지금 눈앞의 위지철이 정말로 너무나 놀랍고 또 놀라웠다.

“후우우……. 맹주님께서 사정을 두셨기에 가능했습니다.”

“아니지. 사정을 둔 것은 자네도 마찬가지 아닌가?”

분명 장순학은 대련이니만큼 사정을 두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지철도 마찬가지.

정말 서로를 죽이려고 작정했다면 결과가 이렇게까지 허망하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분명 자신의 천하정립은 파훼되었을 터였다.

짝짝짝짝-

“두 분 다 대단하십니다.”

둘의 대련을 지켜보던 팽중호가 박수를 치며 둘에게 다가왔다.

정말 절로 박수가 나오는 대련이었다.

‘둘 다 생사경의 끝자락을 잡다니.’

솔직히 둘 중 한 명만 잡아도, 아주 크나큰 복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그것을 해내었다.

곧 있을 마교와의 싸움에서 이것은 분명 아주 큰 힘이 되어 줄 터였다.

‘특히나 위 소협이 보여 준 것은…….’

방금 위지철이 보여 준 태극.

그것은 솔직히 팽중호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순간에 상대의 모든 공격을 무(無)로 돌려 버렸으니 말이다.

장순학의 천하정립도 생사경의 끝자락을 잡아서 만들어 낸 초식.

그런 초식을 완전히 무위로 돌려 버린다?

분명 무위롤 돌리는 힘에 한계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분명 예삿일은 아니었다.

‘괴물이다. 천재다. 했더니만, 끝을 모르고 나아가는군.’

위지철의 끝없는 성장.

팽중호는 이 정마대전이 끝나면, 위지철이 자신을 앞지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성장세를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니, 좋은 일이군.’

위지철이 강해지면 그만큼 하북팽가의 힘이 강해지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자신은 조금 편하게 놀고먹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터.

위지철의 강함이 자신의 편함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니, 속으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팽중호였다.

“두 분 다 이제는 제가 정말로 해 드릴 말이 딱히 없습니다. 지금부터는 각자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두 사람에게 해 줄 조언은 없었다.

생사경이란 경지는 팽중호에게도 전인미답의 경지.

지금부터는 정말로 각자 알아서 나아가야만 하였다.

“뭐, 그래도 막히는 것이 있으면 찾아오십쇼. 대련은 해 드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단, 하루에 한 분만 가능합니다.”

* * *

마교에서 무림맹으로 하나의 서신이 전해졌다.

서신에 쓰여 있는 이름은 팽중호.

‘보름 후. 무림맹으로 가겠습니다.’

이 짧은 내용을 보고, 팽중호는 누가 썼는지를 알 수 있었다.

천마 척한준.

그가 보낸 서신이었다.

“보름 후라…….”

짧다면 짧고, 길다면 조금 긴 시간.

하지만 분명 큰 전쟁 전에 무언가를 준비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아마 그것을 알기에 딱 보름 전에 이런 서신을 보낸 것일 터였다.

준비는 하되, 완벽한 준비는 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마뇌. 그녀가 생각한 시간이겠지.’

이런 시간 계산은 아마 마뇌가 했을 터였다.

팽중호가 기억하는 척한준이라면, 이런 서신 없이 그냥 곧바로 달려왔을 테니 말이다.

“준비를 하라고 시간을 주었으니, 준비를 하긴 해야지.”

마교에서 준비를 하라고 대놓고 일러 준 시간.

그러니 당연히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준비는 모두 해야 하지 않겠는가?

“회의를 소집해야겠어.”

팽중호가 곧바로 무림맹 회의를 소집했다.

각자 수련을 하느라 바쁘던 이들이 급하게 모두 대 회의장으로 모여들었다.

“보름. 우리의 마지막 싸움까지 남은 시간입니다.”

팽중호가 말을 하자, 순간 모인 이들의 눈빛이 결연하게 바뀌었다.

드디어 최후의 결전이 다가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쓸 수 있는 힘이 뭔지, 모두 꺼내서 이야기해 보려고 여러분들을 모두 이렇게 불렀습니다. 모두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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