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구미가 좀 당기십니까?
팽중호가 별채를 원한 이유.
그것은 시간을 아껴 쓰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쉬는 시간이라도, 수련을 게을리할 수는 없었다.
“자, 오랜만에 실력 좀 볼까?”
“알겠습니다!”
팽구준이 실력 좀 보겠다는 팽중호의 말에 곧바로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역시. 천재야.’
자세부터 전해져 오는 느낌이 달랐다.
팽중호 자신이 많이 봐 주지 못했음에도, 혼자서 상당한 경지에 오른 것이다.
곽채령, 위지철, 그리고 팽구준.
팽중호가 인정한 천재 중 천재들이었다.
“와라.”
“예!
팽구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그만큼 완벽한 환영.
팽중호는 흡족한 미소를 거두지 않으며, 팽구준의 수련을 도왔다.
‘이대로면 충분히 팽가의 수호신이 될 수 있겠어.’
팽구준은 지금 이대로라면, 팽가의 수호신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분명 하북팽가의 숨겨진 패로서 놀라운 활약을 할 터였다.
아니, 그렇게 이번에 확실하게 만들어 둘 생각이었다.
“소가주님. 식사가 왔습니다.”
“아, 그래.”
그때 지호창이 식사가 왔음을 알렸고, 팽중호와 팽구준은 수련을 멈추고 식사를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별채에 성대하게 차려진 음식.
확실히 유명 객잔답게 화려한 음식이 차려지고 있었는데,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음식이 나오고 있었다.
“원래 이렇게 많이 주나?”
“호호호. 아닙니다. 이건 도신께 특별히 드리는 것입니다.”
팽중호의 의문에 밝은 웃음소리와 함께 한 여인이 나타났다.
음식을 나르는 점소이들과는 확실히 달라 보이는 여인.
누가 보아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누구십니까?”
“만송상단의 상단주. 도혜란이라고 합니다.”
만송상단 상단주 도혜란.
절강성에서 두 번째로 큰 상단인 만송상단을 이끄는 여인이었다.
상단주라는 직책에 비하면 너무나 젊은 여인.
하지만 그녀를 아는 이들은 절대로 그녀를 나이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본래 그리 큰 상단이 아니었던, 만송상단을 지금의 자리까지 끌어올린 입지전적인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상단주가 직접 나왔어?’
팽중호는 만송상단의 상단주가 이세경과 비슷한 또래의 여인이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도혜란의 모습에는 놀라지 않았지만, 그녀의 등장에는 조금 놀랐다.
원래는 내일 직접 찾아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직접 등장할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무슨 일로 직접 오셨습니까?”
“도신께서 저희 객잔에 오셨는데, 어찌 인사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도혜란이 이곳에 직접 나타난 이유,
그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했다.
무려 도신 팽중호의 방문이니 말이다.
무림에서 현재 팽중호의 입지는 그야말로 절대적.
그런 거물이 방문했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팽중호와 도혜란은 일단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잠시간 침묵이 이어졌다.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고 서 있는 두 사람.
“저희와 거래를 하시기 위해 오신 것입니까?”
먼저 침묵을 깬 사람은 도혜란이었다.
그녀는 팽중호가 왜 이곳에 방문했는지를 알았다.
소가주 경합.
그것에 대한 소식이 이곳까지 당도했다.
그래서 그녀는 팽중호가 거래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것을 안 것이다.
“맞습니다.”
“어떤 것을 거래하려 하십니까?”
“절 거래하려고 합니다.”
“예?”
“저를 사시라는 겁니다.”
“!!!”
자신을 사라는 팽중호의 말의 뜻을 도혜란이 이해했다.
지금 팽중호가 거래로 제시한 물건은 바로 도신 팽중호였다.
어쩌면 현 무림에서 가장 비싼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희는 도신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도혜란은 일단 거절의 뜻을 내비쳤다.
사실 만송상단이 지금 팽중호를 살 이유는 없었다.
딱히 무력을 쓸 일이 없었으니 말이다.
“절강 제일상단. 되고 싶지 않습니까?”
“호호, 지금도 충분합니다.”
거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항주 제일상단.
이것은 사실 도혜란의 오랜 꿈이기는 하였다.
그녀는 만송상단을 언젠가는 반드시 항주 제일상단으로 올리고 싶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덥석 팽중호의 거래를 물기에는 장사꾼의 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런 기회 흔치 않을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비싸게 부르지 않을 겁니다. 한번 들어나 보시죠?”
“그것이라면 얼마든지요.”
지호창이 앞으로 나섰다.
거래에 관한 것은 그가 전담하니 말이다.
지호창은 도혜란에게 거래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듣는 도혜란.
그렇게 모든 이야기를 듣고, 도혜란이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가능하시겠습니까?”
도혜란의 질문은 당연했다.
팽중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야기만 듣고 움직이는 건 장사꾼이 할 일이 아니었다.
“지금쯤이면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떤……?”
“절강성에서 활동하는 낭인들에 대해 한번 알아보시죠.”
팽중호의 말에 도혜란이 옆에 있던 이에게 눈빛을 보내었다.
그러자 그가 곧바로 사라졌고, 잠시 뒤 다시 나타나서는 도혜란에게 무언가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도혜란의 눈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거웅상단에서 고용한 특급 낭인들이 전부 죽었다고?”
“예.”
도혜란은 팽중호의 말대로 절강성 낭인들에 대한 정보를 찾아오라 시켰다.
그리고 가져온 정보는 거웅상단이 절강성에 활동하는 낭인 중 삼 할을 고용했고, 그들이 모조리 죽었다는 것.
게다가 그중에는 특급 낭인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들마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보의 대미는 그것을 해낸 사람이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도신 팽중호 혼자라는 것.
‘가장 비싼 정보를 얻어 오라 하였으니, 이건 틀림없는 사실일 터다.’
도혜란은 구해 올 수 있는 가장 비싼 정보를 얻어 오라고 시켰다.
많은 금액을 지불한 만큼 정보가 확실하니 말이다.
그렇게 가져온 정보이니 분명, 이 정보는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일 터다.
‘그 수많은 낭인을 혼자서 쓰러트리다니. 절강성의 그 어떤 무인도 불가능하다.’
절강성에 있는 그 어떤 고수도, 혼자서 절강성 낭인의 삼 할을 혼자서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팽중호가 소문대로의 엄청난 고수라는 것은 확인된 것이다.
“어떻습니까? 구미가 좀 당기십니까?”
“그런데 정말 이 조건이면 충분합니까?”
“물론입니다. 앞으로 좋은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으니 말입니다.”
지호창이 도혜란에게 제시한 거래 내용은 사실 만송상단에 좋은 제안이 많았다.
팽중호가 지금 하려는 일에 비한다면, 소소할 수 있는 이익인 수준이었다.
그러니 만송상단으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아주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조금 더 거래 내용을 조정하는 것으로, 거래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 뒤의 일은 일사천리였다.
지호창과 도혜란은 거래에 대한 것을 다시금 세세하게 조정하기 시작했고,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애초에 많은 부분을 팽중호 측이 양보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거래하면, 세경이한테 혼나는 건 아닐까 몰라.’
애초에 그저 팽철도와 거웅상단을 확실하게 짓밟기 위한 것이라, 거래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기에 만약 이 거래를 이세경이 안다면, 꽤 크게 혼날지도 몰랐다.
자신에게 말도 하지 않고, 이런 거래를 했다고 말이다.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지.’
팽중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거래가 마무리되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저희야말로 감사드립니다.”
깔끔한 거래.
만송상단이 좋은 조건을 받았지만, 어쩌면 만송상단으로서도 큰 결정을 한 것이었다.
만약 이 일이 잘못되면, 거웅상단에 큰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건 먼저 그들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과 같은 상황.
거웅상단에 자신들을 공격할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도혜란은 자신의 안목을 믿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안목 덕에 만송상단이 이만큼 커졌고, 지금 그것을 해낸 그녀의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확신을 가져도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만송상단의 흥망을 결정할지 모르는 거래였지만, 왜인지 그녀는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대가 되었다.
만송상단이 이미 절강 제일상단이 된 것 같았으니 말이다.
“저희가 지원해 드려야 할 것은 없습니까?”
도혜란은 거래가 성사된 시점에서 이제 한배를 탄 사이이니, 필요한 것은 없는지를 물었다.
“없습니다. 아, 그리고 일은 오늘 밤에 끝낼 테니까, 그렇게 아시고 미리미리 거래 준비를 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곧바로 오늘 밤에 끝을 낸다는 팽중호의 말.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하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팽중호라면 달랐다.
그라면 정말 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도혜란은 곧바로 거래에 대한 준비를 하기로 하였다.
“그럼. 일 다 끝나고 다시 뵙죠.”
* * *
거웅상단의 본진에 일단의 무인 무리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주변 공기를 짓누르는 엄청난 기운을 내뿜는 이들.
상단에 들어설 자들은 분명 아니었다.
“도신이란 놈을 사냥할 수 있다니, 이거 재밌겠어.”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우리가 다 필요한가?”
“크크큭. 누가 마지막에 도신의 목을 베는지 내기나 하자고.”
자기들끼리 거침없는 말을 나누는 무인들.
그런 그들을 향해 거웅상단의 상단주 소후정이 다가왔다.
평소 무림인을 하찮게 보는 그였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상당히 공손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소후정의 앞에 있는 무인들은 아무리 그라도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이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크크. 도신이란 놈을 죽이려고 뇌옥(牢獄)에서 우리를 꺼내다니, 자네도 미쳤군 그래.”
“그자를 죽이려면 광혼칠살 분들이 아니고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야기는 들었지. 그래서 모두가 흥미가 동해서 나온 거거든. 아니었으면 나름 거기도 나쁘지 않은 곳이었으니 나오지 않았을 거야.”
광혼칠살(狂魂七殺).
그들은 전대 무림의 대 마두들이었다.
실력이 너무나 뛰어나 그 당시의 무림맹이 손도 대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고수들.
다만, 그들의 살생이 너무나 과해 관(官)이 직접 나서서 간신히 뇌옥에 잡을 수 있었던 이들이었다.
일각에서는 일부러 그들이 관에 잡혀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대단한 이들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지금 뇌옥을 나와 거웅상단에 나타난 것이다.
‘이들이라면, 도신도 죽일 수 있다.’
소후정은 광혼칠살을 뇌옥에서 꺼내와 그들에게 팽중호의 살행을 맡기기 위해 엄청난 거금을 썼다.
범인은 상상도 못 할 거금.
하지만 소후정은 돈이 아깝지 않았다.
팽중호를 죽일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저런 얼라도 필요한 건가?”
“누가 얼라라는 거지 늙은이들?”
그때 광혼칠살의 옆으로 나타나는 또 한 명의 무인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