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화 특별 수련에 들어가겠습니다.
일주는 팽중호와의 싸움 이후, 스스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무림에 자신보다 압도적인 강자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팽중호를 만나고 그 자신감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길 수 없다.’
만약 궁주가 자신을 막아 주지 않았다면, 아마 몸을 회복할 수 없었을 것이다.
상대는 여러 명을 상대해 지친 상태였는데도, 자신을 압도했다.
일주에게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이겨야 했고, 특히나 무림맹의 사람에게는 져서는 안 되었다.
‘무림맹은 반드시 내 손으로 없앨 것이다.’
일주는 무림맹에 의해 모든 걸 잃었다.
그래서 그는 무림맹을 증오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식솔들을 공적이라며 가차 없이 죽였고, 자신은 겨우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다.
피눈물을 흘리며 복수를 다짐하던 자신에게, 지금의 혈천궁 궁주가 손을 내밀어 왔다.
무림맹에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며 말이다.
그렇게 그의 손을 잡고 죽어라 수련에 매진했다.
‘이제 무림맹에 복수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건만.’
남은 것은 이제 무림맹에 피의 복수를 하는 것뿐이라 생각했는데, 팽중호에게 처참하게 패했다.
일주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팽중호를 이기기 위한 폐관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그렇게 폐관에 들어간 일주는 원하던 결과를 목표를 이루고, 다시금 자신감을 얻은 채로 밖으로 나왔다.
궁주에게 성과를 알리러 가던 일주는 척한준을 보았다.
‘사람인가?’
척한준을 보고 일주가 든 생각.
과연 척한준이 사람이 맞는가였다.
그리고 일주는 궁주실에 왔다가 척한준이 팽중호와 대련을 했었다는 것을 들었다.
그래서 척한준과 대련을 하면, 지금 자신의 실력이 팽중호와 비교해 어느 정도나 될지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못 들은 이야기로 하겠다. 돌아가라.”
혈천궁 궁주……. 교마가 빠르게 일주를 물리려 하였다.
척한준에게 대련을 요청한다니?
척한준은 마교의 소교주다.
그런 그에게 대련을 요청한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크나큰 결례다.
당장에 목을 베어도 이상하지 않을 결례 말이다.
교마는 지금 일주를 잃고 싶지 않았기에, 지금 이 일을 어떻게든 없던 일로 만들려는 것이었다.
“대련이라……. 뭐,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척한준이 소리를 들었고, 그의 흥미를 사 버렸다.
없던 일로는 할 수가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한준.
그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가 있었다.
“대신 각오는 하셔야 할 겁니다.”
척한준이 말하는 각오.
그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대련을 요청했으니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않겠는가?
“흐음. 그럼 자리를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교마는 어차피 더 이상 이 대련을 막을 수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그렇기에 직접 자리를 옮기기에 나섰다.
혹시나 자신이 옆에 있다면, 척한준이 일주를 살려 둘지 몰랐으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얼마나 강해졌을지 보고 싶다.’
일주는 교마가 무림에 와서 혈천궁을 세우며 키운 이들 중 단연 제일의 재능을 가진 자였다.
젊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그 어떤 젊은 무인보다도 배움의 재능이 뛰어났다.
그런 그가 팽중호에게 패배한 후에 이를 갈며 폐관 수련을 들어갔다 나온 것이다.
소천마에게 이길 수는 없겠지만, 분명 한 수 정도는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 그럼 볼까요?”
검을 늘어트린 채 교마가 안내한 연무장 중앙에 서 있는 척한준.
너무나 무방비한 그의 모습은 일주의 눈을 조금 찌푸리게 하였다.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 말입니까? 그런 건 모르지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여전히 척한준은 여유로웠고, 일주는 이를 악물며 내공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후회하게끔 만들어 줄 생각으로 말이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지만, 지금의 자신이 손쉽게 당할 것이라 생각지 않았다.
지금 그 정도의 힘이 자신에게는 있었다.
파천혈라신갑(破天血羅神鉀).
그것이 다시금 일주에게 나타났다.
혈기의 갑옷이 일주를 감쌌는데, 이전보다 더욱더 진한 핏빛을 보여 주었다.
느껴지는 기운 자체가 몇 수는 위로 올라간 것이 절로 느껴졌다.
“확실히 강해졌구나.”
교마는 일주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빛내었다.
폐관의 시간이 아주 길다고 할 수는 없었는데, 그사이에 엄청난 성장을 이루어 내었다.
확실히 일주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팡-
그때 엄청난 진각과 함께, 공간을 찢으며 척한준에게 쇄도하는 일주.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척한준의 코앞에 도착한 일주의 주먹이 그대로 뻗어 나갔다.
쾅-!!
단순히 뻗어 나온 주먹이건만, 그 결과는 단순하지 않았다.
척한준이 서 있던 주변이 완전히 터져 나갔다.
가공할 위력.
아무리 척한준이라도 이 공격에 완전히 멀쩡할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철마님의 무공인가 봅니다.”
조금 전 일주의 공격에 터져나간 중심에서 척한준의 목소리가 들려 나왔다.
너무나도 평온한 목소리.
먼지가 걷히고 드러난 중심부의 모습.
온 사방이 멀쩡하지 않았지만, 척한준이 서 있던 곳은 멀쩡했다.
그리고 그 멀쩡한 땅 위에 초연히 서 있는 척한준.
그는 지금 검도 움직이지 않고 반대 손만 든 상태로 서 있었는데, 방금 일주의 공격을 손으로 막아 낸 것이다.
“맞습니다. 철마의 무공을 제가 조금 바꾼 것입니다.”
척한준의 물음에 대답하는 교마.
지금 일주가 익힌 파천혈라신갑은 마교에 있는 철마(鐵魔)의 무공을 바꿔서 만든 무공이었다.
척한준은 지금 일주의 모습을 보고 곧바로 그것을 알아낸 것이다.
“급하게 바꾸셔서 그랬는지, 확실히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흘흘. 최선을 다한 것입니다.”
멍하니 서 있는 일주를 두고 이야기를 주고받는 척한준과 교마.
일주는 가만히 그 이야기를 듣다가, 이내 다시금 내공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너무 허망하게 공격이 막혀 잠시 멍했지만,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어차피 마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았으니 상관없다.’
일주는 혈천궁이 애초에 마교와 관련이 있으며, 궁주가 마교의 인물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결국 마교의 앞잡이 정도라는 것도 말이다.
교마가 준 무공 또한 완벽한 것이 아니란 것은 익히면서도 깨달았다.
그래도 분명 엄청난 힘을 가진 무공이기에, 죽어라 익혔다.
‘아직 내 힘을 다 보여 준 것은 아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일주의 몸에서 엄청난 혈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몸을 두르던 혈기의 갑주가 그대로 일주의 몸으로 흡수되듯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후우…….”
길게 숨을 내뻗는 일주.
그리고 그런 일주의 모습을 바라보던 교마의 눈은 놀람으로 커졌고, 척한준의 두 눈도 흥미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호?”
“합일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냐……!”
지금 일주가 보여 준 모습.
그것은 혈갑(血鉀)과 몸이 합일(合一)의 경지에 도달했을 때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화경의 경지를 넘어서 현경의 벽에 다다랐을 때 나타나는 모습.
철마가 저 경지를 보여 주었기에, 교마와 척한준도 알고 있는 모습이었다.
마교의 최상위 서열의 철마가 다다른 그런 지고한 경지를 지금 일주가 보여 주고 있었으니, 당연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싸울 수준은 되겠습니까?”
일주는 척한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는 그에게 보여 주고 싶었다.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말이다.
화르르르르르르륵-
“좋습니다.”
척한준의 검에서 천마강기가 타올랐다.
그가 진짜 대련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 천마강기에 일주의 두 눈이 더 깊어졌다.
“갑니다.”
“얼마든지요.”
쾅-!
일주가 다시금 척한준에게 달려들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움직임과 동시에 척한준의 앞에 당도했다.
미처 척한준이 반응하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말이다.
쾅- 쾅- 쾅- 쾅- 쾅-!
쉬지 않고 척한준을 향해 뻗어 나오는 일주의 주먹.
일격, 일격이 천지를 요동치게 할 엄청난 공격이었다.
척한준도 이전처럼 손으로 막지는 못하고, 천마강기가 둘러싸인 검으로 막아 나갔다.
“힘은 아주 좋습니다.”
척한준의 입에서 이 정도면 꽤 큰 칭찬이 나온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금 그의 검에 전해지는 충격이 강하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이런 엄청난 공격에도 척한준은 자리에서 단 한 걸음도 밀리지 않았다는 것이 일주에게는 문제였다.
“오늘 꽤 재밌는 것을 보여 주셨으니, 저도 재밌는 것을 하나 보여 드리겠습니다.”
화르르르륵- 화륵- 화르르르륵-
척한준의 천마강기가 일렁이더니 주변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그것들이 검의 형태를 취했다.
“천마구검(天魔九劍)이라는 겁니다.”
척한준의 주변을 떠다니는 천마강기로 만들어진 아홉 개의 검.
이것이 그가 현경의 경지를 넘어서 깨달은 그의 천마신공이었다.
“자. 제대로 해 볼까요?”
* * *
“크아아아아악!!”
“우어어어억!!”
“살려 줘!! 제발!!”
하북성 무림맹에서 매일같이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
사람들은 혈천궁이 쳐들어온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할 정도로 처절한 비명이었다.
하지만 결코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이 비명의 출처는 바로 팽중호가 부탁했던 연무장.
그곳에 있는 무인들이 내지르는 비명인 것이었다.
“자자. 이 정도로 엄살 피우지 마십쇼.”
엄청난 수련의 강도에 쓰러져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평온하게 말을 하는 팽중호.
무인들은 그런 팽중호를 노려보았지만, 뭔가를 하지는 못했다.
‘대들었다가는 진짜로 죽는다.’
몇몇 무인들이 수련을 견디지 못하고 팽중호에게 반기를 들었는데,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정말 지옥과 같은 고통과 수련을 가장한 폭력뿐이었다.
그것을 본 후로 감히 팽중호에게 대드는 이는 없었다.
“이걸 이겨 내지 못하면, 어차피 혈천궁의 손에 죽습니다.”
팽중호는 이들을 자극하며, 더욱 수련에 매진했다.
시간이 이제 얼마 없다는 것을 느꼈으니 말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저들인데…….’
연무장에서 죽어라 수련하는 이들 말고, 팽중호의 뒤쪽에서 따로 수련을 하는 무인들.
모두 초절정의 벽에 있거나, 화경에 도달한 이들이었다.
이들이야말로 혈천궁과 마교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패가 될 이들이었다.
절대 고수의 수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이 무림인들 간의 전쟁이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어서 화경의 경지에 오르거나, 아니면 자신처럼 현경의 경지에 올라야만 했다.
‘그래도 싹이 보이는 몇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수련하고 있는 모두가 화경의 경지에 오르거나, 현경의 경지에 오른다면 좋겠지만, 사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들 중 그럴 가능성을 보이는 이들을 집중해서 경지를 올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팽중호는 이미 몇몇 이들을 봐 두었다.
“자. 지금부터 호명하는 분은 저와 특별 수련에 들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