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화 능숙하게 갈고닦아야 한다.
가슴팍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천부중.
팽중호는 원래라면 천부중을 찌른 인영을 쫓아가야 하지만, 지금 천부중을 살리려면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손을 쓰지 않으면, 천부중은 곧바로 죽을 테니 말이다.
파지짓-
팽중호의 손에 뇌기가 튀어 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천부중의 혈도를 찌르기 시작했다.
툭- 툭- 툭- 툭- 툭- 툭-
그럴 때마다 천부중의 몸으로 흘러 들어가는 뇌기.
이 뇌기가 천부중의 혈도들을 자극해 그의 생명을 붙잡아 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의원에게 제대로 치료를 받아야만 하였다.
‘단 일격에 심장을 관통했다. 신의가 아니라면……. 살릴 수 없다.’
신의라 불리는 정도의 의원이 아니라면, 지금 천부중을 살리는 것은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웠다.
단 일격으로 깔끔하게 천부중의 심장을 꿰뚫은 공격.
현경의 경지에 거의 다다른 천부중을 일격에 꿰뚫은 것이다.
‘일단, 천 소협부터 옮기자.’
“먼저 움직이겠습니다.”
팽중호는 말을 마치고 천부중을 들고서 재빨리 내달렸다.
일단 목표는 개방이 있는 곳.
순식간에 공간을 좁히며 내달린 팽중호는 주변에 있던 개방 방도의 앞에 섰다.
지금 이 싸움을 지켜보기 위해 온 개방 방도였다.
“가장 가까운 신의가 어디 있습니까?”
“지금 종남파에 머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앗-
팽중호의 신형이 다시금 빠르게 움직였다.
종남파.
분명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먼 거리는 아니었다.
쉬지 않고 달린다면,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을 터였다.
‘다행이다. 그래도 가 본 적이 있는 곳이니.’
안내를 받으면서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가장 빠르게 달려야 할 때.
그래도 종남파는 가본 적이 있는 곳이니, 대충 위치만 알면 직선으로 달려갈 수 있었다.
파아아아앗-
가공할 속도로 팽중호는 종남파를 향해 달리고 또 달렸다.
* * *
“마뇌에게 일을 처리했다 이르거라.”
“예. 살마 님.”
천부중의 심장을 꿰뚫은 인물.
그는 바로 마교 서열 육(六) 위의 살마(殺魔)였다.
원래 모습 자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는데, 지금 마뇌의 부탁으로 이렇게 무림에 나온 것이었다.
‘팽중호와 가까운 인물 하나를 죽여 주십시오.’
마뇌의 부탁은 이것이었다.
팽중호가 아닌 그 주변 인물 하나를 죽여 달라.
아마도 이것으로 팽중호를 한 번 더 각성시키려는 듯싶었다.
“그리고 철마가 죽었다는 것도 전하도록.”
“예.”
살마는 철마가 팽중호에게 베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몸을 숨기고 있었지만, 몸이 가늘게 떨려 올 정도의 강함.
지금 냉정히 말을 하는 듯했지만, 사실 그는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팽중호에게로 달려들 뻔하였다.’
살마는 본분을 잊고, 팽중호에게 달려들 뻔하였다.
싸우고 싶어서 말이다.
그만큼 팽중호는 피를 끓게 만들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쉽군.”
이제 다시금 마교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돌아가기가 너무나 아쉬웠다.
피가 이미 끓어올랐으니 말이다.
“후……. 후일을 기다리는 수밖에.”
살마는 그래도 참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의 이 싸우고 싶은 감정을 참고 참아서 후에 분출하면 되었다.
뜸을 들이는 것.
지금 돌아가는 것은 후의 즐거움을 위해 뜸을 들이는 것이었다.
더욱 큰 즐거움을 얻기 위해.
스르륵-
살마의 신형이 마치 그림자에 녹아들 듯이 그대로 사라졌다.
* * *
무림에는 몇몇 신의들이 존재했다.
그중 지금 종남파에 머물고 있는 신의.
경천신의(驚天神醫) 송주학.
그는 하늘을 놀라게 할 정도의 의술을 선보이는 이로, 지금 종남파에는 오래전에 있었던 빚을 갚기 위해 들른 차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예. 그럼 후에 다시…….”
송주학이 인사를 하고 종남파를 떠나려고 할 때.
갑자기 그의 앞에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마치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처럼 나타난 하나의 인영.
“송 신의십니까?”
“어, 예. 맞습니다만.”
“이 사람을 좀 봐 주십시오.”
인영의 품에 있던 또 다른 사람.
송주학은 어찌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했다.
상태를 보니 매우 위독한 상태인 것은 알겠다.
하지만 아무나 치료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지금 이 자가 어떤 자인지 모르니 말이다.
“팽 대협 아니십니까?”
그때.
종남파의 무인이 인영의 정체, 그러니까 팽중호를 알아보았다.
그리고는 재빨리 송주학에게 팽중호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종남파의 은인이라는 것도 함께 말이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 곧바로 종남파 내에 있는 전각으로 향했다.
팽중호가 조심히 천부중을 침상 위에 내려놓았고, 송주학이 재빨리 진료를 시작했다.
“허어……. 흐음…….”
이리저리 살펴보던 송주학이 손을 떼었다.
“살릴 수 있습니까?”
팽중호가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지금 한 명, 한 명의 무인이 모두 소중하다.
특히 천부중은 아직 젊디젊은 무인.
앞날이 더 기대되는 자이니, 더더욱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가능…… 할 것 같습니다. 다만,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회령심혼삼이 필요합니다.”
회령심혼삼(回靈心魂蔘).
거창한 이름처럼 구하기 쉬운 삼은 아니었다.
다만, 그렇다고 아주 구하지 못할 물건은 또 아니었다.
특히나 이 섬서성에서는 간혹 발견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것이라면, 본 파에 있습니다.”
종남파 무인은 말과 함께 다른 무인에게 무어라 속삭였고, 잠시 뒤 또 다른 무인이 상자 하나를 들고 나타났다.
“여기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무인이 가져온 것인 바로 회령심혼삼.
그리 크지 않은 아주 작은 삼이었다.
송주학은 이것을 그 자리에서 잘게 으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봇짐에서 몇 가지 약재를 꺼내어 섞어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작은 단약.
스윽-
그리고 곧바로 천부중의 온몸에 침을 꽂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몸에 빽빽이 침이 꽂힌 천부중.
송주학은 천부중의 입을 살짝 열어 방금 만든 단약을 살짝 밀어 넣었다.
그리고 다시금 혈도들을 두드리고, 다시금 침을 이리저리 옮겨 꽂기 시작했다.
또르륵-
송주학의 얼굴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오랜 시간 계속 이 작업을 반복한 탓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는 일이기에 그랬다.
조금만 삐끗하여도 천부중의 목숨이 달아날 테니 말이다.
이 일은 아무리 송주학이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후우…….”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송주학이 입에서 긴 숨이 뱉어 나왔다.
드디어 끝이 난 것이었다.
“어떻습니까?”
“고비는 넘겼습니다. 일어나는 것은, 이제 전적으로 이분에게 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팽중호는 송주학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종남파에도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종남파가 아니었다면, 회령심혼삼을 빠르게 구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화산에서의 일은 끝이 난 것입니까?”
화산파에서 마교와의 싸움에 대한 소식이 아직 전해지기도 전이었다.
팽중호가 최대 속력으로 달려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예. 무사히 막아 내었습니다.”
“다행입니다.”
팽중호의 말에 종남파 무인이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만약 화산파에서 막지 못했으면 다음 차례는 종남파였으니 말이다.
“죄송하지만 천 소협을 잠시 보살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팽중호는 일단 천부중을 종남파에 부탁했다.
그리고는 다시금 화산파로 몸을 날렸다.
혹시나 남았을지 모르는 마교의 잔당 때문이었다.
‘천 소협을 찌른 그자……. 분명 철마보다 위다.’
마지막에 갑자기 나타나 천부중을 찌른 마교도.
그의 실력은 분명 철마 이상이었다.
‘느끼지 못했다.’
그가 튀어나올 때까지 팽중호도 느끼지 못했다.
철마와의 싸움 탓에 집중도가 떨어져 있었다고는 하여도, 아예 느끼지도 못했다는 것은 분명 큰 문제였다.
‘초감각을 더 능숙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분명 초감각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는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능숙함은 조금 부족했다.
이것을 더 갈고닦는다면, 숨어 있던 모든 기척을 발견해 낼 수 있을 터였다.
파아아앗-
팽중호의 신형이 엄청난 속도를 내며 달리고 또 달렸다.
* * *
마교의 첫 무림 공격은 실패로 끝이 났다.
이 일로 무림맹의 사기는 꽤 높이 끓어올랐는데, 정작 이 일을 해낸 팽중호와 남궁천세는 썩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큰일이 날 뻔하였다.’
팽중호와 남궁천세는 먼저 무림맹에 돌아왔고, 종남파에 있던 천부중도 최근 다시금 무림맹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자리에서 일어난 천부중.
경천신의 송주학의 실력이 뛰어남도 있겠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천부중의 의지가 대단한 것도 있었다.
‘이대로 쓰러져 있을 수는 없다.’
천부중은 자신이 실력이 부족했기에 이런 일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몸을 정상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당장 몸을 움직이기에는 무리일 수 있기에, 명상을 통한 정신 수련에 열중했다.
그리고 이것은 그에게 또 다른 문을 열어 주었다.
새로운 경지.
비 온 뒤의 땅이 굳는 것처럼, 천부중은 생사를 넘나든 후 더 강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멈출 수 없다.’
남궁천세.
그도 마교와의 싸움에서 돌아온 후 미친 듯이 수련에 정진하고 있었다.
자신의 강함을 느낌과 함께, 자신의 부족함도 느꼈으니 말이다.
팽중호와 철마의 싸움.
그리고 천부중이 당한 암습.
이것들에서 너무나 뼈저리게 부족함을 느꼈다.
‘아직 멀고도 멀었다.’
역시 배움과 수련에는 끝이 없다.
언제 다시 마교가 움직일지 모르지만, 그전까지 더 강해져야만 했다.
“위 소협. 오랜만에 제대로 대련이나 해 보시렵니까?”
마지막 팽중호.
팽중호도 이번에 무림맹으로 돌아와 더욱더 수련에 열중했다.
초감각의 상향을 위해서 말이다.
팽중호는 잠을 잘 때까지도 초감각을 활성화한 채 생활했다.
덕분에 이 초감각이란 것에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이것을 제대로 이용해 보고 싶었다.
이것에 맞는 상대는 역시나 위지철만 한 사람이 없었다.
팽중호를 제외하면 현 무림 최고 고수.
그리고 팽중호는 이 기회에 위지철에게 초감각을 알려 줄 생각이었고 말이다.
“저야 언제나 좋습니다.”
그렇게 위지철과 팽중호가 자리를 떠났다.
그런데 이 대련에 한 사람이 더 추가되었다.
“저도 갈게요.”
바로 곽채령이었다.
무림맹 서열 삼 위에 오른 그녀.
그녀는 지금 더 강해지기 위해 이래저래 노력하고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의 대련은 놓칠 수 없는 좋은 기회였다.
“좋아.”
팽중호는 곽채령의 동행을 수락했다.
곽채령이라면 제대로 싸워도 문제 될 것 없었고, 그녀도 보면 분명 그녀에게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이참에 아예 채령이에게도 초감각을 가르쳐야겠어.’
곽채령이라면 초감각을 가르치면 충분히 제대로 활용할 능력이 있을 터였다.
괜한 이에게 초감각을 가르친다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었지만, 위지철과 곽채령 정도의 경지라면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자, 그럼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