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56화 (156/200)

156화 제대로 갈고닦아 볼까?

‘헛.’

위지철은 팽중호의 기세가 바뀐 것을 대번에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느낄 수 있었다.

“세상이 갈라지고, 세상이 울기 시작하니……. 하늘마저 떨기 시작한다.”

팽중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

이 목소리에 따라 팽중호가 쥔 멸뢰진천도에서 어마어마한 기운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기운.

주변 모든 공간이 팽중호의 기운에 짓눌리기 시작했다.

“흐읍!”

너무나 압도적이고 거대한 기운.

그저 이 기운을 감내하는 것만으로도 속이 진탕이 나기 시작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진천(無雷振天).

뇌룡진천의 초식이 무뢰를 만나 바뀐 것.

거대한 뇌룡이 움직이며 주변을 휘몰아치며 베어 내던 뇌룡진천.

그 뇌룡진천이 무뢰를 만나서 큰 변화를 맞이했다.

주변을 휘몰아치던 뇌룡이 사라졌다.

대신 그 힘이 팽중호 주변 공간을 짓누르는 힘으로 바뀌었다.

‘음공을 만나 더욱 완벽해졌다.’

본래 팽중호가 생각했던 무뢰진천에 음공이 더해지며 더 완벽한 무뢰진천이 완성되었다.

초진동에 팽중호의 무지막지한 혼원벽력신공의 힘이 더해진 초식.

막을 수도 흘려 낼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위지철의 무극만변신공이라도 흘려 내거나 할 수 없다.

“합!”

위지철은 이 팽중호의 무뢰진천을 파훼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기 시작했다.

사방으로 휘몰아치는 위지철의 검.

그 검이 주변을 짓누르는 팽중호의 무뢰진천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큽!”

위지철은 금방 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내공이 소모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게다가 검을 한 번 움직이는 것에 체력도 어마어마하게 소모되었다.

이대로 더 움직였다가는 기혈이 모두 뒤틀릴 것만 같았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이런 엄청난 압박을 받는 위지철에게 천천히 걸어오는 팽중호.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발걸음.

스윽- 턱-

그리고 위지철의 앞에 도착한 팽중호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 순간 주변을 짓누르던 압박감이 씻은 듯 사라졌다.

“아직도 멀었군요.”

위지철은 바닥에 털썩 앉은 채로 팽중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깨달음으로 가까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스스로의 착각인 듯싶었다.

자신이 앞선 것 이상으로, 팽중호는 더욱더 앞서 있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상성이 좋지 않았을 뿐입니다.”

위지철의 무극만변신공에 팽중호의 무뢰진천은 그야말로 천적과도 같았다.

지금 이런 일방적인 결과는 이것에서 초래한 결과였다.

무뢰진천의 초식이 아니었다면, 아무리 팽중호라도 이렇게 손쉽게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가 졌습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위지철이 패배를 인정했다.

패배한 위지철의 눈이 불같이 타오르고 있었는데, 팽중호의 무뢰진천을 어떻게든 파훼하겠다는 열망이 타오르는 것이었다.

‘또 얼마나 더 성장하려나.’

팽중호는 이 두 눈을 보고 위지철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되었다.

분명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파훼법을 들고 나타날 테니 말이다.

‘나도 더 정진해야지.’

팽중호는 계속해서 쉬지 않고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한 번 더 다졌다.

따라잡히지 않으려면 말이다.

“자, 다시 시작들 하시죠!”

팽중호의 외침에 두 사람의 대련을 구경하던 무인들이 다시금 연무장으로 올라섰다.

다만, 그들의 눈은 좀 전과 달랐는데, 방금 대련을 본 탓이었다.

충격, 놀라움, 전율, 호승심 등…….

저마다의 감정을 담고 무인들은 다시금 서열 정리를 위한 대련에 들어섰는데, 확실히 그 기세가 사뭇 더 치열해져 있었다.

조금 전의 대련을 보고 무인의 피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더, 더 강해지고 싶다!’

지금 대련을 하는 모든 무림맹 무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 * *

무림맹 서열 백 위가 정해졌다.

상위 서열부터 빠르게 정해졌는데, 서열 일 위는 당연히 팽중호가 차지했다.

그리고 이 위는 위지철.

여기까지는 모든 무인들의 예상대로였다.

그런데 서열 삼 위는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모두가 장순학이 삼 위가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의외의 인물이 삼 위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서열 삼 위. 청뢰신장(靑雷神掌) 곽채령.’

곽채령이 서열 삼 위를 차지해 버렸다.

이번에 팽중호의 말에 따라 무림맹 서열 대련에 참여한 그녀였다.

무림맹 무인들은 그녀를 잘 모르기에, 처음에는 그녀를 무시하기도 하였는데, 곽채령은 그것을 보란 듯이 비웃어 주며 파죽지세로 무인들을 꺾어 나갔고, 끝내 그녀는 정혼검신 장순학마저 이겨 버렸다.

그리고 청뢰신장이라는 별호를 받았다.

‘도대체 나는 저런 천재를 왜 하북팽가에 그냥 놔두고 있었을까?’

곽채령의 천재성은 팽중호의 예상을 더 아득히 넘어서 있었다.

천재임은 분명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더욱더 발전하는 것까지는 몰랐다.

곽채령은 위지철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그것만으로 성장해 버린 것이다.

‘현경의 경지가 이렇게 도달하기 쉬운 거였나?’

곽채령이 순식간에 현경의 경지에 도달했다.

이렇게 현경이라는 경지가 쉬운 것인가?

아니면, 곽채령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천재인 것인가?

‘어찌 되었건 이건 분명 희소식이다.’

곽채령이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고수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 희소식이었다.

마교를 상대함에 분명 큰 전력이 될 테니 말이다.

‘두 사람이 둘 다 현경이라? 대단한 연인이 나타났군.’

위지철과 곽채령은 혼인을 약속한 사이.

그런 두 사람이 모두 현경의 경지라니?

분명 무림사에 기록될 만한 대단한 일이었다.

‘뭐, 위 소협은 걱정이 큰 것 같지만.’

다만, 위지철은 곽채령이 강해지는 것을 걱정했는데, 어쩌면 당연했다.

곽채령이 강해지면 마교와의 싸움에서 최전선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것은 분명 큰 위험이 따르는 일이니 말이다.

연인인 위지철로서는 그것이 걱정될 수밖에 없을 터였다.

하지만 곽채령은 그런 위지철을 향해 자신도 무인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 이후로 위지철은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그럼 이제, 보상을 정해 줄 차례군.’

서열이 정해졌으니, 이제 그에 따른 보상을 줄 차례였다.

서열 백 위에 드는 이들에게 약속한 영약과 무공.

이것들은 팽중호가 그들을 만나 직접 전해 주기로 하였다.

“자, 다들 모이셨습니까?”

모두 한자리에 모인 서열 백 위의 무인들.

팽중호는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나같이 날카로운 기운을 뿌리는 그들은 확실히 선별된 고수라는 느낌을 전해 주었다.

“지금부터 부상을 전해 드리겠습니다.”

한 명, 한 명 호명하는 팽중호.

그 부름에 앞으로 나선 이에게는 하나의 단약과 하나의 무공서를 전해 주었다.

“이건 청심단(淸心丹)입니다.”

청심단(淸心丹).

소림사, 사천당가는 물론 제갈세가 등 무림맹에 있는 의학에 관련이 있는 모든 세가들이 머리를 모아서 만들어 낸 단약이었다.

오로지 오늘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의 모든 지식을 합쳐 만든 것으로, 소환단 그 이상의 효용을 지닌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무공서입니다.”

무림맹의 무공서고를 털어서 구해 온 무공서들.

팽중호는 각각에게 맞는 무공서를 선별해 그것을 전해 주었다.

지금의 무인에게 가장 필요한 무공서를 말이다.

이것이 그들을 더 강하게 해 줄 터였다.

“자. 그럼 전해 드릴 건 다 전해 드렸고, 다들 앞으로 더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예!”

물론 팽중호도 청심단 하나와 무공서 하나를 챙겼다.

보상은 공평해야 하는 것이니 말이다.

자리를 파한 후 무인들이 돌아가고, 팽중호도 홀로 처소로 돌아왔다.

“나도 오랜만에 느긋하게 책 좀 읽어 볼까.”

팽중호는 우선 챙겨 놓은 무공서부터 꺼내어 들었다.

사실 지금 팽중호에게 무공서란 것이 큰 의미는 없을 수 있었다.

그렇기에 팽중호는 조금 특별한 무공서를 챙겼다.

“초감공(超感功)이라…….”

초감공(超感功).

사실 무슨 아주 거창하고 대단한 절세의 무공은 아니었다.

그저 무인의 감각을 날카롭게 만들어 주는 무공.

어쩌면 외공에 가까운 무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미 현경의 경지에 오른 팽중호에게 과연 필요할까 싶은 무공.

“분명 쓸모가 있을 거야.”

하지만 팽중호는 이것이 자신에게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감각이라는 것은 일부러 갈고 닦으려고 한다고, 갈고 닦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이 무공서는 그것을 갈고 닦을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

분명 예사 무공서는 아니다.

사락- 사락- 사락- 사락- 탁-.

팽중호는 이 초감공을 모두 읽었다.

그리고 입가에 스윽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아.”

익히는 이의 수준에 따라서 이 무공서의 가치가 달라진다.

삼류 무인이 읽으면 그저 아주 조금 감각을 좋게 해 주는 삼류 무공서에 그친다.

하지만 팽중호와 같은 현경의 무인이 읽는다면, 이 무공서는 절세의 무공서가 된다.

“청심단을 먹고 제대로 갈고닦아 볼까?”

꿀꺽-

팽중호는 그 자리에서 곧바로 청심단을 삼켰다.

몸 안에 들어서자 곧바로 부드럽게 녹아 온몸으로 퍼지는 기운.

팽중호는 그 기운을 순식간에 갈무리한 후, 초감공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더 세밀하게……. 더욱더 세밀하게.’

초감공의 골자는 내공의 세밀한 운용이었다.

몸 안의 모든 곳에 세밀하게 내공을 보내어 감각을 끌어올리는 것.

팽중호는 내공을 세밀하게 쪼개고 또 쪼개었다.

그렇게 쪼개어진 내공들은 움직일 수 있는 모든 길을 따라서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스으윽-

팽중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팽중호의 입가에 아주 진한 미소가 지어졌다.

생각한 대로……. 아니, 생각한 이상이었다.

“이게 초감각의 세상인가?”

조금 전과는 모든 게 달라져 있었다.

기의 흐름이 눈에 보이고, 마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움직이고,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

물론 눈에 보이는 것뿐이 아니었다.

들리는 것, 맡는 것, 느껴지는 것까지 모두 달라져 있었다.

초감각의 세상.

팽중호는 이런 경험을 해 본 적이 분명 있긴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경험하지는 못하였다.

아주 치열한 싸움 중 모든 감각이 극에 다다랐을 때, 아주 찰나에만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유자재로 들어설 수 있다니.’

이 초감공 덕분에 이것을 언제나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이건 분명 찰나의 간극이 생사를 가르는 고수들과의 싸움에서 아주 큰 무기가 될 터였다.

“그럼 어디 어떤지 몸 좀 움직여 볼까?”

팽중호는 이 초감각을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몸을 움직일 생각을 했다.

팽중호는 곧바로 무림맹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원 없이 무공을 마음껏 휘두를 수 있는 곳으로 멀리멀리 움직였다.

‘어디까지 되나 한번 보자.’

팽중호는 극한까지 모든 힘을 끌어내어 보고 싶었다.

마교와의 일전 전에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초감공과 합쳐진 혼원벽력신공의 한계.

과연 이 힘의 한계가 어디일지 팽중호도 정확히 짐작하지는 못했으니 말이다.

“이쯤이면 되겠지?”

엄청난 속도로 무림맹에서 달려 나온 팽중호가 주변에 인적 하나 없는 드넓은 평원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