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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66화 (166/200)

166화 제가 꺾어 드리겠습니다.

섬서성에 도착한 마교.

그리고 그들을 가장 앞에서 이끄는 자.

검마(劍魔).

그의 압도적인 무력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화산파의 장문인이라 했나? 나쁘지는 않군 그래.”

화산파 장문인 구홍문이 단 세 합 만에 가슴을 꿰뚫렸다.

화산파의 그 누구도 그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고, 노도와 같은 마교도들의 공격에 화산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리고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이 멈추지 않고 곧바로 달려간 종남파도 화산파와 같은 운명을 맞이했다.

“시시합니다.”

“그래 역시 그가 아니라면, 시시하군 그래.”

마교도들 사이에서 불평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그들은 아주 재미있는 싸움을 기대하고 왔는데, 이곳 섬서성에서의 싸움은 생각보다 시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을 충족시켜 줄 만한 고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검마는 더욱 팽중호가 생각이 났다.

그라면 자신을 만족시켜 줄 테니 말이다.

“그보다 마뇌가 뭐라고 했었지?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었나?”

“예. 그러면 무림맹이 알아서 찾아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쓸 만한 자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는데.”

“마뇌께서는 팽중호가 올 것이라 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기다릴 만하지.”

마뇌가 그렇게 계획했다면 그렇게 될 것이다.

분명 이곳으로 팽중호가 나타날 터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있을 지루한 기다림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사천에 있는 천마께서는 어떻게 움직이신다고 했지?”

“사천성부터 밑으로 천천히 움직이시면서 유람을 즐기신다고 했습니다.”

“하하하. 그래, 오랜만에 나오셨으니 천천히 즐기실 만도 하지.”

유람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그저 유람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그저 유람처럼 유유자적한 걸음을 뜻하는 것일 뿐.

그가 움직이는 길에 있는 모든 곳을 정복하며 움직일 것이다.

“그럼 우리는 여기서 우리끼리 몸이나 풀면서 기다려 보자고.”

“예.”

* * *

무림맹은 지금 바쁘게 움직였다.

섬서성으로 보낼 무인들을 선발하기 위해서였다.

마교가 섬서성을 점령한 후에 그곳에서 움직이지 않기에, 그곳으로 무인들을 보내어 다시금 그곳을 수복하려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나도 무조건 가야겠네.”

장순학이 강력하게 의견을 내었다.

종남파가 지금 불에 탔으니 어찌 그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물론입니다.”

팽중호는 장순학을 말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말리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 말이다.

“다만, 마교의 절반이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니, 위 소협은 여기에 계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섬서성에 무림맹의 모든 전력이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무림맹에는 위지철과 곽채령을 남기기로 하였다.

그래야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출발하죠.”

섬서성으로 떠날 무인들이 추려졌다.

당연히 마교를 상대해야 하니 모두 정예 중의 정예로 뽑았다.

팽중호를 필두로 한 무림맹 행렬이 출발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빠른 움직임을 요하는 것이기에, 전원이 말을 타고 이동했다.

쉬지 않고 달리고 달려 빠르게 하북성을 벗어나 섬서성을 향해 달리는 행렬.

중간중간 말을 바꾸면서 달려서 그런지, 정말 빠르게 섬서성 목전까지 도달하였다.

“일단은 여기서 쉬고 움직이죠.”

“……그러세.”

장순학은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지만, 몸을 좀 쉴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들 꽤 지친 상태였으니 말이다.

쉬지 않고 며칠을 계속해서 달렸으니 당연했다.

“맹주님. 잠깐 밖을 돌다 오시겠습니까?”

“그러세.”

팽중호와 장순학은 지금 무림맹 무인들이 쉬고 있는 곳을 조금 벗어났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한적한 공터.

“걱정되는 것이 있으십니까?”

팽중호가 이곳으로 장순학을 데리고 온 이유.

그것은 그의 얼굴에서 느껴진 깊은 걱정 때문이었다.

물론 당연히 종남파가 그리되었으니 걱정이 될 만하였지만, 그것 말고도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내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장순학이 걱정하는 것.

그것은 지금 자신의 경지에 대한 것이었다.

마교의 무인에 비해서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에 대해서 말이다.

“마교 서열 십 위권 중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마교 서열 십 위권 중반 정도의 실력.

대단한 실력이지만, 결코 만족스러운 실력은 아니었다.

무림맹 서열 사 위인 장순학이 마교 서열 십 위권 중반이라니.

마교와 무림맹의 격차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럼 위 소협은 어느 정도인가?”

“마교 서열 십 위 이상입니다.”

지금의 위지철이라면, 교마나 철마를 이길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차이가 꽤 나는군.”

“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지금 장순학과 위지철은 차이가 꽤 난다고 봐도 무방했다.

같은 현경의 경지이지만 말이다.

“내가 더 강해질 수 있나?”

장순학은 솔직하게 물었다.

자신이 더 강해질 수 있냐고 말이다.

장순학은 더 강해지고 싶었다.

‘내가 더 강해져야만 한다.’

강해져야 자신의 손으로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

종남파든 무림이든 말이다.

언제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팽중호에게만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물론입니다.”

스릉-

팽중호가 대답과 함께 멸뢰진천도를 꺼내어 들었다.

“맹주님이랑은 오랜만에 대련을 해 보는 것 같습니다.”

팽중호가 멸뢰진천도를 꺼내어든 이유.

그것은 장순학과의 대련을 위해서였다.

장순학이 강해지는 방법.

그것은 직접 부딪치면서 알려 주는 것이 가장 빠르니 말이다.

스릉-

장순학도 검을 꺼내어 들었다.

곧바로 주변에 두 사람의 기운이 가득 찼다.

“가진 모든 것을 보여 주십시오.”

“알겠네.”

후우우우우우웅-

장순학의 몸에서 웅혼하며 거대한 기운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펼쳐지는 천하삼십육검.

종남파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천하삼십육검을 현경의 경지까지 정통한 장순학의 일검은 대단한 위용을 보여 주었다.

“저도 제대로 가겠습니다.”

키이이이이잉-

쿠구구구구구궁-

멸뢰진천도가 울음을 터트리고, 주변이 거대한 힘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무뢰진천.

그것이 지금 펼쳐진 것이다.

“흡!”

장순학은 처음 겪는 무뢰진천의 압박.

하지만 그도 현경을 넘어선 무인.

이 엄청난 압박을 견뎌 내며 계속해서 팽중호에게 쇄도했다.

콰앙-!

결국 맞닿은 팽중호의 멸뢰진천도와 장순학의 검.

엄청난 굉음이 터지며 사방으로 기파가 비산했다.

“일검, 일검에 담긴 힘은 충분하십니다.”

팽중호는 장순학의 검격이 가진 힘은 확실히 인정했다.

막아 낼 때마다 멸뢰진천도를 타고 전해져 오는 힘이 대단했으니 말이다.

“다만, 너무 형태에 집착하시는 것 같습니다.”

장순학은 천하삼십육검이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무공이라 생각했기에, 그 형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사실 틀린 말은 전혀 아니었다.

천하삼십육검은 분명 바꿀 필요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무공이었다.

하지만 무공을 펼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필요는 있었다.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르니 말이다.

장순학은 지금 그것을 간과하고, 몸까지 억지로 무공에 맞추려 하다 보니 무공이 조금씩 엇나가고 있었다.

“그런가……. 하핫.”

팽중호의 말에 장순학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사실 장순학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팽중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크게 다가왔다.

“강해질 방법을 아시면서 하지 않으시는 이유가 뭡니까?”

“나이가 드니 고집이 생기는 것 같네.”

“그 고집. 제가 꺾어 드리겠습니다.”

“좋네.”

팽중호와 장순학의 대련이 계속되었다.

계속되는 대련을 하며 장순학의 검이 점점 자유롭게 변하기 시작했다.

쉽게 바꾸기 힘든 것이지만, 장순학도 보통 무인은 아니었다.

쾅- 쾅-! 쾅- 콰앙-!

훨씬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장순학의 검은, 팽중호를 거침없이 압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조금은 남아 있는 딱딱한 움직임.

카아앙-!

팽중호는 그럴 때마다 엄청난 도격으로 장순학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이것을 고치지 않으면, 죽는다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이었다.

“자자, 맹주님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더 노력하셔야 합니다.”

“알고 있네. 하압!”

기합과 함께 재차 펼쳐져 나오는 천하삼십육검.

그런데 지금의 공격은 조금 전과 달랐다.

쿠웅-

일순 주변을 점령하는 장순학의 거대한 기운.

팽중호의 무뢰진천마저 밀어낼 정도였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무적(天下無敵).

일전에 마교도를 베어 내었던 그 초식.

천하삼십육검의 최후의 절초.

그것이 지금 팽중호를 향해 뻗어 나왔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단세(無雷斷世).

팽중호도 이 공격 마주 공격을 내뻗었다.

콰아아아앙-!

화탄 수십 개가 동시에 터진 듯한 충격이 주변을 휩쓸었다.

두 사람 모두 전력을 다한 공격이 아님에도 이 정도의 힘.

확실히 인간이라는 범주를 살짝 벗어난 자들이었다.

“지금이면, 위 소협이랑 비슷하실 것 같습니다.”

“그런가? 내가 고집만 꺾었으면 이리도 쉬운 것을…….”

“하지만 그 고집이 지금까지의 맹주님을 만들어 주지 않았습니까?”

장순학이 지금처럼 강해진 것.

그것은 종남의 무공이 최고라 생각하는 그의 고집이 이루어 낸 성과였다.

결코 고집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다만, 굽힐 때가 있음을 알고, 그때는 굽힐 줄 알아야 한다는 것만 알면 되었다.

장순학은 그런 면에서 지금 고집을 굽힐 때를 잘 맞추었다.

“이만 돌아가시죠. 저희도 좀 쉬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 우리도 쉬어야지.”

팽중호와 장순학은 무림맹 무인들이 쉬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하루의 휴식 후 무림맹 행렬이 도착한 곳은 종남산.

지금 마교도들이 종남파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에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올라가죠.”

팽중호가 가장 앞장 서서 종남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매복에 주의하며 올랐다.

마교도라면 매복을 하지는 않겠지만, 마뇌가 일을 꾸몄다면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종남파 앞에 도착해서는 무림맹 행렬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 저 안에서 느껴지는 거대한 투기를 느낀 탓이었다.

“살벌하게들 계시네.”

활짝 열려있는 종남파의 문 안으로 들어선 무림맹 행렬.

그리고 그 앞에는 수많은 마교도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군 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마교도들 중 가장 앞서서 팽중호를 맞이하는 중년인.

바로 검마였다.

검마는 팽중호를 보고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미소였다.

“썩 만나 뵙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렇게 뵈니 감회가 새롭기는 합니다.”

“하하하. 나는 자네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네.”

조금은 정답게 말을 하는 듯한 두 사람이었지만, 실상은 지금 서로의 실력을 가늠해 보는 중이었다.

둘 정도의 실력이라면, 느껴지는 기운으로 상대의 강함을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두 사람이 동시에 도달한 결론.

‘쉽지 않다.’

서로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였다.

물론, 기운만으로 완벽히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라져 있었다.

그때는 검마가 팽중호에게 십 할 승리를 장담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검마도 도저히 팽중호를 상대로 이길 것이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 자네를 살려 두고, 깨달음을 보여 준 것이 옳은 선택이었군.”

“그건 감사했습니다.”

“그럼 오늘 그 감사를 받을 수 있겠군.”

“확실히 보답해 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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