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78화 (178/200)

178화 이기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지금 눈앞의 광경에 모두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분명 방금 장마가 위지철의 무극검 네 자루를 모두 쳐 내었다.

그런데 지금 장마의 양어깨에 무극검 두 자루가 깊게 박혀 있었다.

“저, 저건 도대체…….”

두 자루의 무극검이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단 말인가?

푸욱- 파캉- 푸욱- 파캉-

장마는 어깨에 있는 무극검을 손으로 뽑아 버렸다.

강기로 이루어진 검이기에 곧바로 사라지는 무극검.

장마는 한껏 가라앉은 눈으로 위지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두 자루가 더 있었구나.”

“맞습니다.”

장마가 쳐 낸 네 자루의 무극검.

하지만 무극검은 네 자루가 끝이 아니었다.

위지철의 손에 들려 있던 두 자루.

그것들 또한 위지철은 얼마든지 이기어검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 오래 싸움을 지속할 수가 없겠구나. 아까의 자신감을 가질 만한 실력이다.”

장마는 위지철을 인정했다.

그는 분명 금방 끝을 내겠다는 자신감을 가질 만한 자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해 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을 수는 없는 노릇.

장마는 단 일격을 위해 힘을 모두 끌어모았다.

싸움을 길게 끌 수 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드드드드드드드-

주변에 있던 돌과 흙덩이가 허공으로 떠오를 정도의 기운이 장마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이것에 맞서 위지철의 기운도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벽안으로 빛나기 시작하는 위지철의 두 눈.

장마에 의해 떠올랐던 돌과 흙덩이들이 다시금 땅으로 내려앉았다.

무뢰진천.

지금 그것이 위지철을 통해 펼쳐져 나온 것이다.

‘대단한 무인이구나.’

장마는 지금 자신을 짓누르는 압박에 놀랐다.

내공을 제대로 운용하기조차 힘들 정도의 압박.

이런 압박을 내뿜으면서도 지금 위지철은 도합 여섯 자루의 무극검을 운용하고 있다.

동시에 이렇게 여러 무공을 펼치는 것은 절대로 아무 무인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장마 자신만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무림은 역시나 넓고 넓구나.’

장마는 역시 무림이란 곳이 넓다는 것을 느꼈다.

기인이사가 모래알처럼 많은 곳.

그렇기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마교가 무림을 전부 정복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장마는 그것은 아마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자, 끝을 내자.”

“예.”

서로가 준비한 최후의 일격.

이 한 번으로 이 싸움은 끝이 날 터였다.

파아앙-

장마가 먼저 위지철에게 달려들었다.

거대한 기운만큼이나, 엄청난 파공음과 함께 달려드는 장마.

장마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 그 기운이 마치 성난 용과 같아 보였다.

- 탐월흑룡장(貪月黑龍掌). 흑룡식월(黑龍食月).

흑룡이 달을 집어삼켜 먹어 버리듯 위지철을 집어삼키려는 장마의 기운.

위지철의 사방을 모두 점하고 들어오는 공격은, 그야말로 경천동지가 어울렸다.

그 안에 위태롭게 서 있는 듯 보이는 위지철.

그렇게 완전히 먹혀 버리기 직전.

스윽-

위지철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양손에 있는 무극검과 허공에 떠 있는 무극검 네 자루가 한 번에 움직였다.

- 무극만변신공(無極萬變神功). 태극(太極).

순간 모든 것이 멈추었다.

그리고 위지철의 주변을 감싸던 장마의 모든 기운이 사라졌다.

그것을 만들어 낸 것은 총 여섯 자루의 무극검.

그 무극검들에 의해 장마의 모든 기운이 사라진 것이다.

지금 위지철이 펼친 태극이라는 초식.

위지철이 익힌 모든 무공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태극혜검을 담은 초식.

태극혜검의 정수인 이화접목이 담겨 있는 초식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장마의 기운을 모조리 흘려서 없애 버린 것이었다.

“끝이구나.”

장마는 자신의 패배를 받아들였다.

최후의 초식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졌으니 당연했다.

푸욱-

장마의 심장이 정확하게 꿰뚫렸다.

어느새 장마의 바로 앞에 도달한 위지철이 그녀를 꿰뚫은 것이다.

“어떠했느냐?”

“대단했습니다.”

“호호. 그래, 그것이면 되었다.”

마지막 대화와 함께 장마의 숨이 멈추었다.

그녀의 표정은 더없이 평온했는데, 마지막에 자신의 무공을 인정을 받았기에 그런 것이었다.

위지철이라는 훌륭한 상대에게 말이다.

“후.”

위지철은 긴 숨과 함께 연무장을 벗어났다.

위지철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장마의 숨을 거둔 이유.

그것은 그것이 그녀를 위한 길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어쭙잖은 동정은 바라지 않을 터였으니 말이다.

괜히 자신이 숨을 거두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녀는 더 큰 치욕이라 느끼며 평생을 자신을 저주했을 터였다.

“이제는 저도 이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팽중호는 연무장을 내려온 위지철에게 자신도 이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로 지금의 위지철이라면, 비무를 하였을 때 승리를 장담키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지금 위지철이 보여 준 것은 대단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팽중호가 위지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마교측에서 한 명이 팽중호를 향해 다가왔다.

“오랜만에 다시 뵙습니다.”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

팽중호는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면사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인.

바로 마뇌 여연홍이었다.

“예. 오랜만에 뵙습니다.”

확실히 하북팽가에서 본 이후로 처음 보는 것이니, 오랜만에 보는 것은 맞았다.

물론 이렇게 인사를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마뇌가 여기에 그냥 인사나 하자고 찾아왔을 리는 없을 터.

무언가 목적이 있으니 온 것일 터였다.

팽중호는 길게 이야기할 생각은 없었기에 곧바로 본론을 물은 것이었다.

“다음 비무. 도신께서 나오셨으면 합니다.”

“흠. 제가요?”

마뇌는 위지철이 아닌 팽중호가 다음 비무에 나와 달라 하였다.

갑자기 팽중호보고 비무에 나와 달라니?

누가 비무에 나설 것인지에 관해서는 서로가 간섭하지 않는 것이 규칙이다.

그런데 마뇌가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팽중호보고 다음 비무에 나오라고 한단 말인가?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팽중호는 일단 이유를 들어 보기로 하였다.

마뇌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저희 측에서 권마께서 나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음?!”

권마(拳魔).

마교십마 중 서열 오(五) 위 이내의 무인은 무림에도 그 명성이 퍼져 있다.

권마는 딱 서열 오 위의 무인으로, 그 강함이 검마와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강자였다.

사실상 오 위 이내의 무인 중 천마와 소천마를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실력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마뇌는 지금 권마가 나올 것이니, 위지철말고 팽중호가 나서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위지철을 배려한 것이다.

“위 소협이면 이길 겁니다.”

“아니요. 질 겁니다.”

위지철이 이길 것이라 말하는 팽중호의 말에 단호하게 질 것이라 말하는 마뇌.

팽중호가 그런 마뇌를 빤히 바라보았다.

지금 위지철의 실력을 보았을 텐데, 저렇게 단호하게 진다고 말한다?

“권마께는 이기어검이 모두 파훼될 겁니다.”

마뇌는 권마의 무공을 알고 있다.

권마의 무공은 지금 위지철이 펼치는 무공의 완벽한 상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만약 위지철이 나선다면, 위지철은 필패를 할 것이다.

지금은 그러면 안 되었다.

이번 생사회에서는 필히 마교가 참패를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걸 저희에게 알려 주십니까?”

“이번에 무림맹이 이기길 바라니까요.”

마뇌는 솔직하게 무림맹이 이기길 바란다고 말하였다.

여기서 거짓은 통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물론, 그것으로 얻으려는 다른 속내는 숨겼지만 말이다.

“뭐, 일단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일단 알았다고 말하였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하겠다는 결정은 보류할 생각이었다.

자신의 뜻 뿐만 아니라, 위지철의 뜻도 받아들여야 하니 말이다.

“잘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마뇌가 떠나가고, 일단 팽중호와 위지철들도 연무장을 벗어났다.

숙소로 돌아온 팽중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마교 측의 피해가 큰데, 왜 더 피해를 키우려고 할까?’

이미 마교 측은 수많은 절대 고수들을 잃었다.

이제는 사실 남은 이가 몇 없을 정도.

그런데 지금 마뇌는 더 피해를 키우려는 듯했다.

왜 이런 결정을 하는 것일까?

‘하나는 이것으로 마교도를 하나로 묶으려는 것일 터고……. 하나는 숨겨 둔 전력이 있다는 거겠지.’

팽중호가 생각한 바는 이 두 가지였다.

마교 측이 이번 정마생사회에서 패배함으로 경각심을 주어, 제멋대로 날뛰는 마교도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그리고 또 하나.

지금 마교는 정말 수많은 절대 고수들을 잃었다.

이렇게 많은 절대 고수가 사라진 마당에 계속해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싸우려는 것을 보면, 분명 숨겨 둔 전력이 있다는 것.

그래서 마뇌는 이번 패배로 그들을 자극해, 그들의 힘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것이 그녀의 목적일 터였다.

‘그저 싸움에 대한 욕구를 분출하려는 것만은 아니었군.’

처음에는 마교의 응축된 힘을 해소시켜 주기 위한 생사회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와서 지켜보니 그것만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 생사회는 마뇌의 치밀한 생각 아래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팽중호는 역시나 마뇌라는 여인은 쉽게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어찌 되었건 일단 이 생사회는 피해 없이 이기고 봐야 한다.’

마뇌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도, 이 정마생사회는 아무런 피해 없이 이겨야만 했다.

만약 여기서 누구라도 한 명 잃게 되면 무림맹의 힘의 근간이 흔들려 버리니 말이다.

위지철, 곽채령, 그리고 자신까지 지금 무림맹에는 전부 필요했다.

“소가주님. 접니다.”

그때 위지철이 팽중호를 찾아왔다.

내일 비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였다.

“들어오십시오.”

위지철이 들어오고, 팽중호는 곧바로 마주 보고 본론을 꺼내었다.

“위 소협. 내일 비무는 제가 나가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위지철이 쉽게 동의해 주자 조금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위지철이라면 자신 있다면서, 자신이 나가겠다고 할 줄 알았으니 말이다.

“소가주님이 그렇게 결정하셨다면, 그것이 맞는 길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위지철에게 이제 팽중호는 절대적이었다.

그가 검을 도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기에 팽중호의 결정에 아무런 의문을 달지 않고 수긍한 것이었다.

“내일 소가주님의 실력을 볼 수 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하하……. 무슨 기대까지야.”

위지철은 정말로 팽중호의 비무가 기대가 되었다.

사실상 이렇게 지켜보는 것은 꽤 오랜만에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자신과의 대련에는 상대를 베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고 임하는 팽중호다.

그런데 내일 비무는 상대를 베어야 이기는 생사결.

그 생사결에서 보여 줄 팽중호의 진짜 힘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채령이도 일어났으니,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후우. 멋지게 이기는 모습 보여 드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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