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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72화 (172/200)

172화 평생 원망 들으며 살기 싫다.

천마(天魔) 척산주.

현 마교를 이끄는 자.

모든 마교도의 정점에 군림한 무인으로, 사실상 천하제일을 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자였다.

그만큼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절대 고수.

그가 지금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사람이 많군.”

“그만큼 이 생사회가 주목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천마의 뒤를 이어 내린 면사를 쓴 여인.

마뇌 여연홍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천마와 마뇌가 마차에 내려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뒤를 따르는 마교도들.

이들의 압도적인 기세에 길이 자연스레 열리기 시작했다.

침 삼키는 것조차 조심하는 사람들.

“우리 자리가 여기인가 보군.”

천마가 준비된 자리에 가장 먼저 착석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서 쭈욱 자리에 앉는 마교도들.

그저 자리에 앉은 것뿐인데, 벌써 주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저기 저자가 팽중호인가?”

“맞습니다.”

천마가 손으로 가리킨 곳에 있는 팽중호.

천마는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아니,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느껴지는 기운이 무림맹의 다른 이들과 차원이 달랐으니 말이다.

“오늘 어떻게 싸운다고 했지?”

천마가 팽중호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옆의 마뇌에게 오늘 생사회에 대한 방식을 물었다.

“승자가 계속해서 싸우는 방식입니다.”

정마생사회의 방식.

이것은 무림맹이 정한 방식을 따르기로 한 마교였다.

승자가 계속해서 싸우는 방식.

그리고 승자가 두 번을 이기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게 하였다.

이건 무림맹 무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방식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교는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어차피 싸울 수만 있으면 규칙은 어떻든 상관이 없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져 주는 것이 맞다.’

그리고 마뇌는 어차피 이미 팽중호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

팽중호는 지금 그를 포함한 가장 강한 무인 셋만 나서서 이 정마생사회를 참가할 생각일 터다.

그렇게 무림맹의 피해를 줄이고, 자신들의 전력을 깎아 먹을 생각.

마뇌는 이것을 알지만 당해 줄 생각이었다.

생사회에서 무림맹이 이김으로 그들의 사기가 오를 것이고, 마교는 대결에 짐으로써 무림맹을 인정할 것이다.

‘지금의 마교는 너무 오만하다.’

물론 마교는 오만함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을 제대로 움직이는 것에 큰 장애가 되고 있었다.

이렇게 제멋대로 움직여서는 무림맹에 각개격파를 당할 뿐이다.

이미 검마라는 큰 인물을 희생해서 균형은 맞추었으니, 제멋대로 움직여 의미 없는 희생을 늘려서는 안 되었다.

‘이번 희생으로 우리가 약해지겠지만, 그것이 소천마를 더 강하게 할 것이다.’

이번 생사회에서 패배한 마교의 전력은 이제 무림맹보다 약해질 터였다.

약해진 마교.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마교의 힘을 늘려 줄 터였다.

특히나 소천마의 힘을 더욱더 강하게 해 줄 것이다.

본래 위기 속에서 영웅이 탄생하는 법이니 말이다.

“승자가 계속 싸운다라……. 재미있겠군.”

마뇌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마는 지금의 이 생사회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정마생사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 * *

시작된 정마생사회.

주변이 들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무림에 다시 없을 구경이었으니 당연했다.

생사회의 진행은 무림맹 측이 맡아서 하였는데, 마교 측에서도 이미 수락한 일이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군.’

팽중호는 마교가 혹시나 이곳에서 무언가 움직임을 보일지도 모르니, 미리 준비를 단단히 해 두라 일렀다.

물론, 지금까지의 마교를 보면 그러지 않을 것 같지만, 지금은 전쟁 중.

무엇이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지금 천마의 옆에 앉아 있는 여인.

마뇌는 어떻게 움직일지 모를 사람이니 대비를 해서 나쁜 것은 없었다.

다행히도 지금 마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비무를 하실 분들은 나와 주십시오.”

원래라면 이런저런 식을 지낸 후에 진행되겠지만, 그런 것들은 마교의 요청으로 싹 다 없애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채령아. 다녀와.”

“네.”

무림맹 측에서 가장 처음 나가는 사람은 곽채령.

곽채령은 살짝 긴장한 듯했지만, 그래도 눈은 굳게 빛나고 있었다.

마교와의 싸움에 긴장은 했지만,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눈을 빛낼 수 있는 것이었다.

덥석-

앞으로 나서려는 곽채령을 잡는 하나의 손.

바로 위지철이었다.

“조심해.”

“물론이죠. 저 못 믿어요?”

“믿어.”

위지철은 작게 미소를 머금으며 믿는다고 말해 주었다.

걱정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곽채령을 믿고는 있었다.

그녀는 이런 곳에서 쓰러질 만큼 약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위지철은 미소를 지어 줄 수 있었다.

“멋지게 이기고 올게요.”

위지철의 미소에 곽채령은 긴장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지면 어떨까 하던 생각이 싹 사라지고,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채령아.”

“네.”

“혹시 질 것 같으면, 바로 항복해라. 알았지?”

“알겠어요.”

“정말이다. 괜히 객기 부리지 말고. 나 위 소협한테 평생 원망 들으며 살기 싫다.”

팽중호 나름의 응원과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한 말이었다.

물론 당연히 진심도 섞여 있었다.

생사회의 패배 조건은 죽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항복.

패배를 인정하고 항복하는 것도 있었다.

물론, 이 생사회에서의 항복은 무림인으로서의 생을 끝내는 항복.

다시는 무림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의 항복이었다.

‘그래도 죽는 것보다는 낫다.’

무림인이 아니라도 살아갈 길은 아주 많다.

물론 평생을 무림인으로 살아간 그녀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말이에요, 소가주님.”

“응?”

“저……. 절대로 안 질 거예요.”

“하핫! 그래. 그러면 문제없지.”

팽중호도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다.

곽채령이지지 않으면 아무 걱정할 것이 없었다.

‘내가 이긴다고 생각해 놓고, 항복할 생각을 하라고 하다니.’

애초에 이런 걱정을 할 것 같으면, 생사회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맞았다.

반드시 이길 것이라 생각했기에 생사회를 받아들인 것이다.

곽채령을 믿으면 되었다.

그녀는 분명 팽중호 자신이 인정한 무인이니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곽채령이 자신감 넘치는 걸음으로 연무장 중앙으로 향해 걸어갔고, 반대쪽에 있는 마교에서도 한 명의 무인이 걸어 나섰다.

곽채령과 비슷해 보이는 나이의 여인.

타오르듯 붉은 머리카락에 그와 같은 붉은 무복을 입은 그녀는 누가 보아도 강렬해 보였다.

“곽채령이라 해요.”

“신서린이라 합니다.”

홍염마(紅炎魔) 신서린.

마교 서열 이십(二十) 위의 절대 고수.

서열 십 위권 내에 있는 마교십마(魔敎十魔)들에 비하면 약할 수 있지만, 이십위 권 내의 마교도들도 차원이 다른 고수들이었다.

특히나 지금 이 전쟁 중 강해지는 것은 무림맹뿐만이 아니었다.

마교도들도 정말 무섭게 강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홍염마는 서열은 이십 위지만 이미 실력은 마교십마에 상당히 근접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자. 그럼……. 비무를 시작하십시오!”

비무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

하지만 두 여인은 서로를 가만히 바라볼 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첫 비무이니만큼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중인 것이었다.

‘쉽지는 않겠네.’

곽채령은 신서린이 쉬운 상대가 아님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곽채령은 질 것 같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았다.

아직 싸워 보기도 전인데 말이다.

탓-

이 정적을 먼저 깬 것은 신서린이었다.

신서린은 빠른 몸놀림으로 곽채령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에게까지 그 뜨거움이 전해질 정도였다.

극양(極陽)의 무공.

확실히 무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무공은 아니었다.

화르르르륵-

신서린이 곽채령의 지근거리에서 손을 뻗자, 불길이 그대로 곽채령을 휘감아 버렸다.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여 버린 곽채령.

이 모습에 구경꾼들은 이대로 곽채령이 불타 버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다들 눈을 치켜떴는데, 팽중호와 위지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평온한 얼굴로 연무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파지직- 팡-

뇌기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불길이 터져 나가며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곽채령의 모습.

그녀는 옷깃조차 그을리지 않은 상태로,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재미있다.’

목숨을 걸고 하는 비무가 무엇이 재미있겠냐고 할 수 있지만, 지금 곽채령은 이 상황이 너무나 즐거웠다.

서로가 서로의 힘을 겨루는 것이 말이다.

‘마교 체질인가?’

문득 곽채령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

어쩌면 자신이 마교도들과 같은 체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싸움에 완전히 미쳐 있는 체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 무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건 대결은, 무인이라면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것을 위해 무공을 익히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제가 가요!”

이번에는 곽채령이 먼저 움직였다.

파짓-

이미 청뢰지체(靑雷之體)가 된 곽채령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벼락.

움직임과 동시에 신서린의 면전에 도달해 있었다.

팡-! 팡-! 쾅-!

그리고 펼쳐지는 엄청난 위력의 태극청뢰신장.

시종일관 신서린을 밀어붙이는 곽채령.

신서린이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도저히 곽채령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지 못했다.

“하앗!”

신서린은 이대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기합과 함께 몸 안의 내공을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륵-

신서린의 몸에서 화탄과 같이 불길이 터져 나왔다.

사방을 휩싸는 엄청난 불길에 지켜보던 이들이 다 깜짝 놀랐다.

이런 불길이라면 바로 앞에 있던 곽채령은 무사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파지지지직-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청뢰와 함께 안에서 곽채령이 멀쩡히 나타났다.

아니, 완전히 멀쩡하지는 않았다.

옷 곳곳이 불에 그을려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곽채령이라도 완전히 이 공격을 흘려 낼 수는 없던 것이다.

“헛?”

하지만 옷만 조금 그을렸을 뿐, 다른 곳은 멀쩡했다.

이것은 분명 신서린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피해였으니 그녀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타탓-

놀란 것은 잠깐, 신서린은 곧바로 몸을 뒤로 날렸다.

그녀도 절대 고수.

당황했다고 가만히 당할 수준은 아니었다.

조금 전 공격 때문에 일순간이지만 단전이 비었기에 몸을 뒤로 날려 시간을 벌 생각이었다.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 신서린.

파직-

곽채령은 그런 신서린을 뒤쫓지 않았다.

그녀라면 충분히 신서린에게 따라붙을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서로 조금 떨어진 거리에 선 두 사람.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금 치열하게 싸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건 무슨 무공입니까?”

“음……. 제 무공을 탄지공으로 바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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