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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53화 (153/200)

153화 이거 어디서 구했어?

팽중호가 거웅상단에서 일을 끝냈을 때.

팽구준은 다른 곳에서 일을 치르고 있었다.

“넌 팽구준?”

“예. 맞습니다.”

팽구준은 거웅상단으로 돌아오고 있던 팽철도에게로 갔다.

팽구준이 이곳으로 온 이유는 팽철도를 살려서 데려오라는 팽중호의 말 때문이었다.

“왜 내 앞을 가로막지?”

“소가주님께서 당신을 데려오라 했기 때문입니다.”

“하! 나를 인질로 잡아서 살아 보려는 수작인가?”

팽철도는 소후정이 팽중호를 죽이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기에 목숨의 위협을 느낀 팽중호가 자신을 이용해 소후정의 손아귀에서 살아 나가려고 한다 생각했다.

“아마도 그건 아닐 겁니다.”

“흥. 당연히 너에게는 아니라고 했겠지.”

“그보다. 저를 따라오실 겁니까?”

팽구준은 최대한 정중하게 팽철도에게 자신을 따라올 것이냐 물었다.

그가 얌전히 따라온다면, 굳이 힘을 쓸 필요가 없을 테니 말이다.

“미쳤군. 내가 왜 너를 따라가지?”

“그럼. 힘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힘을 쓴다? 너 혼자 그게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팽철도에게는 그 말고도 부하가 둘 더 있다.

그들 모두 상당한 실력자.

팽구준 혼자서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습니다.”

스릉-

팽구준의 도가 뽑혀 나왔다.

도를 들자, 일변하는 팽구준의 기세.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자, 팽철도와 그 부하들도 무기를 꺼내어 들었다.

“공격해!”

“예!”

팽철도는 먼저 부하들에게 달려들라고 명령했다.

곧바로 대답하며 팽구준에게 달려드는 두 부하.

팽구준은 차분한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다가, 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환영천무도법(幻影天舞刀法)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휘익- 휙- 휘이익- 휙- 휙-!

두 부하는 자신의 앞을 어지럽히는 환영을 막거나 베어 나갔는데, 그 어느 것 하나 진짜인 것이 없었다.

마치 지금 주변에 있는 환영이 전부 허상인 것 같을 정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게 보이는 착각일 뿐.

서걱- 서걱- 서걱- 서걱-

허상인 것 같았던 환영이 진상이 되어 베어 왔고, 진상인 것 같은 환영은 허상이 되어 둘을 농락했다.

그렇게 마치 환상 속에 갇힌 듯 허우적거리던 팽철도의 부하 둘이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이럴 수가!”

팽철도는 너무나 쉽사리 쓰러져 버린 두 부하를 보며 아연실색하였다.

이렇게 쉽게 쓰러져서는 안 되는 부하들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팽철도 자신보다 뛰어난 무인들.

그런 두 사람이 이렇게 쉽사리 쓰러져 버렸다는 것은, 자신은 절대로 눈앞의 팽구준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지 않은가?

타탓-

팽철도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지금 여기서 조금만 달아나면, 거웅상단 본진이 나온다.

일단 그곳으로 가면 어떻게든 될 터였다.

파아앗-

하지만 팽구준이 그것을 그냥 가만히 볼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팽철도를 따라잡은 팽구준.

어느새 두 사람은 나란히 달리는 형세가 되었다.

“흠. 이 길이면…….”

스윽-

팽구준이 도를 반대로 돌렸다.

도의 등으로 팽철도를 가격할 생각인 것이다.

휘익-

“헙!”

팽구준의 도가 아슬아슬하게 팽철도의 뒤 목을 스쳐 지나갔다.

팽철도는 덩치에 맞지 않게 나름 움직임이 잽쌌다.

그렇게 팽구준의 공격을 피한 팽철도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갔고, 팽구준은 그런 팽철도를 계속 따라 달리기만 하였다.

‘왜 따라오기만 하지?’

팽철도는 팽구준이 더 이상 도를 휘두르지 않고 따라만 오는 것이 의아했지만, 일단 거웅상단이 가까워진 것을 보고 생각은 접어 둔 후 지체 없이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저자를 막아……?!”

거웅상단에 들어서자마자 팽구준을 막으라고 소리치던 팽철도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제자리에 멍하니 섰다.

지나치게 고요한 거웅상단의 본진.

그리고 그곳에서 이곳에서 보면 안 되는 하나의 인영이 그를 반겨 주고 있었다.

“잘했다. 구준아.”

“패, 팽중호?! 이게 도대체 무슨…….”

거웅상단의 본진에 서서 팽철도를 기다리고 있던 이는 바로 팽중호.

팽중호는 모든 상황을 정리한 뒤, 느긋하게 이곳에서 팽철도, 아니 팽구준을 기다린 것이다.

팽구준이 이곳으로 팽철도를 데리고 올 터였으니 말이다.

“자. 그럼 이제 소가주 경합을 끝내러 돌아가기만 하면 되겠다.”

지금 팽철도에게 팽중호의 말은 들리지도 않았다.

지금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것도 벅찼으니 말이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이란 말이냐!’

지금 주변에는 무인들이 시신이 쓰러져 있는데, 그 시신들 중에는 자신의 할아버지, 즉 소호정의 시신도 있었다.

지금 이 상황이 자신에게 크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 것인지는 아직까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해가 안 가는 거 같은데, 알기 쉽게 말해 줄게. 거웅상단은 망했고, 너도 망한 거야.”

“!!!”

팽철도는 이제는 상황의 인지가 끝이 났다.

소호정이 말했던 계획이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소호정은 죽어 버렸다.

팽철도의 든든한 힘이었던 소호정이 사라진 지금, 이제 더 이상 팽철도에게 팽중호와 경합할 힘은 없어진 것이다.

“자, 그럼 곱게 가자.”

* * *

팽중호는 거웅상단의 일은 거래에 따라 만송상단에게 맡겼다.

거웅상단을 이끌던 상단주인 소호정이 사라져서 우왕좌왕하던 거웅상단을 만송상단이 공격적으로 모조리 흡수해 내었고, 그렇게 만송상단은 순식간에 절강성 제일의 상단으로 올라섰다.

그리고 팽중호는 그대로 절강성을 떠나 하북팽가로 돌아왔다.

“자, 그럼 제가 소가주가 되는 것에 다들 이견들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팽중호는 대회의실 가장 높은 자리에 서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었다.

팽철도는 팽중호의 손에 이끌려 하북팽가로 돌아오자마자 경합에 패배했음을 선언했다.

팽중호의 완벽한 승리.

그렇게 팽중호는 경합에서 승리하였으니 당연히 다시금 소가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고, 지금 이 회의는 소가주가 된 팽중호의 주체하에 열린 회의였다.

“혹시나 이견이 있으신 분은 지금 손을 들어서 가감 없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씨익-

사람들에게 말을 하며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짓는 팽중호.

그 모습을 보고 감히 이견을 내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여기에 있는 모두가 지금 팽철도가 어떤 상황을 맞이했는지를 잘 알았기 때문이었다.

‘잘못하면 죽는다.’

지금 팽철도, 흑철도문 그리고 거웅상단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팽중호에게 반기를 들었다가는 자신들도 팽철도와 같은 꼴을 당할 것이란 걸 아는데, 어찌 반기를 들겠는가?

“그럼 다른 이견은 없으신 것으로 알고, 회의는 마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

회의는 그대로 끝이 났다.

사람들은 서둘러 자리에 일어나 돌아가려 하였는데, 그때 팽중호가 그들을 향해 한마디를 더 내뱉었다.

“혹시나 또 소가주 자리가 탐나면 언제든 도전하십시오. 다만, 죽을 각오는 하고 말입니다.”

팽주호의 살벌한 경고에, 다들 속으로 소가주가 될 생각은 완전히 접어 두었다.

“하아암. 방에서 좀 쉴까?”

회의를 끝낸 팽중호는 자신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절강성에 다녀오는 길이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았지만, 어찌 집에서 쉬는 것보다 편하겠는가?

그렇게 팽중호가 처소에 들어왔을 때.

팽중호의 처소에 이세경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 세경아 왔어?”

“예. 급한 일을 끝내고 왔습니다.”

팽중호가 절강성에서 돌아왔을 때, 이세경은 신조상단의 일로 자리에 없었기에 만나지 못했었다.

“많이 피곤할 텐데, 가서 좀 쉬고 오지.”

“그러고 싶었는데, 이야기를 좀 들어서 말입니다.”

“응?”

“절강성에서 만송상단과 거래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하하…….”

팽중호는 예상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음에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만송상단과의 거래.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하북팽가가 크게 손해를 보는 거래였다.

그러니 당연히 하북팽가의 일원인 이세경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거래인 셈이었다.

이것은 아무리 팽중호가 한 일이라도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어찌 그런 거래를 하셨습니까? 하다못해 저에게 미리 언질이라도 주셨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터인데…….”

“그, 그게 미안해.”

사실 팽중호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었다.

그저 팽철도와 그의 뒷배경인 거웅상단을 응징하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거래에 대해서는 완전히 소홀한 것이 맞았으니 말이다.

“이번에는 이미 거래를 한 것이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지만, 다음부터는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어.”

“……아무래도 언제 시간이 되면 가가께 장사의 기본에 대해 알려 드려야겠습니다.”

“응. 그래. 열심히 배울게.”

그렇게 이세경에게 잠시간 훈계를 들은 팽중호.

이세경은 그런 팽중호를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웃음을 빙긋 지었다.

“왜 웃어?”

“세상에 도신이라 불리는 분이 이렇게 귀여운 분이란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어서 웃었습니다.”

“내가 좀 귀엽기는 하지?”

“예. 그렇습니다.”

분위기가 금방 화기애애하게 변해 갔다.

사실 이세경이 팽중호에게 거래에 대해 말을 한 것은 그저 조금 아쉬워서였을 뿐이지, 정말로 그가 잘못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당황해하는 팽중호가 보고 싶어서 짐짓 화가 난 듯 연기한 것일 뿐.

그리고 그런 그녀의 기대에 부흥하듯 팽중호는 꽤 당황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이세경은 그런 팽중호가 너무 귀여워 웃음을 지은 것이었다.

무림에 도신이라 불리며 추앙받는 그의 이런 모습을 아는 사람이 자신 말고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기분도 좋았고 말이다.

“그런데 그건 뭐야?”

한창 이야기를 나누던 팽중호가 이세경의 옆에 있는 보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 이런. 이걸 드린다고 하고 제가 깜빡 잊었습니다.”

이세경은 깜빡하고 있던 자신을 탓하며, 보자기를 팽중호에게로 건네었다.

팽중호는 보자기를 받아든 팽중호는 천천히 풀어 보기 시작했다.

스륵- 스륵- 스륵-

보자기를 풀어내자 안에서 하나의 조각상이 나타났다.

범의 형태를 한 조각상.

옥을 깎아서 만든 듯한 조각상은 일견 보기에도 범상치 않았는데, 이 조각상을 본 팽중호의 두 눈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거 어디서 구했어?”

“이번에 상행을 나간 곳의 한 골동품점에 있던 것입니다.”

“…….”

팽중호는 이세경의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조각상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팽중호를 바라보던 이세경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하북팽가의 것이 맞습니까?”

“응. 맞아.”

옥으로 된 조각상의 가장 밑부분에는 팽(彭)이라는 글씨가 음각되어 있었다.

호랑이와 팽이라는 글자.

누가 보더라도 하북팽가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조합.

그렇기에 이세경은 곧바로 이것을 구매해 온 것이었다.

팽중호에게 전해 주기 위해 말이다.

“혹시 가가께서는 이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신옥팽호상(神玉彭虎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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