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19화 (119/200)

119화 어서 가시죠.

보통의 피독주는 몸에 지니면서 손에 쥐고 있으므로 그 효력을 발휘한다.

몸 안에 들어온 독을 피독주가 피부를 통해서 흡수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연히 그것은 생각보다 효율이 높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당조윤은 입에 물어서 독을 흡수하는 피독주를 만든 것이었다.

‘입에 물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독을 흡수할 수 있다.’

입 안에 물기 좋게 작은 크기로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는데, 그것은 정한승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피독주를 만들 때 모든 것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는 진법을 몇 중으로 설치해 주었으니 말이다.

그것 덕분에 당조윤은 생각했던 대로 피독주를 만들 수 있었다.

“이 피독주를 넘으려면 이 정도 독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당조윤은 추독문의 독을 마시고, 독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도 정확히 알아내었다.

그리고 이런 독의 배합으로는 자신이 만든 피독주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아마 지금 이 피독주를 넘어서는 독은 당가에도 몇 없을 것이다.

“아직이다!”

추독문은 독이 막혔지만, 아직 준비한 것들이 남아 있었기에 계속해서 움직였다.

그들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그대로 다시금 팽가의 담을 넘기 위해 뛰었다.

휘이익-

그리고 어느 정도 뛰어올랐을 때, 그들은 팽가의 담으로 무언갈 던지기 시작했다.

검은 보따리 같은 무언가.

팡-

파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보따리가 갑자기 활짝 펴지기 시작하며, 그 안에서 무수히 많은 암기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다란 침과 같은 형태의 암기.

이 암기 하나하나에 모두 극독이 발라져 있음은 물론, 웬만한 호신강기는 뚫을 정도의 위력이 있었다.

그리고 어차피 이것은 그들의 시선을 끄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팟- 팟- 팟- 팟- 팟-

검은 천 조각과 암기로 인해 시선이 가려졌을 때, 추독문 무인들이 모두 담 위로 뛰어들었다.

추독문은 독과 암기뿐 아니라, 무공 실력 또한 여타 다른 곳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았다.

특히나 그들은 모두 무기에 독을 발라 사용하기에, 조금만 상처가 나도 곧바로 상대를 중독시켜 버릴 수 있었다.

상처에 직접적으로 스며든 독은 제아무리 좋은 피독주라고 해도 막아 낼 수 없으니 말이다.

“커억!”

“흡!”

그런데 팽가의 담을 넘으려던 추독문의 무인들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모두들 바닥에 주저앉거나 쓰러지기 시작했다.

눈이 충혈되고 피부가 검게 변한 것을 보니, 독에 중독된 상태.

“어, 언제……?”

분명 독을 하독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수많은 이들을 동시에 중독시키다니?

도대체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당신들이 못 한다고, 우리가 못 할 것이란 생각은 버리시길.”

당조윤은 바람의 방향이 바뀐 순간 독을 하독하여, 지금 저들을 모조리 중독시킨 것이었다.

당연히 절대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사천당가의 직계인 그녀에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이이이익! 아직 끝이 아니다!”

추독문 무인들 중 몇몇이 독 기운을 이겨 내고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팽가 무인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맹렬한 기세로 달려드는 그들.

그렇게 지근거리까지 도착한 그들은 무기를 뻗음과 동시에 품에서 작은 원반을 던지기 시작했다.

회선살침.

지난번 무림맹에서 팽중호에게 쓰였던 그 물건이 다시금 나타난 것이다.

피비비비비비비빅-

워낙 지근거리에서 던져진 회선살침이기에 어디로 몸을 피하기도 불가능했다.

팽중호 정도의 무인이 아니라면, 막아 낼 수도 없는 공격이었다.

스윽- 촤악- 촤악- 촤악-

하지만 지금 팽가의 무인들은 회선살침을 보고도 당황하지 않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앞에 펼치기 시작했다.

회색빛의 보자기와 같아 보이는 것.

그것이 펴지자 완전히 무인들의 앞을 가렸다.

파바바바바바박-

그리고 그 위로 회선살침의 침들이 작렬했는데, 그 어느 것 하나도 뚫지를 못하고 회색빛 보자기에 전부 막혀 버렸다.

“회선살침도 막다니, 역시 당가의 기술력입니다.”

“천우막은 저희 당가에서도 가장 최근에 만든 것입니다.”

천우막(天雨膜).

사천당가에서 가장 최근에 만들어 낸 것이다.

암기나 화살 등을 막아 내는 막.

특수처리를 한 실에 특수한 공법을 적용한 것으로, 웬만한 암기들은 손쉽게 막아 낼 수 있었다.

사실 아직 세상에 나올 물건은 아니지만, 하북팽가와 팽중호를 위해 특별히 사천당가에서 허락한 것이었다.

“자. 그럼 끝을 냅시다.”

“예!”

준비했던 수가 모두 막혀 버린 추독문.

그들을 정리하기 위해 하북팽가의 무인들이 나섰다.

아직 중독이 덜 되어 반항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팽가 무인들을 막아 낼 정도의 실력은 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정리가 되는 추독문의 무인들.

‘좋아. 이것들만 제대로 된다면, 독과 암기에는 어느 정도 괜찮아지겠어.’

물론 아직까지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겠지만, 그것은 무림맹과 사천당가의 협조만 이루어지면 금방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싸움에서 독과 암기에 대한 내성은 어느 정도는 얻게 되는 것.

이 정도면 충분히 의미는 있었다.

“당 소저 덕분에 혈천궁을 이길 확률이 오르고 있습니다.”

* * *

추독문의 하북팽가 공격.

너무나도 허망하게 실패한 추독문의 공격이지만, 이 공격을 시작으로 혈천궁의 산발적인 공세가 시작되었다.

무림 이곳저곳에서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되었다.

물론 아직까지 가장 큰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하북성과 산서성에서는 싸움이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때.

드디어 하북성 무림맹이 완공되었다.

이전 하남성에 있을 때보다도 더욱 큰 규모의 무림맹.

정말 수없이 많은 작업자들과 전문가들이 투입되어 지어졌기에, 예상보다도 훨씬 이른 시간에 완공될 수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궁-

무림맹이 완공되고 처음으로 정문을 열어 사람들을 안으로 맞이하는 날.

육중한 정문이 그에 걸맞은 소리와 함께 열렸고, 사람들이 일제히 안으로 들어섰다.

“허어!”

“대단하구만!”

무림맹 내부로 들어선 사람들은 저마다 크게 감탄을 하였다.

짓고 있을 때도 느껴졌지만, 완성된 무림맹의 내부는 그 위용이 엄청났으니 말이다.

“역시 돈을 쓰면 다르다니까?”

팽중호도 지금 무림맹에 들어섰는데, 그동안 무림맹이 축적한 자금을 어마어마하게 풀어서 그런지, 바닥에 있는 돌멩이 하나까지 고급인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도 무림의 중심인 무림맹이라면 이 정도 위엄은 보여 주는 것이 맞았다.

사람들은 의외로 보여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니 말이다.

“팽 소가주님 오셨습니까.”

“예. 무림맹주님.”

팽중호가 나타나자 무림맹주 선주천이 버선발로 마중을 나왔다.

지금 팽중호의 입지를 보여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림맹에서 팽중호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말이다.

“맹주님 먼저 무림맹을 좀 둘러봐도 되겠습니까?”

간단한 인사를 나눈 팽중호는 먼저 무림맹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림맹을 지을 때 팽중호가 말해 놓았던 것들이 잘 되어 있는지 보고 싶어서였다.

“아, 예. 여기 이 친구가 무림맹을 소개해 드릴 겁니다.”

선주천이 직접 무림맹을 소개해 주고 싶었지만, 오늘은 새로운 무림맹의 문을 연 첫날.

당연히 무림맹주인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 그를 대신해 무림맹을 소개해 줄 이를 팽중호에게 붙였는데, 여유로운 미소가 인상적인 흰색 문사복 차림의 청년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무림맹의 군사가 된 소뇌(笑腦) 사마운이라 합니다.”

소뇌(笑腦) 사마운.

그는 무림에서 똑똑하기로 제갈세가와 쌍벽을 이루는 사마세가의 소가주였다.

언제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해서 소뇌라 불렸는데, 원래는 무림맹의 군사가 아니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하북성으로 무림맹이 터를 옮기며 새롭게 군사의 자리에 오른 자였다.

“그럼 저를 따라오시지요.”

사마운은 팽중호와 일행을 이끌고 무림맹을 돌며 소개를 시작했는데, 그는 이 방대한 무림맹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 모든 걸 기억하고 있는지, 팽중호의 물음이나 일행의 물음에 단 한 번도 버벅대지 않고 물 흐르듯 설명해 주었다.

“이곳은 사천당가 분들이 머무실 곳입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멈춘 곳은 사천당가의 사람들이 머물 곳이었다.

하나의 전각이 아니라, 일정 부지 전체를 사천당가에 할애한 상태.

안으로 들어서니, 전각마다 용도가 달랐다.

독의 제조와 보관을 하는 곳, 암기의 제조를 하는 곳, 숙식을 해결하는 곳 등.

확실히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가 드러났다.

“그리고 다음은 진법가 분들이 머무실 곳입니다.”

무림맹은 이번에 아예 진법가들을 위한 곳도 따로 마련하였는데, 이전 사천당가처럼 일정 부지 전체가 그들을 위한 곳이었다.

“정 선생. 괜찮겠습니까?”

“여럿이 함께하는 건 익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소.”

팽중호는 이번에 정한승을 함께 무림맹으로 데리고 왔다.

정한승은 얼마 전까지 제갈서린과 함께 하북팽가의 진법들을 모두 손보았는데, 그때 제갈서린이 무림맹에 진법가들을 위한 곳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자기도 그곳에 들어갈 것이라며 말이다.

물론 정한승은 사람이 많은 곳은 싫다며 가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함께 공부하다 보면 더욱 뛰어난 성취를 얻을 것이란 팽중호의 꼬드김에 넘어가 이렇게 오게 되었다.

‘좋아. 좋아. 이렇게 무림맹을 이용해야지.’

하북팽가 혼자의 힘으로는 모두를 발전시키기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하지만 무림맹이라면, 하북팽가가 손을 안 쓰고도 그들을 모두 발전시키게끔 할 수 있었다.

그러니 어찌 이들을 가만히 하북팽가에 머물게 하겠는가?

“이제, 마지막으로 갈 곳은 팽 소가주님께서 부탁하셨던 연무장입니다.”

“어서 가시죠.”

팽중호 일행의 마지막 발걸음이 향한 곳.

그곳은 팽중호가 무림맹이 지어지기 시작할 때부터 부탁했던 연무장이었다.

혈천궁과 마교를 막기 위해 무인들을 단련시킬 곳.

팽중호는 사실상 이곳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 생각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도착한 연무장.

보통의 연무장은 그저 널따란 땅을 가리키는 것인데, 지금 이곳은 높은 담벼락에 둘러싸여 있었다.

거기에 굳게 닫힌 문은 이곳을 마치 감옥처럼 보이게끔 해 주었는데,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풀풀 풍겼다.

쿠구구구구궁-

“와아.”

“이게 다 무슨…….”

육중한 문이 열리고 연무장 내부를 보자마자 모두들 눈을 크게 뜨면 놀랐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이 과연 연무장이 맞단 말인가?

사람을 압도시키는 거대한 규모.

거기에 더해서 사방에 설치되어 있는 정체 모를 기관과 진법들 도대체 어디에 쓰일지 모를 물건들이 쌓여 있는 곳.

“어떻습니까? 생각하신 것과 일치하십니까?”

“아주 좋습니다. 크크크.”

팽중호는 지금 연무장의 모습에 만족의 웃음을 흘렸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그대로 완벽하게 연무장이 구현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서라면 좀 더 빠르게 수련시킬 수 있겠지.’

팽중호가 직접 무공 수련을 돕겠지만, 수많은 인원을 일일이 봐 줄 수는 없는 노릇.

거기다가 그저 연무장에서 서로 검만 휘두른다고 실력이 빠르게 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진법과 기관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조금 더 극한의 상황을 끌어 낼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분명 수련에 아주 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뭐, 물론 수련이 조금(?) 힘들어지겠지만 말이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