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화 연구해 볼까?
멸뢰진천도는 지금 무뢰단세를 완벽히 버텨 내었다.
그것도 모자라 지금 멸뢰진천도에 뚫려 있는 구멍들 덕분에 예상외의 효과도 생겨났다.
‘음공이 더해지는군.’
음공(音功).
소리를 이용해 펼치는 무공.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무공이었다.
간단한 음공은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른 무인이라면 모두 쓸 수 있다.
다만, 그 무공으로 상대를 상하게 하는 수준에 이르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구멍들이 서로 공명한단 말이지……. 분명 이것까지 생각하고 만들었을 거야.’
막후철은 분명 이런 것까지 생각하고 이 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는 그럴 만한 능력이 있는 장인이었으니 말이다.
초진동이 이 구멍을 통과하고 공명하며 음공으로 변하였는데, 그 위력이 이미 상대를 격살시키기 충분한 위력이었다.
“돌아갈까.”
이 멸뢰진천도에 대한 것은 충분히 느꼈으니 말이다.
스윽-
그렇게 팽중호가 돌아가려 할 때.
누군가 팽중호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
“여기에 계셨습니까?”
“아, 위 소협 무슨 일이십니까?”
팽중호가 있는 곳에 나타난 이는 위지철.
혼자 조용히 나온 팽중호인데, 아무래도 조금 전의 일격이 꽤 소란스러웠던 듯싶었다.
위지철 정도의 무인이라면, 이 정도 떨어져 있었어도 느꼈을 터다.
다만, 그가 왜 자신을 찾아왔냐는 것이다.
무언가 목적이 있으니 찾아왔을 테니 말이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
위지철이 부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무엇입니까?”
“천 소협과 남궁 소협을 봐 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제가 그 두 분을 봐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예?”
갑자기 두 사람을 자기가 맡겠다니?
위지철을 따라잡겠다고 온 이들을 위지철이 맡는다?
과연 그들이 허락할지 의문이 들었다.
“제가 어떻게 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자신이 천부중과 남궁천세에게 이래라저래라할 문제가 아니었다.
수련의 선택은 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만약 두 사람이 허락한다면 모를까 말이다.
“내일 제가 직접 두 분을 만나겠습니다.”
“뭐, 그것이라면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지철이 직접 말을 하겠다면, 그것을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도 분명 무슨 생각이 있을 테니 말이다.
다만, 당연히 그 생각이 어떤지 궁금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일부러 자신이 있는 곳을 찾아와서까지 이런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갑자기 든 생각이 있어서 말입니다.”
“어떤……?”
“그분들을 봐 드리면, 저도 위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말입니다.”
위지철이 팽중호를 이렇게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유.
그것은 갑자기 그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두 분을 가르친다면, 위로 올라갈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위지철은 위로 올라갈 실마리를 잡았다.
그래서 그 실마리를 확실히 잡을 방법을 찾고 있던 중, 위지철은 다른 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전에 무림맹 무인들을 가르칠 때, 희미하지만 느꼈었던 실마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실마리가 되기 위해서는, 그때와 다르게 실력 있는 무인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이 실마리를 확실하게 잡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최대한 빨리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바로 찾아뵌 것입니다.”
“흠.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함께 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제게 감사할 것이 뭐 있습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팽중호와 위지철은 함께 무림맹으로 돌아갔다.
* * *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팽중호에게 수련을 받으러 온 천부중과 남궁천세.
두 사람은 팽중호 옆에 서 있는 위지철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살짝 인상을 썼다.
사실 말하자면 그에게 이 수련 자체를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슨 일이지?”
천부중이 위지철에게 왜 이곳에 왔는지를 물었다.
수련이 비밀리에 하는 것은 아니니 그가 모르지는 않겠지만, 이 수련에 위지철이 찾아올 이유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 수련에 위지철이 찾아온다는 것은, 천부중과 남궁천세 두 사람을 조롱하는 것과도 같은 것일 수 있었다.
위지철을 따라잡기 위해 받는 수련에, 그 경쟁 당사자가 나타나는 것이니 말이다.
“두 분의 수련을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서 왔습니다.”
“뭐?”
“예?”
수련을 도와주겠다는 위지철의 말에, 두 사람이 동시에 반문을 해 왔다.
아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불편한데, 수련을 돕겠다니?
두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팽중호에게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는 의문을 가득 담은 채로 말이다.
“그것이…….”
팽중호는 어제 있었던 일을 두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위지철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그런다는 것까지 전부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다 전하자, 두 사람의 표정이 조금은 바뀌었다.
하지만.
“그래도 직접 배우는 것은 조금…….”
천부중은 아직까지 조금 껄끄러움이 남아 있었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위지철에게 배운다는 것은 분명 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럼. 제가 실력으로 납득시켜 드리는 건 어떻습니까?”
그때.
위지철이 제안을 했다.
실력으로 납득시켜 주겠다는 제안.
“네 실력은 이미 알고 있다.”
천부중과 남궁천세 모두 위지철의 실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그를 따라잡으려고 팽중호에게 수련을 받는 것 아니겠는가?
“두 분이 합공해서 제 옷깃을 베지 못하면, 제게 수련을 받으시는 건 어떻습니까?”
“!!”
“?!”
너무나도 광오한 위지철의 말에 두 사람의 표정이 뒤틀렸다.
둘이 합공을 해서 옷깃조차 베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단 말인가?
아무리 위지철이 현경에 이르렀다지만, 지금 천부중과 남궁천세도 화경에 이른 상태인데 말이다.
현경과 화경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지만, 그래도 옷깃조차 베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를 그렇게나 밑으로 본단 말이지? 좋아. 받아 주지.”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투기를 풀풀 풍기며, 위지철의 제안을 수락했다.
팽중호와의 수련으로 실력이 오른 두 사람이다.
옷깃을 베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위지철을 몰아붙일 수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습니다. 그럼 두 시진 뒤에 하죠.”
팽중호는 곧바로 시작하지 않고, 두 시진의 시간을 주었다.
두 시진 동안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합을 맞추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위지철에게도 둘을 어떻게 상대할지를 생각해 보라는 시간을 준 것이다.
‘이런 시간이 있는 것도 좋을 거야.’
바로 들어서는 대련도 좋지만, 이렇게 시간을 주는 것도 좋다.
그들은 이 시간 동안 상대를 생각하며 준비를 할 것이고, 이것은 분명 아주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예.”
그렇게 천부중과 남궁천세가 먼저 떠나고, 그다음 위지철이 떠났다.
팽중호는 그들이 떠난 연무장에 홀로 남았다.
다른 무인들을 보러 갈까 싶었지만, 지금은 이제 팽중호가 아니라도 확실하게 수련 체계가 잡혀 있었다.
초기에 팽중호가 확실하게 잡아 둔 성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럼. 음공이나 좀 연구해 볼까?”
팽중호는 멸뢰진천도를 꺼내어 들었다.
그리고 우선 가만히 멸뢰진천도를 바라보았다.
제각기 다른 크기로 뚫려 있는 구멍들.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주 천천히 내공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위이잉-
내공에 공명하며 울리기 시작하는 소리.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저 ‘소리’에 불과했다.
‘음공’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그럼.’
멸뢰진천도에 들어가는 내공에 초진동을 더했다.
키이이이잉-!
소리가 바뀌었다.
귓가를 자극하는 날카로운 울음.
그리고 이 소리에 속이 울렁거려옴이 느껴졌다.
‘좋아. 그럼 어디 시도해 보자.’
팽중호는 내공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이 소리를 자유자재로 조종해 보았다.
퍼석-
내공을 조금 많이 밀어 넣고 음공을 쏘아 보내자, 멀리 떨어져 있던 나무 상자가 갑자기 터져 나갔다.
상당한 위력.
하지만 팽중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흐음…….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네.”
사실 지금 팽중호가 노렸던 목표는 나무 상자 옆에 있는 허수아비였다.
그런데 그 옆의 나무 상자가 터져 나갔다.
위력이야 어제 확인한 대로 확실했다.
하지만 어제처럼 공터에서 그저 앞을 향해 쏘아 내는 것과 이렇게 목표를 정해서 쏘아 내는 것은 달랐다.
현경에 다다른 팽중호마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음공이란 무공은 아주 세밀하며 다루기 힘든 것이었다.
“음공을 배워야 하나?”
물론 팽중호에게 굳이 이 음공이 필요하지는 않을 수 있었다.
그저 무뢰단세만으로도 충분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곳이 무림이고, 마교와의 싸움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익혀 두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일 터다.
“음공의 고수가 누가 있지……?”
음공은 무공서로만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음공을 익힌 이에게 직접 배워야 만이 제대로 된 음공을 익힐 수 있었다.
팽중호는 그래서 머리로 음공의 고수가 누가 있을까 떠올렸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는 없었다.
지금 무림맹에 음공을 익힌 고수가 없었으니 당연했다.
“선음문(仙音門)에 가야 하나?”
선음문(仙音門).
무림에서 음공으로 가장 유명한 곳을 묻는다면 열에 열 모두 다 선음문을 꼽을 것이다.
그만큼 무림에서 음공으로 독보적인 곳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들은 전혀 무림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 팽중호가 찾아가서 음공을 가르쳐 달라고 하면, 문전박대를 할 터였다.
팽중호와 어울리고 싶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차선책을 찾아야 하는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가 있을까…….”
그렇게 팽중호의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문파.
그리고 이내 하나의 문파가 떠올랐다.
“제갈세가를 찾아가야겠다.”
팽중호의 머리에 제갈세가가 딱 떠올랐다.
그들은 진법과 머리로 유명했지만, 음공에도 나름 조예가 깊은 세가였다.
선음문과 같이 음공만을 다루는 곳이 아니기에 부족하다고 할지는 몰라도,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된 그들의 음공에 대한 조예는 분명 꽤 대단할 터였다.
“이 비무가 끝나면 가 보자.”
지금 당장은 혼자서 이리저리 음공을 연구해 보기로 하였다.
위지철과 천부중, 남궁천세의 대결이 끝나면 찾아가기로 하고 말이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고, 약속했던 두 시진은 순식간에 지났다.
다시금 팽중호가 있는 곳으로 돌아온 세 사람.
그들이 떠나기 전과 다르게 주변이 조금 어수선해져 있었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그것이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들 준비는 되셨습니까?”
끄덕- 끄덕- 끄덕-
팽중호의 말에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거렸다.
두 시진이란 길지만은 아닌 시간.
하지만 세 사람은 그 시간 동안 나름의 준비를 한 듯싶었다.
다들 눈이 아주 불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팽중호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셋의 대련을 잠시만 미뤄 달라 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 둘과 현경의 경지에 오른 무인 하나의 대련.
이건 분명 쉽게 보기 힘든 대련 아닌가?
그래서 팽중호는 이걸 다른 무인들 모두가 지켜보게끔 할 생각이었다.
분명 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테니 말이다.
“금방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