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13화 (113/200)

113화 반발이 있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해소해 주겠다는 것인가?”

무림맹 이전 반대파에서 팽중호를 향해 이죽거리듯 말을 내뱉었다.

팽중호가 무엇을 하든 그들은 무림맹 이전 반대에 대한 의견을 꺾을 생각은 없었으니 말이다.

“무림에서 불만과 의문을 해소할 방법이 뭐 있겠습니까? 힘이지 않습니까?”

“힘으로 말인가? 허허.”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팽중호의 말에 주변이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곧 반대파 전원과 싸워서라도 무림맹을 옮기겠다는 선전포고였으니 말이다.

“자네가 강하다는 것을 아는데, 우리가 굳이 어울려 줄 필요가 있는가?”

“도망치시겠다는 겁니까?”

“도망? 허허. 현명하다고 해 주게.”

반대파는 힘으로 해결하겠다는 팽중호의 말에 쉬이 걸려 주지 않았다.

그들도 팽중호가 얼마나 강한 자인지 알았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팽중호가 많은 이들 앞에서 보여 준 힘이 있는데, 그걸 모른다는 것이 더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제 옷깃이라도 건드리시면, 그쪽이 이기는 것으로 말입니다.”

“음?”

“어떻습니까? 이래도 도망치시겠습니까?”

피식-

말과 함께 지어지는 팽중호의 미소.

이건 정말 명백한 도발이었다.

게다가 도발 내용도 무인으로서 자존심이 크게 상할 만한 도발이었다.

옷깃이라도 건드리면 이기는 것으로 해 주겠다니?

무인으로서 분명 참기 힘든 도발이었다.

“너무 광오하군.”

“광오라…… 자신감이라 해 두죠.”

반대파가 심각한 얼굴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금 팽중호의 제안은 받아들일 필요가 없지만,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자존심.

그것은 어쩌면 그들에게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졌을 때 무림맹의 이전을 수락한다면, 자네가 지면 무엇을 내놓을 텐가?”

만약 팽중호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그들도 얻는 것이 있어야 할 터다.

그저 자존심 하나만으로 수락할 수는 없었다.

“혼원벽력도, 혼원벽력신공, 하북팽가 재산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

“!!!!”

팽중호가 내건 것.

그것은 결코 적은 것이 아니었다.

저 정도면 하북팽가의 전부를 내놓는다고 해도 될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시겠습니까?”

“잠시 기다리게.”

반대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는 금방 결론이 났다.

“하지.”

반대파들은 팽중호를 이겨서 받은 것들을 정확히 나누기로 하고, 제안을 수락했다.

“제가 이기면, 다들 군말 없이 따르셔야 합니다? 만약 따르지 않으시면…….”

화아아아아악-

“흡!”

“헙.”

팽중호의 몸에서 항거할 수 없는 거대한 기운이 흘러나와 주변을 장악했다.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의 기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사아악-

주변을 장악하던 팽중호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제야 숨을 내쉬는 사람들.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팽중호를 괴물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반대파도 팽중호를 따르는 찬성파도 말이다.

여기에 모여 있는 무인들은 모두 하나같이 무림에서 내로라하는 쟁쟁한 이들.

그런데 그런 그들을 숨조차 쉬지 못하게 만들 정도의 기운을 내뿜다니?

팽중호가 이미 그들의 생각을 아득히 벗어난 고수라는 것을 뜻했다.

“사흘 후에 시작할 테니, 누가, 몇 명이나 나오실 건지 잘 정하십쇼.”

* * *

무림맹 이전에 대한 찬성파와 반대파.

찬성파에는 개방, 소림사, 무당파, 화산파, 청성파, 남궁세가, 제갈세가, 사천당가가 있었고, 반대파에는 그 외 나머지 모든 문파가 속해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이렇게 찬성파와 반대파는 지금 무림맹에서 반으로 갈라져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는데, 일각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무림맹을 나누는 독이 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지금 혈천궁을 막아 내기 위해서는 하나로 합쳐도 모자란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차라리 혈천궁이 움직이지 않는 지금, 확실하게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작 그들과의 전면전이 벌어졌을 때, 의견이 사분오열된다면 그것은 큰 악재로 작용할 테니 말이다.

사실상 지금 무림에 필요한 것은 무림을 하나로 이끌 구심점이니, 이번 일을 통해서 팽중호라는 확실한 구심점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어찌 되었건 지금 팽중호와 반대파 간의 대결은 단순히 무림맹을 옮긴다는 것에서, 무림의 앞날을 논하는 상황까지 번지게 되었다.

팽중호에게 커다란 짐이 지워지게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음. 차 맛이 좋다니까.”

물론 팽중호는 이런 상황은 전혀 관심 없다는 듯, 차를 마시며 느긋하게 무림맹의 숙소에서 쉬고 있었다.

그런 팽중호의 옆에는 도수와 팽조운이 있었는데, 둘은 팽중호를 만나기 위해 한달음에 달려온 길이었다.

“소가주. 또 굉장한 일을 저지르셨소.”

“주군! 대단하십니다!”

이미 팽중호에 대한 이야기가 온 사방에 퍼져 있는 상황.

당연히 도수와 팽조운도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두 사람은 팽중호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팽중호가 절대로 그저 객기만으로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분명 가능한 일이니 그런 말들을 했을 터다.

“우리가 도울건 없겠소?”

“아. 괜찮습니다. 다시 하북성으로 돌아갈 준비만 하시면 됩니다.”

“하하. 알겠소.”

똑똑똑-

팽중호가 그렇게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팽중호가 머무는 숙소의 문을 두드렸다.

“누구십니까?”

“개방 방주일세.”

“들어 오십시오.”

팽중호를 찾아온 이는 개방의 방주인 무명.

무명이 안으로 들어오고, 팽조운과 도수는 자리를 비켜 주었다.

팽중호와 무명이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렇게 둘만 남게 된 팽중호와 무명.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자네가 말했던 것을 주려고 왔네.”

“벌써 나왔습니까?”

팽중호는 무명에게 부탁한 것이 있었다.

아무리 개방이라도 하루는 걸릴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루도 안 지나서 부탁한 것을 가져왔다.

‘역시 개방은 개방이란 건가.’

개방의 정보력은 역시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들의 정보력에 팽중호는 다시금 감탄했다.

“이미 우리가 조사해 놓은 것이니 가져오기만 하면 되었네.”

지금 무명이 팽중호에게 전해 주기 위한 것은 바로 이 호남성의 이권에 개입된 자들에 대한 정보였다.

문파, 세가, 상단, 표국 등…….

수많은 이들의 정보가 담긴 서책이 하나 팽중호에게 전해졌다.

“그런데 이것은 무얼 하려고 원하는 건가?”

사실상 팽중호가 이걸 본다고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으니 말이다.

“제가 이긴다고 해도, 억지로 무림맹을 옮기면 속에서 반발이 있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이들에게 보상을 좀 해 줄까 해서 말입니다.”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한다고 했지만, 그래서는 이들의 마음속 깊은 참여는 끌어낼 수가 없다.

한순간에 가졌던 것들이 물거품이 된다면, 그 어떤 곳이 진심을 다하겠는가?

그렇기에 팽중호는 이들의 이권을 좀 챙겨 줄 생각이었다.

“그렇군. 그럼 내가 좀 더 자세히 조사해서 알려 줌세.”

“감사합니다.”

무명은 팽중호의 생각을 알고, 좀 더 정보를 세분화하고 자세하게 전달해 줄 생각을 했다.

‘하북팽가에 줄을 좀 대야겠군.’

개방은 지금까지 어느 한 곳과 긴밀하게 지냈던 적은 없다.

한 곳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정보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명은 팽중호가 있는 하북팽가라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향후 개방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저쪽에서 누가 나올지도 알아봐 주겠네.”

* * *

며칠 전.

무명과 팽중호는 무림맹주의 개인 연무장에서 대련을 위해 섰다.

“자네가 가진 모든 힘을 보여 주게.”

무명은 팽중호에게 모든 힘을 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의 모든 힘을 직접 봐야 확신이 들 것 같았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알겠다 대답했다.

눈앞의 무명은 무림에서 손에 꼽는, 화경의 경지를 넘어선 절대 고수.

팽중호라도 쉽게 이기기는 힘든 상대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천마를 만나기 전까지의 일.

‘벽을 부쉈다.’

지금 팽중호는 소천마를 만난 후, 무림맹으로 오는 길에 벽을 조금 부술 수 있었다.

완벽히 부수고 나간 것은 아니지만, 조금 부순 것만으로도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끔 하였다.

화경의 경지와 그다음의 경지의 차이는 분명 엄청난 것이니 말이다.

팽중호는 무명이 그 차이를 실험해 볼 아주 좋은 상대라고 생각했다.

우르르르릉- 쿠릉-

팽중호의 무적도가 꺼내어짐과 동시에 묵직한 뇌성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뇌성.

소리만으로도 사람에게 경외감을 들게 하고, 위축 들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 하지만 나도 쉽지는 않을 걸세.”

청록색 봉을 앞으로 꺼내어 드는 무명.

녹옥장(綠玉杖).

개방의 방주들에게 전해지는 신물이 바로 이 녹옥장이었다.

무명은 이 녹옥장으로 펼치는 백팔타구봉법(百八打狗棒法)의 고수였다.

역대 개방의 방주들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의 실력자.

결코 쉽게 당하지는 않을 실력자였다.

“그럼 두 분 다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이 두 사람의 비무를 지켜보는 이는 무림맹주 선주천.

선주천도 여기서 팽중호의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지켜볼 생각이었다.

“그럼 시작해 보세.”

“그럼. 갑니다.”

후우우우우우웅-

먼저 움직인 것은 무명.

무명의 녹옥장이 울기 시작하더니, 현란한 움직임과 함께 팽중호의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하나의 봉이 두 개의 봉이 되고, 세 개의 봉이 네 개의 봉이 되었다.

주변 그 어느 곳 하나에도 피할 곳은 없었다.

게다가 현란한 것뿐이 아니다.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강맹한 힘.

역시나 개방 방주이자 신룡봉주라 불리는 자의 힘다웠다.

무명은 정말로 팽중호의 힘을 시험해 보기 위해, 가진 힘을 모두 내는 중이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무뢰(無雷).

이때 무명의 공격을 지켜보던 팽중호의 무적도가 움직였다.

뇌강조차 피어오르지 않은 무적도의 움직임으로는 무명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무적도가 움직이자, 마치 그대로 시간이 멈춘 것처럼 주변 모든 것이 멈추었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팽중호뿐.

철컥-

느릿하게 움직이던 무적도가 다시금 도갑으로 돌아서 들어갔다.

그때까지도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콰창-

그리고 뒤늦게 들려온 소리.

주변을 뒤덮던 무명의 녹옥장이 모조리 터진 듯 사라졌다.

“이건 뭔가?”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무명의 입이 열렸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 단 일수에 보여 준 팽중호의 모습 때문이었다.

옆을 슬쩍 보니, 선주천도 매우 놀란 듯 눈을 크게 치켜뜨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이 사라졌다.’

조금 전 팽중호의 도가 움직이자, 자신이 만들어 낸 모든 것들이 사라졌다.

마치 원래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

“제가 느낀 혼원벽력도의 극(極)이라고 봐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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