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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100화 (100/200)

100화 실력부터 볼까요?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하북팽가 안으로 마차들이 들어섰다.

이번에 혈천궁으로 가기로 한 무림맹 행렬의 도착이었다.

무림맹에서 최대한 신경을 쓴 듯 화려한 마차를 타고 등장한 이들.

팽자성과 팽중호가 그들을 앞서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반갑소. 무각이라 하오.”

무림맹 행렬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무각이 대표로 인사를 해 왔다.

은연중에도 주변을 지긋이 압박하는 무각의 기운.

그가 절대 고수라는 것을 대번에 알게끔 해 주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아미타불. 감사합니다.”

무각과 함께 모든 행렬이 하북팽가에서 준비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무림맹의 행렬에는 팽중호가 아는 얼굴도 있었다.

무당파의 현청과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천세.

물론 친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계시는 동안 편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무림맹 행렬을 맞이하는 행사가 끝이 나고, 각자에게 숙소를 배정해 주었다.

혈천궁이 말한 개패 대전까지는 시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숙소로 돌아가고 늦은 시간.

텅 비어 있는 연무장에 세 인영이 나타났다.

팽중호와 위지철, 그리고 남궁천세.

“이렇게 늦은 시간에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궁천세가 팽중호와 위지철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지금 이 시각에 모인 이유는, 남궁천세의 부탁 때문이었다.

자신의 무공을 꼭 좀 봐 달라는 부탁.

물론 부탁에 위지철은 없었지만, 위지철은 팽중호가 데려왔다.

며칠 전 얻은 깨달음을 시험하기에 남궁천세는 아주 좋은 상대가 될 터였다.

게다가 서로 검을 쓰는 검객이라는 것도 같았고 말이다.

“혈천궁에 가기 전에 꼭 제 무공을 손보고 싶습니다.”

남궁천세는 강해지기 위해 부탁하는 것을 주저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는 자였다.

‘남궁세가의 미래가 밝군.’

팽중호는 남궁천세를 보며 남궁세가의 미래가 밝음을 느꼈다.

전에 있던 소가주는 재능은 있었지만, 멀리 그리고 높은 곳으로 가지는 못할 자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남궁천세는 당장은 그보다 재능이 부족해 보일지 몰라도, 그보다 훨씬 더 멀리 그리고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는 재목이었다.

남궁천세가 남궁세가의 가주가 된다면, 분명 남궁세가는 지금보다 더 커질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일단 어느 정도인지 실력부터 볼까요?”

“예!”

“위 소협.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남궁천세의 무공을 지켜보기로 하고, 대련은 위지철에게 맡겼다.

연무장 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선 위지철과 남궁천세.

무당파와 남궁세가.

무림에서 검으로 가장 이름난 두 곳의 무인들이 서로 대련하기 위해 마주 선 것이다.

“무림에 이름 높은 정협룡과 검을 맞대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저도 영광입니다.”

스릉- 스릉-

인사 후에 검을 서로 뽑아 드는 두 사람.

어두운 연무장에 횃불이 타오르며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는데, 확실히 두 사람은 표정에서 차이가 나고 있었다.

조금은 여유로워 보이는 위지철과 달리, 남궁천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도 느낀 것이다.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위지철이 대단한 고수라는 것을 말이다.

“먼저 가겠습니다.”

“예.”

남궁천세는 자신이 하수임을 인정하며 선공하겠다 말하였고, 위지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 하였다.

남궁천세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장악해 나아가는 묵직하고 강렬한 기운.

과연 남궁세가의 소가주다운 기운이었다.

팟-

남궁천세가 재빠르게 위지철에게 쇄도했다.

이 움직임에도 분명 강렬한 힘이 느껴졌다.

캉- 캉- 카앙- 캉- 캉- 카앙-

위지철을 힘 있게 압박해 나아가는 남궁천세의 검.

그의 손에서 펼쳐지는 무적제왕검은 과연이라고 할 만큼 힘이 넘쳤다.

패도를 추구하는 무적제왕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하앗!”

기합성까지 내지르며 위지철을 압박하는 남궁천세.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것이 하나 있었다.

전의 위지철이라면 보통 태극혜검으로 남궁천세의 공격을 흘려 내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당당히 검을 마주 대고 있었다.

캉- 캉- 카앙- 카아앙-

원래라면 힘에서 밀려나는 것이 정상이었다.

남궁세가의 무적제왕검강은 충분히 그럴 만큼의 힘이 있는 패도적인 무공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실력의 차이가 비등할 때의 이야기.

지금 위지철의 실력은 남궁천세보다 훨씬 더 위에 있었기에 남궁천세의 힘이 통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

그것은 지금 위지철이 펼치는 검법이 태극혜검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저건 무당파의 검법이라고 할 수 없겠습니다.”

“아! 오셨습니까.”

위지철과 남궁천세가 대련을 하고 있는 그때.

또 하나의 인영이 연무장에 나타났는데, 바로 무당파의 현청이었다.

그는 하북팽가 주변을 걸으며 산책을 하던 중 검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와 이곳으로 향한 길이었다.

그는 위지철의 검을 보고는 무당파의 검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지금 위지철이 보여 주는 검은 극강의 힘을 나타내고 있었으니 말이다.

유능제강을 기본으로 하는 무당파의 검과는 확실히 달랐다.

“무당의 제자가 펼치는 것이니, 무당의 검이지 않겠습니까?”

“하하, 그렇군요…….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팽중호의 말에 무언가 깨달은 듯한 현청이 시원하게 웃었다.

확실히 팽중호의 말처럼 무당의 제자가 펼치는 모든 것은 무당의 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꼭 유능제강만이 무당의 검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철이가 언제 저렇게 강해졌는지…… 이게 다 소가주님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위 소협이 노력해서 강해진 것이지요.”

위지철은 남궁천세를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와 놀아 주는 것처럼 대련을 하고 있었다.

“위 소협. 조금 더 힘을 내도 되겠습니까?”

“바라는 바입니다.”

연신 공격을 감행하던 남궁천세의 검에서 검강이 터져 나왔다.

역시나 남궁천세 또한 초절정은 넘어선 무인이었다.

그리고 마주 선 위지철의 검에도 검강이 나타났다.

이제 진짜 대련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서로 원 없이 힘을 쏟아 낼 수 있는 대련 말이다.

카각- 카아앙-! 카가가- 캉-!!

검강을 쏟아 낸 두 사람의 대련은 조금 전과 조금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아니 남궁천세는 똑같았는데, 위지철이 달랐다.

그의 검이 남궁천세의 검을 살짝 흘려 냄과 동시에 엄청난 힘으로 남궁천세를 압박해 들어갔다.

공격과 수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모습.

“이건 무슨 검법입니까?”

“뇌호태극공입니다.”

뇌호태극공(雷虎太極功).

노호진산도에 혼원벽력장 그리고 태극혜검의 묘리까지 합쳐진 무공.

곽채령과 위지철이 만들어 낸 무공이었다.

뇌호태극공은 검법이 될 수도, 도법이 될 수도, 또는 장법이 될 수도 있는 무공이었다.

어떤 무공으로도 변할 수 있는 무공.

곽채령과 위지철의 역작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흐음. 저래서 사문에 태극혜검의 구결을 외부에 알려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었군.”

뇌호태극공을 지켜보던 현청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위지철이 얼마 전 무당파에 하나의 요구를 전해 왔다.

태극혜검의 구결을 좀 유출해도 되겠냐는 요구.

당연히 무당파에서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보냈었다.

무당파의 정수인 태극혜검을 외부에 유출한다니?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이것으로 만든 무공은 무당파에도 보내겠습니다.’

위지철이 무당파의 허락을 맡기 위해 보낸 서찰.

당연히 이것도 절대 반대를 하는 것이 맞았지만, 무당파의 장문인은 이 위지철의 서찰에 지금 위지철이 무언가 깨달음의 경지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태극혜검의 구결을 쓰도록 허락해 주었다.

어쩌면 무당파의 절세무공을 거저 주는 것일지도 모를 큰 결정이었다.

하지만 무당파 장문인은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위지철을 믿었으니 말이다.

“팽 소가주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예?”

“소가주님의 허락이 있었기에, 저 무공이 본파에도 전해질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현청은 이 뇌호태극공이 엄청난 상승의 무공임을 알아보았다.

그러니, 당연히 팽중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팽중호의 허락이 없었다면 당연히 뇌호태극공은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무당파에게 전해지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저야 뭐, 허락만 해 준 것이지, 딱히 감사를 받을 만큼의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핫. 겸손까지 하십니다.”

팽중호와 현청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위지철과 남궁천세의 대련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었다.

서로가 최후의 수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무적제왕검(無敵帝王劍). 제왕현현(帝王顯顯).

먼저 움직인 것은 남궁천세.

그의 검이 일순 거대해 보일 정도로 터져 나오는 검강.

그리고 위지철을 향해 달려들었는데, 일순 단순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이미 이 주변은 모두 남궁천세의 영역.

주변 모든 공간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드는 것이 바로 제왕현현의 묘리였다.

만약 위지철이 자칫 잘못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저 강렬한 검강의 제물이 될 터였다.

치르르르릇- 치르르르릇-

남궁천세의 움직임을 보고 위지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위지철의 검을 타고 뇌기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새파랗게 빛나는 위지철의 뇌기.

분명 팽중호의 뇌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번쩍-

위지철의 두 눈이 시리도록 푸른 안광을 토해 내었다.

그리고 뻗어 나가는 검.

- 뇌호태극공(雷虎太極功). 뇌호평세(雷虎平世).

위지철의 검에서 마치 한 마리의 호랑이와 같은 검강이 뻗어 나오더니, 그대로 남궁천세의 검으로 마주 달려들었다.

콰아앙-

연무장의 바닥이 움푹 꺼질 정도의 엄청난 부딪침.

가공할 힘과 힘의 격돌이었다.

“다들 잠에서 깨면 안 되지.”

팽중호가 미리 기막을 쳐 두었기에, 다행히 이 굉음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는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주변을 흩날리는 흙먼지까지는 막지 못했다.

사아아아아악-

팽중호가 내공을 바람을 일으켜 주변의 흙먼지를 걷어 내었다.

그러자 보이는 연무장 위의 상황.

처억-

남궁천세의 목 위에 올려져 있는 위지철의 검.

승패가 확실히 갈린 것이다.

“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남궁천세의 검과 위지철의 검이 부딪친 그 순간.

위지철의 검이 남궁천세의 힘을 뒤로 흘려보내며 그대로, 남궁천세에게 쇄도한 것이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위지철의 실력은 그것을 스스로 막을 수 있을 정도이기에 문제는 없었다.

“화경의 경지에 발을 내디뎠구나…….”

마지막 수를 지켜본 현청은 놀라움과 기쁨 등의 감정이 얽힌 표정으로 위지철을 바라보았다.

지금 위지철이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것을 확실히 느낀 것이다.

후에 무당파를 이끌어 나갈 재목이라는 것은 이미 알아보았지만, 이렇게나 빠르게 커질 줄은 예상치 못한 현청이었다.

‘팽 소가주 자체가 무림의 홍복이구나.’

현청은 팽중호 덕분에 위지철이 화경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팽중호가 무림에 나타나고, 무림이 바뀌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청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무림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의 위기만 넘긴다면, 분명 새로운 무림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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