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화 끝은 아닐 거고?
광혼칠살의 옆에 홀로 나타난 한 명의 무인.
말로는 얼라라며 그를 내려보는 듯했지만, 그들은 모두 이 한 명을 경계하고 있었다.
전대의 대 마두들인 그들이 경계를 한다?
하지만 그는 충분히 그럴 만한 자였다.
“잔홍마도 님 어서 오십시오.”
소후정은 그에게도 더없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었다.
잔홍마도(殘紅魔刀) 곽장기.
한때 절강제일인으로 불렸던 정도의 무인.
엄청난 명성을 날리며 잘나가던 그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는 피에 미친 살귀로 변해 버렸다.
그를 잡기 위해 수많은 절강성의 무인들이 모였는데, 결국 그를 잡지 못하고 실패했다.
그 후 그는 무림에서 증발하듯 사라졌는데,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최고의 무인과 싸우게 해 준다고 했지?”
“물론입니다.”
곽장기는 무림에서 정체를 숨긴 채로 강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피를 사냥해 왔다.
취혈적마공(醉血赤魔功).
그를 피에 미친 살귀로 변해 버리게 만든 마공.
그는 이것을 우연한 기회에 얻은 후로, 이것에 완전히 미쳐 버려 피를 갈구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팽중호와 싸우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나타난 것이었다.
“도신이란 놈이 그런데 그렇게 강한가?”
광혼칠살과 잔홍마도 모두 가진 의문이었다.
그들은 팽중호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것이 전부 사실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무림은 왕왕 소문이 크게 부풀려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런 영웅적인 서사는 더더욱 더 부풀려지고 말이다.
“특급이 포함된 절강성 낭인 삼 할을 혼자 베었습니다.”
“호?”
“쓸 만한 사냥감이군.”
혼자 절강성 낭인 삼 할을 베었다는 이야기에 광혼칠살과 잔홍마도는 오히려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실력은 갖추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결코 위축들거나 하지 않았다.
‘좋아.’
소호정은 이들의 표정에 아주 만족했다.
거금을 들이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광혼칠살과 잔홍마도면 마교의 천마도 이길 수 있을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역시 돈으로 되지 않는 것은 없다.’
돈으로 가능하지 않은 것은 없다.
소후정은 자신의 이 생각이 틀리지 않다고 확신했다.
“그럼 언제 움직이지?”
“제가 적당한 때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동안 이곳에서 편히 쉬고 계십시오.”
소후정은 지금 팽중호가 만송객잔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가 그곳에서 빠져나올 때를 맞추어 움직일 생각이었다.
“아니, 굳이 너네가 때를 기다릴 필요 없어. 내가 왔으니까.”
그때 거웅산단의 본진에 아주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
팽중호는 해가 사라지자마자 홀로 거웅상단으로 떠났다.
팽구준은 다른 일을 시키기 위해 따로 보내고 말이다.
“이렇게 일을 쉽게 해 줘서 고마워.”
천천히 소후정이 있는 곳으로 걸어 들어오는 팽중호.
주변에 있던 광혼칠살과 잔홍마도는 그런 팽중호를 바라보고는 곧바로 만반의 태세를 했다.
그들은 느낀 것이다.
팽중호가 얼마나 강한 무인인지를 말이다.
“뭐가 고맙다는 거지?”
“그냥 정정당당하게 딱 거래만 했으면 혹시 또 몰랐는데, 이렇게 힘을 쓰게 해 주니 말이야.”
물론, 정정당당하게 거래로 싸웠어도 질 생각은 전혀 없는 팽중호였다.
다만, 팽중호에게는 이렇게 힘으로 하는 일이 훨씬 더 익숙하고, 자신이 있을 뿐.
“네가 도신이냐?”
광혼칠살 중 하나가 팽중호를 향해 소리쳤다.
느낌으로 팽중호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럼에도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었다.
“맞아.”
“하! 어린놈이 싸가지가 없구나.”
“너 같으면 너 같은 놈한테 예의를 갖추겠냐?”
“이놈!”
팽중호를 향해 살기를 드러내며 소리치는 광혼칠살이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하였다.
그들의 감이 경고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섣불리 움직이면 그대로 죽는다고.
“어차피 날 죽이려고 한 거 아니야? 뭐 해? 안 덤비고?”
“아주 피 맛이 좋겠어.”
잔홍마도가 입술을 슬쩍 핥으며 눈을 빛내었다.
지금 팽중호의 피를 마시면 얼마나 맛있을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었다.
분명 지금까지 그가 마셔 본 피 중에 제일 맛있을 터였다.
파앗-
광혼칠살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팽중호를 둘러쌌다.
그들은 합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팽중호의 강함을 알기에 모든 힘을 합친 합격을 말이다.
슥슥-
한 명의 손짓과 동시에 광혼칠살 일곱이 동시에 움직였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팽중호를 압박하는 광혼칠살.
그들은 곧바로 팽중호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니고,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슈와악-
그때 광혈칠살 중 한 명의 유성추가 팽중호에게 쏘아져 나왔다.
부지불식간에 날아오는 유성추는 상당히 날카로웠다.
캉- 촤라라라라락-
팽중호가 날아오는 유성추를 쳐 내는 순간.
유성추가 튕겨져 날아가는 듯하다가 갑자기 그대로 팽중호의 멸뢰진천도를 휘감아 버렸다.
순간적으로 멈춘 팽중호의 움직임.
딱 그 순간 남은 광혼칠살이 모두 팽중호에게로 쇄도했다.
지금이 틈이었으니 말이다.
“이 정도가 끝은 아닐 거고?”
콰창-
멸뢰진천도에 휘감겨 있던 유성추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유성추를 날린 광혼칠살이 깜짝 놀랐다.
지금 날린 유성추는 보통 유성추가 아니었다.
자신의 강기를 몇 겹이나 머금은 유성추.
절대로 이렇게 쉽게 터져 나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키이이이이이잉-
팽중호의 멸뢰진천도가 울기 시작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곡세(無雷哭世).
이 울음을 들은 광혼칠살은 급하게 내공을 끌어올렸다.
그저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공이 모조리 진탕이 나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더 힘들 내 봐. 이래서는 내가 맛이 안 나잖아.”
팽중호는 아주 느긋한 말투로 광혼칠살을 자극했다.
물론 광혼칠살은 이런 것에 걸려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힘은 있는 대로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우우우우우우우-
주변을 가득 메우는 광혼칠살의 기운.
조금 떨어져서 사태를 관망하던 잔홍마도가 이 기운에 눈을 빛내었다.
‘광혼칠살이 허명은 아니군.’
저들이 모든 힘을 내자 확실히 피부가 떨려 올 정도로 강렬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엄청난 실력에 도달한 이들.
그런 이들 일곱이 모여 합격을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압박일 터였다.
아니, 그래야 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에 서 있는 팽중호는 너무나도 평온했다.
“흐음. 이 정도란 말이지? 기대보다 별거 없네.”
팽중호는 광혼칠살을 바라보며, 멸뢰진천도를 움직였다.
저들의 실력은 더 이상 안 봐도 될 것 같았으니 말이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단세(無雷斷世).
서걱-
딱 한 번 울리는 소리.
하지만 이 한 번의 소리로 광혼칠살 전부가 바닥에 쓰러졌다.
어떻게 피하지도, 막지도 못했다.
“다음.”
광혼칠살을 모두 베어 낸 팽중호가 이번에는 잔홍마도를 바라보았다.
제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히 서 있는 잔홍마도
그렇게 있던 잔홍마도가 자신의 도를 꺼내어 들었다.
“단 일격. 이것으로 승부를 내자.”
“그러든지.”
잔홍마도는 어차피 자신이 팽중호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지 않았다.
광혼칠살이나 자신이나 그리 큰 실력의 차이는 없다.
그런데 단 일수에 그들이 모두 죽었으니, 팽중호와 자신에게는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뜻.
그렇기에 마지막이 될 이 싸움에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걸어 볼 생각이었다.
저 광혼칠살들처럼 허망하게 죽기는 싫었으니 말이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각-
주변의 땅이 갈라질 정도의 기파가 잔홍마도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단 일격을 내뻗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꺼낸 것이다.
조금 전 광혼칠살 일곱의 기운을 합친 것보다도 더 강한 기운.
“간다!!!”
그리고 그 기운이 잔홍마도의 도에 서리더니, 그대로 팽중호를 향해 날아왔다.
마치 피처럼 붉은 기운.
이것이 그를 잔홍마도라고 불리게끔 한 취혈적마공이었다.
“아주 더럽고 조잡한 기운이군.”
팽중호가 바라본 잔홍마도의 기운은 너무나 탁했다.
정순하지 못한 만큼 위력은 약하기 마련.
잔홍마도가 모든 것을 내건 일격이건만, 팽중호가 보기에는 너무나 허접한 공격이었다,
스으윽- 사아아아악-
팽중호의 멸뢰진천도가 움직였고, 그 움직임에 따라 팽중호에게로 쏘아져 오던 잔홍마도의 기운이 그대로 갈라져 나갔다.
너무나도 쉽게 잔홍마도의 기운을 갈라 버리는 팽중호의 기운.
서걱-
그리고 그 기운은 그대로 잔홍마도마저 반으로 갈라 버렸다.
절강성을 뒤흔들었던 잔홍마도의 허망한 최후였다.
철컥-
팽중호는 멸뢰진천도를 다시금 도갑에 넣었다.
이제 남은 이는 한 명.
소호정뿐이었다.
“준비한 건, 끝?”
“…….”
소호정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 팽중호의 손에 쓰러진 이들이 도대체 어떤 이들인가?
엄청난 거금을 들인 내로라할 고수들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허망하게 모조리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상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지금 이 자를 죽일 수 없다.’
소호정은 머리를 굴렸고, 팽중호를 죽일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돈을 아무리 써도 지금 팽중호는 죽일 수 없었다.
“얼마지? 내가 너를 사지.”
그렇기에 소호정은 방법을 달리하기로 했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
팽중호를 죽일 수 없다면, 돈으로 사면 되었다.
“나를 산다고?”
“그래. 만송상단보다 세 배를 주지.”
“크크크. 세 배를 준다고?”
팽중호가 소호정을 보며 웃었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소호정.
분명 아주 틀린 해결법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분명 예외라는 것이 존재했고, 팽중호는 그 예외였다.
그리고 어차피 팽중호는 지금 소호정의 저 제안을 받아들일 이유가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네 재산이 이제 내 것인데, 내가 뭐라 세 배를 받지?”
거웅상단이 무너진 후, 소호정 개인의 자산은 팽중호가 가지기로 하였다.
그러니 조금도 소호정의 제안에 흔들릴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이렇게 나를 죽이면, 분명 세상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소호정은 이번에는 협박으로 길을 바꾸었다.
소호정은 절강성에서 여러 무림 문파는 물론 관과도 깊은 인연이 있었다.
만약 그런 자신을 팽중호가 죽인다면, 분명 큰 역풍을 맞을 터.
그것을 이용해 소호정은 살아남으려는 것이었다.
“그건 걱정하지 마.”
팽중호는 이미 만송상단과 거래를 할 때 이것에 대한 것도 준비해 두었다.
여기서 소호정을 죽인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게끔 말이다.
“네가 돈 좋아했지? 그걸 그대로 쓰면 쉽거든.”
지금 소호정이 믿는 것들은 모두 돈으로 산 것들.
그러니 이쪽에서 더 많은 돈을 준다면, 얼마든지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는 것이었다.
“자, 그럼. 끝을 내 볼까.”
팽중호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 히이익!”
지금까지 당당하게 서 있던 소후정이 그대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죽기 싫었다.
푹-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후정의 바람.
소후정의 가슴팍이 꿰뚫리며, 그의 신형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거웅상단의 상단주인 매혼상 소후정이 이렇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감히 나를 건드려? 그러면 그 값은 치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