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화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무림맹 대회의가 시작되었다.
안건은 당연히 혈천궁과의 전쟁이었다.
지금 혈천궁과의 전쟁은 일진일퇴의 팽팽한 양상.
이것을 타개하기 위한 회의를 하는 것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도 선제공격해야 하지 않겠소?”
“맞소! 언제까지 그들의 공격을 막고만 있어서는 피해만 늘어날 뿐이오!”
회의에 참석한 사람 대다수가 선제공격을 하자고 성토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무림맹은 혈천궁이 공격한 이후에 후속 조치로 무인들을 보내는 행동만 취했다.
이것은 더 큰 피해를 막는다는 것일 뿐이지, 피해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였다.
때문에 먼저 혈천궁의 거점이나, 그들에게 합류한 문파들을 공격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었다.
“허나 그들이 워낙 신출귀몰하여, 제대로 전력을 파악할 수 없으니 문제가 아니겠소?”
“맞소. 개방이 나선다고 해도 그들의 움직임을 다 쫓을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요.”
개방의 엄청난 정보력에도 불구하고, 지금 혈천궁의 움직임을 모두 쫓을 수가 없었다.
어둠을 틈타 움직이며, 인적인 없는 길로만 이동하기에 그들을 쫓기 쉽지 않은 탓이었다.
그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확실한 전력을 알 수가 없게 되고, 그것은 곧 전쟁에서의 패배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래도 저희가 먼저 움직여야 하기는 할 겁니다.”
그때 한쪽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팽중호가 입을 열었다.
일순 모든 시선이 팽중호에게로 집중됐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기에는 무림맹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습니까?”
“맞는 이야기요!”
“옳소이다!”
무림맹의 자존심을 이야기하는 팽중호의 말에 주변에서 동조를 하고 나섰다.
무림인들은 자존심으로 먹고사는 이들이기도 했다.
지금 무림맹의 자존심이 꽤 많이 상한 상태.
그래서 팽중호는 이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사기란 것도 꽤 중요하지.’
전쟁에서의 사기는 분명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사기가 오른 이들은 가진 것 이상의 힘을 내고, 사기가 떨어진 이들은 가진 힘도 제대로 못 내니 말이다.
그래서 팽중호는 이들의 사기의 진작을 위해 이런 말을 한 것이었다.
물론 진짜로 먼저 움직일 생각도 있었고 말이다.
‘막기만 해서는 끝이 나지 않는다.’
혈천궁의 공격을 막기만 해서는 이 전쟁을 끝낼 수 없다.
결국 먼저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 봐야 손해가 누적되니, 오히려 조금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먼저 움직이는 것이 맞았다.
“먼저 움직이는 것을 제안하셨는데, 무슨 생각이 있으신 겁니까?”
“새롭게 부대를 편성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로운 부대요?”
지금 무림맹은 기존의 부대를 그대로 운용하고 있었다.
이들의 힘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혈천궁 측의 고수를 만났을 때였다.
십이혈주나 오혈랑은 이들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었으니 말이다.
“고수들만을 따로 조직해서 움직이는 부대를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팽중호는 혈천궁처럼 정예 고수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운용하는 것을 생각했다.
최대한 개방을 이용해 정보를 가리고 그들을 움직인다면, 확실히 효과를 볼 터였다.
“흠.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무림맹의 군사 된 소뇌(笑腦) 사마운이 팽중호의 말에 동의를 하고 나섰다.
이미 사마운 또한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사마운은 곧바로 구체적인 안을 꺼내어 놓았다.
그렇게 사마운의 가세로 일사천리로 기획되는 새로운 무력 부대의 조직.
“그런데 조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정예 고수들로 이루어진 무력 부대는 전체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조를 짜서 따로 움직인다.
그렇다면 서로 움직이는 조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실력에 따라 최대한 균형 있게 조를 나누어야 하니 말이다.
“제가 정해 보겠습니다.”
팽중호가 직접 무인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들을 수련시키며 그들의 실력을 제일 정확히 알고 있는 이가 바로 팽중호였다.
팽중호는 순식간에 그들을 나누며 조를 완성했다.
“자. 됐습니다.”
“호오. 과연 훌륭하십니다. 그럼 이렇게 나누기로 하겠습니다.”
팽중호가 나눈 조를 바탕으로 사마운이 다시금 정리하며, 그들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지요.”
얼추 이야기가 끝난 후, 곧바로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이들을 이렇게 한 번에 모으기 힘드니, 빠르게 안건에 대한 윤곽을 잡아야 했으니 말이다.
“다음 안건은 피독주와 암기에 관한 것입니다.”
피독주와 암기.
혈천궁의 새로운 부대는 독과 암기로 무장한 이들이었다.
암혈독라대(暗血毒羅隊).
갑자기 나타나 순식간에 사방을 초토화하는 그들은, 무림맹에서도 공포의 대상으로 불렸다.
물론 지금 무림맹에 있는 사천당가의 사람들이 피독주와 암기를 막아 내는 천우막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그것을 모두에게 나누어 줄 만큼의 양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서 피해는 계속해서 생길 수밖에 없었고, 이것에 대한 대처는 분명 논의를 해야만 해야겠다.
“암혈독라대는 그나마 움직임이 드러나니, 그들을 대처할 이들을 따로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소?”
“동의하는 바이오.”
암혈독라대는 그래도 개방에서 나름 그들의 움직임을 잡아내었다.
그러니, 그들의 움직임에 맞춰 막아 내는 것이 충분히 가능했다.
“발이 빠른 이들로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소.”
팽중호는 이번에는 가만히 앉아서 무림맹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흠. 역시 위기 상황이 오면 제대로들 움직이는군.’
혈천궁이라는 위기가 있기 전에는 사분오열하여 제 밥그릇만 챙기기 바쁘던 이들이지만,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니 서로 뭉쳐서 위기를 타개해 나가려 한다.
어쩌면 이것이 무림맹이 그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세력의 침략에도 버텨 낼 수 있던 힘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일주라는 자에 대한 것만 해결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주(一柱).
지금 현재 모든 혈천궁의 무인들을 이끄는 자.
혈천궁의 궁주가 아닌 일주가 가장 앞에 나서서 혈천궁을 이끌었는데, 그는 아예 움직임을 알리면서 마치 무림맹에게 자신을 좀 보라는 듯이 움직였다.
그의 움직임에 무림맹이 몇 차례 무인들을 보내었지만, 일주의 엄청난 힘에 패퇴할 수밖에 없었다.
상상을 초월한 절대 고수.
지금 무림맹에 그를 막을 만한 사람은 딱 한 명밖에 없었다.
바로 팽중호.
모든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씨익-
“그건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자신 있게 대답하는 팽중호.
그의 이런 모습에 무림맹 사람들은 큰 안도감을 느꼈다.
‘그가 무림맹에 있어 다행이다.’
어쩌면 지금의 팽중호는 무림을 떠받치는 무림의 거대한 기둥이었다.
만약 그가 없다면, 무림맹은 진즉 망했을 것이고, 이미 무림은 혈천궁의 손에 짓밟혔을 것이다.
그가 있기에 지금 이렇게 무림이 버티는 것이었다.
“자! 그럼. 안건은 이제 군사님께서 정리해 주실 거고, 저희는 수련을 계속합시다.”
“커억!”
“헙!”
* * *
천도문(天刀門).
도에 관해서는 무림에서 하북팽가 다음으로 손꼽히는 곳.
특히나 천도문의 문주인 거력천도(巨力天刀) 도군성은 타고난 신력에 더해진 강렬한 도법으로 무림에서도 손꼽히는 도법의 고수였다.
천도문은 무림맹에 가입되어 있지만, 그 어떤 무인도 무림맹에 보내지 않았는데, 그들은 자신들의 힘이면 혈천궁이든 뭐든 이겨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랬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천도문에 드디어 혈천궁이 습격해 왔다.
쾅-!!!
거칠게 천도문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서는 혈천궁.
가장 앞에는 일주가 버티고 서있었다.
천도문의 무인들이 그의 앞을 막아섰지만, 그 누구도 일주의 일초식조차 막아 내지 못하고 모조리 절명했다.
“문주는 나와라.”
“나왔다. 이놈아!”
일주의 말에 거력천도 도군성이 앞으로 나섰다.
일주만 베어 내면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서로를 마주 보고 선 일주와 도군성.
그들의 주변으로 혈천궁 무인과 천도문 무인들이 둘러섰다.
그들은 이 두 사람의 대결이 서로의 운명이 될 것을 알았다.
“거력천도의 힘을 좀 볼까?”
“아마 저승에서나 보게 될 거다.”
처어억-
도군성이 자신의 도를 앞으로 쭈욱 뻗어 들었다.
보통의 도보다도 훨씬 더 커다란 크기의 도는, 그 크기만으로도 위압감을 충분히 발산했다.
저 도로 펼쳐질 무공은 보지 않아도 얼마나 위력적일지 짐작이 갔다.
“천도문의 힘을 보여 주마!”
팡-
도군성이 먼저 일주에게로 쇄도했다.
엄청난 속도로 쇄도하는 도군성.
그의 거대한 몸집과 그만큼 거대한 도 때문에, 그저 쇄도하는 것뿐인데도 엄청난 위압감이 주변을 짓눌렀다.
콰아앙-!!
콰드드드드득-!
그리고 도군성의 거도가 그대로 일주를 강타했다.
엄청난 굉음과 엄청난 기파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 기파의 영향으로 땅이 부서지고 주저앉았다.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흙먼지.
“역시!”
이 엄청난 일격을 본 천도문 무인들이 환호를 했다.
도군성의 이 일격에 일주가 멀쩡할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 싸움은 자신들의 승리였다.
하지만 환호하는 천도문 무인들과 다르게 도군성의 표정은 더없이 침중했다.
쩌저저적-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
이 소리의 출처는 바로 도군성의 거도였다.
도의 이가 나가 있고, 그 부분부터 균열이 번져 나가 있었다.
“이게 다인가?”
조금 전 도군성의 일격이 작렬했던 곳에서 들려오는 일주의 목소리.
너무나 태연한 목소리였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어오고 피어올라 있던 흙먼지가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드러나는 모습.
내려앉은 바닥의 중심에 오연하게 서 있는 일주.
마치 피를 흘린 것처럼 붉게 물든 일주의 몸이지만, 그 어디에도 진짜 피와 상처는 없었다.
조금 전 도군성의 일격을 완벽하게 막아 낸 것이다.
“이번엔 내 차례겠군.”
팡-
이번에는 일주가 먼저 움직였다.
모습이 사라지기도 전에 이미 도군성의 코앞에 도착한 일주.
그리고 그대로 도군성에게 일주의 주먹이 뻗어 나갔다.
쾅- 콰차차차창-!
도군성이 거도를 움직여 일주의 주먹을 막았는데, 그대로 그의 거도가 박살이 나 버렸다.
강기를 둘렀음에도 처참히 박살 난 거도.
퍽-
그리고 거도를 부수고 남은 일주의 힘이 도군성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겨우 단 일격.
그것으로 싸움이 끝이 났다.
“부족하다. 부족해.”
일주는 혈기로 번들거리는 두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는데, 힘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욱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일주는 바닥에 쓰러진 도군성의 몸을 집어 들었는데, 갑자기 도군성의 몸이 마치 목내이처럼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털썩-
“정리해.”
말라 버린 도군성의 몸을 바닥에 던져 버린 일주는 주변 혈천궁 무인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혈천궁 무인들은 가차 없이 천도문 무인들을 죽여 나갔다.
머리를 잃은 천도문 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 나갔고,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천도문은 무림에서 영원히 지워져 버렸다.
“다음으로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