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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28화 (128/200)

128화 전부 없애 버리겠어.

일주의 목표는 정해졌다.

하북팽가 무인들 중 가장 강해 보이는 이들.

그들을 잡아먹을 생각이었다.

‘광혈흡마공(狂血吸魔功)으로 저들을 모두 집어삼키면, 목표에 다다를 수도 있다.’

광혈흡마공(狂血吸魔功).

교마가 일주에게 새롭게 전해 준 무공.

이 무공은 참으로 괴이한 무공이었다.

상대의 내공을 흡수해 자신의 내공으로 만드는 무공.

분명 여타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무공이었다.

광혈흡마공으로 내공을 흡수당한 이는 모두 목내이처럼 변해 버려 죽었는데, 이 때문에 이 광혈흡마공은 무림에서도 아주 악명 높은 마공으로 분류가 되는 무공이었다.

이 광혈흡마공은 마교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무공이었는데, 교마가 혈천궁을 만들 때 미리 마교에서 빼놓은 것이었다.

일주는 지금 광혈흡마공을 소천마 척한준과의 대련 이후 교마에게 받았다.

일주의 재능을 교마가 알아본 것이다.

재능이 없거나 경지가 낮은 이가 이 광혈흡마공을 익히면, 순식간에 무공에 먹혀 버려 무공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어 버린다.

하지만 일주 정도 되는 무인이라면 광기에 조금 사로잡힐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먹히지는 않을 터라고 교마는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일주는 이 광혈흡마공을 익히고, 지금까지 꽤 많은 무인의 내공을 흡수했다.

그의 단전에는 지금 여러 내공이 섞여 있었는데, 그것들을 지금 모조리 혈기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지금 일주의 몸에 있는 혈기는 그야말로 바다와도 같이 끝이 없었고, 앞으로 조금만 더 이 내공을 늘린다면, 정말 내공을 끝없이 쓸 수 있는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파천혈라신갑은 무적의 무공이 된다.’

파천혈라신갑은 엄청난 내공을 잡아먹는다.

그렇기에 그것을 최대한 조절해 무공을 펼쳐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공이 끝이 없어진다면, 파천혈라신갑은 조절할 필요 없이 모든 힘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모든 힘을 끌어낸 파천혈라신갑은 분명 무적(無敵)에 한없이 가까운 무공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완전한 파천혈라신갑이라면 팽중호도, 소천마도 모두 이길 수 있다.’

일주는 힘이 완성되면, 팽중호와 척한준 모두를 자신의 앞에 무릎 꿇릴 생각이었다.

자신을 무시한 그 둘을 결코 살려 둘 수는 없었다.

물론, 무림맹을 없애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말이다.

슈와아아악-

그렇게 일주가 엄청난 기세로 한쪽에서 혈천궁 무인을 상대하던 팽구준에게로 달려갔다.

엄청난 환영으로 혈천궁 무인을 압박하던 팽구준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에 급하게 몸을 뒤로 내빼었다.

콰아아아아앙-!

팽구준이 물러남과 동시에 그 자리에 일주의 공격이 작렬했다.

땅이 가루가 되어 버릴 정도의 위력.

팽구준이 뒤로 도망치지 않았다면, 아마 그도 땅과 함께 가루가 되어 버렸을 터였다.

“감은 좋군. 하지만 그렇다고 살 수는 없지.”

일주가 재차 팽구준에게 달려들었다.

팽구준이 엄청난 재능을 가지고 실력을 올렸다지만, 아직 일주를 상대하기에는 한참 부족했다.

운 좋게 처음 일격은 피했지만, 이번 공격은 피할 수 없을 터였다.

파앙-

허공을 격하며 날아오는 일주.

팽구준이 모든 힘을 짜내며 도에 힘을 집중해 맞섰지만, 사실 한참 미치지 못해 보이기는 하였다.

팽구준의 절체절명의 위기.

하북팽가의 소중한 인재가 하나 쓰러질 위기였다.

카아아아앙-!!! 콰가가가가가가가각-!!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인영이 팽구준의 앞을 막아섰고, 순간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일주와 새롭게 나타난 인영의 힘 싸움이 시작되었다.

“늦었군.”

지금 팽구준의 앞을 막은 인영은 팽구준이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팽구준이 잠시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을 때, 새로운 인영과 일주가 서로를 밀어내며 거리를 벌렸다.

“가, 감사합니다.”

“감사할 시간이 없네. 어서 다른 이들을 도와주게.”

“예, 예!”

팽구준은 인영의 말에 따라서 일단 몸을 움직였다.

그의 말대로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정혼검신인가……. 종남파가 여기에 왜 왔지?”

일주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정혼검신 장순학.

그가 지금 종남파를 떠나 하북팽가에 나타난 것이다.

“은혜를 받았으면, 갚는 것이 인지상정이지.”

일주가 무당파를 향하다 사라졌다는 정보가 들려온 그 순간.

장순학은 곧바로 하북팽가로 움직였다.

그는 일주가 하북팽가로 향하려 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직감.

그의 직감이 그렇게 말을 했고, 장순학은 그것을 무시하지 않았다.

“크큭. 오히려 좋군. 너라면 딱 좋은 제물이야.”

일주는 장순학을 보며 광기 가득한 웃음을 흘렸다.

예상과는 달라졌지만,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장순학은 무림에서 손꼽히는 고수.

그런 그의 내공을 광혈흡마공으로 흡수한다면, 단번에 원하던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스으으으으으으-

파천혈라신갑이 일주의 몸에 둘러졌다.

이전에 팽중호에게 보였던 것보다 훨씬 더 위엄이 넘치는 형태.

거기에 더해 일주의 몸까지 핏빛으로 물들었다.

현경의 벽을 넘어선 가장 완벽한 형태의 파천혈라신갑이었다.

콰앙-

일주가 장순학에게 달려들었다.

가공할 움직임의 일주.

아마 다른 이였다면, 반응조차 하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장순학은 반응했다.

그의 검에서 검강이 터져 나오며, 그대로 일주에게로 향했다.

콰카카카칵-!

장순학의 엄청난 공격에 거침없이 다가오던 일주의 신형이 멈추었다.

생각 이상의 힘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나 강한가?’

일주가 아는 장순학의 경지는 화경.

물론 쉽게 볼 수 있는 경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자신과 비견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느껴지는 힘은 결코 화경의 경지가 아니었다.

분명 그 이상의 힘.

“장강의 앞 물결도 노력은 하는 법이지.”

장순학은 종남혈사 이후 정말 무던히도 자신을 갈고닦았다.

‘나는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팽중호를 본 후, 자신이 얼마나 나태하였는지 깨달았다.

무림에서 자신을 향해 정혼검신이라 부르는 것에 취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장순학은 자신을 처음부터 갈고 닦았다.

그리고 장순학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현경의 경지.

그 지고한 경지에 장순학은 발을 내디딘 것이다.

“제대로 해 보자고.”

일주의 몸에서 더욱더 강한 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가진 내공을 모조리 끌어 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장순학과 일주의 싸움.

어느 한쪽으로 밀리지 않는 일진일퇴의 치열한 싸움이었다.

아니, 사실 조금씩 한쪽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흡!”

장순학의 신형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일주의 힘에 밀리는 것이었다.

장순학이 현경의 경지에 다다랐지만, 이제 막 다다른 상태.

하지만 일주는 이미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후, 수많은 이들의 내공을 흡수한 상태.

당연히 장순학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끝이 보이는구나.”

일주는 승기를 잡았음을 느꼈다.

이대로면 장순학을 죽일 수 있었다.

“혈천궁을 막아!”

그때였다.

하북팽가 주변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수많은 무인들이 안으로 들어섰다.

가슴에 맹(盟)이라 적힌 옷을 입은 무인들.

무림맹의 무인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그들이 합류하자 전황은 곧바로 바뀌었다.

혈천궁 무인들이 순식간에 쓰러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 걸렸나?”

일주는 장순학을 상대하다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사이에 무림맹이 개입해 버린 것이다.

원래라면 이미 일을 끝내고 벗어났어야 했는데 말이다.

“다음에 죽여 주지.”

파앙-

일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바로 몸을 내빼었다.

장순학은 그를 따라가지 못하고, 그가 사라짐과 동시에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직도 부족하구나.’

아직도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다.

호각으로 싸운 듯싶어도, 자신은 상대에게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했고, 상대는 지금 자신의 내장을 다 꼬이게끔 했다.

완벽한 패배.

물론 장순학은 이것에 낙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괜찮으십니까!”

무림맹 무인들은 혈천궁 무인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 빠르게 움직이며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널려 있는 수많은 시신과 고통에 찬 부상자들.

혈천궁을 막아 내기는 했지만, 하북팽가가 꽤 큰 타격을 입었다.

“혈천궁 그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곳을 건드린 것이다.”

* * *

하북팽가로 돌아온 팽중호.

팽중호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혈천궁으로 인해 입은 피해를 수습한 뒤였다.

하지만 꽤 비어 버린 인원의 공백은 수습하지 못했다.

그리고 팽자성의 중태.

팽자성은 그날 일주에게 쓰러진 후, 아직까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전부 없애 버리겠어.”

혈천궁을 향해 차갑게 불타오르는 팽중호의 분노.

나름 대비했다고 했지만, 생각 이상의 큰 타격을 받았다.

제때 장순학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정말 하북팽가는 그 근간까지 타격을 받았을지 몰랐다.

“감사합니다.”

“아니네.”

팽중호는 남아있던 장순학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 피해에서 막아 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장순학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먼저 떠나간 이들의 장례까지 마친 팽중호는 곧바로 복수를 준비했다.

“복수는 백배로 갚아 주는 것이 맞지.”

혈천궁이 바보 멍청이들은 아니다.

그렇기에 복수를 하겠다고 무작정 움직이는 것은 금물이었다.

철저한 계산과 작전이 필요했다.

“춘오야. 무림맹으로 가자.”

그래서 팽중호는 장춘오와 함께 무림맹으로 향했다.

장춘오와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였다.

“춘오야 인사해라. 무림맹 군사님이다.”

“안녕하십니까. 소뇌 사마운이라 합니다.”

“장춘오라 합니다.”

팽중호가 장춘오와 함께 만나러 간 이는 바로 무림맹 군사인 사마운이었다.

팽중호는 혈천궁을 없애기 위해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기를 원했다.

사마운은 큰 그림을 보는 것에 능했고, 장춘오는 세세한 것을 보는 것에 능했다.

두 사람이 함께라면, 보다 완벽한 작전을 짤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무엇을 하고 계셨습니까?”

그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 셋.

팽중호는 지금 사마운의 책상이 어지러이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적들의 공격에 유기적이고 빠르게 대응할 방법을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사마운도 이번 하북팽가에서의 일을 알고 있었다.

무림맹과 지근 거리에 있는 하북팽가가 혈천궁에 공격당했음에도, 움직임이 느려 제대로 대응이 조금 늦었다.

사마운은 그래서 그것을 손보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중이었다.

“흠. 제가 좀 봐도 되겠습니까?”

“아, 예. 물론입니다.”

장춘오는 곧바로 사마운이 하던 것을 보았는데, 이리저리 한참을 지켜보던 장춘오의 입이 열렸다.

“이 부분은 진법을 이용하고, 여기는 전서구보다는 천리적(千里笛)을 이용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도 되겠군요. 그럼 이쪽은…….”

순식간에 열띤 토론을 이어 나가는 두 사람.

사마운은 갑자기 나타난 장춘오의 말을 무시할 수도 있건만, 자신과 동등한 입장으로 보고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확실히 그는 군사라는 자리에 어울리는 그릇을 가진 자였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잘 어울리는군.’

팽중호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의 생각대로 두 사람은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하고 배가시키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다면, 확실히 훌륭한 계획들이 쏟아져 나올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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