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화 대단한 구경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위지철은 자신의 숙소에서 홀로 조용히 명상에 들어섰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분명 완전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실전에서 쓴 무극검은 완전하지 않았다.
태극신검을 이용해 펼치는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자유자재로 검을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아주 큰 이점이었지만, 완전치 않기에 분명 강자와 싸우다 보면 큰 문제를 일으킬 터였다.
이대로는 써먹을 수 없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 위지철의 가장 큰 문제.
그것은 그조차도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그렇기에 위지철은 궁구하고 또 궁구했다.
스으으으으으-
위지철의 몸 주변에 기운이 휘돌기 시작했다.
물론 위지철은 느끼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점점 더 커지는 기운.
그 기운들은 위지철이 명상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위지철의 몸을 휘감아 돌았고, 이내 위지철의 눈이 떠졌을 때.
번쩍- 휘오오오오오오-
위지철의 안광과 동시에, 위지철의 몸으로 기운이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위지철.
무언가 명상을 하기 전과는 달라져 있는 그였다.
“잡았다.”
위지철은 지금 문제에 대해 실마리를 잡았다.
그렇기에 그 실마리를 완전히 풀어내기 위해 찾아갈 사람이 있었다.
“지금 대련이요?”
“예. 소가주님.”
위지철이 찾아간 사람은 바로 팽중호.
팽중호 말고는 지금 이 실마리를 풀어 줄 사람은 없었다.
“무언가 깨달으신 겁니까?”
“예.”
“어떤 것입니까?”
팽중호의 질문에 위지철이 입을 열었다.
“무극검. 이것에 태극신검을 담겠습니다.”
강기로 이루어진 검에 태극신검을 담겠다니?
일순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팽중호는 알아들었다.
“좋습니다. 가 보죠.”
무극검에 태극신검을 담는다는 말.
그것은 그저 형태를 태극신검으로 만든다는 것만이 아니었다.
태극신검이 가진 모든 것을 강기에 담는다는 것이었다.
슈와아아악-
뒤뜰에 선 두 사람.
거두절미하고 위지철은 곧바로 무극검을 펼쳐 내었다.
조금은 희미한 형태를 띠고 있는 무극검.
“후우.”
위지철은 그 상태에서 숨을 크게 내쉰 후에 무극검에 집중했다.
고오오오오오-
무극검에서 기운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범상치 않은 기운이 휘도는 무극검.
이내 기운이 완전히 무극검에 흡수가 되고, 무극검의 모습이 바뀌었다.
“태극신검이랑 똑같습니다.”
지금 팽중호의 눈에 보이는 위지철의 무극검은 완벽히 태극신검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었다.
전혀 저것이 강기로 만들어진 것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강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강기로 검이 만들어지면, 당연히 보통의 검과 다르게 기운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지금 위지철의 손에 들린 검은 조금도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완벽히 검과 똑같았다.
“하지만 이것도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하. 그럼 지금 완성해 보죠.”
스릉-
팽중호가 멸뢰진천도를 꺼내어 들었다.
무공은 역시 직접 부딪치면서 완성해야 한다.
“갑니다.”
위지철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움직이며 팽중호를 몰아붙이는 위지철.
카캉- 캉- 카카캉- 캉-
멸뢰진천도와 무극검이 부딪치는데, 마치 검과 도가 부딪치는 것과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말이지…….’
팽중호는 지금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만들어 낼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완벽한 형태의 태극신검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문제는 있었다.
‘형태를 유지하느라, 강기의 검이 가지는 이점은 하나도 못 살린다.’
강기의 검은 그 형태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에 있다.
그런데 지금 태극신검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것은 아예 살리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자.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팽중호는 지금 이 대련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지금 자신은 위지철에게 이 태극신검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주면 되었다.
그가 변화시키지 않고는 못 버티게끔 말이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벽력(霹靂).
천마에게 펼쳤던 벽력이 위지철을 향해서 펼쳐졌다.
물론 그때와는 위력이 다르지만, 그렇다고 쉽게 파훼할 수 있는 공격은 결코 아니었다.
“헙!”
위지철은 단번에 벽력의 힘을 알아보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절대로 안일하게 막아 낼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위지철은 곧바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콰앙-!
“흡!”
무극검으로 막아 내었는데, 그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뒤로 쭈욱 밀려나는 위지철.
위지철은 지금과 같이는 이 벽력을 막아 낼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다시 갑니다.”
“예!”
다시 온다는 팽중호의 말에 위지철이 결연한 눈빛으로 대답했다.
위지철도 느낀 것이다.
지금 팽중호가 자신을 위해 벽력을 펼친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을 막아 내면 위로 올라갈 수 있을 터였다.
콰아앙-!!
계속되는 팽중호의 벽력.
위지철은 쉽게 감을 잡지 못하고, 여전히 벽력에 계속 밀려나기 바빴다.
“다시.”
슈와아아아악-
위지철의 손에 또 다른 무극검이 나타났다.
두 자루의 무극검.
태극신검 두 자루가 있는 것과 같은 형태.
쾅-!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여전히 밀려나는 위지철의 신형.
위지철은 두 자루의 무극검으로도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면…….’
위지철의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팽중호는 드디어 위지철이 무극검을 변화할 것임을 느꼈다.
슈와아아아악-
슈와아아아악-
그런데 팽중호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위지철의 무극검이 변했다.
순식간에 위지철을 중심으로 두 자루의 무극검이 더 생겨났다.
총 네 자루의 무극검.
‘미치겠군. 이기어검으로 간단 말이지?’
무극검을 자유자재로 변화할 것을 생각했는데, 그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깨달음을 행해 나갔다.
이기어검을 보여 준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잠시간의 유지였을 뿐.
지금은 태극신검의 형태를 한 무극검이 완전한 형태로 위지철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수도 하나가 더 늘어 두 자루다.
한 자루를 움직이는 것과 두 자루를 움직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위지철은 지금 동시에 두 자루를 움직이려는 것이었다.
슈와아아아악-
슈와아아아악-
그런데 그때 위지철의 주변으로 두 자루의 검이 더 나타났다.
총 네 자루의 검이 이기어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양손에는 두 자루의 무극검이 들려 있다.
무극검으로 만들어 낸 총 여섯 자루의 태극신검.
“하하하! 하하하하!! 정말로 굉장합니다!”
지금 위지철의 모습에 팽중호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웃음과 감탄을 내뱉었다.
한두 자루도 아닌 무려 여섯 자루의 강기의 검이다.
게다가 그중 네 자루는 이기어검으로 조종하고 있다.
이건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특수한 무공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다시 부탁드립니다.”
“물론입니다. 당연히 다시 해 드려야죠.”
팽중호는 다시금 자세를 잡고 벽력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더 진심을 담을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진짜 시험이 될 테니 말이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벽력(霹靂).
다시금 펼쳐져 나온 벽력.
콰가가가가가각-
이번에는 위지철의 무극검들이 팽중호의 벽력을 막아 내었다.
아무리 힘을 다한 공격이 아니라고는 하여도 말이다.
“그럼 저도 움직여 보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이번에는 위지철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자루의 무극검이 팽중호의 사방을 감싸고, 정면에서는 위지철의 손에 들린 두 자루의 무극검이 쇄도해 왔다.
‘이런, 낭패를 보겠어 이러다가.’
팽중호는 위지철의 지금 이 공격들에 혀를 내둘렀다.
지금 이 대련을 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위지철은 강해지고 있었다.
이기어검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이제는 무극검마다 다른 묘리와 다른 무공을 담기까지 하였다.
무극만변신공(無極萬變神功).
이 이름에 점점 더 일치하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었다.
정말 끝없이 변하고 또 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후우. 이쯤하죠. 내일 비무를 하셔야 할 것 아닙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이루어진 대련이 끝이 났다.
더하고 싶어도, 내일 있을 비무 때문에라도 이쯤에서 끝을 내야 했다.
아무리 위지철이라도 지금처럼 이기어검을 계속해서 운용한다면 지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저도 대단한 구경을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위지철이 감사의 인사와 함께 돌아갔고, 혼자 남은 팽중호도 숙소로 돌아와 침상에 몸을 뉘였다.
‘정말 천고의 무공인데, 문제는 아무나 익힐 수 없다는 것이 아쉽군.’
침상에 몸을 뉘고 생각한 것.
그것은 위지철의 무극만변신공에 관한 것이었다.
팽중호가 보기에도 무극만변신공은 무림에 다시 없을 정도의 대단한 무공이다.
도저히 한 사람이 만들어 냈다고는 상상치도 못할 무공.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무나 익힐 수가 없는 무공이란 점이었다.
위지철 정도의 압도적인 재능이 아니라면 결코 익힐 수조차 없는 무공이었다.
그래서 후대에 전해지기 어려울 수가 있었다.
‘아! 아니지. 채령이랑 위 소협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겠어.’
생각해 보니, 두 사람 사이에서 나온 아이라면 재능은 분명 충분할 터.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 터였다.
“내가 뭘 이런 걸 걱정하고 있냐. 잠이나 자자.”
* * *
연무장 위에 선 위지철.
그리고 그의 앞에 서 있는 한 명의 중년 여인.
“나는 장마(掌魔)라고 한단다.”
마교 서열 십(十) 위 장마(掌魔).
마교십마 중 한 명이자, 유일한 여인인 그녀가 상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전 마교십마가 아닌 이들과는 확연히 다른 차원의 무인.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기세가 이미 달랐다.
“위지철이라 합니다.”
“호호. 느껴지는 기운이 어제와는 또 다르구나.”
장마는 한 번에 위지철이 어제와 달라졌음을 느꼈다.
“그럼 시작해 볼까?”
“먼저 죄송합니다.”
“뭐가?”
“무공을 충분히 보고 싶지만, 그러지는 못할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호호호. 대단한 자신감이구나.”
위지철의 지금 말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광오한 말로 들릴 수 있었다.
장마에게 무공을 충분히 보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비무를 끝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것도 보통 상대도 아닌 마교십마인 장마를 상대로 한 것이다.
“그만한 자신을 가져도 될지 한번 볼까?”
콰아아아아아아아-!!
장마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과연 마교 서열 십 위라고 할 만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신형이 위지철에게 쇄도했다.
일련의 준비 동작도 없이 달려든 그녀는, 순식간에 위지철의 바로 지근거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뻗어지는 그녀의 손바닥.
파아아아앙-
위지철이 순식간에 무극검을 만들어 내어 그녀의 장법을 막아 내었는데, 위지철의 주변에 있던 것들이 모조리 터져 나갔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위지철은 조금의 상처도, 흐트러짐도 없었다.
게다가 표정까지 너무나 평온했다.
마치 이런 공격은 예상했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
슈와아아아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네 자루의 무극검이 허공에 나타났다.
팡- 팡- 쾅- 쾅-
장마도 마교 서열 십 위의 절대 고수.
손쉽게 당해 주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몸을 틀어서 네 자루의 무극검을 모두 쳐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