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59화 (159/200)

159화 나랑 마저 하자고.

궁평의 거대한 곤을 스쳐서 그대로 몸으로 향해 다가오는 고단종의 검기.

막으려 하였지만, 예리한 칼날이 그 틈을 가르며 계속해 몸으로 다가왔다.

타탓-

결국 궁평은 뒤로 몸을 살짝 빼었다.

그리고 다시금 곤에 내공을 가득 불어넣었다.

콰아아아아아-

곤이 엄청난 위용으로 휘둘러졌고, 그대로 고단종의 검기를 집어삼켰다.

거대한 크기만큼이나 대단한 위용.

확실히 궁평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제대로 해 보자고.”

궁평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는 지금 고단종을 인정한 것이다.

싸울 만한 상대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부터 모든 힘을 다할 생각이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

궁평의 몸에서 나오는 거대한 기운.

그의 덩치가 더해져 더욱더 위압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단연 느낌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꿀꺽-

고단종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지금 궁평에게서 느껴지는 힘 때문에 절로 긴장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질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그가 지금까지 해 온 수련이 있으니 말이다.

사아아아아아아아아-

고단종의 몸에서도 기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차갑게 만들 정도의 서늘한 예기.

엄청난 예기에 누워 있던 마교도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고단종이 그들 생각 이상의 실력자임을 느낀 것이다.

그래서 이 대결에 관심이 생겼다.

강자들 간의 대결은 언제나 환영인 그들이었으니 말이다.

탓-

다시금 고단종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른 움직임.

순식간에 궁평의 앞에 도달한 고단종의 검이 순식간에 수 개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산파 검법의 특징인 화려함을 보이려는 것일까?

원래라면 꽃잎이 흩날리며 상대의 눈을 어지럽혀야 하건만, 고단종의 검들에서 꽃잎은 나오지도 않았다.

사사사사삭- 사사사사- 사사사사사삭-

그대로 궁평을 향해 날아가는 고단종의 검들.

좀 전과 같은 날카로운 검기가 궁평의 사방을 덮치며 날아 들어왔다.

어디로도 피할 수 없는 공격.

이전처럼 궁평은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후우우우우우웅- 콰가가가가가가각-

서걱- 서걱- 핏- 피핏-

궁평이 곤을 풍차처럼 휘돌리며, 고단종의 검기에 맞서 나갔다.

물론 모든 검기를 막아 낼 수 없었기에, 그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크하하하!”

상처가 늘어가건만, 궁평은 오히려 크게 웃기 시작했다.

지금 그는 피가 끓어올랐다.

‘그래. 바로 이것 때문에 내가 그렇게나 무림에 나오고 싶었던 거지!’

궁평이 참지 못하고 먼저 무림으로 나선 이유.

바로 이런 싸움을 하기 위해서였다.

서로의 신념과 무공, 그리고 목숨을 걸고 하는 싸움.

궁평은 이것을 원했다.

아니, 여기 있는 마교도들 전부가 이것을 원하고 있었다.

후우우우웅- 쾅-!

상처를 도외시한 채로 곤을 크게 휘두르는 궁평.

이 무식한 공격에 공세를 취하던 고단종이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저런 것을 정면으로 막았다가는, 몸이 성하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고단종이 몸을 뒤로 날리자, 땅을 때리는 궁평의 공격.

땅이 화탄이라도 맞은 듯이 터져 나가면서, 그곳에 큰 구덩이가 생겨났다.

이것으로 공격의 위력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다시 간다!”

궁평은 이 일격에서 멈추지 않았다.

덩치에 맞지 않게 재빠르게 움직이는 궁평.

그렇기에 더욱 무서웠다.

거대한 몸으로 빠르게 달려드는 궁평의 모습은 절로 오금을 저리게끔 했다.

쾅- 콰아앙- 카앙-!!

고단종은 검으로 이 궁평의 공격을 막았는데, 한 번 막을 때마다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물론 소리만 큰 것은 아니었다.

‘흡.’

궁평의 공격을 한 번 막을 때마다 손이 저리고, 속이 진탕이 나는 고단종이었다.

확실히 이렇게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은 안 되었다.

스윽-

고단종의 신형이 일순간 꺼지듯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금 나타난 곳은 궁평의 바로 뒤.

서걱- 촤아악-

고단종의 검이 순식간에 궁평의 어깨를 크게 베었다.

원래는 목을 노린 공격이었으나, 궁평이 반응해 그나마 어깨로 그친 것이었다.

“흡! 이건 뭐지?”

궁평은 빠르게 어깨를 지혈하고, 놀랍다는 눈으로 고단종을 바라보며 물었다.

순식간에 갑자기 고단종의 신형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단순히 빠르다는 것을 넘어선 움직임이었다.

“비향보(秘香步)다.”

비향보(秘香步).

단매검과 함께 고단종이 익힌 보법.

어디선가 은밀하게 다가오는 향기처럼, 은밀하며 신속하게 움직이는 무공.

형체가 없는 향기처럼, 움직임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 이 보법은 확실히 평범한 보법은 아니었다.

“하아아압!!”

궁평이 한 손으로 거대한 곤을 들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마지막 힘을 다 짜낸 듯한 궁평의 공격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주변의 공기를 전부 짓누르는 듯한 거대한 위압감.

“후우우.”

고단종은 이 모습을 보고 길게 숨을 내뱉으며, 검을 쥐고 자세를 고쳐 잡았다.

스으으으으윽-

고단종의 검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새 주변을 빽빽이 채운 고단종의 검.

그리고 그 검들이 그대로 궁평에게 쇄도했다.

서걱- 서걱- 서걱- 서걱-…….

촤아아악-

고단종에게 달려들던 궁평의 온몸이 날카로운 검기에 난도질을 당했다.

화산파의 검법이라기에는 정말 살기 짙은 무공.

이것이 바로 단매검이었다.

“강하군. 역시 화산으로 오길 잘했어…….”

쿵-

마지막 말을 끝으로 거대한 궁평의 몸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궁평을 이긴 고단종.

하지만 고단종이 완벽히 이겼다고 하기에는, 지금 고단종의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궁평과의 싸움에서 내상을 입은 것이다.

“다음.”

하지만 고단종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곧바로 다음 상대를 찾는 그.

“다친 놈을 상대로 싸우고 싶지는 않지만……. 뭐, 시간을 준다고 해도 어차피 그게 그거일 거니까.”

그때 쭈그리고 앉아서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또 다른 마교인이 몸을 일으켰다.

궁평과는 다르게 매우 날카로운 인상의 무인.

굉장히 건들거리는 모습이었는데,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나는 하후전이라고 한다.”

챙-

이름을 하고는 거칠게 검을 뽑아 드는 하후전.

보통의 검보다 조금 더 긴 그의 검은 그가 평범한 무공을 익히지 않았음을 보여 주었다.

스윽-

고단종은 내공과 호흡을 가다듬고, 하후전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내상을 입었더라도, 아직 싸울 힘은 있었다.

“간다.”

사삭-

말과 동시에 고단종에게 달려드는 하후전.

엄청난 속도로 고단종의 코앞에 도달한 하후전.

이 움직임만 보더라도 하후전이 보통 고수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채챙- 챙- 챙- 채채챙-

기다란 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하후전의 공격은 굉장히 매서웠다.

고단종은 자신의 상태가 멀쩡했어도, 하후전을 이기기 힘들 것이라는 걸 느꼈다.

“자자, 조금 더 신나게 놀아 보자고.”

하후전의 공격이 더욱더 빨라지고 날카로워져 갔다.

도저히 고단종이 공격을 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핏- 피핏- 핏- 피피핏-

고단종의 몸에 조금씩 상처가 생겨났다.

이제는 막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것이었다.

“아까 그걸 다시 보여라. 안 그러면 죽는다?”

하후전의 도발.

고단종이라고 왜 비향보를 펼치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고단종은 알았다.

지금 비향보를 펼치는 순간, 하후전의 검에 잡아 먹힐 것이라는 걸 말이다.

“흠, 그럼 그냥 죽어라.”

하후전이 이제 끝을 낼 생각을 했다.

고단종에게서 새로운 것을 못 볼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채채챙- 챙- 채챙- 챙-

더욱더 빨라지는 하후전의 검.

고단종은 이제 슬슬 끝이 옮을 느꼈다.

‘화산의 기개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고단종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 반격을 준비하려는 그때.

“안 늦어서 다행입니다.”

고단종과 하후전 사이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이 날카롭게 오고 가는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이건 자살행위가 아닌가?

탕- 탕-

그 생각과 동시에 하후전의 검과 고단종의 검이 동시에 튕겨 나갔다.

엄청난 반발력으로 튕겨진 검.

고단종은 놀란 눈으로 자신의 앞에 선 이를 바라보았다.

“누, 누군가?”

“팽중호입니다.”

* * *

팽중호는 너무나 여유로운 표정으로 고단종에게 인사를 하였다.

팽중호라는 소개를 듣자마자 고단종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도신 팽중호.

그가 왜 여기에 나타났단 말인가?

“무림맹의 지원 병력입니다.”

“아아…….”

무림맹의 지원 병력이란 소리에 고단종이 이해했다.

화산파를 돕기 위해 온다던 지원군이 바로 팽중호였던 것이다.

“자. 제가 일단 가볍게 정리를 하고 있을 테니, 조금 뒤로 물러나셔서 내상을 치료하십쇼.”

“알겠네.”

평소 고단종이라면 아마 듣지 않을 말이다.

불같은 성정의 그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고단종은 고분고분하게 팽중호의 말을 따랐다.

팽중호가 왜 이곳에 왔는지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살리기 위해 왔구나.’

불같은 성정을 참지 못하고 홧김에 나온 자신을 살리기 위해 온 것이다.

그는 성정이 불같아서 그렇지, 아주 멍청이는 아니었다.

“자, 그럼……. 나랑 마저 하자고. 싸움.”

팽중호는 가만히 서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하후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자신의 검이 너무나 손쉽게 튕겨져 나온 것에, 조금 놀라서 팽중호를 지켜보고 있는 하후전.

“네가 도신인가?”

“그래.”

도신이라는 별호를 인정한 팽중호의 발언에 마교도들이 전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들이 무림에 나와서 가장 만나고 싶던 인물.

그가 지금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다.

“하하하하!!! 이런 행운이 있을 수가! 도신이랑 싸울 수 있다니!!”

하후전이 크게 웃으며, 광기로 번들 거리는 눈으로 앞의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도신 팽중호와의 싸움.

그것을 이렇게 빨리 이룰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아. 싸우자!”

팟-

하후전이 그대로 팽중호에게 달려들었다.

좀 전 고단종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한 기운을 내뿜으며 말이다.

서걱-

“자, 다음.”

패기 넘치게 달려들던 하후전의 목이 떨어졌다.

너무나도 허망한 하후전의 최후.

하지만 이 모습을 지켜보던 마교도들은 그의 죽음이 허망하다고 생각지 않았다.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의 일격에 베인 하후전.

어디서도 보지 못한 엄청난 쾌격.

저런 것에 죽을 수 있는 것은, 절대 허망한 죽음이 아니었다.

“내가 나서지!”

마교도들이 한 명씩 자리에서 일어나 팽중호에게 덤벼들었다.

하지만 그들 중 지금까지는 그 누구도 팽중호의 일격을 막아 낸 이가 없었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

“소가주님.”

“고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그때 남궁천세와 천부중이 도착했다.

둘은 이미 주변에 쓰러져 있는 수많은 마교도들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도착하기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그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마교도들을 쓰러트리다니?

역시나 강함의 차원이 달랐다.

“자, 그럼 이제 두 분이 좀 맡아 주십시오. 저는 피곤해서 말입니다.”

팽중호는 천부중과 남궁천세에게 싸움의 뒤를 맡겼다.

피곤하다며 뒤로 물러난 팽중호지만, 누가 봐도 피곤한 모습은 아니었다.

두 사람의 실전을 위해 뒤로 빠져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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