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당신들 쪽이 아니지.
사천당가는 기관 등에 있어서도 굉장한 면모를 보여 주는 곳이었다.
그들의 기술력은 단연 무림에서 손에 꼽을 정도인데, 그런 사천당가에서 특수하게 고안해 만든 마차이니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의자도 편하고, 떨림도 거의 없다.’
이 정도라면 정말 이동하는 침실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
잠을 아주 깊게 취할 수 있을 듯싶었다.
“그런데 당 소저께서는 불편하지 않으십니까?”
팽중호는 자신과 함께 탄 당조윤이 불편할까 걱정했다.
외간 남자와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편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안 그래도 지금 자세도 좀 불편해 보이고 말이다.
“아닙니다. 불편하지 않습니다.”
“흐음……. 자리를 바꿔 달라고…….”
“정말로 괜찮습니다! 저는, 저는……. 이대로가 좋습니다.”
“??”
이대로가 좋다니?
팽중호가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당조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깨달았다.
‘하아. 그런 거군.’
아마도 당조윤을 자신과 엮을 생각인 듯싶었다.
이제 몇 번 이런 일을 겪어 보니 감이란 게 왔다.
“그, 저는…….”
팽중호가 무어라 입을 열려고 할 때.
팽중호의 감각에 무수히 많은 기운들이 잡히기 시작했다.
생각 이상의 엄청난 숫자.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무슨……. 아! 알겠습니다.”
당조윤은 갑작스러운 팽중호의 말에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팽중호가 멸뢰진천도를 만지는 것을 보고 알아채었다.
이제 곧 급습이 시작된다는 것을 말이다.
휙- 휙- 휘이익-
당조윤이 작은 피를 꺼내어 세 번에 나누어 불었다.
적의 공격을 알리는 신호.
이 신호에 사천당가의 행렬이 일순간 멈추고, 순식간에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럼 움직여 보죠.”
“예.”
팽중호와 당조윤이 동시에 마차 밖으로 나왔다.
주변에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저마다 무기를 들고 습격에 대비하고 있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당정학과 당세홍이 서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경계를 하고 있을 때.
스스스스스스스스-
사천당가 행렬 주변의 수풀들이 떨리기 시작하더니, 수많은 인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들 제각각인 옷을 입은 이들.
하나의 소속은 아님을 알려주었다.
“마차들만 놓고 가면, 목숨은 살려 주지.”
습격자들 중 하나가 소리를 쳤다.
인원수를 믿고 떠드는 소리.
지금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모인 이들이었다.
‘사천당가의 물건 하나만 훔쳐도 대박이다.’
특히 사천당가의 물건들은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 나 만약 극독이나, 절대 암기, 혹은 제조법 같은 것을 취했을 때는 그야말로 인생역전이었다.
이들은 그것을 노리고 낭인부터 사도 문파, 그리고 상단 등에서 모인 이들이었다.
이렇게 다양하게 모였지만, 그들 눈에 담긴 탐욕이라는 감정은 같았다.
“아니지, 아니야. 목숨을 살려 주는 것은 당신들 쪽이 아니지.”
그때. 사천당가 행렬에서 한 명의 목소리가 주변에 퍼졌다.
주변에 있는 수많은 이들의 귀에 똑똑히 흘러 들어가는 목소리.
내공이 범상치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스윽- 탓-
사천당가의 마차 위에 선 하나의 인영.
바로 팽중호였다.
팽중호는 아주 여유가 넘치는 얼굴로 마차 위에 서 있었는데, 습격자들 중 누군가 그런 팽중호를 알아보았다.
“도신이다!!”
“뭐?!”
“도신이라고?!”
도신이라는 별호에 습격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도신 팽중호.
이 별호와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어마어마하다.
습격자들이 아무리 수가 많다지만, 이 이름 앞에서는 그 의미가 없을 수 있었다.
“이대로 그냥 돌아가시면, 그냥 보내 드리겠습니다. 다만, 만약 공격해 오시면 그때는 살려 드릴 수 없습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팽중호는 말과 함께 몸에서 기운을 내뿜었다.
주변을 짓누르는 팽중호의 거대한 기운.
일순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색이 변하였다.
‘이, 이것이 정녕 사람이 낼 수 있는 기운이란 말인가?’
지금 그들의 눈에 팽중호는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거대하고 압도적인 기운.
“나, 난 빠지겠소.”
“나, 나도!”
이 기운에 겁을 먹은 습격자들 중 일부가 부리나케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의 이탈로 더욱 어수선해진 습격자들.
하지만 더 이상의 이탈은 없었다.
팽중호가 너무나 두렵지만, 그 두려움 이상으로 지금 탐욕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일확천금(一攫千金).
이들은 지금 그것을 놓을 수 없는 것이었다.
“다 같이 공격해! 하나만 가져서 튀자고!”
“그래!”
“으아아아아!!!”
“우오오오!!”
습격자들은 이대로 있다가는 팽중호의 기운에 굴복당할 것 같아, 소리를 내지르며 일제히 달려들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원이 저마다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광경은 꽤 위협적이었다.
“모두 준비!”
“예!”
이 모습에 사천당가 무인들이 곧바로 싸울 준비를 하였다.
조금이지만 긴장된 표정이 역력한 사천당가 무인들이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단 하나만 저들에게 빼앗겨도 큰일이었으니 그랬다.
슈욱- 슉- 슉- 슉- 슉-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우선 암기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이 암기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습격자들.
하지만 그들의 엄청난 수에 별 티는 나지 않았다.
“쿠웨엑!”
“끄어억!”
그때 달려들던 습격자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지금 주변에 독이 하독된 것이다.
암기와 독에 쓰러지는 이들이 늘어나자 잠시 주춤했지만, 이내 그들은 쓰러진 이들의 시체를 밟고 계속해서 전진해 왔다.
“거의 다왔…….”
서걱-
그들이 사천당가의 마차 근처까지 도달했을 때.
근처에 다가온 이들의 목이 모두 한 번에 바닥에 떨어졌다.
“분명 기회는 줬습니다.”
그들의 목을 베어 낸 것은 팽중호였다.
이 일도에 거칠 것 없이 달려들던 습격자들도 다들 눈알을 굴리며 주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와 도망칠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달려들어!”
다시금 달려드는 습격자들.
팽중호는 그 모습에 고개를 저으며, 멸뢰진천도에 내공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키이이이이이잉-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곡세(無雷哭世).
“으아아아악!”
“크어어어억!!”
주변에 있던 습격자들이 칠공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져 나갔다.
그들의 수준으로 팽중호의 무뢰곡세를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음공의 가장 큰 장점은 그 범위가 넓다는 것.
주변의 습격자들이 정말 순식간에 낙엽처럼 쓰러져 나갔다.
가히 전율스러운 광경.
“으아아아아!! 괴물이다!!”
“도망쳐!!”
지금 습격자들의 눈에 보이는 팽중호는 그야말로 괴물 그 자체였다.
그제야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들은 건드려서는 안 될 상대를 건드린 것이다.
수많은 습격자들이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팽중호와 사천당가의 무인들은 굳이 그들을 따라가지는 않았다.
‘지금 쓸데없이 피를 볼 필요는 없다.’
이들이 마교도라면 달랐겠지만, 이들 대부분은 그저 낭인들이었다.
물론 사파의 무인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수준의 무인들.
지금 마교와의 정마대전에 앞서서 굳이 피를 많이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들을 이렇게 살려서 보내 놔야, 이야기가 퍼져서 이런 일을 벌이는 이들이 없을 터였다.
도신 팽중호가 지키고 있는 행렬이란 소문만으로도 충분했다.
“다들 주변을 정리하고, 다시 출발을 준비하라.”
남은 습격자들이 전부 도망쳐서 이제 주변에 남은 것이라고는, 쓰러진 습격자들의 시체뿐.
이를 본 당정학이 명령을 내렸고, 사천당가 무인들은 재빠르게 움직이며 능숙하게 주변을 정리했다.
“정말 고맙소. 역시 대단하오.”
“아닙니다.”
당정학이 팽중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팽중호 덕분에 조금의 피해도 없이 완벽하게 습격을 막아 내었다.
다친 사람 하나 없이 말이다.
이건 팽중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보다 마차가 참 편하지 않소?”
“예. 정말 좋은 마차입니다.”
“무림맹에 도착하면 선물로 드리겠소.”
“정말입니까?”
“물론이오. 하하.”
팽중호는 선물로 마차를 준다는 것을 거절치 않았다.
이것이 자신을 옥죄려는 것임을 알았지만, 거절하기에 저 마차는 너무 탐이 났다.
“가주님. 끝이 났습니다.”
“그래. 그럼 출발할 준비를 하라.”
“예.”
벌써 끝이 난 주변 정리.
아직 갈 길이 멀었기에 다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다시 출발하는 사천당가의 행렬.
팽중호는 여전히 당조윤과 함께 마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무림맹으로 향하는 내내 살짝 불편하면서도 묘한 기류가 마차 안을 떠돌아다녔다.
* * *
사천당가의 행렬이 무사히 무림맹에 도착했다.
이미 사천성의 다른 문파들의 행렬들이 도착한 상태이기에, 무림맹은 꽤 번잡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마교가 사천성에 당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다.
“마교가 사천성에 당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수가 반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지금 사천성에 나타난 마교의 전력이 처음 그들이 신강을 벗어났을 때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남은 절반은 어디에 있다는 것인가?
후다다다닥-
“그들이 섬서성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급하게 전해진 소식.
지금 마교의 무인들이 섬서성에 나타났다는 소식.
개방의 방도들이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정보가 끊겼다.
마교에서 모두 정리를 한 탓.
그리고 그사이에 마교는 병력을 둘로 나누어 움직인 것이다.
“화산과 종남에는 연락이 갔나?”
“예. 전했지만, 이미 그들이 코앞으로 들이닥친 상황인지라…….”
“큰일이군.”
섬서성의 문파들은 대피하지 않았다.
섬서성은 마교의 예상 경로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대로라면 마교 무인들과 부딪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섬서성에는 무인들이 얼마나 있나?”
“꽤 모여 있지만, 지금 마교의 무인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물론 섬서성에는 지금 화산과 종남의 무인들이 모여 있는 상황이었다.
그들은 그곳에 있다가 후에 움직일 계획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들만으로, 절반이지만 마교의 공세를 막아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두 물러나라고 하게.”
화산파와 종남파에 남아 있는 것들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그것이 어찌 무림 전체의 안녕과 목숨보다 소중하겠는가?
그렇기에 무림맹주인 장순학은 퇴각이라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후다다다다다닥-
그렇게 장순학이 결정을 내렸을 때.
또 다른 이가 다급한 걸음으로 나타났다.
그의 다급함과 표정만 봐도 좋은 소식이 아님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인가?”
“섬서성의 무인들이 모두 쓰러지고, 화산과 종남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고 합니다.”
“!!!”
지금 섬서성에 마교도들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섬서성의 무인들이 모두 쓰러졌다니?
“벌써 그리되었단 말인가!”
장순학이 그답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며 다그치듯이 소리쳤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 무림맹주이지만, 동시에 종남파의 장문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종남파에 불길이 솟아올랐다고 하니, 어찌 침착할 수 있겠는가?
“도저히 마교도들을 이끄는 자를 막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게 누구인가!”
“검마(劍魔)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