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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26화 (126/200)

126화 여기 다 모여 있네.

위지철과 팽중호는 이곳으로 오며 서로의 실력을 확인해 보았다.

그래서 위지철은 자신 있게 둘이면 충분하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아니, 사실 소가주님 혼자면 충분하겠지.’

팽중호 혼자면 어떤 적이 온다 한들 이길 수 있을 터였다.

위지철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지금 팽중호에게서는 그 어떤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무(無)와도 같이 말이다.

다른 이들은 그저 팽중호가 기운을 갈무리해서 느껴지지 않는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위지철은 알았다.

‘너무나 거대하기에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팽중호의 기운은 너무나 거대하기에, 범인(凡人)들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범인(凡人)이라…….’

위지철은 지금까지 범인이라는 소리를 들은 적도, 스스로 생각한 적도 딱히 없었다.

하지만 팽중호를 보고 스스로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허허. 이걸 어찌해야 할지…….”

위지철의 확답에도 장청흠은 쉽게 그러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단 두 사람이 지금 이곳으로 오는 혈천궁을 막겠다니?

혈천궁도 무당파를 공격하는 것이기에 나름 대대적인 전력을 투자했다.

그런 전력을 상대로 단둘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그럼 걱정을 조금 불식시켜 드릴까요?”

팽중호가 장청흠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지금 장청흠이 하는 걱정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자신과 위지철이 강하다는 것은 알겠지만, 섣불리 움직이게끔 할 정도의 확신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확신을 준다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떻게 말인가?”

“널찍한 연무장이 있습니까?”

확신을 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

그것은 역시나 실력 행사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팽중호는 넓은 연무장을 찾았다.

“흐으음. 있네. 가세나.”

장청흠을 포함한 무당파 사람들은 팽중호, 위지철과 함께 무당파의 대연무장으로 향했다.

무당파의 대연무장.

유구한 역사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무당파답게,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연무장이었다.

그 거대한 연무장 주변으로 무당파 무인들이 서 있었고, 중앙에 팽중호와 위지철이 섰다.

“장문인께서 어느 정도면 안심하시겠습니까?”

팽중호는 아예 장청흠에게 어느 정도를 보여 주면 되겠냐고 물었다.

팽중호의 질문에 잠깐 고민에 잠기는 장청흠.

이런 질문이 올지 몰랐기에, 당장 생각해 둔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무당팔검 전부를 열 합 이내로 쓰러트린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

무당팔검(武當八劍).

무당파에 있는 검객들 중 가장 뛰어난 검객들에게 하사되는 이름이었다.

단순히 실력뿐 아니라, 그만한 경험과 명성도 얻은 이들에게 붙여지는 이름이기에, 이 무당팔검들의 실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런 무당팔검을 단 열 합 이내로 쓰러트리는 것은 당금 무림에서 그 누구도 가능하지 못할 터다.

장청흠도 당연히 그들을 열 합 이내로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둘만 보낼 수는 없다.’

장청흠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건 것은 결국, 두 사람만 혈천궁을 상대하러 보낼 수 없다고 결론 내려서였다.

지금 이런 시국에 이 둘만 보내는 만용을 통해, 이들을 잃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랬다가는 정말 무림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었다.

“좋습니다.”

팽중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조건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과한 자신감에 몇몇 무당파 무인들이 인상을 썼다.

무당팔검은 무당파 내에서도 최고수들, 그런 그들을 팽중호가 열 합 이내로 이긴다고 저리 자신하다니?

분명 과한 자신감이었다.

“무당팔검은 앞으로 나오라.”

탓- 타탓- 탓- 탓-

장문인인 장청흠의 말에 여덟 명의 무인이 연무장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하나같이 날카로운 검과 같은 이들.

한눈에 그들이 범상치 않은 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위 소협. 잠시 자리 좀.”

“아, 예.”

위지철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

무당팔검과 팽중호만이 연무장 위에 섰다.

휘이이이이이이잉-

연무장을 스쳐 지나는 바람.

주변이 고요해졌다.

“자. 그럼 시작해 보죠.”

스릉-

팽중호가 무적도를 꺼내 들었고, 무당팔검도 모두 검을 꺼내어 들었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팽중호를 둘러싸는 그들.

그들은 팽중호가 단 한 명이라고 해도 조금도 방심치 않았다.

사삭-

무당팔검이 먼저 움직였다.

표홀하면서도 빠르고, 빠르면서도 장중한 움직임.

팽중호는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천천히 무적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無雷).

그리고 무뢰가 펼쳐졌다.

팽중호를 향해 다가오던 무당팔검들의 움직임이 갑자기 멈추었다.

마치 몸이 굳어 버린 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그들.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저들이 갑자기 왜 저러는 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딱 한 명 위지철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끝이 났습니다.”

“무슨 말인가?”

위지철이 끝이 났다고 하자, 옆에 있던 이가 물어왔다.

무당팔검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기는 했지만,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엇이 끝이 났단 말인가?

챙강-

그때.

고요한 연무장에 쇠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광경.

무당팔검이 들고 있던 검들이 모두 정확히 반으로 잘려져 있었다.

바닥을 나뒹구는 검신의 절반.

“자. 어떻습니까?”

이번에는 연무장에 팽중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미 도갑으로 돌아 들어 간 무적도와 너무나 여유로운 팽중호의 모습,

모습만 봐서는 아직 아무런 것도 하지 않은 듯했다.

“말이 나오지 않는군.”

장청흠은 지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그저 팽중호의 무적도가 허공을 가르고 도갑으로 돌아들어 간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언제 어떻게 무당팔검의 검을 모두 베었는지는 보지 못한 것이다.

“걱정 없으시겠지요? 저희 둘이 상대해도.”

“……알겠네. 우리는 주변을 막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내뱉은 말은 지킨다.

장청흠은 두 사람이 혈천궁을 상대하는 것을 수락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저 둘에게는 우리가 방해될 수도 있겠군.’

저 둘만 나서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 있었다.

자신들은 저들의 움직임에 방해만 될 터였다.

이렇게 상황은 순식간에 정리가 되었고, 곧바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혈천궁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니 어물쩍거릴 시간은 없었다.

* * *

무당산 바로 아래에 있는 한 장원.

그곳에 혈천궁의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이번에 무당파를 공격하기 위해 모인 그들.

무당파가 어떤 곳인지 알기에, 혈천궁에서도 정예 중 정예만 모은 이들이다.

또한 팽중호와 위지철이 무림맹에서 움직였다는 것을 알고, 절대 고수들까지 더 충원했다.

‘최대 전력.’

지금까지 혈천궁에서 움직인 전력 중, 최대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반드시 무당파를 없애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밖에 전부 집결했습니다.”

혈천궁 무인이 자신의 앞에 오연한 자세로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하였다.

“알았다.”

보고한 무인이 자리에서 사라지고, 두 사람도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봐 삼주(三柱).”

“왜 불러?”

“팽중호인가 하는 놈은 내 거다.”

“크크크. 마음대로 해라. 나는 누구든 죽이기만 하면 되니까.”

이들의 정체는 혈천궁 십이혈주 중 이주(二柱)와 삼주(三柱)였다.

팽중호와 위지철을 상대하기 위해 일주를 대신해 이곳에 오게 된 이들.

아직 일주의 성취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온 것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결코 일주 밑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 일에서 그것을 증명할 생각이었다.

팽중호를 죽이는 것으로 말이다.

쾅-

장원의 문을 부수고 나오는 이주와 삼주.

밖으로 나오자 그들 앞에 혈천궁 무인들이 쫘악 늘어서 있었다.

“오늘 밤 무당파를 무림에서 없앤다.”

“명!”

이주의 말에 혈천궁 무인들이 고개를 숙이며 답한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오늘 밤.

어둠이 세상을 집어삼킬 때였다.

그 어둠처럼 무당파를 집어삼킬 생각으로 말이다.

“크크크. 어서 피맛이 보고 싶다고.”

삼주의 살기 가득한 웃음.

그 웃음에 혈천궁 무인들도 저마다 살기를 흉흉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모두 처음부터 혈천궁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혈천궁에 몸을 담은 후부터 그들은 모두 변하였다.

피를 갈망하게끔 말이다.

“아아. 이따 밤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

그들이 한창 살기를 끌어 올릴 때.

갑자기 장원의 담벼락에서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죽거리는 듯한 목소리.

지금 이들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는 목소리였다.

일순 장원에 있던 모든 무인들의 시선이 목소리로 향했다.

담벼락 위에 서 있는 두 사람.

바로 팽중호와 위지철이었다.

* * *

팽중호는 그들을 무당파에 앉아서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위치가 특정되어 있으니, 굳이 여기서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그래서 팽중호는 곧바로 무당파 사람들과 함께, 지금 혈천궁이 모여 있다는 장원으로 온 것이었다.

위지철과 단둘이 말이다.

“우리 편해지라고, 여기 다 모여 있네.”

스윽-

팽중호와 위지철이 장원으로 살포시 내려섰다.

혈천궁 무인들이 순간 그들을 에워쌌는데, 그럼에도 두 사람은 조금도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그럼 뭐, 바로 시작해 보죠. 위 소협.”

“예.”

팽중호는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 따위 조금도 없었다.

위지철과 동시에 움직이는 팽중호.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이 다시금 나타난 곳은 이주와 삼주가 있는 곳 바로 앞이었다.

“당신들 둘만 처리하면 일은 얼추 끝나겠네.”

순식간에 무인들을 지나쳐 자신의 앞에 당도한 팽중호와 위지철을 보고 이주와 삼주는 눈을 크게 치떴다.

그들은 지금 본 것이었다.

저 두 사람이 지나쳐 오면 한 것을 말이다.

서걱-

촤아아악-

갑자기 팽중호와 위지철이 지나온 곳에서 무언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피가 솟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털썩- 털썩- 털썩- 털썩-

그리고 그와 함께, 멀쩡히 서 있던 혈천궁 무인들이 모조리 바닥으로 쓰러졌다.

두 사람이 지나온 길에 있는 모든 무인이 말이다.

“그렇게 멍때리면, 바로 죽을 텐데?”

스윽-

팽중호의 무적도가 움직였고, 이주와 삼주는 곧바로 몸을 최대한 뒤로 날렸다.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고 말이다.

“오? 그래도 감은 좋네?”

그들의 감대로, 만약 이주와 삼주가 가만히 있었다면, 지금 바닥에 쓰러진 혈천궁 무인들과 똑같은 처지가 되었을 터였다.

물론, 팽중호가 애초에 저들이 피할 수 있는 정도로 펼쳤기에 이것도 가능한 것이지만 말이다.

“자. 위 소협. 한 명 드리겠습니다.”

“예.”

팽중호 혼자서 두 사람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지만, 한 명은 위지철에게 양보했다.

위지철도 이런 실전 경험이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 대 일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팽중호는 둘 중 조금 더 강해 보이는 이주 앞에 섰고, 위지철은 삼주 앞에 섰다.

“겨우 한번 가지고 자만하지 마라!”

“죽여 버릴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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