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화 아주 좋은 징조군.
팽중호는 무림맹이 완공된 이후로 무림맹에 머물렀다.
그리고 우선 무림맹에 있는 무인들을 모두 새로운 연무장으로 불러들였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팽중호는 무림맹 무인들을 바라보며 인사를 하였다.
무림맹 무인들은 그런 팽중호에게 경외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럴 만했다.
지금 팽중호의 명성은 무림에서 그야말로 절대 무적,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무방했으니 말이다.
지금 여기에 있는 모든 무림인들의 동경의 대상이 바로 팽중호였다.
“이렇게 다들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아닙니다!”
지금 이곳에 모인 무인들은 최소 절정을 넘은 무인들.
이들 중에는 한 문파의 장로급 무인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이 모두 팽중호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모인 것이다.
그래서 팽중호도 그들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강해지기 위한 수련을 시작할 겁니다.”
다들 눈을 반짝이며 팽중호를 바라본다.
팽중호와 함께 수련을 한다?
이것은 분명 쉽게 있을 기회가 아니니 말이다.
“꽤 고되고 힘든 수련이 될 겁니다. 다만, 실력만큼은 확실히 느실 것이니 걱정은 마십시오.”
팽중호가 말을 하면서 슬쩍 미소를 지었는데, 미소를 본 이들은 이유 모를 오한을 느꼈다.
뭔가 일이 크게 잘못된 것 같은 아주 묘한 느낌.
하지만 그들은 정확히 왜 그런 느낌이 드는지 몰랐고, 그저 날이 조금 쌀쌀해져서 그런가 보다가 하고 넘어갔다.
“일단 오늘부터 한동안은 여러분 모두 저와 일 대 일로 대련을 할 겁니다.”
“오오!!”
“뇌성도제와의 대련이라니!”
무인들은 팽중호가 일 대 일로 대련을 한다고 하자 다들 눈을 크게 반짝였다.
뇌성도제 팽중호와의 일 대 일 대련.
정말 억만금을 주고도 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어찌 눈이 반짝이지 않겠는가?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혈천궁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으니, 시간에 여유가 있지는 않다.
그렇기에 곧바로 시작해야만 했다.
순식간에 모인 무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자리를 잡았다.
대련은 당연히 모두가 볼 수 있게끔 하였다.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으니까.
“누구부터 하시겠습니까?”
팽중호의 물음에 무인들이 슬쩍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누가 가장 먼저 나설 것인가.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고 있을 때, 한 인영이 팽중호의 앞으로 나섰다.
“안녕하십니까. 무당파의 현청이라 합니다.”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가장 먼저 나선 이.
그는 바로 무당파의 현청이었다.
이미 위지철 덕분에 팽중호와 안면이 있는 그가 제일 먼저 나선 것이다.
“혜류검(慧流劍) 현청이군 그래!”
“무당파에서도 손꼽히는 혜류검이 먼저 나올 줄이야!”
혜류검(慧流劍) 현청.
현청이 펼치는 태극혜검을 보고 무림에서 그를 혜류검이라 불렀다.
흐르는 물처럼 부드럽게 펼쳐지는 태극혜검.
그의 검 앞에 그 어떤 변화도 강력한 힘도 통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현청을 무당파에서도 가장 강한 무인으로 평가했다.
“처음부터 흥미진진하구나.”
“그러게 말이오.”
지켜보는 이들 모두가 첫 대련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첫 대련부터 엄청난 대련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뇌성도제와 혜류검의 대련.
분명 아주 귀한 대련이었다.
스릉-
현청이 검을 꺼내어 들었다.
그 모습에 팽중호도 무적도를 꺼내어 들었다.
‘실력을 제대로 봐야 하니까.’
모두와 일 대 일로 대련을 하는 이유.
그것은 그들의 실력을 제대로 확인해 보기 위해서다.
그래야 그에 맞는 수련을 시킬 테니 말이다.
그리고 대련에서 깨달음도 줄 수 있고 말이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예.”
현청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검에 피어오르는 푸르른 검강.
처음부터 전력으로 대련에 임하는 것이었다.
우르릉- 쿠릉-
팽중호의 무적도에서 뇌성이 울렸다.
그리고 이내 그 뇌성이 사라졌다.
하나의 초식이자, 하나의 무공인 무뢰(無雷)가 펼쳐진 것이다.
현청의 푸른 검강이 부드럽게 퍼지며 팽중호의 사방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물결과 같은 검강.
지켜보던 이들이 다들 현청의 이 검강에 몇몇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다수는 눈을 크게 떴다.
‘혜류검도 화경에 다다른 것인가?’
지금 현청의 모습은 그가 화경에 다다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당금 무림에 화경을 넘은 고수가 열을 넘지 않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 새롭게 화경을 넘은 고수가 나타난 것이다.
‘아주 좋은 징조군. 위 소협의 모습에 크게 깨달은 것이 있으신 모양이야.’
위지철이 화경에 올라선 것을 보고 현청 또한 크게 깨달은 것이 있었던 듯싶었다.
하긴, 제자인 위지철이 먼저 화경이란 지고한 경지에 올라섰으니, 그것을 보고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한 것일 터였다.
팽중호는 이런 일들이 아주 좋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자극을 받아 고수가 계속해서 나오는 것은 무림의 안녕에 꼭 필요하니 말이다.
‘그럼 나도 이에 맞춰 제대로 보여 드려야지.’
현청이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힘을 보여 주었다면, 이에 맞추어 자신도 힘을 보여 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이자, 지금 이 대련을 하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스윽- 촤아아악-
팽중호가 무적도를 움직이자 팽중호의 사방을 휘감던 검강의 물결이 그대로 갈라지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파훼 되어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마치 저절로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이들은 지금 분명히 보았다.
팽중호의 무적도가 움직이자 그대로 공간이 갈라지며 현청의 검강을 베어 낸 것을 말이다.
‘지금 뇌성도제의 주변이 모두 그의 것이구나.’
그들도 깨달은 것이다.
지금 팽중호의 주변이 모두 그의 지배 아래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경지의 무공.
“현경에 다다르면 모두 그런 것입니까?”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람마다, 무공마다 좀 다를 겁니다.”
현경에 다다랐을 때 무공마다 사람마다 분명 그것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다를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였다.
현경에 다다르기까지의 깨달음이 모두가 똑같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만약 팽중호말고 다른 이가 똑같이 혼원벽력신공과 혼원벽력도로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다 해도, 무뢰와 같은 초식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럼 계속 가 보겠습니다.”
아직 대련은 끝나지 않았다.
현청이 계속해서 팽중호에게 쇄도했고, 팽중호는 그것을 모두 가볍게 막아 내었다.
‘이렇게나 차이가 난단 말인가.’
지금 현청은 팽중호와의 너무나 압도적인 차이에 속으로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현경과 화경의 차이에 이렇게나 큰 차이가 있다니?
물론, 자신은 이제 막 화경에 들어섰으니 그 차이가 더욱더 클 수밖에 없을 터였다.
카아앙-!
그렇게 현청의 검이 손에서 떨어져 허공을 구르는 것으로 첫 대련이 끝이 났다.
저릿한 손과 바닥을 구르는 검을 바라본 현청은 속으로 다시 마음을 먹었다.
더욱더 수련에 정진하기로 말이다.
“좋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하하. 저도 공부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현청을 시작으로 팽중호와의 대련이 시작되었다.
쉬지 않고 계속해서 대련을 이어 가는 팽중호.
지칠 만도 하건만, 팽중호는 지치지도 않고 무인들을 상대했다.
“자, 다음 나오십시오.”
많은 무인을 상대했지만, 팽중호는 아직 여유로웠다.
내공이 말도 못 하게 늘었음은 물론, 내공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나서겠습니다!”
계속해서 팽중호의 앞에 나서는 무인들.
물론 아직까지 너무나 많은 무인이 남아 있었기에, 쉬지 않고 대련을 계속해도 며칠은 걸릴 터였다.
‘며칠 동안은 보약을 달고 살아야겠군.’
* * *
혈천궁의 궁주가 머무는 곳.
그곳에 궁주와 한 명의 청년이 마주 앉아 있었다.
“소천마께서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지금 혈천궁 궁주의 앞에 있는 청년.
그는 바로 마교의 소천마 척한준이었다.
혈천궁 궁주와 마교의 소천마가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이것 혈천궁과 마교가 관련이 있음을 보여 주는 확실한 증거였다.
물론 아무도 본 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교마(敎魔)께서 재미있는 일을 하신다고 해서 와 봤습니다.”
“흘흘. 그저 조금 더 일을 재밌게 해 보려는 이 늙은이의 여흥입니다.”
혈천궁의 궁주를 교마(敎魔)라고 부르는 척한준.
혈천궁 궁주의 진짜 정체는 바로 마교의 교마였다.
마교에서 마도인들에게 무공을 가르치는 무인.
십만마도의 무공 선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무인.
그가 바로 교마였다.
“제가 가르친 아이들을 보셨습니까?”
“예. 교마께서 가르쳐서 그런지 나름 쓸 만했습니다.”
척한준은 혈천궁으로 들어올 때, 몇몇 혈천궁 무인과 부딪쳤다.
갑자기 나타나 궁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척한준을 막기 위해 나선 이들과 말이다.
나름 혈천궁에서 강자라고 불리는 이들이었는데, 그 누구도 척한준의 걸음조차 멈추게 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에 대한 척한준의 평가는 나름 쓸 만한 정도였다.
“흘흘. 소천마의 기준에 맞을 아이는 아마 없을 겁니다.”
교마는 척한준을 어릴 때 잠깐 가르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척한준이 얼마나 대단한 재능을 가졌는지 잘 알았다.
아무리 자신이 혈천궁을 다시 만들고 무인들을 키워 냈지만, 어차피 척한준에게는 모두 장난처럼 보일 것이다.
“그런데 소천마.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아, 예. 이곳에 오기 전에 팽중호란 분과 검을 섞고 왔습니다.”
“아!”
팽중호를 만나고 았다는 척한준의 이야기에 교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마도 팽중호를 보았으니,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 무림에서도 분명 아주 찬란히 빛나는 별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분명 척한준의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어땠습니까?”
“분명 아주 훌륭한 적이 되어 줄 분이었습니다.”
“흘흘. 그 정도입니까?”
척한준이 저런 평가를 내릴 정도면, 팽중호가 가진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척한준은 절대로 아무에게나 저런 칭찬을 하는 이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제가 더 훌륭한 적으로 만들어 두겠습니다.”
“하하. 교마님만 믿겠습니다.”
그렇게 척한준과 교마가 이야기를 한창 나누고 있을 때였다.
벌컥-
갑자기 궁주실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들어섰다.
“일주?”
지금 궁주실에 들어선 이는 바로 십이혈주 중 일주였다.
개파 대전에서 팽중호에게 패배나 다름없는 상황을 맞은 그는 폐관 수련에 들어갔었는데, 그가 갑자기 궁주실에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갑자기 들이닥치다니, 너답지 않구나.”
평소의 일주라면 절대로 이렇게 갑자기 궁주실에 들어오거나 하지는 않을 터다.
아니, 애초에 혈천궁에서 그 누구도 이렇게 궁주실에 들이닥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말이다.
교마도 평소라면 크게 경을 쳤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나타난 일주의 표정이 워낙에 진중했기 때문이었다.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저분과 대련을 하고 싶습니다.”
“뭐라?!”
일주의 손가락이 가리킨 끝.
그곳에는 척한준이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척한준과의 대련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