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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99화 (99/200)

99화 어디 한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정우맹의 해체.

하북팽가에서 있었던 오대회합 이후로 정우맹이 해체를 결정했다.

당연히 정우맹에 들어섰던 몇몇 문파들이 반발하고 나섰지만, 남궁태선이 직접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자 다들 불만을 누그러트렸다.

그리고 해체된 정우맹의 문파들은 다시 무림맹으로 들어갔다.

‘어서들 오십시오!’

무림맹은 다시금 돌아온 이들을 두 팔 벌려 환영했는데, 이유는 당연히 혈천궁 때문이었다.

지금 혈천궁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산서성에 자리 잡은 혈천궁에 수많은 문파와 무인들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혈천궁의 힘을 본 이들과 그들이 주는 힘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았다.

특히나 최근 혈천궁에 합류한 곳 때문에 더욱 논란이 되었다.

‘모용세가.’

오대회합 이후 모용세가는 곧바로 혈천궁의 밑으로 들어간 것이다.

오대세가 중 한 곳인 모용세가가 혈천궁으로 향함으로 더욱 많은 문파들이 혈천궁의 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정우맹과 무림맹으로 갈렸던 무림의 판세가, 이제는 무림맹과 혈천궁으로 갈린 것이다.

유례없는 무림의 이분(二分).

그간 수많은 세력들이 무림맹과 세력을 나눠 가져갔지만, 혈천궁과 같은 세력이 무림맹과 당당히 무림을 나눠 가진 적은 없었다.

덕분에 무림맹은 지금 과거 정마대전이 있었던 때보다 바빠지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하나의 세력과 한 명의 고수라도 더 무림맹으로 끌어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무림맹이 수많은 문파를 끌어들이고 있을 때, 혈천궁으로부터 하나의 초대장이 날아왔다.

‘개파 대전에 초대하겠다.’

개파 대전.

보통 하나의 문파나 세력이 처음 무림에 개파를 하였을 때, 자신들의 힘을 보여 주기 위해 여는 일종의 비무회였다.

사람들에게 우리 무인들의 실력이 이 정도다 하고 보여 주는.

그런데 그런 것을 지금 혈천궁이 당당히 무림맹을 향해 보낸 것이다.

서로 적이나 마찬가지인 상대에게 말이다.

무림맹은 혈천궁이 보낸 이 초대를 어찌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초대에 응하자니 그들이 무언가 수를 썼을 수도 있었고, 그렇다고 초대에 응하지 않자니 무림의 이목이 문제였다.

초대에 응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분명 무림맹이 무서워서 피했다고 떠들어 댈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무림맹은 결국 초대에 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과연 누가 혈천궁으로 가느냐였다.

개파 대전에 아무나 보낼 수도 없음이거니와 적지나 다름없는 곳으로 들어갈 이를 고르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다들 썩 가고 싶어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무림맹이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때.

한 곳에서 먼저 개파 대전에 참석하겠다는 것을 표명해 왔다.

‘하북팽가.’

하북팽가의 뇌신도성(雷神刀星) 팽중호가 혈청궁의 개파 대전에 가겠다고 한 것이다.

뇌신도성.

팽중호가 새롭게 얻은 별호였다.

이제 팽중호를 팔룡삼봉과 같은 수준으로 묶기에는 너무나 월등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가?

팽중호는 뇌신도성이라는 별호와 함께 당당히 무림에서 손에 꼽히는 절대 고수로 불리고 있었다.

이런 팽중호가 자진해서 혈천궁으로 간다고 하자, 몇몇 사람들이 함께 자원하기 시작했다.

남궁세가와 무당파 그리고 소림사 등…….

한 번 물꼬가 트이자 혈천궁으로 향할 행렬이 금세 꾸려졌다.

행렬을 이끄는 이는 소림사의 무각대사가 맡기로 하였다.

무각대사는 소림이 자랑하는 고수로 무림맹주 선주천과 함께 소림사 최고 고수로, 현재 무림에 활동하는 이들 중 가장 배분이 높은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한 자였다.

그렇게 무각대사를 필두로 한 무림맹의 행렬이 우선 모두 하북팽가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북팽가에서 서로 인사를 나눈 후에 혈천궁에 개파 대전에 맞추어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 * *

하북팽가.

하북팽가는 오대회합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다시금 손님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혈천궁으로 향할 무림맹의 행렬들이 오기로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거 뭐, 맨날 잔칫날인 거 같네.”

“덕분에 돈이 아주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번엔 다를걸? 무림맹에서 돈을 지원해 줄 거니까.”

보통 이렇게 무림맹의 행사가 있다면 그 자금은 무림맹에서 지원해 준다.

그것도 아주 넉넉히 말이다.

“아마 이번에 행렬이 도착할 때 돈도 같이 올 거야.”

“알겠습니다. 무림맹의 씀씀이를 확인할 수 있겠습니다.”

팽중호가 장춘오와의 이야기를 마무리했을 때였다.

“소가주님.”

“아, 위 소협.”

오랜만에 위지철이 팽중호를 찾아왔다.

위지철은 지금까지 곽채령과 함께 성무각에서 두문불출하다시피 살고 있었기에, 팽중호조차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뭡니까?”

“혈천궁에 저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혈천궁에 함께하고 싶다는 위지철.

그다지 놀랄 것은 없는 부탁이지만, 갑자기 이런 부탁을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금까지 성무각에 박혀 있다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혈천궁에 가겠다는 것인가?

“사람들에게 꼭 좀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있다?

팽중호는 위지철의 두 눈을 바라보았는데, 뭔가 결연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채령이가 만든 무공을 선보이고 싶은 거군.’

두 눈을 보니 대충 감이 왔다.

지금 위지철과 곽채령은 성무각에서 많은 무공들을 개발, 발전시켜 놓았다.

하지만 지금 그것들은 하북팽가 내에서만 쓰일 뿐, 아직 세상밖에 이름을 알리지는 못한 상태.

위지철은 이번 혈천궁의 개파 대전에 참석해 그것을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은 것이었다.

“좋습니다. 뭐, 위 소협이라면 오히려 무림맹 측에서도 좋아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혈천궁으로 가는 인원에 딱히 제한은 없다.

오히려 위지철이 혈천궁으로 함께 가 준다고 하면 무림맹 측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다.

다만 한 명이라도 더 고수가 더 있다면 좋으니 말이다.

“그런데 위 소협.”

“예.”

“실력이 많이 느신 것 같은데, 어디 한번 시험해 보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팽중호는 지금 위지철의 실력이 수준에 올라왔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화경의 벽 앞에 막혀 있는 듯했다.

잘만 한다면 화경의 벽을 넘을 수도 있을 듯 보였다.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은 많을수록 좋지.’

혈천궁은 십이혈주 말고도 오랑이라는 놈들을 키워 낸 상황.

하지만 무림맹에는 지금 새롭게 화경의 경지에 다다른 무인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이때에 위지철이 새롭게 화경의 경지에 발을 디딘다면 분명 큰 힘이 될 터였다.

앞으로 있을 마교의 침공에 대비해서라도 더더욱 필요했다.

“자. 비무대로 가시죠.”

팽중호와 위지철은 함께 비무대로 향했다.

이미 비무대에서 열심히 수련하고 있는 팽가 무인들.

팽중호와 위지철이 함께 나타나자 무인들이 깍듯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렇게 비무대 위에 마주선 팽중호와 위지철.

팽가 무인들은 주변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꿀꺽-

그들이 비무를 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그들이 더 긴장했다.

지금 하북팽가에 있는 최고수 두 사람의 비무이기에 당연했다.

과연 어떤 대단한 비무가 펼쳐질 것인지 절로 기대가 되었으니 말이다.

“아, 한 분이 가서 구준이와 곽 각주님도 좀 데려와 주시겠습니까?”

“예!”

팽중호는 이 자리에 없는 팽구준과 곽종구를 불렀다.

이 비무를 두 사람에게도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지금 두 사람이라면, 이 비무를 보는 것만으로도 분명 많은 것을 얻을 터였으니까.

“와, 왔습니다!”

“왔습니다.”

그렇게 팽구준과 곽종구까지 자리를 잡고, 비무를 시작할 준비가 끝났다.

스릉-

스릉-

서로의 검과 도를 빼 들었다.

그저 준비를 취한 것뿐인데, 벌써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베일 것만 같은 날카로운 공기.

타앗-

이 공기 속에서 먼저 움직인 것은 위지철.

위지철은 빠르고 간결하며 힘 있는 움직임으로 팽중호에게 쇄도했다.

이전의 위지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움직임.

분명, 이 하북팽가에 있는 동안 많이 바뀐 위지철이었다.

카앙- 캉- 카캉- 카아앙-!

움직임만큼이나 힘이 넘치며 빠른 위지철의 검격.

이 검격에 팽중호는 살짝 놀랐다.

‘이건 뭐, 거의 혼원벽력도를 보는 거 같군.’

위지철의 검에서 혼원벽력도와 같은 힘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당파의 무공을 배웠던 이라고는 이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

그렇게 막기만 하던 팽중호가 이번에는 먼저 도를 움직여 나갔다.

카가각- 카각- 카가가가-

팽중호가 공세로 전환하자, 갑자기 위지철의 검이 태극혜검을 펼쳐 내며 공격을 흘려 내기 시작했다.

공격에는 이번에 새롭게 만든 하북팽가의 무공을, 수비에는 무당파의 태극혜검을 펼치는 위지철.

분명 아주 훌륭한 대처였지만, 문제는 두 무공이 따로 논다는 것이었다.

“자. 잘 막아 보십시오.”

팽중호는 위지철이 지금 막혀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했으니, 그 해결책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 길잡이 정도는 할 수 있을 터였다.

스윽-

팽중호의 무적도가 움직임을 바꾸었다.

지금까지 보여 주었던 팽중호의 도법과는 전혀 다른 형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움직이는 무적도가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꾸며, 연신 위지철의 압박했다.

“이건 도대체…….”

위지철은 지금까지 이렇게나 변화무쌍하며 틈이 없는 무공을 본 적이 없었다.

지금 팽중호가 펼치는 도법에는 마치 무공의 모든 정수가 담겨 있는 듯싶었다.

캉- 채채챙-

마지막 부딪침과 함께 위지철의 검이 바닥을 굴렀다.

위지철은 손에서 검을 놓쳤지만, 그것은 지금 생각지도 못한 듯 멍하니 제자리에 서서 팽중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후우. 어떤 분에게 봤던 것입니다. 위 소협에게도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위지철은 지금 대답도 하지 못한 상태로 여전히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작스러운 깨달음.

지금 위지철은 그 깨달음에 돌입한 것이다.

“자. 여러분들도 각자 보신 만큼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주변의 팽구준과 곽종구까지 모두 멍한 표정으로 있는 것이 보였다.

다들 지금 팽중호의 검에서 각자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것이었다.

‘이것 참……. 검마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지금 팽중호가 보여 준 움직임은 팽중호가 이전에 검마에게서 보았던 것을 펼쳐 낸 것이었다.

거기에 팽중호의 깨달음까지 더해진 상태로 말이다.

다들 이것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무엇을 보았는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이들 모두가 최소한 한 걸음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거였다.

‘내가 잠깐 여기 있어 줘야겠군.’

지금 이 주변에 깨달음을 얻은 이들 중 단연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위지철일 것이다.

위지철의 지금 상태는 아마 옆에서 누가 칼로 목을 찔러도 모를 상태.

팽중호는 위지철이 깨달음을 정리할 때까지 옆에서 호법을 서 주기로 했다.

혹여나 누군가 그를 건드려 깨달음을 방해할 수 있으니 말이다.

‘위 소협은 분명 이 깨달음으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팽중호는 위지철이라면 지금의 깨달음으로 화경의 경지에 도달할 것임을 느꼈다.

그는 그럴 만한 재능이 있고, 그만한 노력을 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해가 산 뒤로 넘어갈 때까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하던 위지철의 입이 열렸다.

“소가주님. 다시 한번 더 비무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하핫! 물론입니다.”

위지철의 확 바뀐 두 눈.

팽중호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깨달았다.

여기서 위지철이 확실히 길을 잡는다면, 오늘 무림은 또 다른 화경의 고수를 만나게 될 터였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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