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83화 (183/200)

183화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봤습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천지(天地).

파지지직- 퍼엉-!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팽중호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보이는 주변의 광경.

후두드드드득-

흙먼지만이 남고, 주변에 남아 있는 것 하나가 없었다.

정말로 화탄이라도 터진 듯 완벽하게 초토화되어 있는 주변.

지금 팽중호가 펼쳐 낸 초식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혼원벽력도의 아홉 초식 중, 중간 초식들을 합친 초식.

자신을 중심으로 온 천지 사방을 베는 초식이었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내공이 분출되기에, 마치 화탄이 터지는 듯한 폭발음이 터져 나오는 것이었다.

“만족스럽네.”

팽중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발걸음을 하북팽가로 옮겼다.

이 세 가지 초식이라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그렇다고 척한준과의 싸움에서 필승을 자신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괴물이었다.’

천마를 쓰러트리고 만난 척한준은 괴물 그 자체였다.

그때 몸이 온전한 상태였어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미 생사경에 올라 있던 것이다.

‘그는 내가 자신에게 부족하다는 걸 알고, 나를 그냥 보내 준 것이다.’

척한준은 자신이 몸 상태가 좋았었어도 아마 그날 그냥 보내 주었을 것이다.

척한준의 눈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더 강해져서 오라는 눈빛을 말이다.

‘지금 생각하니, 자존심이 상하네.’

어쩌면 적에게 동정을 받은 것이다.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말이다.

무인에게 이런 굴욕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하지만 굴욕을 받더라도, 자신은 살아야 했다.

무림을, 하북팽가를 지켜야 하니 말이다.

‘더 강해져서 후회하게 만들어 줘야지.’

더 강해져서 자신을 이렇게 보내 준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면 되었다.

아, 물론 후회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소가주님. 무림맹주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 *

무림맹주 정혼검신 장순학.

장순학은 이미 종남산에서 당했던 부상은 모두 다 나은 상태였다.

그는 이번 정마생사회에 자신이 참여하지 못했음을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젊은 무인들인 팽중호, 위지철, 곽채령에게만 너무나 큰 짐을 지운 것 같아서 그랬다.

그래서 그는 다시는 이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끔 하기 위해, 무림맹에 남아서 무공 수련에 온 힘을 쏟았다.

빠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올라가는 그의 실력.

하지만 장순학은 느꼈다.

‘이 정도로는 아무런 도움이 될 수 없다.’

지금 팽중호를 포함한 셋은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적도 마찬가지일 터.

이 정도 진전으로는 지금 자신은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장순학은 팽중호를 찾아온 것이었다.

“강해지고 싶다고 하셨습니까?”

“그렇네.”

“이미 방법은 아시지 않습니까?”

“조금 빨리 가고 싶어서 말이네.”

장순학은 이미 강해지는 길을 알고 있었다.

차근차근 정도(正道)로 가는 길을 말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장순학은 지금 빠르게 강해져야만 했다.

“맹주님. 급할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을 아십니까?”

“물론이네.”

“지금 맹주님에게 가장 어울리는 말입니다.”

“……그런가. 자네도 그랬나?”

“예. 저도 다시 한번 저를 되돌아봤습니다.”

“고맙네.”

장순학이 인사하고, 곧바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깨달음.

지금 그것이 그를 찾아오려 했기 때문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무림맹으로 돌아가는 마차.

그 안에서 장순학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돌아가야 한다…… 라.’

천하삼십육검.

그것을 다시금 돌아보기 시작했다.

맨 처음부터 하나, 하나 차근차근 말이다.

장순학이 처음 무공을 배운 그 시점부터 시작된 되짚음.

‘어쩌면 내게 필요한 것은 무공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아닐까?’

무공을 배웠던 그 시점부터 되짚던 장순학은 지금 자신이 놓치고 있던 것을 하나 깨달았다.

처음 무공을 배웠을 때의 그 마음가짐.

그것을 지금까지 잘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보니 아니었다.

‘첫 마음을 잊고 있었다.’

협의(俠義)에 대한 마음.

그리고 무공에 대한 순수함.

장순학이 처음 종남파에서 천하삼십육검을 사사받을 때는 이런 마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솔직히 그 마음이 많이 바래져 있었다.

‘다시 돌아간다.’

장순학은 그때의 그 마음을 되찾기로 하였다.

그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군.”

* * *

마교는 아직까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그들.

다들 그들이 지금 무림맹의 힘에 위축된 것이라고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지금 새로운 천마인 척한준의 아래로 힘을 응축하고 있는 것이었다.

“천비대가 새로운 마교를 이끌 것입니다.”

최상위 서열이 거의 다 사라진 지금.

마교를 이끌 새로운 무인들이 필요했고, 그들은 척한준이 이끄는 천비대가 맡게 되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말이 나올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것은 천비대의 실력 검증으로 아주 쉽게 정리가 되었다.

상위 서열들을 모두 꺾어 버렸으니 말이다.

“그리고 천비대의 새로운 대주는……. 도마께서 맡으실 겁니다.”

천비대는 대주의 자리가 공석이었다.

척한준이 그들의 주인이자 대주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 천비대는 마교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힘이 되었으니, 그들을 이끌 대주가 필요하였고, 그 자리에 지금 가장 걸맞은 사람은 바로 도마였다.

실력으로 지금 척한준 다음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저는 천천히 움직일 생각은 없습니다. 단번에 무림맹으로 진격할 것입니다.”

척한준은 지금처럼 천천히 진격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팽중호와의 싸움이 기대되어 견디기 힘들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단번에 움직여서 무림맹으로 진격할 생각이었다.

“다만, 무림맹에 시간은 주어야 하니……. 정확히 한 달 후. 그때 가겠습니다.”

척한준은 마뇌가 무림맹에 시간을 좀 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수용해서 한 달이라는 시간을 정했다.

척한준은 사실 열흘을 말하였지만, 마뇌가 한 달은 주어야 한다고 이야기하여서 늘린 것이었다.

“다들 그 시간 동안 모두 실력을 키워 두시길 바랍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마교에게도 힘을 키울 시간이 될 터였다.

“그럼 시간이 남으니……. 어르신, 오랜만에 대련 한번 어떠십니까?”

“클클. 늙은이를 죽일 생각인가?”

척한준의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노인.

얼굴의 주름을 보았을 때, 상당한 나이인 것처럼 보였지만, 머리카락과 수염은 칠흑과 같이 검게 빛나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독마께서 엄살이라니 어울리지 않습니다.”

“클클. 이제 예전의 소교주가 아니지 않은가?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고 말이야.”

노인의 정체는 바로 독마(毒魔).

전 마교 서열 육(六) 위의 절대 고수.

그는 최상위 서열들 중 유일하게 마교에 남아 있었는데, 하루 전에 이곳에 당도한 참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새로운 깨달음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클클.”

독마가 마교에 남아 있던 이유.

그것은 그가 폐관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마는 척한준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폐관에 들어간 후, 지금에야 폐관을 끝내고 나온 것이었다.

그리고 독마는 지금 검마조차 다다르지 못했던 경지에 발을 들여놓았다.

“나보다 도마 그 아이와 하는 게 어떤가?”

“저도 그러고 싶지만, 도마께서는 지금 깨달음에 들어가셔서 말입니다.”

“호오? 그래서 도통 안 보였군.”

도마는 지금 깨달음에 들어서 있었다.

천마와 팽중호의 생사결을 본 후로 한동안 멍하니 있던 그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고, 그대로 혼자만의 공간에서 깨달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하는 수밖에.”

“감사합니다.”

척한준과 독마의 대련이 성사되었다.

주변에 넓은 공터는 얼마든지 있었기에, 척한준과 독마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재빠르게 옮겼다.

두 사람이 대련을 시작하면, 주변에 남아나는 것이 없을 터이니 말이다.

특히나 독마의 무공은 더욱이 주변에 누군가 있다면 위험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 건가?”

“예. 어서 독마 님의 실력을 보고 싶으니 말입니다.”

“알았네.”

화아아아아아악-

독마의 몸에서 자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가득 메우는 자색 기운.

사아아아아아악-

그런데 이 자색 기운에 닿은 것들이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썩거나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귀독만살공(鬼毒萬殺功).

독마가 익힌 무공인 귀독만살공은 독기공의 정점에 있는 무공이었다.

독을 내공과 결합시키는 무공인 독기공.

독에 관해서는 이미 대종사의 경지에 다다른 자인 독마가 이 귀독만살신공을 생사경의 경지까지 끌어올렸으니, 그 위력은 이미 평범함은 벗어나 있었다.

“이거 숨쉬기가 힘이 들 정도입니다.”

“클클. 숨이 쉬기 힘든 정도라면, 나름 성공했군 그래.”

웬만한 무인이었다면, 지금 독마의 귀독만살공에 완전히 녹아 버렸을 것이다.

그런데 척한준은 그저 숨이 쉬기 힘들다 정도.

독마는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했다.

천마신공을 익힌 척한준에게 제대로 통하리라 생각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화르르르륵- 화륵- 화르르르륵-

그때 척한준의 등 뒤로 아홉 개의 천마강기로 이루어진 검이 나타났다.

천마구검(天魔九劍).

그것이 펼쳐진 것이다.

이 천마강기로 이루어진 검들의 모습이 변하더니 이내 완벽한 천마검의 형태를 하였다.

스릉-

그리고 척한준의 손에 들리는 진짜 천마검.

“저도 제대로 해 보겠습니다.”

척한준의 천마구검을 본 독마가 더욱 기운을 끌어올렸다.

더욱 진해진 귀독만살공.

“그럼 이 늙은이의 깨달음을 보여 주겠네.”

“기대하겠습니다.”

슈콰아아악-

“독귀탈혼굴(毒鬼奪魂窟).”

주변을 장악한 귀독만살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대한 구의 형태를 하고는 척한준과 독마를 감싸며 휘돌기 시작했다.

이 거대한 구의 안에서 느껴지는 지독한 독기.

이것이 바로 독마가 생사경에 다다라 만들어 낸 초식인 독귀탈혼굴이었다.

“흠. 퉤.”

이 독귀탈혼굴 안에 있는 척한준이 입에서 죽은 피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의 피부도 조금씩이지만 검게 변해 가기 시작했다.

조금 전 그저 숨만 조금 쉬기 힘들다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

“늙은이의 잔재주가 어떤가?”

“역시 대단하십니다.”

독마가 보여 준 지금 이 독귀탈혼굴의 독기라면, 척한준을 제외한 마교의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을 터였다.

아마 촌각이면 그대로 한 줌의 핏물이 되어 버릴 테니 말이다.

가공할 독기.

씨익-

이 가공할 독기 속에서 척한준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르륵-

그리고 주변에 떠 있던 천마구검과 손에 들린 천마검에서 동시에 천마강기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타오르는 천마강기와 함께 중독되어 가던 척한준의 피부가 본래의 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독기는 불에 약하다.

천마강기는 어쩌면 가장 순수한 불.

모든 독기를 태워 버리고 있었다.

스으으으윽-

그리고 천마구검과 척한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마십현(天魔十現).”

“!!!!”

독마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눈이 커질 대로 커져 있었다.

그의 눈에 보이는 총 열 명의 척한준 때문이었다.

척한준 열 명이 동시에 다른 초식을 펼치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습.

그것은 가히 공포스럽고 전율스러우며, 경외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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