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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68화 (168/200)

168화 몸조리나 잘 하십쇼.

팽중호와의 대련에서 깨달음을 얻은 장순학의 검은 무서웠다.

서열에 든 마교도들이 그의 검에 맥을 못 추고 쓰러져 나갔으니 말이다.

파죽지세.

장순학의 앞을 막는 이가 없었다.

캉-!

그때.

장순학의 검이 처음으로 허공으로 튕겨져 올라갔다.

장순학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서 있는 한 명의 무인.

기다란 창을 들고 있는 자였다.

“당신이 제일 뛰어난 자 같소만.”

장순학에게 말을 걸어오는 창을 든 무인.

장순학은 그가 범상치 않은 고수임을 대번에 느꼈다.

“난 창마라고 하오.”

창을 들고 장순학을 막아선 무인의 정체는 창마(槍魔).

마교 서열 칠(七) 위.

그는 지금 반으로 나뉜 마교의 전력 중 검마 다음가는 고수였다.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리 장순학이 강해졌다고 해도 말이다.

“장순학.”

장순학은 검을 고쳐 쥐고 창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쉽지 않은 상대.

하지만 절대로 질 수 없는 상대였다.

‘내가 진다면……. 무림이 끝이다.’

자신이 죽는다면 종남파는 물론이고, 무림이 끝이 난다.

지금 뒤쪽에서 몸을 정비하고 있는 팽중호가 만약 이곳에서 죽는다면, 마교를 막을 힘이 없어진다.

팽중호는 무림의 미래이자, 무림 최후의 보루였으니 말이다.

“그럼 시작해 보겠소.”

처억-

창마의 창끝이 장순학을 향했다.

그저 그것만으로도 장순학은 몸이 꿰뚫리는 듯한 서늘함을 느꼈다.

슈와아아악-

그리고 그대로 창이 늘어나며, 장순학에게로 날아왔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오는 공격.

장순학은 급히 옆으로 몸을 틀었는데, 일직선으로 날아오던 창이 휘어지기 시작했다.

카카캉-!

촤아악-

결국 장순학은 검으로 창을 쳐 내었는데, 창에 담긴 엄청난 힘 때문에 몸이 쭈욱 뒤로 밀려났다.

가벼워 보이는 공격이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확실히 강하군.’

마교 서열 칠 위는 마교에서도 최상위의 서열.

직접 부딪혀 보니 더욱 그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후.”

짧게 숨을 내뱉은 장순학.

어설프게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상대.

후우우우우우웅-

거대하고 웅혼한 기운.

장순학의 몸에서 이 기운이 넘실넘실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두 눈에서 푸른 안광이 터져 나왔다.

번쩍-

푸른 안광과 함께 움직이는 장순학.

움직이는 그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태산과 같았다.

이곳은 종남산.

어쩌면 장순학에게 가장 익숙한 장소.

그렇기에 그는 지금 그가 가진 힘 이상을 내고 있었다.

카앙-! 카앙-! 카아앙-!

장순학의 일검, 일검이 강대한 힘을 머금고 있었다.

덕분에 창마가 연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대단하오.”

창마가 순수하게 감탄하였다.

창을 타고 전해져 오는 힘이 정말 발군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도저히 반격할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한 연격.

창마도 반격에 나서고 싶었지만, 이 틈을 찾지 못해 연신 뒤로 물러나고 있는 것이었다.

“하아압!”

이대로 물러나기만 할 수 없기에, 창마가 기합과 함께 억지로 창을 움직였다.

카아아앙-!!!

슈슈슈슈슈슈슈슉-

장순학의 검을 크게 밀어내고 그 틈을 향해 창마의 창이 찔러 들어왔다.

순식간에 장순학의 정면을 완전히 뒤덮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수의 창.

그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내었다고는 상상도 못 할만큼의 수였다.

“흡!”

이 공격은 피할 수 없음을 느낀 장순학은 짧은소리와 함께 검을 움직였다.

그의 검에서 터져 나오는 푸르른 강기.

그리고 그 강기가 크기를 더해 가더니, 그대로 창마의 창들을 향해 베어져 나갔다.

콰가가가가가각- 서걱-

힘 싸움을 벌이다가 장순학의 강기가 창마의 창들을 반으로 베어 내었다.

그리고 그대로 날아가 창마의 허리춤까지 베었다.

문제는 장순학도 완벽히 무사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었다.

푹- 푹-

장순학의 어깨와 다리에 창마의 공격이 닿은 것.

깊게 들어온 공격.

장순학의 몸에 피가 흥건해지기 시작했다.

“역시. 강하오.”

창마도 허리춤에서 피를 콸콸 흘리고 있었다.

두 사람 다 무시하기에는 생각보다 큰 상처를 입은 상태.

하지만 싸움을 멈출 수는 없었다.

이건 대련 같은 것이 아니니 말이다.

탓- 탓-

서로를 향해 재차 달려드는 두 사람.

싶은 상처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과 기세를 주춤거리게 하지는 못하였다.

여전히 엄청난 두 사람.

카카캉- 쾅-! 카카카카캉-! 콰앙-!

공전절후한 공방이 이어졌다.

서로의 몸에 상처를 더해 가는 공방.

두 사람의 옷이 피에 완전히 절여지고 있었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공방.

하지만 이 공방의 추가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종남의 검은 나아감에 그 끝이 없다.”

무언가 마음을 굳힌 것일까?

장순학은 말과 함께 검을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팽팽한 공방에서 자칫 악수로 작용할 수 있는 움직임.

푹- 촤아악-

아니나 다를까.

장순학은 또다시 어깨에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검을 쥐고 있는 어깨에 작렬한 공격.

이대로라면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가능할까 싶었지만, 장순학은 마치 고통을 잊은 듯 계속해서 검을 움직였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무궁(天下無窮).

장순학의 검에서 펼쳐진 것은 천하무궁의 초식.

콰가가가가각- 서걱-

장순학의 이 초식을 막아 내던 창마의 창이 갑자기 반으로 잘려 나갔다.

현경의 경지에 이른 창마의 창이 반으로 잘리다니?

평소라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 그랬던 것이군.”

창마는 자신의 창이 반으로 잘린 이유를 순간 깨달았다.

지금까지 장순학의 검과 계속해서 부딪쳤던 자신의 창.

그 부딪침 때마다, 장순학은 자신의 창의 창대 가운데 부분만을 계속해서 때린 것이다.

장순학도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다.

그런 무인의 검을 계속해서 한 곳으로 막았으니, 당연히 창이 반으로 잘릴 만하였다.

“종남의 검은 천하를 담고 있으니, 이것을 막을 이는 그 어디에도 없도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무적(天下無敵).

“좋은 작전이었소. 그리고 아주 훌륭한 검이었소. 과연 종남이오.”

서걱- 털썩-

마지막 말과 함께 창마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장순학의 승리.

그런데 이 승리에도 장순학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흐음…….”

장순학은 자신의 왼쪽 눈 쪽을 가만히 만져 보았다.

피가 흥건하고, 눈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어 있었다.

마지막에 창마의 창이 장순학의 눈을 꿰뚫은 것이었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아마 머리가 꿰뚫렸을 터였다.

“교대하죠.”

장순학은 일단 몸에 난 상처들을 지혈하며 다시 몸을 움직이려 하였는데, 그의 옆에서 팽중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순학이 창마를 막는 사이에 대충 몸을 추스른 것이었다.

“자네 덕분에 내가 이겼네.”

“잘하셨습니다.”

“이대로 잠시만 있겠네.”

“예. 여기서 지켜보고 계십쇼.”

팽중호가 전장에 합류했다.

몸이 완전히 정상이 아니지만, 검마와 창마 두 사람이 사라진 지금, 팽중호를 막아설 마교도는 없었다.

수는 많은 마교도였지만, 상위 서열의 마교도가 없었으니 말이다.

빠르게 정리되는 전장.

마교도들이 거의 다 정리가 되었다.

“끝났습니다.”

“이겼다!”

결국 무림맹의 승리로 전쟁이 끝이 났다.

하지만 이전보다는 확실히 수가 적어져 있었다.

조를 짜서 상대했음에도 피해가 큰 것이었다.

게다가 살아남은 무인들도 다들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한 상태.

어쩌면 상처뿐인 승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도 승리는 승리다.’

승리란 것은 사기에 분명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 싸움으로 잃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마교의 최상위 서열인 검마와 창마를 쓰러트렸으니 말이다.

이것만으로도 마교의 전력을 상당히 줄였다고 봐도 무방했다.

“의원들을 불러!”

* * *

섬서성 종남산에서 이루어진 마교와의 전쟁.

결국 무림맹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것이 무림에 퍼지며 무림맹의 사기가 고조되었는데, 정작 무림맹 내부는 썩 밝지만은 않았다.

왜냐하면 다치거나 죽은 고수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중 가장 큰 문제.

그것은 무림맹주인 장순학의 부상이었다.

온몸에 가득한 깊은 상처와 왼쪽 눈의 소실.

무림맹 최고 전력 중 하나이자 무림맹주인 그가 너무 큰 부상을 당한 것이다.

“미안하네.”

“뭐가 미안하십니까? 몸조리나 잘 하십쇼.”

침상에 가만히 앉아서 운기를 하고 있던 장순학.

그는 자신을 찾아온 팽중호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였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이런 꼴로 있으니 말이다.

“마교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으니, 그동안이면 털고 일어나실 수 있을 겁니다.”

남은 마교의 본대는 사천성에서부터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무림맹이 준비할 시간은 충분한 상황이었다.

장순학의 몸도 그동안이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을 터였다.

다만, 왼쪽 눈이 문제였다.

몸은 회복해도 이미 사라진 눈은 회복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안대가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하하. 그런가?”

무인에게 눈은 아주 중요했다.

시야적인 문제는 찰나의 간극이 생사를 가르는 싸움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눈 한쪽을 잃었으니, 분명 장순학의 마음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팽중호는 일부러 장난기가 조금 섞인 말로, 눈에 대해 말을 꺼낸 것이었다.

“위 소협이 이겨 냈듯, 맹주님도 이겨 내실 겁니다.”

“당연하네. 이 정도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위지철도 오른쪽 어깨를 다친 후, 좌수검으로 훌륭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니 장순학도 분명 이겨 낼 수 있을 터였다.

스윽-

“이것 좀 읽으면서 지내십쇼.”

팽중호가 장순학에게 책 한 권을 건네었다.

서책을 받아든 장순학은 가만히 책을 바라보았다.

“초감공(超感功)……. 자네가 익힌 그것인가?”

“맞습니다.”

팽중호가 장순학에게 건넨 책.

그것은 바로 초감공이었다.

초감각을 익힐 수 있게 해 주는 무공서.

팽중호는 이 초감공이 지금 장순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 판단했다.

시야가 좁아진 만큼 뛰어난 감각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고맙네.”

“더 일하라고 하는 거니,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네. 더 열심히 일해 보겠네.”

팽중호는 그렇게 장순학에게 초감공을 건네어 준 후에 밖으로 빠져나왔다.

아직 만나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 소협. 접니다.”

“아, 들어오십시오.”

팽중호가 찾아간 이는 바로 위지철이었다.

홀로 수련을 하고 있던 위지철은 팽중호가 찾아오자 흔쾌히 문을 열어 주었다.

현경에 다다른 위지철이 몸에 땀을 가득 흘린 상태로 팽중호를 맞이했다.

“무얼 하고 계셨습니까?”

“이쪽 팔을 움직여 보고 있었습니다.”

위지철은 지금 다친 후로 쓰지 않았던 오른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팔은 완전하게 나았건만, 여전히 오른팔로 검을 휘두르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도저히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두려우십니까?”

“하하……. 그런 것 같습니다.”

위지철의 팔이 움직이지 않는 이유.

그것은 바로 위지철의 생각 때문이었다.

위지철은 지금 오른팔을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제가 이번에 검마랑 싸웠다는 이야기는 들으셨죠?”

“예. 들었습니다.”

“오늘 그때 검마에게서 보았던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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