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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17화 (117/200)

117화 그럼 이걸 좀 이용해 볼까?

당세홍의 상태는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좋아져 갔다.

당가에서 워낙에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 말이다.

몸에 좋은 것들이 쉴 새 없이 팽가로 보내져 왔다.

그중에는 쉽게 구하지 못할 만큼 귀한 것들도 있었는데, 그 중 또 몇 개는 하북팽가에 보내지는 선물이었다.

‘만족스럽군.’

독을 취급하는 만큼 그들은 약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은 그만큼 다른 곳에서는 보기도 힘든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그것들을 팽중호에게 선물로 아낌없이 보내고 있었다.

당가는 이렇게 선물을 보내면서도 항상 성의가 부족해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는데, 그들에게 지금 당세홍의 치료는 그만큼 큰 은혜였다.

‘은혜는 두 배로, 복수는 열 배로.’

사천당가는 은원(恩怨)에 관해서는 무림 그 어느 곳보다도 철저한 곳이었다.

그래서 무림에서는 흔히들 사천당가와는 절대로 원한을 맺지 말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그들과 원한을 맺으면 밥을 먹는 것, 아니 숨을 쉬는 것마저 조심해야 하니 말이다.

이렇게 사천당가가 원한에 철저한 만큼, 그들은 은혜에도 철저했다.

팽중호가 만약 당세홍을 완벽히 치료해 준다면, 그들은 아마 하북팽가에 가장 확실한 아군이 되어 줄 터였다.

“준비는 다 되었소.”

“알겠습니다.”

치료에 앞서 주변에 미리 진법을 설치한 정한승이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 왔다.

당세홍의 기력도 회복되었고, 진법까지 준비가 끝났다.

이제는 치료를 시작할 때였다.

“몸은 어떠십니까?”

당세홍과 당조윤 그리고 사천당가 사람들이 이미 다들 모여 있었다.

팽중호는 당세홍에게 우선 몸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이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몸 상태였으니 말이다.

“아주 좋습니다.”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당세홍.

확실히 막 하북팽가에 왔을 때보다 얼굴빛부터 달라져 있었다.

그는 지금 몸이 나을 수 있다는 희망에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기력을 회복하는 것에 집중한 결과였다.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정한승이 펼친 진법의 정중앙에 당세홍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그의 바로 뒤.

그곳에 팽중호가 자리를 잡았다.

“저, 저……. 잘 부탁드립니다!”

당세홍과 팽중호가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당조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은 불안하게 떨리고 있는 그녀의 눈.

그녀는 지금 혹시나 하는 상황이 걱정되는 것이었다.

“걱정 마십시오.”

팽중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당세홍의 기력만 멀쩡하다면, 일이 실패할 리가 없다.

스윽-

팽중호가 당세홍의 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시작합니다.”

팽중호는 내공을 등을 통하여 당세홍의 몸에 불어넣었다.

거침없이 당세홍의 몸을 질주하는 팽중호의 내공.

하지만 이내 막혀 있는 혈에 의해 그 흐름이 멈추었다.

‘흠. 생각보다도 더 단단하군.’

직접 부딪쳐 보니, 생각 이상으로 혈을 막고 있는 것이 단단했다.

왜 그동안 치료를 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웬만한 내공의 힘으로는 절대로 뚫을 수 없을 터였다.

‘혈도가 튼튼해져서 다행이다.’

기력을 회복하며 많이 상해있던 혈로 향하는 혈도들이 튼튼해지며, 팽중호가 힘을 써도 될 정도는 되어 있었다.

만약 혈도가 이전과 같은 상태였다면, 아마 팽중호가 힘을 써 보기도 전에 먼저 혈도가 망가져 버렸을 터다.

쏴아아아아- 쾅-!

팽중호가 혼원벽력신공의 내공을 강하게 보내어 그대로 당세홍의 막힌 곳을 때렸다.

당세홍의 몸에 울리는 거대한 폭발음.

지금 이 소리를 들은 이는 팽중호와 당세홍 단둘뿐이었다.

주륵-

이 폭발음과 함께 당세홍의 입가에 검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주변 당가 무인들이 깜짝 놀라 당세홍에게 달려가려 했는데, 당조윤이 그들을 제지했다.

그녀는 지금 당세홍이 치료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당세홍의 입가에 흐르는 칠흑같이 검은 피.

이것은 막혀 있던 혈에 고였던 것이 뚫리며 나오는 피였다.

주륵- 주륵- 주륵-

팽중호가 혈 하나를 뚫을 때마다 연신 당세홍의 입가에 검은 피가 흘러나왔다.

얼핏 보면 너무 많은 피를 흘려서 위험해 보였지만, 반대로 당세홍의 혈색이 점점 좋아지고 있었다.

혈이 뚫려 나가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던 당세홍의 기운이 그의 몸을 돌기 시작한 것이다.

꿈틀-

그때 당세홍의 혈을 막고 있던 내공 덩어리들이 갑자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갑자기 당세호의 등에 맞닿아 있던 팽중호의 손을 타고 팽중호의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것 봐라?’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내공 덩어리들.

오랫동안 당세홍의 몸에 기생하며 그의 기운을 빨아먹으며 이제 완연한 마기로 변해 버린 듯싶었다.

팽중호의 몸에 기생해 이제는 그의 기운을 빨아먹으려 하는 것이다.

‘좋아. 그럼 이걸 좀 이용해 볼까?’

팽중호는 아예 당세홍의 몸에 있던 모든 내공 덩어리들을 일부러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팽중호의 몸으로 무섭게 들어서는 내공 덩어리들.

툭-

모든 내공 덩어리를 몸 안으로 불러들인 팽중호는 당세홍의 몸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곧바로 자신의 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몸 안을 휘젓고 돌아다니는 내공 덩어리들.

아마 이대로 둔다면 당세홍처럼 팽중호 몸 안의 혈들을 모조리 막아 버릴 터였다.

우르릉- 쿠릉- 쿠르릉-

팽중호의 몸에서 뇌성이 울려 퍼지면서, 현경의 경지에 다다른 혼원벽력신공이 움직였다.

그리고는 몸 안을 제멋대로 날뛰는 내공 덩어리들을 그대로 덮쳐 버렸다.

펑- 펑- 펑- 펑-

팽중호의 내공에 닿은 내공 덩어리들이 그대로 터져 나가더니, 그대로 팽중호의 내공에 휩쓸려 버렸다.

내공에 휩쓸려 팽중호의 몸을 돌아다니다가 이내 단전으로 모여들었다.

아직까지 제멋대로 날뛰는 내공 덩어리의 잔재들.

하지만 이내 그 잔재들도 모조리 팽중호의 내공에 흡수되어 버리기 시작했다.

‘좋아. 이걸로 내공을 보충하면 되겠어.’

오랜 시간 당세홍의 몸에 기생해 그의 내공을 빨아먹은 것들이라 그런지 쌓인 내공의 양이 상당했다.

주화입마를 통해서 쌓인 탁기와 마기만 제거하면 아주 훌륭한 영약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아주 간단하게 팽중호가 당세홍을 치료한 것 같지만, 사실 팽중호는 지금 엄청난 내공을 소모한 상태였다.

현경의 경지를 넘어선 팽중호의 단전이 거의 텅 비어 버릴 정도로 말이다.

만약 지금 이렇게 흡수하지 못했다면, 팽중호라도 이 내공을 회복하는데 꽤 시일이 걸렸을 터였다.

다만, 지금 흡수한 잔재들 덕분에 당세홍은 병을 치료하고, 팽중호는 내공을 얻은, 일석이조의 결과가 되었다.

“후우우…….”

팽중호가 깊은숨을 내쉬며 눈을 살짝 떴다.

주변에는 아직까지 사천당가의 무인들과 당조윤이 서 있었는데, 그들 모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 끝.

그곳에는 가만히 눈을 감고 운기를 하고 있는 당세홍이 있었다.

휘이이이이이잉-

당세홍의 주변을 휘감는 기의 바람.

옷자락이 흩날리고, 머리카락이 하늘로 솟구칠 정도의 바람.

그리고 이내 이 기의 바람에 당세홍의 몸이 하늘로 조금 떠올랐다.

지금 팽중호가 막힌 혈을 뚫어 주자, 단번에 경지를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파앗- 번쩍-

당세홍을 휘감던 기의 바람이 흩어지고, 그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깊고 총명하게 반짝이는 두 눈.

지금 당세홍의 두 눈만 보더라도 그의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대협!”

눈을 뜬 당세홍은 곧바로 팽중호를 향해 인사를 하였고, 이내 당가의 모든 이들이 팽중호를 향해 인사하였다.

당세홍의 완벽한 치료.

그들이 꿈에서나 바라던 것을 팽중호가 이루어 주었으니, 어찌 감사의 인사를 건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조윤이 팽중호에게 다가와 오열하듯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팽중호 덕분에 그녀는 오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되었다.

“사천당가의 당조윤이 은공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니, 부디 거절치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당조윤이 눈물을 닦아 내더니, 팽중호를 향해 절과 함께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엇?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팽중호가 얼른 당조윤을 일으켜 세웠다.

절을 받으려고 당세홍을 치료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물론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과한 감사의 인사는 아직 조금 뭔가 거북했다.

어쩌면 천성이 이런 걸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자자. 이렇게 좋은 날 다들 우는 것은 그만하고, 즐겁게 잔치라도 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

당세홍을 치료해 준 것으로, 사천당가와 하북팽가의 사이는 더없이 가까워졌다.

사천당가는 가주 당정학의 지시로 하북팽가에 감사 사절을 파견했는데, 그들은 사천당가에 있는 보물들을 마차 가득 싣고 나타났다.

약초와 영단 그리고 각종 암기까지.

모두 하나같이 사천당가에서도 특별 취급받을 정도로 귀한 것들로 엄선된 보물들이었다.

“잠시간 신세를 지겠습니다.”

보물을 실은 마차와 함께 사천당가의 사람들은 팽가에 짐을 풀었는데, 그들은 모두 독과 암기에 정통한 자들이었다.

팽중호가 사천당가에 독과 암기에 대해 정통한 자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온 것이었다.

원래라면 무림맹으로 바로 가야 할 이들이지만, 아직 무림맹은 짓고 있는 중.

그렇기에 무림맹이 완공이 될 때까지는 우선 하북팽가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다시 뵙습니다. 소가주님.”

“아! 어서 오십시오.”

사천당가의 행렬을 이끌고 온 한 여인.

바로 당조윤이었다.

그녀는 당세홍의 치료가 끝이 나고 사천당가로 돌아갔다가, 다시금 이렇게 하북팽가로 오게 된 것이었다.

사천당가 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독과 암기에 정통한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것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고, 그녀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 있었기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제가 직접 은혜를 갚겠습니다.’

직접 은혜를 갚겠다는 당조윤의 말에, 당정학은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그러라고 허락해 주었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당조윤은 혼기가 찼음에도 지금까지 그 어떤 이와도 혼처를 논한 적이 없었다.

그 이유가 당세홍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당가에서도 그녀에게 혼인을 강요치는 않았는데, 이번에 당세홍이 완전히 나음으로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가?

물론 그녀에게 억지로 정략혼인을 시킬 생각은 없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흔쾌히 혼인시켜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당조윤에게 팽중호가 마음에 들어 온 듯싶었고, 팽중호라면 혼처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자이니 이 얼마나 좋은 기회란 말인가?

당정학과 사천당가는 이런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기에, 이번 행렬에 당조윤을 포함시키고, 막대한 양의 보물을 하북팽가에 보낸 것이었다.

“제가 직접 세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팽중호가 직접 당조윤과 사천당가 일행을 데리고 팽가를 돌아다니며 소개해 주었다.

그렇게 한창 팽중호가 팽가를 소개해 주고 있을 때, 누군가 팽중호를 향해 다가왔다.

“가가. 얼굴 한 번 뵙기가 참으로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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