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가르쳐 주실 만한 분이 계실까요?
거대한 연무장이 무인들로 가득 찼다.
천부중과 남궁천세 그리고 위지철의 대결을 보기 위해 모인 무인들.
모두 팽중호가 불러 모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눈에는 기대가 잔뜩 서려 있었다.
하긴, 엄청난 수준의 무인들 간의 대결이니 당연했다.
이건 절대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 그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팽중호가 심판으로 나서서 이 대결을 진행했다.
팽중호의 말 한마디에 일순 주변이 고요해졌다.
다들 이제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준비되셨습니까?”
“예.”
끄덕-
각자가 준비되었음을 알려 왔다.
약간은 긴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천부중과 남궁천세, 그와 반대로 위지철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너무나 여유 넘치는 그의 모습에 천부중과 남궁천세는 검을 꽈악 쥐었다.
‘한 방 먹여 주겠다.’
저 여유로운 위지철의 표정을 당황으로 바꿔 주고 싶었다.
무인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호승심이었다.
“그럼. 시작하시죠!”
시작을 선언함과 동시에 뒤로 쭉 빠져나간 팽중호.
이제 비무대 위에는 온전히 세 사람만 남았다.
서로를 바라본 상태로 팽팽한 기 싸움을 시작했다.
물론 이 기 싸움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윽-
위지철이 먼저 움직였으니 말이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서는 위지철.
너무나도 여유가 넘치는 걸음걸이.
이것을 지켜보던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앗-
빠르게 좌우로 흩어지며 위지철을 포위하듯 다가오는 두 사람.
그들의 검에서 검강이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얼마나 그들이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순식간에 위지철의 양방향에서 두 사람의 무공이 펼쳐져 나왔다.
흩날리는 매화와 그 사이로 들어오는 남궁천세의 검격.
“훌륭한 합격입니다.”
위지철은 두 사람의 합격을 보며 훌륭하다고 평했다.
확실히 두 사람의 지금 합격은 상당한 수준의 합격이었다.
하지만 이걸 지금 위지철이 평가하고 있을 때는 아니었다.
이 훌륭한 합격이 향하는 목표가 바로 위지철이었으니 말이다.
이대로라면 위지철이 그대로 당할 것만 같았다.
스릉-
두 사람의 공격이 위지철의 코앞에 도달했을 때.
드디어 위지철의 검이 뽑혀 나왔다.
촤르르르르르륵-
그리고 검에서 곧바로 거대한 뇌기의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위용의 물줄기.
그대로 이 물줄기에 천부중과 남궁천세의 공격이 흘려 나갔다.
마치 거대한 강물에 휩쓸리듯 말이다.
“이익!”
“흡!”
천부중과 남궁천세는 공격이 모조리 흘려 나가는 것에 당황했지만, 금방 다시금 자세를 고쳐 잡았다.
이런 건 어느 정도 예상했으니 말이다.
곧바로 자세를 고쳐 잡고 위지철을 향해 달려드는 두 사람.
하지만.
촤르르르르르륵-
위지철의 거대한 물줄기를 뚫지 못하고 계속해서 흘려 나가기만 하였다.
위지철은 제자리에서 두 사람의 공격을 막기만 하였는데, 그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그 반면, 천부중과 남궁천세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계속 공격하는 것도 체력적으로 상당히 부담이 큰 것이었다.
“자, 이제 저를 인정해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직! 아직이다!”
“하아압!!”
위지철의 말에 천부중이 소리치고, 남궁천세가 다시금 힘을 내었다.
아직 지치기는 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 정말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더욱더 많은 매화가 흩날리고, 더욱더 강하면서도 빠른 검격이 위지철을 덮쳐 왔다.
일전과는 차원이 다른 위용의 공격.
지켜보던 이들이 깜짝 놀랄 정도였다.
“허엇! 저래도 되는가?!”
“어엇! 저건 위험하지 않나?!”
멀찍이 떨어져서 지켜보는 이들도 느껴질 만큼의 위력.
그러니 지금 그 공격을 당하는 위지철은 어떻겠는가?
이것을 멀쩡하게 견뎌 내기는 아무리 위지철이라도 매우 힘들어 보였다.
촤아아아아아악-
위지철이 내뿜은 뇌류(雷流)가 이제는 거센 파도와 같이 움직이더니, 위지철을 완전히 감싸 버렸다.
그 위에 작렬하는 두 사람의 공격.
분명 엄청난 위력의 공격이었건만, 위지철을 감싼 뇌류를 넘지 못하고 모조리 흘러 나가 버렸다.
파아아앙-
촤아아아아악-
그리고 모든 공격이 흘러 나갔을 때, 위지철을 감싸고 있던 뇌류가 터졌고, 이 충격에 주변에 있던 두 사람이 뒤로 쭉 날아갔다.
간신히 검에 의지해 몸을 세운 천부중과 남궁천세.
그리고 그들은 망연한 표정으로 위지철을 바라보았다.
“어떻습니까?”
아직까지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위지철.
그는 지금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있었다.
너무나도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
지금 위지철은 공격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수비만 하였다.
그런데도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이렇게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천부중과 남궁천세는 물론, 지켜보던 다른 무인들도 모두 이 생각을 하였다.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났다.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상대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하지.’
이 대련을 지켜보던 팽중호는 지금의 이 차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위지철은 지금 현경에 들어서고, 완숙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이다.
화경과 현경의 차이도 엄청난 것인데, 현경에 다다라 완숙의 경지까지 도달한 위지철은 당연히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역시 위 소협 정도의 고수가 더 나와야 한다.’
마교의 절대 고수들을 상대하려면 확실히 위지철 정도의 고수가 더 필요했다.
물론 팽중호는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 위지철과 싸운 저 두 사람이 그 경지에 다다를 테니 말이다.
“내가 졌다. 너한테 배우지.”
“동의합니다.”
천부중과 남궁천세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했다.
위지철의 옷깃조차 건드리지 못했다.
이건 분명한 패배였고, 위지철이 자신들을 가르치기에 충분함을 인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자,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팽중호가 나서서 상황을 정리하였다.
지켜보던 무인들은 다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흩어졌고, 이내 팽중호, 위지철, 천부중, 남궁천세 네 사람만이 이곳에 남았다.
“그럼, 앞으로는 위 소협에게 수련을 받으시는 거죠?”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
두 사람이 위지철에게 수련을 받는다면, 이제 팽중호에게 시간이 생기게 된다.
그렇기에 팽중호는 생각하고 있던 대로 음공을 배우기 위해 곧바로 움직일 생각이었다.
한시라도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좋은(?) 시간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두 사람은 위지철과 함께 수련을 위해 떠났고, 팽중호도 자리를 옮겼다.
팽중호가 향하는 곧은 우선 제갈세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의 사람이 있는 곳이었다.
“소가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예. 그러게 말입니다.”
팽중호가 찾아간 제갈세가의 사람은 바로 제갈서린이었다.
그녀는 지금 무림맹에서 계속해 진법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고 있었다.
“오랜만이오.”
그리고 그런 제갈서린의 옆에는 정한승이 있었다.
하북팽가에서 나온 정한승은 지금 무림맹에서 제갈서린과 동등한 위치에서 진법을 연구하고 만들어 내고 있었다.
“정 선생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잠시간 이야기를 나누고, 팽중호는 곧바로 제갈서린에게 본론을 이야기했다.
“제갈세가에 음공을 가르쳐 주실 만한 분이 계실까요?”
“음공 말입니까? 흠……. 한 분 계십니다.”
음공이라 하자 제갈서린의 머릿속에 딱 한 명이 떠올랐다.
워낙에 다양한 괴짜들이 있는 제갈세가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의 괴짜라 불리는 인물.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다.
“아마 쉽게 만나지는 못하실 겁니다.”
웬만해서는 밖으로 나오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을 만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었다.
사실 제갈서린도 그녀를 본 것이 한 손으로 꼽을 정도뿐이었으니, 말은 다 한 것이었다.
“그래도 일단 기별을 좀 넣어 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세가에 기별을 넣어 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람을 만나기 꺼린다니 걱정은 되었지만, 일단은 만나라도 봐야 했다.
이게 안 된다면, 정말로 선음문을 찾아가야 할 판이니 말이다.
그렇게 제갈서린은 제갈세가에 곧바로 기별을 넣었고, 팽중호는 내일 제갈세가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두 분 좋아 보이십니다?”
“예?”
“흠?”
팽중호는 입가에 알 듯 말 듯 한 미소를 머금으며, 제갈서린과 정한승을 바라보았다.
무림맹에서 종일 붙어 지내는 두 사람이다 보니, 정분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물론 두 사람은 부인하는 것 같지만, 이미 무림맹에서 두 사람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좋아, 좋아.’
팽중호는 애초에 이런 상황을 노리고, 정한승을 이곳에 데려온 것도 있었다.
정한승은 하북팽가의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제갈세가의 여식과 잘된다는 것은 분명 아주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상황도 딱 좋지 않은가?
제갈세가에게는 지금 데릴사위가 필요한 상황.
정한승은 지금 그것에 아주 딱 알맞은 상황의 인물이었다.
“크크크. 잘해 보시기 바랍니다.”
“소가주님도 참…….”
“흠흠.”
팽중호는 그렇게 두 사람을 응원하고, 곧바로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어디론가로 또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팽중호의 발걸음이 향한 곳은 무림맹의 정문.
팽중호가 정문에 도착하자, 저 멀리에 마차 한 대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주 딱 맞춰 오네.”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초라하지도 않은 마차.
다만 그 마차의 위에 하나의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는데, 하북팽가를 상징하는 깃발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덜컥-
그렇게 마차가 무림맹 정문에 멈춰 섰다.
팽중호가 마차로 다가가자 마차의 문이 열렸는데, 한 명의 여인이 그곳에서 내렸다.
“채령아, 오랜만이다.”
“그러게요. 어쩜 그렇게 뵙기가 힘들까요?”
“하하, 워낙에 바쁜 몸이라 그렇지.”
마차에서 내린 여인의 정체는 바로 곽채령이었다.
팽중호가 그녀를 무림맹으로 부른 것이었다.
“그건 알지만……. 그보다 위 공자님은요?”
곽채령은 팽중호와의 안부가 끝나자마자 위지철을 찾았다.
하긴 당연했다.
곽채령과 위지철은 이제 혼인까지 약조한 사이였으니 말이다.
“같이 가자. 아마, 열심히 수련하고 계실 테니까.”
“네, 좋아요.”
팽중호는 곽채령과 함께, 위지철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껏 얼굴이 들떠 보이는 곽채령.
그도 그럴 것이 지금 곽채령은 오랜만에 위지철을 만나는 것이기에 그랬다.
혈천궁과의 전쟁 이후 위지철은 계속 무림맹에 머물러 있었다.
거기에 더해 곽채령 또한 점점 커지는 하북팽가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기에 두 사람은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이것을 알기에 팽중호가 일부러라도 두 사람을 위해 곽채령을 무림맹으로 부른 것이었다.
‘나도 가끔은 이렇게 좋은 일을 해야지.’
콰당탕- 콰다다다당-
위지철과 천부중, 남궁천세가 수련하는 곳에 다가가자 누군가 바닥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소리에 곽채령의 표정은 조금 굳었는데, 아무래도 위지철이 내는 소리일까 걱정하는 듯싶었다.
위지철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곽채령은 언제나 위지철이 걱정이었으니 말이다.
“위지철! 다시 간다!”
“다시 가겠습니다!”
“다시 오는 것은 좋은데, 그렇게 똑같이 오시면 제 옷깃은 여전히 건드실 수 없습니다. 천 소협은 조금 더 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