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25화 (125/200)

125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군.

팽중호는 왜 하고많은 장소 중에 이곳에 이 성류화를 보관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보관할 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였다.

“소가주님. 뒤에 글이 쓰여 있습니다.”

그때 위지철이 팽중호에게 조자 뒤에 글이 쓰여 있다는 것을 알려 왔다.

팽중호는 바로 족자를 뒤집어 보았다.

‘사혁. 자네가 이것을 발견했으리라 믿네.’

전생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글.

팽중호는 역시나 승운이 맞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확신했다.

‘성류화를 발견하고 참으로 신비한 일이 하나 있었네. 바로 완전히 새로운 자네가 이곳을 지나는 환영을 본 것이네. 그 환영을 보고 생김새가 분명 자네가 아니건만, 나는 자네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네.’

팽중호는 승운의 글귀에 다시 한번 성류화를 바라보았다.

‘미래를 보여 준 건가?’

미래를 보여 준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다시금 환생한 자신도 있는데, 미래를 보는 것쯤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본 것이 거짓된 환영이 아니라는 것을 믿고, 여기에 이렇게 자네에게 줄 성류화를 남기네. ……나와 친우가 되어 줘서 고마웠네.’

글은 그리 길지 않았고, 이렇게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스윽- 탁-

팽중호는 은하성류도를 그대로 다시금 상자에 넣었다.

그리고 품에 고이 간직했다.

조금도 예상치 못한 전생의 인연이 남긴 것이니, 당연히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자. 위 소협부터 먼저 드시죠.”

“제가 받아도 되는 것입니까?”

위지철은 지금 이 성류화가 무언가 사연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었다.

“물론입니다. 이걸 남겨 준 이도 그것을 바랐을 겁니다.”

팽중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까지 위지철이 보았던 팽중호의 미소 중 가장 부드러운 미소.

위지철은 그 미소를 보고, 팽중호에게서 성류화를 나누어 받았다.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꿀꺽-

화아악-

위지철이 그대로 성류화를 입에 넣고 삼켰다.

그리고 그 순간 위지철의 몸에서 엄청난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모습.

‘확실히 천하제일의 힘을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네.’

위지철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말도 못 하게 커지고 있었다.

전부 먹은 것도 아니고, 나누어 먹는 데도 이 정도라면, 하나를 다 먹었을 때는 얼마나 대단할지 대충 짐작이 갔다.

슈와아아아아악- 확-

위지철의 주변을 휘몰아치던 기운이 그대로 순식간에 위지철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후우우…….”

긴 숨을 내뱉으며 눈을 뜨는 위지철.

눈을 뜬 그는 성류화를 먹기 전과는 느껴지는 기운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단순히 내공만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달라졌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축하드립니다.”

성류화는 단순히 내공만 늘려 주는 영약이 아니다.

이것에는 내공을 순수하게 만들어 주는 효험까지 있었다.

내공이 얼마나 정순하냐에 따라 그 위력이 달라진다.

무인이 내공 심법을 통해 모으는 내공은 정순하지 못하다.

무림에 알려진 절세의 내공 심법일수록 정순한 내공이 모인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벽히 정순한 내공은 아니다.

몸에서 가장 정순한 내공이라면 선천지기.

성류화는 내공을 그 선천지기와 아주 가까울 정도로 정순하게 만들어 주는 희대의 영약인 것이다.

‘이건 나도 몰랐군.’

팽중호도 이런 효험까지 있는 줄은 몰랐지만, 위지철의 기운을 느끼고 알아채었다.

그래서 손에 든 성류화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것이 자신을 분명 한 단계 더 올려줄 터였다.

“소가주님. 드시지요.”

“예.”

꿀꺽-

콰아아아아아아아-

팽중호가 성류화를 삼키자 조금 전 위지철과는 차원이 다른 기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주변의 산천초목이 떨어 우는 엄청난 기의 폭풍.

마부는 이 광경에 너무 놀라 몸을 덜덜 떨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었고, 위지철은 이 광경을 보고도 눈을 부릅뜨며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하늘이 내린 분이구나.’

위지철은 지금 팽중호의 기운이 느껴졌다.

아니, 느껴졌지만 가늠은 되지 않았다.

지금 위지철의 경지로도 제대로 가늠이 되지 않는 팽중호의 기운.

이건 정말 하늘이 내렸다고밖에는 설명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슈콰아아아아아아악- 화아아악-

팽중호의 주변을 휘몰아치던 폭풍들이 그대로 팽중호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엄청난 폭풍이었던 것만큼, 과연 저것이 몸으로 다 들어갈 수 있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그 엄청난 폭풍이 모조리 팽중호의 몸에 들어갔고, 팽중호의 몸이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오오오…….”

이 모습에 마부가 경외에 찬 소리를 내었다.

마부가 보기에 지금 팽중호의 모습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도 같아 보였으니 말이다.

옆에서 지켜보던 위지철도 사실 마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위지철이 보기에도 팽중호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으니 말이다.

* * *

‘흐음.’

팽중호는 성류화를 먹고 난 후, 몸 안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몸 안에 들어오자마자, 그대로 녹아 없어지듯이 사라지더니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

너무나도 맑고 정순한 기운이 말이다.

그리고 이 기운들은 몸에 남아 있는 한 톨의 탁기마저도 모조리 깔끔하게 없애 버렸다.

그 후에 단전으로 들어간 성류화의 기운은 단전에 자리 잡은 내공들을 바꿔 버리기 시작했다.

더없이 정순한 내공으로 바뀌었다.

‘이 힘이라면, 마교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팽중호는 스스로의 실력을 과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힘은 자신감을 가지게끔 해 주었다.

스으으으으으-

“후우…….”

하늘에 떠 있던 팽중호의 몸이 땅으로 내려섰고, 그와 동시에 긴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스윽-

팽중호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는데, 이전과는 보이는 것이 달랐다.

주변 모든 것 하나하나가 느껴지고, 이해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기분.

“소가주님. 축하드립니다.”

위지철이 팽중호에게 축하의 인사를 건네어 왔다.

팽중호는 그런 위지철을 바라보았는데, 확실히 성류화를 먹기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기의 흐름이 모두 보인다.’

위지철의 몸에 흐르는 기와 그 주변의 기운까지 모조리 손에 잡힐 듯 보였다.

팽중호는 문뜩 이것이 자신만 보이는 것인지 궁금했다.

성류화는 위지철도 먹었으니 말이다.

“위 소협도 기의 흐름이 보이십니까?”

“예?”

팽중호의 물음에 위지철이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표정에서 위지철과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래도 같이 성류화를 먹었어도 그때의 경지와 사람, 그리고 무공에 따라 다른 듯싶었다.

“아닙니다. 일단 배고프니까 식사부터 하죠.”

“제, 제가 요리를 하겠습니다.”

팽중호의 말에 마부가 자신이 요리를 하겠다며 나섰다.

그는 팽중호와 위지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는데, 그가 보기에 두 사람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 있었으니 당연했다.

그렇게 마부가 요리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을 때, 팽중호와 위지철은 잠깐 각자 자신의 몸을 다시금 점검해 보았다.

완전히 달라진 몸.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군.’

사실이었다.

지금 충만한 기운 때문에 밥은 안 먹어도 상관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주 배부른 느낌이었다.

스릉-

팽중호는 도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손에 착 감기는 무적도의 기분 좋은 느낌.

지금 이 느낌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 볼까?’

팽중호는 곧바로 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윽- 철컥.

제자리에 서서 가볍게 무적도를 휘두르는 팽중호.

그가 무적도를 움직이고, 다시금 도갑에 넣었지만 아무런 변화는 없었다.

그때.

사사사사사사사사사삭- 서거억- 쿠구구구구궁-

아주 멀리 있는 곳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둠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팽중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저 먼 곳에 있는 나무들이 모조리 베어짐은 물론, 산의 끝자락이 잘려 나가는 것이 말이다.

가까운 곳도 아니고,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는 곳임에도 말이다.

“힘을 너무 줬나?”

* * *

무당파.

무당산에 위치한 무당파는 구파일방 중 제일의 힘을 가졌으며, 누구나 인정하는 검의 명가.

그곳에 지금 팽중호와 위지철이 도착했다.

두 사람이 도착하자 무당파에서 장문인을 비롯한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어서 오시게나.”

가장 앞서 두 사람을 맞이하는 중년인.

현 무당파 장문인인 현로검(賢路劍) 장청흠이었다.

이대 무당파를 이끄는 자이자, 무림에서 손꼽히는 검객.

종남파의 정혼검신 장순학과 비견되는 그런 고수였다.

“하북팽가의 팽중호입니다.”

“제자 위지철이 장문인을 뵙습니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는 곧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혈천궁의 세력이 이제 코앞까지 왔으니 말이다.

“이렇게 와 주어서 고맙네.”

“아닙니다. 무당파가 건재해야 무림이 건재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게 생각해 준다면 정말 고맙겠네.”

팽중호의 말은 분명 사실이었다.

무당파는 무림에서 가지는 상징성이 다른 곳이다.

만약 무당파가 혈천궁의 손에 무너진다면, 무림에 퍼지는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무림맹에 좋지 않은 형태로 말이다.

‘그건 막아야지.’

그래서 팽중호가 온 것이다.

물론, 위지철 때문인 것도 있었다.

지금이야 하북팽가에 머무는 위지철이지만, 원래는 무당파의 제자이다.

그런 위지철의 사문이 위험해 처했다는데,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들이 어디쯤 왔다고 합니까?”

“이제 내일이면 당도할 것이라고 하네.”

내일이면 정말 코앞까지 당도한 것이었다.

“일주를 포함한 자들이 맞습니까?”

“그것이 문제가 하나 있네, 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일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

“흠.”

일주를 막기 위해 왔는데 일주가 없다?

아무래도 자신과 위지철이 움직인다는 정보가 그들에게 전해진 듯싶었다.

‘흠. 그런데 일주를 빼고 계속해서 온다?’

그들의 가장 핵심 전력인 일주가 빠졌는데도, 계속해서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도 온다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러지는 않을 터였다.

“대신 다른 이들이 합류했다고 하네.”

“아. 그렇군요.”

다른 이들.

분명 일주와 비슷한 급의 고수들임이 분명했다.

물론 아직 왜 일주가 빠졌는지는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혹시 모르니, 빠르게 정리하고 다시 움직여야겠다.’

일주가 빠졌다면, 그는 어딘가 다른 곳으로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그곳이 어디가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빠르게 정리하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해서 말이다.

“저와 위 소협 둘이서 막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주변에서 혹시나 도망치는 이들을 모두 정리해 주십시오.”

“둘이서 말인가?”

장청흠은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팽중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위지철을 바라보았다.

이게 가능하겠냐는 눈빛.

“둘이서 충분합니다. 장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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