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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46화 (146/200)

146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위지철과 천부중, 남궁천세의 수련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번의 부딪힘이 있을 때마다 두 사람에게 곧바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는 위지철.

같은 검을 쓰는 검객이기에 더욱 와닿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못마땅해하던 두 사람도,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하고 있었다.

“날이 졌군요. 내일 다시 뵙도록 하지요.”

해가 넘어간 시간.

그제야 세 사람의 수련이 끝이 났다.

그리고 수련이 끝났을 때.

“공자님!”

곽채령이 위지철을 향해 뛰어갔다.

경신법까지 발휘해 엄청난 속도로 위지철을 향해 달려가는 그녀.

위지철은 달려오는 곽채령을 바라보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얼굴에서 보기 좀처럼 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곽 소저!”

와락-

곽채령은 그대로 위지철에게 안겼다.

그녀는 혹시나 수련을 방해할까, 팽중호와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수련을 기다리고 있다가, 수련이 끝나고 나자마자 이렇게 달려든 것이었다.

꽤 오랜만에 만나는 위지철의 품에 안긴 그녀는 그렇게 잠시간 딱 붙어 있었다.

“감동적인 재회도 좋은데, 일단 식사부터 하러 갑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둘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팽중호가 능글맞은 웃음과 함께 식사하러 가자고 입을 뗐다.

지금 시간이 딱 식사를 할 시간.

오랜만에 만났으니, 함께 식사하면 좋을 터였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함께 식사를 위해 움직이는 세 사람.

도란도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움직였는데, 오래 못 본만큼 나눌 이야기가 많았다.

그렇게 도착한 식사 자리.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세가에는 별일 없지?”

“네. 다들 너무 열심히들 하고 있어서, 계속 커지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요?”

곽채령의 말처럼 팽중호의 명성이 올라감에 따라 하북팽가의 명성도 덩달아 계속해서 올라갔고,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하북팽가의 사람들 모두가 열심히 움직였다.

덕분에 지금 하북팽가의 세가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다.

인원이 부족할 정도로 말이다.

“하하. 좋은 일이야. 그리고 다른 소식은 없어?”

“팽구준 소협은 실력이 계속해서 올라가셔서 이제 세가에 상대가 몇 없을 정도가 되셨고, 돌아온 장 각주님이나 도 각주님은 이제 완전히 팽가의 기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되셨어요.”

“그래? 잘들 하고 있군.”

팽중호는 물론 무림맹에 있으면서 틈틈이 하북팽가에 들렀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있을 수는 없었고, 이렇게 같이 지내야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듣지 못한 것들이 많았다.

팽구준은 꾸준히 노력해 지금 하북팽가에서 도수나 곽채령이 아니라면 상대가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재능은 이미 충분한 팽구준이니 당연했다.

그리고 무림맹에 있다가 다시금 하북팽가로 돌아간 장춘오와 도수는 각각 팽가의 기둥이 되어, 팽중호의 빈자리를 메우며 가주인 팽자성을 완벽히 보좌했다.

팽중호는 그들이 다들 제 몫을 해 주기에 이렇게 자신이 무림맹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생겼어요.”

“문제?”

하북팽가에 문제가 하나 생겼다?

문제가 있을 것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새롭게 들어온 이들이 세력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아.”

사람이 모이게 되면 응당 세력이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의 하북팽가는 끈끈하게 묶여 있던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지금 세가 갑자기 불어나며 여러 사람들이 하북팽가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러니 그들은 서로 뭉치며 세력을 만들기 시작했고, 세력이 커진 그들은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뭘 원한다던?”

그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것.

팽중호는 그것을 물었다.

“새로운 직책과 새로운 소가주를 원한대요.”

새롭게 세력을 모은 이들은 자신들의 덩치가 커진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바랐다.

하북팽가에서 당당히 한자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소가주인 팽중호가 있지만, 새로운 소가주를 추대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도신이라 불리는 팽중호가 떡하니 소가주에 있는데, 새로운 소가주를 원한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분명 코웃음을 흘릴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 세력을 모은 이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새로운 소가주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무언가 믿는 것과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소가주님이 지금 팽가를 제대로 이끌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팽중호가 무림맹에 머물며 지내는 것을 이유로 팽중호가 과연 하북팽가의 소가주에 적합하냐는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북팽가의 사람들이라면 콧방귀도 뀌지 않을 소리지만, 뒤늦게 하북팽가로 들어선 이들 중에는 이것에 동조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면에는 기존 하북팽가 사람들이 하북팽가의 힘을 꽉 틀어쥐고 있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도 있었다.

팽중호가 아닌 다른 이가 소가주가 된다면, 그들이 하북팽가의 권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지랄들이군.”

“예. 맞아요.”

팽중호는 기도 안 차는 소리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지금 무림의 안위를 위해 세가를 잠시 비웠다고, 그런 놈들이 나타나다니?

“조만간 모조리 기강을 잡아야겠어.”

팽중호는 음공에 관한 일만 끝이 나면 하북팽가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기강 잡을 생각을 하였다.

역시 이렇게 오래 집을 비워 두면 손님들이 주인인 것처럼 날뛰는 법이었다.

그들에게 누가 하북팽가의 주인인지를 알려 줄 필요가 있었다.

“그럼 채령이는 여기서 좀 머물다가, 나랑 같이 팽가로 돌아가자.”

“네!”

* * *

제갈세가.

하북성으로 자리를 옮긴 제갈세가.

덕분에 지금 하북성에는 무림맹, 하북팽가, 제갈세가가 모여 있는 형세가 되었다.

물론 제갈세가는 세의 확장이나 그런 것에 관심은 없는 듯, 자리를 잡고 나서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하북팽가와의 부딪침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

그들은 기존에 자리하던 곳에 분가를 남겨두고 왔기에, 그곳에서 자금 등을 수급하면 되었기에 하북성에서 굳이 세를 펼칠 필요가 없기도 하였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서 오게. 반갑네.”

팽중호가 제갈세가에 도착하자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신이 직접 나와서 맞이해 주었다.

기별을 넣은 하루 동안 준비를 하였는지, 식사부터 모든 게 성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 서린이에게 이야기 들었네. 소선이를 만나러 왔다고?”

“예. 맞습니다.”

식사하면서 팽중호에게 말을 건네는 제갈신.

그는 제갈서린이 보내 준 서찰에 쓰인 내용 때문에, 팽중호가 제갈소선을 만나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제갈소선.

그녀는 제갈세가의 방계 중 한 명이었다.

어릴 때부터 꽤 특이한 그녀였는데,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오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주변에 사람이 있는 것도 싫어했으며, 밖에 나서는 것도 싫어했다.

주변의 여러 가지 소리가 그녀의 귀를 괴롭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소선이에게 이야기를 했으니, 아마 만나 볼 수는 있을 것이네.”

처소에 머물며 오로지 음공에만 몰두하는 그녀이기에, 웬만해서는 만날 수가 없지만 제갈신이 특별히 언질해 두었기에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쉽지는 않을 걸세.”

“하하. 이미 들었습니다.”

제갈서린처럼 제갈신도 쉽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제갈소선은 제갈세가 사람들도 인정하는 까탈스러움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팽중호는 이미 제갈서린에게 이것을 들은 상태였다.

“지금 바로 가 보겠나?”

“예.”

얼추 식사가 끝났을 때.

제갈신이 지금 찾아가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고, 팽중호는 곧바로 그러겠다 대답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하지 않은가?

시간을 더 끈다고 어떻게 될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직접 안내해 주겠네.”

제갈신이 직접 팽중호를 제갈소선의 처소로 안내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제갈세가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작은 전각 앞.

그 전각 앞에 한 여인이 서 있었다.

“오셨습니까.”

제갈신과 팽중호가 다가오자, 인사해 오는 여인.

“그래. 소선아. 잘 지내고 있었느냐?”

“예. 덕분에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이 바로 제갈소선이었다.

청초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모습의 여인.

밖을 많이 나오지 않았는지, 피부가 아주 희고 고왔다.

특이한 점은 목소리가 굉장히 작다는 것이었다.

내공을 쓰지 않으면 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둘이 이야기를 나눠 보게. 나는 가네.”

“예.”

제갈신이 떠나고, 팽중호와 제갈소선만이 어색하게 자리에 남게 되었다.

“안녕하십니까. 팽중호라고 합니다.”

“아, 예. 제갈소선이라고 합니다.”

어색한 공기를 깨기 위한 인사.

팽중호는 제갈소선의 작은 목소리를 들은 터라, 덩달아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보면 서로 입만 벙긋거린다고 생각할 모습이었다.

“음공을 배우고 싶다고 들으셨습니다.”

“예.”

“저는 가르쳐 드릴 수 없으니, 다른 분을 찾아보시기를 바랍니다.”

조금 전까지는 목소리가 작은 것 말고는 평범한 것 같다고 생각한 팽중호였는데, 역시나 들었던 것처럼 쉽지 않은 듯싶었다.

곧바로 거절하는 제갈소선.

“저는 꼭 소저에게 배우고 싶습니다만,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왜 안 되는지,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는 없습니까?”

“……어차피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는 것에 쓰실 것 아닙니까?”

제갈소선은 귀가 남들보다 월등히 발달한 채로 태어났다.

그렇기에 그녀는 어릴 때부터 주변의 이런저런 소리들을 굉장히 많이 들었었다.

시기 질투를 하는 소리, 싸우는 소리, 남을 욕하는 소리 등…….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 이 소리가 듣기 싫어 혼자 지내는 것이었다.

물론 수많은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와 시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이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람이 싫다.’

그녀는 그런 소리들을 내뱉는 사람들이 싫었다.

그리고 이런 소리 중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소리.

그것은 사람이 내뱉는 고통에 찬 소리였다.

팽중호가 그녀에게 음공을 배우려는 것은 분명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이려는 것일 터.

그런 팽중호에게 음공을 가르쳐 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맞습니다. 음공으로 사람을 죽이려는 것에 쓰려고 합니다.”

팽중호는 솔직히 말했다.

그가 음공을 배우려는 것은 분명 사람을 죽이기 위함이다.

마교를 막기 위해 말이다.

“제가 이것을 배우지 않으면, 더 많은 이들이 고통 속에 죽어 갈 것이고, 이곳에 비명만이 가득해질 것입니다.”

“……음공은 아무나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한 번 보여 주실 수 있으십니까?”

“……좋습니다.”

아직 제갈소선은 아직 팽중호에게 음공을 가르치는 것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팽중호의 말이 일리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또 하나.

‘목소리에 떨림이 없다.’

제갈소선은 목소리로 어느 정도 사람을 판단할 수 있었다.

목소리에 느껴지는 떨림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팽중호의 목소리로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그녀가 지금까지 만났던 이들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선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녀도 모르게 팽중호에게 음공을 보여 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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