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실력을 믿으시면 됩니다.
휘이이이이잉-
시원한 바람이 팽중호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절로 기분이 다 좋아지는 바람.
이 바람을 느끼면서 팽중호는 손에 멸뢰진천도를 쥐어 들었다.
사아아아아악-
그리고 초감각을 열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저 스쳐 가던 바람마저도 다르게 보였다.
‘보인다……. 느껴진다…….’
팽중호는 자신이 어떻게 혼원벽력도를 펼쳐야 할지가 보이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을 따라 혼원벽력도를 펼쳐 내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단세(無雷斷世).
슥-
너무나 부드럽게 멸뢰진천도가 움직였다.
마치 바람을 타서 움직이듯 움직인 멸뢰진천도.
나뭇잎 하나 자르지 못할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서걱-
팽중호의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바람, 구름, 땅, 산……. 등.
“후.”
팽중호는 숨을 한 번 내쉬며, 자신이 만들어 놓은 광경을 바라보았다.
앞에 있는 모든 것이 깔끔하게 잘려 있는 모습.
“이제야 진짜 공간이란 것을 가르는군.”
팽중호는 초감각에 들어서고 나서, 진짜 공간을 베어 낼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초감각에 들어섰을 때 보이는 무수한 선들.
그리고 그것을 따라 정확히 베어지는 무뢰단세는 분명, 공간을 가른다고 봐도 되었다.
지금까지의 무뢰단세는 공간의 일부만을 베었던 것이다.
“그럼 다음은…….”
키이이이이이잉-
멸뢰진천도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곡세(無雷哭世).
파사사사삭-
펼쳐진 무뢰곡세는 그대로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주변에 보이는 선을 음공으로 사정없이 뒤틀어 내어 만든 결과였다.
너무나도 전율스러운 위력.
“미치겠군.”
생각 이상의 위력이었다.
그저 초감각을 얻은 것뿐인데, 무공의 힘이 말도 못 하게 변해 버린 것이다.
팽중호는 다시금 멸뢰진천도를 들었다.
이제 다음 초식을 펼쳐 보아야 하니 말이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진천(無雷振天).
쿠우우우우우우웅-
팽중호가 서 있는 곳을 제외하고, 모든 땅이 주저앉았다.
마치 거대한 신이 세상을 짓누른 듯 말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마저 땅에 주저앉을 정도의 힘.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팽중호는 이 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여 보았는데, 마치 그 혼자만이 세상 모든 것을 거스르는 듯이 보였다.
“이 힘이면, 검마를 넘어섰으려나?”
지금의 힘이라면 검마를 넘어섰을지가 궁금했다.
전에 만났을 때는 검마의 힘을 제대로 가늠해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팽중호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인물이 떠올랐다.
“소천마가 더 문제겠네.”
소천마는 분명 검마만큼 강한 이였다.
그런데 그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그때보다 더 강해졌다면, 도대체 어느 정도일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래도 지지는 않을 자신은 생겼다.”
그들을 확실하게 이긴다는 확신은 팽중호로서도 감히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쉬이 지지는 않을 자신은 있었다.
이 힘이라면 분명 가능했다.
“마지막 초식도 시험해 봐야겠지?”
팽중호의 마지막 초식.
아직 팽중호도 생각만 해 본 초식이다.
실제로 펼쳐 보지는 못한 초식.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초감각과 함께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리라 생각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분명 펼쳐 낼 수 있었다.
“후우.”
팽중호 답지 않게 숨을 길게 내쉬며 멸뢰진천도를 꽈악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멸뢰진천도를 움직였다.
* * *
무림맹에 다급하게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마교에서 일단의 무리들이 무림으로 향했습니다!”
“마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는 건가?”
“그것은 아니고, 아무래도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이들인 것 같습니다.”
마교에서 수많은 무인들이 무림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
이에 마교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들의 독단적인 행동.
마교 무인들의 성정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 중에는 무림맹과의 전쟁을 기다리지 못할 급한 성정을 가진 이들이 상당히 많았으니 말이다.
“독단적이라고 해도, 위험임은 맞지. 준비하라고 하게.”
“예!”
장순학의 명령에 무림맹이 즉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독단적인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상대 무인들은 마교의 무인들.
결코 쉽게 볼 수 없었다.
“그들이 어디로 오고 있답니까?”
팽중호가 장순학의 앞에 나타났다.
마교가 움직였다는 소리를 듣고 오는 길이었다.
“감숙성을 거쳐서 섬서성으로 움직이고 있네.”
마교 무인들이 현재 움직이는 길목.
그들은 감숙성을 지나쳐 그대로 섬서성을 향해 달려 나가는 중이었다.
섬서성에 위치한 화산파와 종남파를 향해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아, 제가 가겠습니다.”
“음?”
“종남파로 직접 가시려는 거 아닙니까?”
팽중호는 장순학이 무슨 연유로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았다.
지금 마교 무인들이 향하는 곳은 종남파다.
종남파의 장문인이기도 한 장순학이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을 터다.
그래서 팽중호는 그 대신 자신이 가겠다고 말을 한 것이다.
“그래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몸을 좀 풀어 두고 싶어서 말입니다.”
“고맙네.”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장순학은 팽중호가 간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다.
자신보다 더 강한 팽중호다.
그가 종남파로 향해 마교 무인들을 막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그것에 장순학은 깊은 감사를 전했지만, 팽중호는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마교를 막는 것은 누구든 해야 할 일이니 말이다.
“그럼 바로 좀 가 보겠습니다.”
“무인들을 꾸려 가야 하지 않겠는가?”
“둘만 데리고 먼저 가겠습니다.”
“둘?”
“예.”
팽중호는 딱 두 사람만 데리고 먼저 움직일 생각이었다.
사실상 마교 무인들을 막는 것에 많은 무인은 필요 없었으니 말이다.
“누구랑 누구를 데리고 가겠나?”
“천부중과 남궁천세 이 두 사람을 데리고 가겠습니다.”
“알겠네.”
팽중호가 택한 두 사람은 천부중과 남궁천세.
천부중은 마교가 향하는 곳 중 하나인 화산파의 무인이니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고, 남궁천세는 이제 천부중과 단짝이니 함께하는 것이었다.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 * *
팽중호, 천부중, 그리고 남궁천세.
이 세사람은 무림맹의 마차를 타고 지금 섬서성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다소 어색한 마차 안의 공기.
다 큰 남정네 셋이 한 마차에 타고 있으니, 공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위 소협이랑 수련은 어떠셨습니까?”
어색한 공기를 깨기 위해 팽중호가 먼저 말을 꺼내었다.
두 사람 다 위지철에게 수련을 받은 상태.
팽중호가 가끔 수련을 지켜보기는 하였지만, 모든 것을 본 것은 아니니 수련이 어땠는지 궁금하였다.
“좋았습니다.”
“좋았습니다.”
두 사람이 마치 짠 듯이 동시에 좋았다고 대답을 했다.
그런데 둘의 표정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딱딱하게 굳은 상태로 반사적으로 대답하는 둘.
팽중호는 그 표정에서 무언가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뭐, 문제가 있으셨습니까?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보십시오.”
“…….”
“…….”
“하하,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 슬쩍 눈빛을 주고받는 둘.
팽중호는 괜찮다며, 둘을 최대한 안심시켰다.
“그것이…….”
그리고 드디어 천부중의 입이 열렸다.
“생각보다 많이, 사람을 열 받게 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크크크.”
위지철은 분명 아주 정중한 사람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아주 사람을 열 받게 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조목조목 사실을 바탕으로 내뱉는 말은 꽤 치명적으로 들려올 때도 있었다.
천부중과 남궁천세는 그런 위지철에게 학을 떼고 있었다.
“그래도 잘 가르치기는 잘 가르쳤나 봅니다? 참으신 것을 보니.”
“그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위지철은 분명 잘 가르치기는 잘 가르쳤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실력이 일취월장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참을 수 있었다.
물론, 뭐라고 반항하고 싶어도 실력에서 밀렸으니 불가능했겠지만 말이다.
“보고입니다.”
팽중호가 타고 있는 마차 밖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방의 방도들이 마차의 움직임에 맞춰서 주기적으로 보고를 해 오는 것이었다.
“지금 마교 무인들이 화산파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교를 떠나온 이들이 가장 먼저 향하는 곳.
그곳은 바로 화산파였다.
이 소식에 팽중호는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교인들이라면 화산파부터 갈 줄 알았지.’
지금 뛰쳐나온 이들을 잠시를 기다리기도 힘든, 싸움에 미친 이들
그들은 분명 이름난 곳부터 갈 터.
화산파는 분명 구파일방 중에서도 가장 이름이 난 곳이니, 그들의 목적지는 당연히 화산파일 터였다.
“알겠습니다.”
보고를 들은 후, 곧바로 화산파로 직행했다.
다행히 이미 화산파로 목표를 잡고 움직이던 중이라, 경로를 틀 필요는 없었다.
목표가 확실해진 만큼 빠르게 달리는 마차.
팽중호는 마차에 같이 있는 두 사람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천부중은 화산파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표정이 조금 굳었고, 남궁천세는 묘한 기대감과 긴장감이 어우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마교인들을 처음 상대하는 것이니 그럴 만하지.’
이 두 사람은 마교인들을 처음으로 상대하는 것이다.
혈천궁과 마교는 분명 차원이 다른 적이다.
그런 적을 이제부터 상대해야 하니, 당연히 긴장될 수밖에 없을 터다.
특히 천부중은 사문인 화산파가 목표라고 하니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긴장들 하지 마십쇼. 여러분들 실력을 믿으시면 됩니다.”
둘은 지금 아마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것이다.
수련만 하고, 실전을 겪지 못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팽중호는 지금 둘의 실력이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고 판단했다.
‘서열 팔(八)위와 구(九)위를 거저 딴 것은 아니니까.’
* * *
신강을 벗어난 마교도들.
그들에 대한 보고는 당연히 마교의 수뇌들에게도 전해졌다.
아니, 이미 사전에 그들이 이렇게 뛰쳐 나갈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막지 않았다.
마뇌 여연홍이 그렇게 지시했으니 말이다.
“그들을 막지 마십시오. 그들이 그렇게 나가 주는 것이 오히려 저희에게 이득이니 말입니다.”
여연홍은 그들이 먼저 무림에 나가 무림맹의 힘을 측정해 줄 아주 좋은 소재들이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여연홍은 애초에 그들에게 부탁까지 했다.
무림에 나가서 섬서성으로 향해 가 달라고 말이다.
‘섬서성으로 향한다면, 팽중호가 그가 움직일 것이다.’
마교도들이 섬서성으로 향하면, 팽중호가 직접 움직일 것이라는 걸 예상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현 무림맹주인 장순학의 종남파가 있는 곳이니 말이다.
무림맹의 무림맹주가 직접 그곳으로 움직이게끔 두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마교도들을 확실하게 막기 위해서는 팽중호나 위지철, 그리고 새롭게 떠오른 강자인 곽채령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 세 명 중 가장 자유롭게 어디든 움직일 수 있는 이는 단연 팽중호.
그렇기에 여연홍은 당연히 팽중호가 움직이리라 예상한 것이다.
‘그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