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지켜보고 있군.
싸움의 준비에 앞선 팽팽한 기 싸움.
팽중호와 철마 두 사람 모두 한 치의 밀림이 없었다.
막상막하(莫上莫下).
기 싸움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 보였다.
스으으으윽-
그때 철마의 몸이 검게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분명 팽중호도 전에 본 적이 있었던 형태의 무공이었다.
파천수라신갑(破天修羅神鉀).
혈천궁의 일주가 익혔던 파천혈라신갑의 모태가 되는 무공이 나타난 것이다.
스릉-
팽중호도 멸뢰진천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
교마와 철마는 서열이 단 하나가 차이 날 뿐인데, 그 압박감이 달랐다.
“간다!”
쾅-!
철마의 진각에 땅이 움푹 꺼졌다.
그야말로 엄청난 진각.
그리고 그런 만큼 그 속도 또한 빨랐다.
순식간에 공간을 압축해 팽중호의 앞에 도달한 철마.
그리고 가공할 공격이 뻗어 나왔다.
퍼엉-! 펑-! 퍼어엉-!
철마의 주먹이 지나갈 때마다 허공이 미친 듯이 터져 나갔다.
스치기만 해도 몸이 부서질 것만 같은 위력.
하지만 그의 공격은 하나도 팽중호의 몸에 닿지 못하고 있었다.
슥- 스슥- 휙-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철마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 내는 팽중호.
마치 모든 공격이 눈에 보이는 듯 너무나 손쉽게 피하고 있었다.
‘이게 초감각이지.’
지금 팽중호는 초감각을 극한까지 발휘한 상태.
너무나도 대단한 철마의 공격이지만, 지금 팽중호의 눈에는 느리게 보였다.
그렇기에 이렇게 쉽게 피해 낼 수 있는 것이었다.
“초감의 상태에 들어섰나 보군.”
철마는 지금 팽중호의 상태를 정확히 알아보았다.
초감의 상태.
분명 일부러 들어서기는 불가능한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듯싶었다.
“그렇다면, 생각을 다시 해야지.”
철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각을 바꾸기로 하였다.
이런 공격들로는 지금 팽중호를 때릴 수조차 없을 테니 말이다.
스으으으으으윽-
철마의 온몸이 이제 완전히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말도 못 할 만큼의 거대한 기운.
팽중호마저 철마의 기운에 조금 놀랐다.
‘확실히 한 명, 한 명이 모두 괴물들이야.’
마교의 최상위 서열들은 모두 괴물들이다.
슈와아악-
팽중호가 이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 뻗어져 나오는 철마의 손.
초감각을 발휘하는 팽중호의 눈에도 빠르게 보일 정도였다.
거기에 더해 그 공격에 담긴 엄청난 거력이 문제였다.
피할 공간조차 없는 거대한 기운.
‘아예 피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거군.’
초감각을 발휘한 팽중호에게 일반적인 공격들은 아예 닿지 않는다.
그러니 아예 피할 수조차 없는 공격을 하는 것이었다.
막을 수밖에 없는 공격을 말이다.
서걱- 콰가가가가각-
하지만 초감각은 그저 보는 것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팽중호는 정확히 철마의 기운을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철마의 몸까지 베었는데, 팽중호가 생각한 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 왔다.
마치 단단한 무쇠를 베는 듯한 소리.
‘미치게 단단하군.’
현경의 경지를 넘은 파천수라신갑의 단단함.
그것은 분명 팽중호의 생각 이상이었다.
무뢰를 펼쳤는데도, 베어 내지 못했으니 말이다.
“크하하!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군.”
철마는 지금 팽중호의 무뢰가 작렬한 자신의 몸을 보며 웃었다.
피는 나지 않았지만, 피부가 베였다.
그가 이 파천수라신갑을 익히고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팽중호는 확실히 강자였다.
“즐거워. 아주 즐거워.”
“저는 뭐 그렇게 즐겁지는 않습니다만.”
철마의 입가에 아주 큰 미소가 걸렸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이 너무나 즐거웠다.
여타 다른 마교도처럼 강자와의 싸움이 좋은 것이었다.
그것도 보통 강자가 아닌, 천하를 뒤져도 다시 없을 강자.
당연히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철마의 몸에서 더 강렬한 기운이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천지가 흔들릴 정도의 기운.
지금 그는 모든 힘을 전부 다 끌어올린 것이었다.
오로지 팽중호와 싸우기 위해서 말이다.
“후우.”
팽중호도 짧게 숨을 내쉬고 철마를 상대할 준비를 했다.
보통 기술로는 베이지도 않는 철마.
그러니 당연히 팽중호도 만반의 준비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스으윽-
서로를 향해 자세를 잡는 두 사람.
단순히 자세를 잡은 것뿐인데, 주변이 긴장감으로 터지기 직전이 되었다.
‘꿀꺽.’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속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지금 이 대결이 어떨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다들 몸을 멀찍이 뒤로 물리며, 호신강기까지 극성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여파에 휩쓸려 버릴 터였으니 말이다.
퍼어엉-
철마의 신형이 사라지고, 그 뒤에 굉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가 들려 오는 것보다 빠른 철마의 움직임.
그 속도 그대로 팽중호에 도달한 철마의 온몸이 무기가 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캉-! 쾅-! 카카캉-! 쾅-!
콰가가각- 퍼버버버벙- 콰콰콰쾅-!
둘이 부딪칠 때마다 사방이 터져 나가고 부서져 나갔다.
조금의 틈도 없이 쉬지 않고 공격하는 철마.
팽중호는 그런 철마의 엄청난 기세에 조금씩 뒤로 물러나며 공격을 막아 내고 있었다.
물론, 표정은 여전히 평화로웠지만 말이다.
키이이이이이잉-
멸뢰진천도가 울기 시작했다.
무뢰곡세가 펼쳐진 것이다.
“흡!”
쉬지 않고 움직이던 철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트린 철마.
팽중호는 이 철마의 모습에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느꼈다.
‘역시 전부를 다 강하게 하지는 못하는군.’
철마의 무공은 몸을 무쇠처럼 단단하게 하는 것.
하지만 분명 단단하게 할 수 없는 곳들이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눈과 내부 장기들.
팽중호의 무뢰곡세는 그런 곳을 음공을 통해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다.
초진동의 힘이 더해진 음공.
분명 철마라도 버티기 힘든 위력이었다.
“좋아. 좋아.”
입가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미소를 짓는 철마.
그의 몸이 더욱더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모습이 완전히 변해 버렸다.
칠흑 같은 갑주를 두른 듯한 철마의 모습.
심지어 두 눈까지 완전히 감싸져 있었고, 그곳에는 눈동자 대신 두 개의 붉은 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게 파천수라신갑의 극의.
철마가 현경의 경지에 도달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숨긴 게 있으면 더 보여 달라고.”
이제 팽중호의 무뢰곡세는 막아 낼 수 있었다.
다시금 시작되는 싸움.
팽중호는 무뢰곡세가 막혔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진천(無雷振天).
쿠우우우우우웅-
주변이 모조리 짓눌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철마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압박에 멀쩡히 서 있던 철마의 몸이 갑자기 휘청하였다.
엄청난 압박.
극한까지 펼쳐 낸 파천수라신갑임에도 버티기가 힘들었다.
“크크크…… 크큭.”
압박을 이겨 내며 움직이는 철마.
하지만 당연히 움직임에 많은 제약을 받았기에 확연히 느려져 있었다.
콰드득- 콰득- 콰드드득-
팽중호를 향해 다가오던 철마의 몸이 갑자기 뒤틀리기 시작했다.
초감각에 더해진 무뢰곡세의 힘이 제대로 나오는 것이었다.
주변에 가득한 선을 뒤틀어서 내는 힘.
그 단단한 철마의 파천수라신갑까지 뒤틀어 버리고 있었다.
“하아압!”
물론 철마가 이 정도에 주저앉을 무인은 아니었다.
기합과 함께, 계속해서 팽중호에게 다가오는 철마.
파천수라신갑. 파천옥(破天獄).
그리고 팽중호의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철마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순간적으로 터졌다.
마치 화탄처럼 터진 철마의 기운은 순간적으로 팽중호의 무뢰진천의 힘을 모두 밀어내었다.
“자, 누가 더 강한지 보자고.”
“그래 보죠.”
잠시지만 다시금 평등한 상황이 되었다.
그 안에서 다시금 이루어지는 싸움.
철마는 순간적으로 엄청난 내공을 소모해. 입가에 피를 철철 흘리며 달려들었는데, 그 모습이 상당히 전율스러웠다.
서걱- 서걱- 서걱-
그런 전율스러운 철마의 몸에 작렬하는 팽중호의 도격.
칠흑의 갑주로 감싸져 있던 그의 몸이 무참히 베어지고 있었다.
철마의 갑옷이 약해진 것도 있겠지만, 팽중호의 무뢰단세에 합쳐진 초감각의 힘 덕택이 컸다.
초감각에 의해 눈에 보이는 선을 그대로 베어 내는 힘.
그것은 지금 철마의 파천수라신갑마저 베어 내고 있었다.
“크하하하하!!! 도신이 이렇게나 강하다는 말이지?!”
온몸이 베인 철마의 몸이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웃음.
그는 이제 자신의 명이 다했음을 알았다.
하지만 죽는다는 것은 아쉽지 않았다.
오히려 팽중호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앞으로 더 싸울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쉽군! 그리고 앞으로 너와 싸울 이들이 부럽구나!”
이 말을 마지막으로 철마가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지금 선 채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죽은 후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일 뿐인데도, 아직까지 그의 몸에서 대단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마교 서열 팔 위 철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후읍.”
철마를 쓰러트린 팽중호가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목을 타고 올라오는 피를 삼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여기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주변에 있는 마교도 때문이 아니라, 저 멀리에 있는 하나의 눈 때문이었다.
‘지켜보고 있군.’
필히 마교에서 보낸 눈일 것이다.
자신의 힘을 가늠해 보기 위해서 말이다.
저 눈을 보낸 장본인은 아마도 마뇌일 터.
그렇기에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들이 거침없이 진격해 올 것이니 말이다.
“남은 분들은 맡겨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예.”
팽중호는 천부중과 남궁천세에게 뒷일을 맡겼다.
철마가 사라진 지금, 두 사람이라면 남은 마교도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척.
화산파 무인들의 기척이었다.
이제는 수적으로도 유리해지는 상황이었다.
“원 없이 싸우다 뒤지자고!”
“크하하!! 그러자고!!”
분명 모두가 죽을 위기인 절체절명의 상황임에도 마교도들은 모두 즐거운 듯이 소리를 질렀다.
확실히 다들 정상은 아니었다.
물론 그것이 그들의 강점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도 나가겠네.”
가만히 있던 고단종도 싸움에 참여했다.
그도 무인이다.
지금까지의 싸움을 보고 피가 끓지 않을 수 없었다.
천부중과 남궁천세의 싸움 후에 이어진, 팽중호와 철마의 싸움.
이건 무인으로서 평생을 보기 힘든 싸움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게 만드는 싸움이었고 말이다.
“마교도들을 섬멸하라!”
“화산의 제자들은 모두 전진하라!”
화산파의 무인들까지 모두 도착했고, 주변이 빠르게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마교도들의 저항은 거셌지만, 수적 우위에서도 밀렸고, 천부중과 남궁천세를 막을 수 있는 무인이 없었다.
걱정했던 것보다 매우 수월하게 막아 낸 마교도들의 공격.
이 정도라면 분명 피해 없이 막아 내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었다.
푸욱-
가장 앞서 있던 천부중의 가슴팍에 갑자기 하나의 검이 불쑥 튀어나왔다.
분명 지금 주변에 천부중을 죽일 만한 무인은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때 갑자기 천부중의 그림자에서 하나의 인영이 튀어나왔다.
“하나만 죽여야 하는 것이 아쉽군.”
말을 마친 인영이 다시금 갑자기 사라졌다.
마치 원래 이곳에 없었다는 듯 순식간에 사라진 인영.
멀찍이 있던 팽중호가 허공을 격하며 다가왔지만, 이미 인영은 사라졌고 천부중은 쓰러져 있었다.
“천 소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