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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48화 (148/200)

148화 모든 것을 걸고 하자는 겁니다.

팽중호가 곽채령과 함께 하북팽가로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하북팽가에 있던 모든 일을 장춘오에게 직접 전부 다 전해 들었다.

“그래? 그래서 뭐로 하자든?”

“내일 회의에서 공개하겠답니다.”

그들이 정한 경합의 주제는 내일 정기 회의에서 공개하기로 하였다.

아직까지는 무얼 할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

물론 팽중호도, 장춘오도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어떤 걸 꺼내든 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 어떤 놈인지 알아냈어?”

“예. 알아내었습니다.”

팽중호는 지금 새롭게 추대하는 소가주가 어떤 자인지에 대해 물었다.

어떤 자인지는 궁금했으니 말이다.

“흑철도문의 소문주인 팽철도라는 자입니다.”

흑웅도(黑熊刀) 팽철도.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후기지수로 하북성에서 새롭게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팽씨의 핏줄답게 거대한 체격의 그는, 그 강렬한 힘을 바탕으로 펼치는 도법이 일품인 무인이었다.

또 특이한 점이 있다면, 팽철도의 어머니인 소조란의 집안이었다.

절강제일 상단으로 불리는 거웅상단(巨熊商團)이 바로 그녀의 집안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흑철도문은 원래 절강성에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팽중호와 하북팽가가 무림에 이름을 날리자, 그들은 이곳 하북팽가로 둥지를 옮겼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북팽가의 방계라는 것을 이용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게 목적을 가지고 하북성으로 터를 옮긴 흑철도문은 거웅상단의 힘으로 하북성에서 나름 힘을 가지게 되었고, 하북팽가의 밑으로 합류한 후에 지금처럼 소가주의 자리까지 노리기까지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북팽가가 약할 때 도망쳐서 아는 척도 않고 있다가, 힘이 강해지니까 돌아와서 밥그릇을 뺏으려 한단 말이지? 재밌네.”

팽중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무나 섬뜩한 미소.

팽중호는 오랜만에 다시금 예전 망나니 기질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내가 너무 오냐오냐 지내기는 했어. 그동안.’

한동안 하북팽가와 무림을 위해 팽중호는 꽤 점잖게(?) 지냈다.

하지만 팽중호의 본래 모습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망나니 팽중호.

어쩌면 이것이 자신의 본래 모습이었다.

‘이번에 다시금 제대로 각인시켜 주겠어. 날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팽중호는 속으로 다짐하고, 장춘오에게 몇 가지 일을 지시했다.

그렇게 장춘오가 모든 지시를 받고 돌아갔고, 혼자 남은 팽중호는 오랜만에 자신의 침상에 몸을 뉘였다.

“집이 좋긴 좋아.”

그동안 무림맹에 있는 그의 처소에 지냈는데, 이렇게 세가에 돌아와 본래 자신의 처소에 있으니 뭔가 마음이 편안했다.

역시 집이란 것은 좋았다.

“잠이나 좀 자 볼까.”

팽중호는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고, 그는 오랜만에 정말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그간의 피로가 가실 만큼 편안한 숙면을 말이다.

* * *

다음 날 아침.

하북팽가의 회의장에 다시금 사람들이 모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이번에 팽중호도 함께했다.

도신(刀神) 팽중호.

여기에 모인 이들 중에는 그를 실제로 처음 보는 이들도 존재했는데, 그들의 시선은 팽중호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만큼 팽중호는 지금 무림에서 가장 유명하며 뜨거운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경합 주제는 정하셨소?”

회의는 가주인 팽자성의 주제로 시작되었는데, 팽자성의 말에 흑철도문의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 정했습니다.”

“무엇이오?”

“소가주라는 자리는 무릇 세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자리이니, 누가 얼마나 더 많은 이익을 세가로 가져올 수 있는지를 경합하는 것으로 하고 싶습니다.”

“그럼……?”

“소가주 후보가 상행을 통해 겨루자는 것입니다.”

흑철도문의 말에 몇몇은 인상을 썼고, 몇몇은 미소를 지었다.

흑철도문의 뒤에는 거웅상단이 버티고 있다.

분명 이것은 그것을 이용하겠다는 것.

당연히 기존 하북팽가의 인물들은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새로운 소가주를 추대하려는 이들은 미소를 지었고 말이다.

“좋은 생각입니다!”

“아주 공평한 경합이오!”

회의에 참여한 이들 중 몇몇이 흑철도문의 말에 찬성을 하며 소리를 높였다.

그들은 흑철도문에게 돈으로 완벽히 매수가 된 이들이었다.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말이다.

“저도 아주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듣고만 있던 팽중호가 진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분명 그에게 불리한 제안이건만,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니?

“안 그래도 상행을 해 보고 싶었는데, 아주 잘되었습니다.”

“하하하! 그렇습니까? 구체적인 규칙들도 준비해 왔으니 들어 보시겠습니까?”

“좋습니다.”

흑철도문의 사람이 크게 웃더니, 자신들이 준비해 온 규칙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규칙이라고는 별거 없었다.

상행은 소가주 후보를 포함해 단 세 명만 함께 할 것, 세가나 가문의 힘은 빌리지 말 것, 하북성 주변 이외의 떨어진 곳에서 상행에 성공할 것, 그리고 승패의 결정은 각자가 성사해 온 거래금을 통해 결정한다.

어떻게 보면 소가주 스스로의 힘으로 상행을 성공시켜 오는 아주 공정한 대결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모든 내용이 흑철도문의 소문주에게 유리했다.

‘내가 이렇게 해도 다 수락할 것이라고 생각했군.’

사실상 이런 규칙은 누가 들어도 팽중호가 불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팽중호는 신조상단의 힘을 빌릴 수가 없는데, 저들은 거웅상단의 힘을 몰래 얼마든지 빌릴 수 있으니 말이다.

팽중호가 신조상단의 힘을 이용하면 곧바로 티가 나지만, 저들이 거웅상단을 이용하는 것은 이쪽에서 쉬이 알 수가 없을 터.

게다가 하북성 주변의 성도를 제외하고 상행을 해야 하니, 애초에 신조상단의 도움조차 받기 힘들었다.

이건 분명 시작부터 팽중호가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었다.

그러니 이런 규칙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지만, 저들은 팽중호가 이런 조건이라도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란 걸 알았다.

팽중호의 드높은 자신감이 그렇게 만들 것이니 말이다.

“어떠십니까?”

규칙을 다 말함과 동시에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으며 묻는 흑철도문.

팽중호는 그 미소에 마주 미소를 지어 주었다.

“공평하고 좋은 제안입니다.”

“그럼 이렇게 하시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죠.”

서로가 합의점에 도달했으니, 남은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언제 시작할지, 시간은 얼마나 주어질지 같은 것은 금방 정해졌다.

“아, 제가 제안하고 싶은 게 하나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모든 일이 정해졌을 때쯤.

팽중호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소가주 경합에서 진 쪽은, 어떤 처우를 받더라도 달게 받는 것으로 합시다.”

“그건?”

“그러니까, 모든 것을 걸고 하자는 겁니다.”

“……좋습니다. 여기 이분들이 증인이 되어 주십시오.”

모든 것을 걸고 소가주 경합을 하자는 팽중호의 제안을 흑철도문이 받아들였다.

그들은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것은 팽중호도 마찬가지.

그렇기에 이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이것으로 회의를 마치겠소이다.”

팽중호의 제안을 끝으로 회의가 끝이 났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저마다의 표정이 가득했는데, 다들 지금 이 소가주 경합이 어찌 흘러갈지를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소가주 경합으로 많은 것들이 바뀔 터이니 그랬다.

만약 흑철도문의 소문주인 팽철도가 이긴다면, 정말 하북팽가가 완전히 바뀌어 버릴 테니 말이다.

“중호야, 이길 자신이 있느냐?”

팽자성이 팽중호에게 물었다.

그는 계속 걱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들의 이런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었다.

하북팽가의 가주는 무릇 직계가 잇는 것이 맞는 것.

지금 하북팽가의 직계는 팽중호밖에 없다.

이런 경합 따위는 애초에 성사되지도 않는 일이다.

방계인 그들이 소가주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 말이다.

“그래도 어차피 세력을 늘리다 보면 한 번은 있을 일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해 두고 가는 게 좋을 겁니다.”

세력이 커지다 보면 분명 있을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본보기를 보여 놔야 했다.

앞으로 이런 자들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걱정 마십시오. 절대로 안 지니 말입니다.”

“그래.”

* * *

흑철도문(黑鐵刀門)의 회의실.

그곳에는 지금 흑철도문의 수뇌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당연히 이번 소가주 경합 때문.

지금 회의는 흑철도문의 소문주인 팽철도의 주제로 진행되고 있었다.

“팽중호가 그렇게 자신 있어 한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팽철도는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흥. 무공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상행은 다르지.”

상행은 무공 실력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물건을 얼마나 좋은 값을 팔고 팔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로 결정된다.

그런 점에서 자신은 거웅상단이라는 아주 훌륭한 지원군이 있었으니, 이 경합은 이미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팽중호가 얼마나 대단한 무인인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상행에서는 삼류나 마찬가지인 자.

신조상단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그는 애송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 준비는 미리 해 두었겠지?”

“물론입니다. 소문주께서는 그대로 가셔서 거래를 하는 척만 하시면 됩니다.”

게다가 이미 어떤 거래를 할지까지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완벽하고 철저한 준비.

팽철도는 그저 가서 얼굴만 비추면 되었다.

이 거래로 분명 팽철도는 막대한 이윤을 챙겨올 터고, 그것은 팽중호가 감히 상상도 못 할 거대한 금액일 터였다.

“흔적은 전부 지웠지?”

“물론입니다. 그들이 보기에는 소문주께서 직접 거래를 성사시킨 것으로 보일 겁니다.”

혹시나 이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니, 흔적까지 전부 지우도록 지시했다.

아무리 개방이 나선다고 해도 알아볼 수 없도록 말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고 하지 않은가?

돈은 넘칠 만큼 충분했다.

“좋아. 이제 하북팽가를 내가 가질 수 있겠어.”

“그렇게 되실 겁니다.”

팽철도는 야망이 있었다.

그는 언제나 최고의 위치에 올라야만 직성이 풀렸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하북팽가의 가주 자리를 노리는 것이었다.

하북팽가는 현 무림 최고의 무림 세가이니 말이다.

“하북팽가의 가주가 된 후, 나는 무림맹주가 된다.”

팽철도의 야망은 사실 하북팽가의 가주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무림의 정점에 서기를 바랐다.

그리고 무림의 정점이라면 역시 무림맹주.

그는 무림맹주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럼 움직일 준비를 해라.”

“예. 소문주.”

* * *

소가주의 자리를 놓고 경합을 시작하는 날 아침.

아침부터 하북팽가의 연무장에 사람들이 가득 모였다.

그리고 그 중심.

여섯 명의 인물이 모여 있었다.

이번에 상행을 떠날 이들이었다.

“저놈이 그 팽철도란 놈인가 보네?”

팽중호는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탄탄한 체격의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는 청년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맞습니다. 소가주님.”

이번에 팽중호와 함께 하는 두 명은 팽구준과 지호창이란 자였는데, 지금 팽중호의 질문에 대답한 이가 바로 지호창이었다.

지호창은 장춘오의 밑에서 일을 하는 자로, 이번에 상행에서 팽중호가 하지 못하는 서류를 검토하기 위해 함께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호창은 정보에 대해서 꽤 밝기 때문에 여러모로 팽중호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이였다.

“저런 놈이 나를 이기고 소가주가 되려고 한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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