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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18화 (118/200)

118화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이세경은 팽중호가 무림맹에 다녀온 후로 지금 처음 팽중호를 보는 것이었다.

새로운 상행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팽중호가 사천당가 일행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다가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천당가 일행으로 포함되어 있는 당조윤을 보고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분명…….’

당조윤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는 이세경이었다.

당조윤이 팽중호에게 안겼었다는 것까지 들은 그녀였다.

그 이야기에서 무언가 촉이 온 그녀였는데, 지금 직접 당조윤을 보니 그녀는 자신의 촉이 맞음을 확신했다.

‘하아……. 혼자서 독차지할 수 없음을 알지만, 그래도 힘들구나.’

계속해서 늘어가는 연적에 고민이 깊어 가는 이세경이었다.

당조윤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팽중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는데, 누가 보아도 지금 팽중호를 사모하는 눈빛이었다.

“바쁜 건 해결 된 거야?”

“예. 한동안은 바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잘됐네. 같이 움직일래?”

“네.”

팽중호와 인사를 나누고 이세경은 자연스럽게 행렬에 합류했다.

함께 팽가를 거닐면서 이세경의 시선은 당조윤에게 계속 향했다.

그리고 그럴수록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 갔다.

“여기가 머무실 곳입니다.”

발걸음의 가장 마지막은 사천당가 사람들이 머물 전각이었다.

하북팽가에서 미리 사천당가를 위해 전각을 개조해 준비한 것으로, 확실히 신경을 썼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자유롭게 그 안에서 독과 암기에 대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창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내부에 잡다한 것들은 전부 제외했다.

그리고 내부에는 독초와 약초의 보관을 위한 진법은 물론, 당가에서 말해 주었던 암기의 제작에 필요한 물품들까지 모두 구비해 두었다.

이 정도면 작은 사천당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준비였다.

“정말 완벽합니다.”

당조윤은 전각의 내부에 들어와 세심하게 살펴보고는 감탄을 내뱉었다.

정말 완벽할 정도의 준비.

게다가 전각 내부에 있는 것 하나하나가 모두 최상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이런 준비를 한다니?

이건 하북팽가의 저력을 본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기 신조상단의 부상단주님께서 힘을 써 주셔서 준비할 수 있던 것입니다.”

물론 이세경이 직접 지시한 것은 아니지만, 신조상단의 힘 덕분에 이렇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이었다.

팽중호가 이런 것들을 준비해 달라고 하자, 신조상단은 그의 말을 최우선으로 두고 모든 것들을 구해 주었으니 말이다.

“정말 감사합니다.”

당조윤이 이세경에게 곧바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허리까지 숙이며 감사를 전하는 당조윤의 모습에 이세경이 살짝 당황했다.

속으로 연적이라 생각해 나름대로 견제하고 있던 자신이 부끄러워서 말이다.

“아, 아닙니다. 제가 한 일은 없었습니다.”

살짝 말을 더듬으며 자신은 한 일이 없다고 말하는 이세경.

당조윤은 그런 이세경을 향해 미소를 짓더니, 이세경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간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어느새 조금은 친해진 듯싶었다.

“그럼 종종 놀러 오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자주 만나자는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야 두 사람의 이야기가 끝이 났고, 팽중호와 이세경은 함께 전각을 벗어났다.

“금세 친해졌네?”

“예. 대화를 나누어 보니, 호기심이 많은 분이셨습니다.”

이세경은 당조윤과 대화하며, 그녀가 굉장히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 대화에서도 거의 당조윤이 질문을 하는 입장이었고, 이세경은 대답을 하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어때? 사람은 좋은 거 같아?”

“예. 분명 좋은 사람이십니다.”

“세경이 그렇다면 좋은 사람이 맞겠지.”

팽중호는 이세경의 안목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사람을 보는 안목에서는 분명 이세경이 자신보다 위였으니 말이다.

“다만…….”

“다만?”

“아닙니다. 가가도 금방 아시게 될 겁니다.”

“응?”

이세경은 더 이상 말하지는 않았고, 팽중호는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어서 알려 줄 것이었으면, 진즉 알려 줬을 테니 말이다.

* * *

혈천궁의 움직임.

오랫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그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인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

그것은 바로 무림 정화 선언이었다.

‘고이고 고여 썩어 버린 이 무림을 피로 정화하겠다.’

예전이라면 다들 혈천궁을 무림 공적으로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혈천궁을 그저 하나의 무림 세력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혈천궁의 이런 선언에도 무림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말에 동조하며 그들에게 가입하려는 세력들이 생겨났다.

‘산서성의 혈천궁과 하북성의 무림맹.’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두 세력은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만 같아, 무림에 팽팽한 긴장감을 주기 시작했다.

각 세력에 속한 이들이 속속 산서성과 하북성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덕분에 지금 두 성은 무림인들로 가득 찬 상황이 되었다.

‘뭐라고! 내가 누군 줄 아느냐!’

‘흥!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내가 알 바더냐?’

챙- 챙-

무림인들이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다툼과 싸움이 잦아졌고, 산서성과 하북성은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러웠다.

계속된 싸움에 원한이 원한을 낳기 시작했고, 작은 싸움이 큰 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허다해졌다.

혈천궁은 이런 상황을 그저 방관하듯 바라만 보고 있었고, 무림맹은 최대한 이런 상황을 억제하기 위해 애를 썼다.

지금 여기서 서로 싸워 전력을 깎아 먹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하북팽가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억제하기 위해 힘을 썼는데, 덕분에 하북팽가 주변은 아주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싸우다 걸리면 뒤지는 겁니다?’

하북팽가 주변이 평온할 수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팽중호의 힘 때문이었다.

몇 차례 주변에서 이런저런 다툼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팽중호가 직접 나서서 그들을 막아섰다.

그리고 팽중호의 살벌한 경고에 그들은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몇몇이 팽중호의 경고를 무시했는데, 그때 그들에게 가해진 처절한 처벌을 보고 들은 이들은 더 이상 팽중호의 경고를 무시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죽여 줘! 차라리 죽여!’

죽는 것이 낫다고 느낄 정도의 처벌.

목숨과 무공을 펼치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팽중호의 처벌을 받은 이들이 모두 저마다 영혼을 털린 것처럼 변해 버렸으니 어찌 경고를 무시하겠는가?

이렇게 팽중호의 노력(?)으로 평화로운 곳이 된 하북팽가의 주변.

그런데 이곳에 갑자기 수백에 달하는 무인들이 무기를 든 상태로 나타났다.

살기를 풀풀 풍기는 것이 좋은 목적으로 온 이들은 결코 아니었다.

“공격해!”

지금 하북팽가 주변에 나타난 그들은 하북팽가 앞까지 거침없이 다가서더니, 곧바로 하북팽가의 담을 넘으려고 하였다.

‘오늘 여기서 우리 추독문(追毒門)의 힘을 보여 주고, 혈천궁의 핵심이 된다.’

지금 하북팽가를 둘러싼 수백의 무인들의 정체는 추독문의 무인들이었다.

추독문은 혈천궁에 합류한 수많은 사도 문파 중 하나였는데, 그들은 운남성에서 이름을 떨치던 곳이었다.

문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들은 독공에 능했는데, 운남에서는 사천당가에 비해서도 크게 밀리지 않을 정도라 정평이 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은 혈천궁에 살짝 뒤늦게 합류했는데, 그 때문에 혈천궁의 핵심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이미 다른 곳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무림맹 측에서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고 불리는 하북팽가로 향했다.

하북팽가를 무너트리면 자신들을 다르게 볼 것이고, 단숨에 혈천궁의 핵심이 될 수 있을 터였다.

‘하북팽가와 뇌성도제가 강하다고 하지만 우리에겐 문제없다.’

추독문도 팽중호에 대한 정보는 가지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강한 무인이며, 하북팽가가 얼마나 최근 세가 강해졌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추독문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들의 강점은 독과 암기.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라면, 제아무리 하북팽가와 팽중호라도 문제없었다.

탓- 탓- 탓- 탓- 탓-

하북팽가의 담을 넘기 위해 뛰어오르는 추독문의 무인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시도는 금방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슈슈슈슈슈슈슈슉-

갑자기 하북팽가의 담 위에서 엄청난 수의 암기가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뛰어오른 추독문 무인들은 이 암기에 모두 몸이 꿰뚫린 채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제야 담벼락 위에 인영들이 추독문 무인들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백화우(百花雨)라는 암기입니다.”

“오. 역시 당가입니다.”

그 인영들의 중앙에 서 있는 두 명의 남녀.

팽중호와 당조윤이었다.

두 사람은 지금 이번에 사천당가가 하북팽가에 와서 만든 암기들을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추독문이 세가로 향해 오고 있답니다.’

팽중호에게 전해진 정보.

그들이 하북성에 들어서자마자 이와 같은 정보가 들어왔다.

사실 미리 나서서 그들을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팽중호는 먼저 움직이지 않고 그들이 오기까지 기다렸다.

당조윤이 그들이 도착할 때쯤이면 만들고 있던 것들이 완성된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시험해 보기 위해 이렇게 기다린 것이었다.

“흥. 우리도 질 수 없지. 쏴라.”

“예!”

추독문은 하북팽가가 암기를 사용하자 조금 당황했지만, 아직 준비한 것이 남아 있었기에 곧바로 다음으로 넘어갔다.

착- 착- 착- 착-

그들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는데, 작은 크기의 노(弩)였다.

추독노(追毒弩).

추독문에서 만들어 낸 것으로, 화살에 작은 독탄까지 넣어 둬 살상력을 말도 못 하게 늘린 물건이었다.

만약 화살을 막아 낸다고 하더라도, 독까지 막아 낼 수 없다.

이 화살에 들어있는 독 또한 추독문에서 직접 만들어 낸 독이기에, 그들의 해독제가 없다면 쉽게 해독할 수 있는 독이 아니다.

제아무리 고수라도 이 독에 당한다면 멀쩡할 수가 없을 터다.

슈슈슈슈슈슈슈슉-

담장 위로 추독노가 발사되었다.

쉬지 않고 쏘아져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화살.

스릉-

하늘을 뒤덮는 수많은 화살을 보며 무적도를 빼드는 팽중호.

그리고 팽중호의 무적도가 그대로 화살들을 향해 그어졌다.

콰가가가가가각-

퍼퍼퍼퍼퍼퍼펑-

허공에서 화살들이 그대로 부서져 나가며 그 안에 있던 독탄이 터졌다.

바람을 타고 독탄의 잔재가 하북팽가로 날아들었다.

“크하하하하!!”

팽중호가 단 일 도에 화살들을 모조리 부숴내는 것에 조금 놀랐지만, 이내 독탄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크게 웃는 추독문.

지금 저 위에 있는 이들이 모두 독에 중독되었을 테니, 이제 하북팽가 내부로 들어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이 피독주 상당히 좋은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제가 고안한 것입니다. 입에 물고 있으면 웬만한 독은 모두 막아 주는 것이지요.”

“응?!”

분명 지금이면 독에 중독되어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와야 했다.

그런데 지금 위에서 너무나 평온한 대화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담 위에 서 있던 그 어떤 무인들도 쓰러진 이가 없었다.

“어떻게?”

“사미초(蛇尾草)와 혈응목(血凝木) 그리고 흑각충(黑角蟲)의 독을 쓴 것 같은데, 이 정도로는 제가 만든 피독주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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