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112화 (112/200)

112화 뒷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무림맹에 도착한 팽중호.

소천마와의 대련 이후 깨달음을 정리하느라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과 함께 무림맹주를 찾아갔다.

“맹주님.”

“아. 팽 소가주님. 어서 오십시오.”

무림맹주(武林盟主) 권신(拳神) 선주천은 팽중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 덕분에 혈천궁의 개파 대전에서 참상은 면했으니 말이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제안을 하나 드리려고 왔습니다.”

“제안이요?”

팽중호가 갑자기 찾아온 것도 당황스러운데, 거기에 제안까지 있다고 한다.

선주천은 과연 팽중호가 무슨 제안을 할까 궁금했다.

하북팽가에서 여기까지 혼자 달려온 것을 보니, 분명 평범한 제안은 아닐 터였으니 말이다.

“무림맹을 하북성으로 옮겼으면 합니다.”

“예에?!”

선주천이 깜짝 놀라고 또 놀랐다.

무림맹을 옮기자니?

이게 갑자기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리란 말인가?

“허허. 무림맹을 옮기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선주천은 팽중호에게 차분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무림맹을 옮기는 것은 무림맹주 혼자서 결정할 문제도 아니거니와, 옮기는 것에도 아주 많은 절차와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만약 무림맹을 하북성으로 옮기는 것이 결정이 난다고 해도, 수년은 걸릴 일이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고,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입니다.”

“흐음…….”

선주천은 팽중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조금의 떨림도 없이 굳게 빛나는 두 눈.

그리고 지금 팽중호의 발언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이유인지를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주천은 팽중호가 무언가 이런 말을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혈천궁 뒤에 무엇이 올지 아십니까?”

“혈천궁 뒤에 말입니까?”

선주천은 팽중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혈천궁의 뒤에 누가 있다는 소리인가?

도대체 누가 그들의 뒤에 있단 말인가?

“마교. 그들이 올 겁니다.”

“……!!!”

마교.

이 이름 하나만으로 지금 선주천의 눈을 찢어질 듯 크게 만들 수 있었다.

마교가 어떤 곳인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무림에 더없이 큰 상처를 만드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마교가 혈천궁과 관계가 있다니?

“정말입니까?”

“정말이오. 맹주.”

그때 맹주실 밖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대신 대답이 들려오더니, 한 명의 걸인(乞人)이 안으로 들어섰다.

청록색의 봉을 들고 나타난 풍채 좋은 중년의 걸인.

그가 현 개방 방주인 신룡봉주(神龍棒主) 무명이었다.

그는 지금 밖에서 팽중호와 선주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길이었다.

“방주께서는 갑자기 무슨 일로……?”

“여기 이 팽 시주가 말했듯, 혈천궁과 마교 때문에 왔소.”

개방은 최근 혈천궁을 조사하다가, 그들이 마교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찾아내었다.

과거에 있던 혈천궁과 마교의 관계를 모두 조사하자, 혈천궁과 마교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고 말이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급하게 선주천을 찾아온 길이었다.

대책을 세우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자신보다 먼저 와서 그 이야기를 하고있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팽중호였다.

‘보통 인물이 아니다……. 아니, 이자는 하늘이 내린 자다.’

무명은 수많은 개방 방도를 거느리고, 수많은 정보를 취급하는 개방의 방주답게 사람을 보는 눈이 꽤 탁월했다.

이미 그는 수많은 정보를 통해 팽중호에 대해 접해,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는 내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직접 보니, 오히려 팽중호를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는 판단이 들었다.

팽중호는 하늘이 내린 인재였다.

“혈천궁은 마교의 준동에 앞서서 무림을 시험해 보는 곳에 지나지 않소.”

무명은 선주천에게 개방이 정리한 정보를 말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심각한 표정을 하는 선주천.

일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나도 커졌으니 당연한 표정이었다.

“이 사실을 무림에 알리고 힘을 모아야 하오.”

“하지만 쉽게 믿으려 들지는 않을 겁니다.”

“알고 있소. 그래서 방도가 필요한데…….”

무명이 옆에 가만히 서 있는 팽중호를 슬쩍 바라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무림을 하나로 모을 방도가 팽중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씨익-

무명의 시선에 씨익 웃는 팽중호.

그리고 팽중호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듯 무림맹을 하북성으로 옮기자는 것입니다.”

“무림맹을 하북성으로 옮긴다?”

“예. 방주님.”

“그럼 무엇이 달라지는가?”

“제가 무림맹에 붙어 있을 수가 있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해 주게.”

팽중호는 무림맹을 왜 하북성으로 옮겨야 하며, 왜 자신이 붙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쩌면 다소 광오한 내용일 수 있었는데, 선주천과 무명은 진지하게 팽중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뭐,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군.’

만약 여기서 이들이 불같이 화를 내며 반대를 하고 나섰다면, 사실상 일이 힘들어졌을 것이고 무림의 앞날이 어두웠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둘의 태도를 보니 아주 어둡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물론 다른 이들이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리가 나선다고 해도 설득이 쉽지 않을 걸세. 험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무림맹주와 개방 방주인 무명이 나서서 팽중호의 의견들 지지한다고 해도 설득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팽중호에게 우호적인 곳이 많다는 것은 분명 호재였지만, 그렇지 않은 곳이 아직은 더 다수였다.

그들을 설득해야만 무림맹의 이전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터인데, 그들 중 분명 무림맹의 이전을 결사반대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특히나 또 그들 중 몇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림맹의 이전을 막으려 할 것이고 말이다.

“무림에는 변하지 않는 법칙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무얼 말하는 건가?”

“힘의 법칙 말입니다.”

“힘으로 그들을 모두 설득하겠다는 건가?”

“무림맹주님.”

팽중호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선주천을 불렀다.

“말씀하십시오. 소가주님.”

“무림맹 이전에 관한 회의만 열어 주십시오. 뒷일은 제가 맡겠습니다.”

너무나도 자신감이 넘치는 팽중호의 말.

선주천과 무명은 다시금 팽중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분명 능력은 확실한데, 도대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전에 내가 한 번만 자네를 시험해 봐도 되겠는가?”

무명은 직접 자신이 팽중호의 능력을 시험해 보고 싶었다.

그가 하늘이 내린 인재라는 것은 알겠지만, 지금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었으니 말이다.

“물론입니다.”

* * *

무림맹에 갑자기 대회의가 열렸다.

회의의 안건은 무림맹의 이전.

하북성으로 무림맹을 이전하는 것에 대한 회의라는 소리에, 무림맹에 속한 수많은 문파들이 무림맹으로 모여들었다.

“모두들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림맹의 대회의장.

그곳에 앉아있는 수많은 이들 앞에 무림맹주 선주천이 나타나 회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말씀드린 안건은 이미 아시겠지만, 무림맹의 하북성 이전에 관한 것입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선주천의 말에 주변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왜 갑자기 무림맹을 이전한다는 것이오?”

그때 약간은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한쪽에서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그쪽을 바라보니, 목소리만큼이나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이 자리해 있었다.

점창파의 장문인인 분광검객(分光劍客) 낙천조.

그는 지금 무림맹의 이전이 매우 탐탁지 않은 사람이었다.

이 주변 하남성에 투자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무림맹이 하북성으로 옮겨진다면 그 투자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릴 수 있으니 당연히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혈천궁과 마교에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마교? 마교라 하셨소?”

“그렇습니다.”

“혈천궁도 아니고, 갑자기 마교가 왜 나온단 말이오?”

선주천의 입에서 갑작스러운 마교가 등장하자, 다시금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교가 무림에 주는 파장은 컸다.

“그건 내가 설명해 주겠소.”

선주천 대신 무명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개방의 방주인 무명의 설명에 사람들은 입을 벌리며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혈천궁과 마교의 관계.

그리고 조만간 있을 마교의 침공.

모두 하나같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무림을 뒤집어 놓을 이야기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은 어찌 믿소이까?”

그때 또 다른 쪽에서 의문을 제기하며 나섰다.

단단한 체격에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중년인.

그는 이 하남성에서 소림사 다음으로 강한 힘을 자랑하는 태혼문(太魂門)의 문주 적방웅이었다.

태혼문은 구파일방이나 오대세가에 비해도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성세를 자랑하는 곳으로, 무림에서도 대문파로 분류가 되는 곳이었다.

하남성에 무림맹이 있음으로 태혼문이 얻는 것은 천문학적인 수준이기에 적방웅은 무림맹의 이전을 당연히 결사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그 말이 진실이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북성으로 옮김으로, 이윤을 챙기려는 것은 아니오? 아니면 하북팽가에게 무언가를 받았다던가 말이오. 그러지 않고서는 왜 갑작스레 하북성으로 간단 말이오?”

적방웅의 말은 분명 조금 선을 넘는 말이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무림맹주와 개방 방주를 동시에 의심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충분히 의심해 볼 만한 것이기도 하였다.

갑작스러운 무림맹 이전은 분명 이상한 일이니까.

충분히 이 하남성에서도 혈천궁과 마교를 막아 낼 준비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가만히 있던 팽중호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일순 모든 시선이 팽중호에게 향했다.

현 무림에서 가장 뜨거운 무인.

뇌성도제 팽중호.

지금 이 회의를 열게끔 한 이가 그라는 것을 알기에 당연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무림맹의 수준으로는 혈천궁은 몰라도 마교는 막을 수 없기에 하북성으로 무림맹을 옮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뭐라?!”

“허어! 그게 무슨 말이오!”

팽중호의 말에 주변의 몇몇 문파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지금 팽중호의 말은 그들을 무시하는 말이 될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하! 그럼 하북성으로 옮기면 무엇이 달라지기에 마교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오?”

“하북성에는 제가 있습니다. 그럼 여러분을 강하게 만들어 드릴 수 있지요.”

“하하하하!! 뇌성도제가 이렇게나 광오한 자일 줄은 몰랐소!”

확실히 지금 팽중호의 말은 광오했다.

팽중호가 뇌성도제라는 별호를 얻을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자랑하기는 하지만 아직 어리고 어린 나이.

지금 이 무림맹에 팽중호보다 어린 자는 거의 없다.

게다가 다들 나름 무공으로 일가를 이룬 자들인데, 그런 자들을 가르치겠다니?

“이제 보니 우리가 마교에 진다면 그것은 무림맹 때문이겠군. 어쩌다 무림맹주란 자와 무림맹이란 곳이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자의 말에 휘둘린단 말이오?”

“맞소이다!”

“옳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지금 팽중호 단 한 명의 말에 따라 무림맹을 이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무림맹은 수많은 문파들의 연합체이자, 수많은 고수들의 연합체.

누구 하나의 말에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될 곳이었다.

만약 이렇게 누군가의 입김에 휘둘린다면, 무림맹이란 곳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아아. 물론 다 이해합니다. 당연히 불만이 있으실 수밖에 없고, 의문이 드실 수밖에 없죠.”

분위기가 썩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팽중호는 조금도 초조해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예상대로 흘러간다는 듯이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제가 여러분들의 불만과 의문을 모두 해소해 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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