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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37화 (137/200)

137화 다음으로 움직이자.

촤아아아아악-

장고두의 손에서 열두 개의 비도가 날아서 도수를 향해 날아갔다.

도수가 그것들을 쳐내기 위해 도를 휘둘렀는데, 마치 살아 있는 듯 열두 비도들은 도수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며, 도수를 향해 달려들었다.

‘추혼십이비(追魂十二匕).’

장고두가 익힌 비도술의 이름이자, 지금 펼쳐진 초식의 이름이기도 하였다.

한 번 목표한 상대는 영혼까지 쫓아 격살하는 비도술.

지금 도수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경지의 공격이었다.

“끝이…… 음?”

추혼십이비가 막 도수를 꿰뚫으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모든 비도가 힘을 잃듯 땅에 떨어졌다.

언뜻 보기에는 도수의 힘에 떨어진 것만 같은 모습.

하지만 장고두는 도수가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잘 싸웠다.”

“주군!!”

도수의 옆에 갑자기 나타난 하나의 인영.

바로 팽중호였다.

교마를 베어 내고 곧바로 도착한 팽중호.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지만, 전장에서 그런 것을 따질 수는 없는 법 아닌가?

게다가 교마 정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면, 지금 상태로도 문제는 없었다.

“그런가. 교마께서 지신 건가…….”

장고두는 팽중호가 나타난 것을 보고 곧바로 상황을 이해했다.

교마가 상대하던 팽중호가 멀쩡히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

그것은 곧 교마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핫! 여기가 최후의 전장이 되려나 봅니다.”

교마가 패배한 이상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다.

그건 확실했다.

하지만 죽음이 슬프지는 않았다.

싸우다 죽는 것.

그것은 마교도에게 있어서 최고의 죽음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하나 같이 전부 다 미쳐 있는 건지 모르겠군.”

지금까지 팽중호가 쓰러트린 마교도들은 전부 다 죽음 앞에서 웃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들은 정말 싸우는 것에 미쳐 있는 족속들임은 분명했다.

“최후의 절초를 보여…….”

서걱-

장고두의 입이 더 열리기 전.

순식간에 그의 목이 떨어졌다.

그가 바라는 멋진 최후가 물 건너간 것이다.

“그걸 기다려 줄 시간이 없거든.”

지금은 전쟁이다.

상대가 최후의 절초를 펼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 줄 수는 없었다.

상대가 잠시간의 방심한 틈에 팽중호의 도가 움직인 것이다.

‘전쟁이 아니라면, 지켜보았겠지만.’

전쟁 상황이 아니라 그저 대련이었다면, 최후의 절초를 지켜보았을 것이다.

그것이 오히려 더 큰 공부가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는 없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움직여야 피해가 줄어들 테니 말이다.

“다음으로 움직이자.”

“네!”

도수는 자잘한 상처는 있었지만, 움직이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팽중호는 도수와 함께 움직이며, 이 사방이 막혀 있는 계곡에 있는 혈천궁의 무인들을 거침없이 베어 나갔다.

* * *

팽중호가 교마를 베어 냈을 때쯤.

위지철은 마교의 무인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를 내고 있었다.

상대는 마교 서열 오십(五十) 위(位)인 철홍중.

철홍중은 검을 사용하는 검객.

위지철 또한 검객이니, 둘 사이의 싸움은 굉장히 치열했다.

서로가 얼마나 더 검에 대해 깊은 깨달음을 얻었는가에 대한 싸움이었다.

“무당파의 사람으로 들었는데, 아닌가 보군.”

철홍중은 위지철과 검을 부딪치며, 그가 무당파 사람이 맞는지를 의심했다.

그는 예전에 무당파의 무인과 검을 섞어 본 경험이 있었다.

그가 아는 무당파의 무공은 분명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이 유려한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공격해 들어올 때는, 전혀 무당파의 무공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푸른 뇌강이 호랑이처럼 덮쳐 오는 그의 공격은 정말이지 극강의 무공이었으니 말이다.

“반쯤은 무당파이지만, 또 반은 하북팽가의 사람입니다.”

뇌호등천류(雷虎登天流).

팽중호의 도움으로 완성해 낸 위지철의 무공.

현경의 경지에 다다라 완성한 이 무공은 반은 무당파, 반은 하북팽가의 정수가 들어 있었다.

그러니 반은 무당파, 반은 하북팽가의 사람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재밌군. 혹시나 상대가 너무 약하면 어쩔까 걱정이었는데,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철홍중 또한 마교도.

그도 싸움에 미쳐 있는 자였다.

혹시나 상대가 너무 약할까 걱정한 그였는데, 지금 위지철을 상대해 보니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듯 싶었다.

충분히 생각 이상으로 강했으니 말이다.

“싸우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오랫동안 검을 나눌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위지철은 이제 싸움을 끝낼 생각이었다.

상대와 검을 섞는 것은 좋았지만, 주변에서 끊임없이 싸움이 이루어지는 데 그것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그것도 그렇군.”

철홍중 또한 주변을 바라보았는데, 교마가 쓰러진 것을 보고 말았다.

절대로 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교마가 쓰러졌다.

그를 쓰러트린 무인이 있는 이상,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고, 주어진 시간도 얼마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기에 이만 끝을 내야만 할 때였다.

스윽-

스윽-

위지철의 검이 먼저 움직이고, 이내 철홍중의 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로의 목숨을 끊어 낼 최우의 절초를 준비하는 두 사람.

파지지지지지직-

위지철의 검에서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푸른 뇌강.

이내 그 뇌강이 거대한 뇌호(雷虎)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뇌호가 살아 있는 호랑이처럼 뛰어서 철홍중에게로 쇄도하기 시작했다.

- 뇌호등천류(雷虎登天流). 도악(跳岳).

하늘의 흐름을 탄 뇌호가 거악을 넘어서듯이 거침없이 움직이는 위지철의 뇌호.

철홍중의 검이 이에 맞춰 새빨간 검강을 내뿜기 시작했다.

푸른 뇌호와는 완벽히 반대되는 붉디붉은 검강.

철홍중이 익힌 단해홍령검(斷海紅靈劍)이 펼쳐질 때 나오는 검강이었다.

슈와아아아악-

뇌호의 목을 치려는 듯 움직이는 철홍중의 검.

확실히 모든 힘을 폭발시켜서일까?

철홍중의 검에서 내뿜어지는 검강의 힘은 엄청나 보였고, 그대로 뇌호의 목을 베어 내고, 위지철마저 베어 낼 것만 같아 보였다.

그렇게 철홍중의 검강이 뇌호에게 다다랐을 때.

거칠 것 없이 달려들던 뇌호가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는 것은 거대한 뇌강의 물줄기.

크그그그그그그극-

이 거대한 물줄기는 그대로 철홍중의 공격을 흘려 내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갑자기 변해 버린 위지철의 검로에 철홍중이 적잖이 당황했다.

‘이렇게나 부드럽게 초식을 펼치는 도중에 바꾼다니?’

분명 자신을 향해 맹렬히 날아오던 검이 갑자기 모습을 바꾸었다.

물론,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철홍중 또한 초식을 뻗는 중에 다른 초식으로 바꿀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 위지철이 보여 준 것처럼 물 흐르듯 부드럽게 초식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했다.

도중에 초식을 바꾸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르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훌륭하군.”

서걱-

마지막 말을 남기고 철홍중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승리자는 위지철.

위지철은 철홍중의 머리가 떨어지자마자,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초연한 모습으로 버텼지만, 그의 몸은 사실상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우웩. 아직. 아직…… 쓰러질 수는 없다.”

시커멓게 죽은 피를 한 사발 왈칵 토해 낸 위지철.

몸이 멀쩡하지는 않았지만, 쓰러져 있을 수는 없다.

다들 죽어라 싸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스윽-

다시금 검을 든 위지철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장순학은 가만히 서서 검을 들고 상대를 바라보았다.

분명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엄청난 강자.

하지만 지금 장순학은 자신이 질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질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검에는 지금 무림의 앞날이 걸려 있다.’

장순학은 지금 자신은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라, 무림의 앞날을 짊어지고 모든 이와 함께 싸운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자신이 패배한다면, 종남파도, 무림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아니지. 그가 있으니…….’

장순학의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인물.

팽중호가 있다면, 자신이 혹여나 진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가는 부담이 더 커진다는 것은 사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질 수는 없었다.

“나는 서열 사십팔(四十八) 위(位)에 있는 구릉주라고 하네.”

구릉주는 장순학과 비슷한 나이의 중년 무인.

그는 상당히 오랫동안 오십 위 이상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강자였다.

그의 주력 무공은 도법.

그는 보통의 도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대도를 들고 있었는데, 그 위용이 꽤 대단했다.

“종남파의 장순학이라 하오.”

서로 전한 간단한 통성명.

치열하게 싸우는 주변과 다르게 두 사람 사이는 굉장히 고요했다.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며 움직이지 않는 둘.

휘이이이이이잉-

사실 두 사람은 지금 그 어떤 이들보다 치열한 싸움 중이었다.

상대의 틈을 보기 위한 고요.

조금의 틈이 보이는 순간이 이들이 움직일 때였다.

툭- 차캉-

그때 그들 사이로 어디선가 날아온 검 하나가 떨어졌고, 그것을 시작으로 둘은 동시에 움직였다.

콰아아아아아아-

구릉주의 도에서 거대한 도강이 마구 뿜어져 나왔다.

거대한 도강은 그 크기로 사람을 절로 위축 들게끔 할 만한 위용이었다.

하지만 장순학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은 눈빛으로 구릉주를 바라보며, 자신의 검을 펼쳐 내었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무궁(天下無窮).

현경에 올랐음에도 변함없어 보이는 장순학의 천하삼십육검.

이전에 보여 주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카가가가각- 카가가가각-

하지만 위력까지 같지는 않았다.

구릉주의 거대한 도강을 그대로 갈라 버리는 장순학의 검.

이 모습에 구릉주는 꽤 당황했다.

‘내 도강이 잘리다니?’

지금 구릉주가 펼친 도강은 세 겹으로 덧씌운 도강이었다.보통의 도강보다 수 배는 강한 도강.

그런 도강이 잘려 나가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좋아. 계속해 보자고.”

구릉주는 자신의 힘을 온전히 쏟아 낼 적수를 만났다는 것을 느꼈다.

콰아아아- 콰아아아- 콰아아아-

구릉주의 도강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전 도강보다도 훨씬 더 거대해진 도강.

다만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전이 세 겹이었다면, 지금은 여섯 겹의 도강.

좀 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강했다.

‘거악중첩도(巨嶽重疊刀).’

구릉주를 오랫동안 마교 서열 오십 위 이상에 머물게끔 해 준 무공이었다.

그는 이 무공으로 마교의 수많은 강자들을 쓰러트려 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것은 변함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종남의 검은 올곧고 바르며, 그 힘은 크고 거침이 없다.”

장순학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이 말과 함께 천천히 전진하며 검을 뻗는 장순학.

말에 실려 있는 힘 때문일까?

조금 전과는 장순학의 검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달랐다.

콰앙- 콰아앙-!

“흡!”

장순학의 검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연신 구릉주가 뒤로 밀려났다.

지금 장순학의 검에 실린 거대한 힘에, 힘이라면 마교에서도 누구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던 구릉주가 밀리는 것이었다.

“종남의 검은 천하를 담고 있으니, 이것을 막을 이는 그 어디에도 없도다.”

다시금 장순학의 말이 흘러나왔고, 그와 동시에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하삼십육검(天下三十六劍). 천하무적(天下無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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