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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98화 (98/200)

98화 그쪽도 대단하십니다.

콰직- 콰지직-

마치 살아 있는 듯이 움직이며 백검강을 모조리 먹어 치우는 뇌룡.

이내 모용정승이 내뿜은 모든 백검강이 뇌룡에 의해 사라졌다.

물론 팽중호의 뇌룡은 아직까지 멀쩡히 그 위용을 뽐내며 모용정승에게로 쇄도했다.

“흠.”

백검강이 모두 허망할 정도로 쉽게 사라졌음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는 모용정승.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다시금 검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가가가가가각-

모용정승의 검에 뇌룡이 닿자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흡!”

모용정승은 지금 뇌룡을 흘려 내려고 했는데, 검을 타고 전해지는 엄청난 힘에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다.

조금만 삐끗하면 그대로 뇌룡에게 잡아먹힐 수 있는 상황.

하지만 그도 화경의 경지를 넘은 무인.

콰가가가가각- 콰칵-!

결국 뇌룡을 흘려 내는 것에 성공했다.

다만 완전히 멀쩡할 수는 없었다.

주르륵-

모용정승의 입가에 흘러내리는 한 줄기 핏물.

내상을 입은 것이다.

스윽-

그리고 모용정승은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았다.

실금이 무수히 가 있는 검.

조금 전에 뇌룡을 흘려 내며 생긴 것들이었다.

“자. 아직 안 끝났습니다.”

모용정승이 무언가 더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 달려드는 팽중호.

모용정승은 곧바로 다시 검을 들고 팽중호를 막아 나섰다.

아니, 막아 나서려 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혼뢰단세(混雷斷世).

쿠릉- 철컥-

팽중호의 도가 다시금 도갑으로 돌아갔다.

파앗- 빠아악-

그리고 동시에 모용정승의 검이 터져 나가고, 살벌한 소리가 주변으로 퍼졌다.

후두두두둑-

모용정승의 입에서 떨어져 나오는 새하얀 이들.

조금 전 혼뢰단세의 초식을 쓸 때 팽중호는 도의 등으로 모용정승을 타격한 것이다.

지금 여기서 죽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제가 어제 말씀드렸죠? 조금 다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너무나 태연자약하게 말을 하는 팽중호.

지금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팽중호가 벌써 가주 중 두 사람을 압도적인 실력 차로 쓰러트렸다.

특히나, 제갈신의 패배는 제대로 보지 못했다지만, 모용정승의 패배는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검객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검이 부서지고, 이들이 몽땅 박살이 난 것을 말이다.

그야말로 처참한 패배.

모용세가의 가주가 이렇게 패해도 되나 싶을 정도의 처참함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모용정승의 모습을 보고, 모용세가 인물들이 일제히 비무대 위로 뛰쳐나왔다.

팽중호를 향해 불같은 분노를 내비치는 그들.

하긴, 가주가 이렇게 처참하게 당했는데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터였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조금 다칠 수도 있다고 말입니다.”

“이게 조금이라고 말하는 건가!”

“무공을 펼치는 데 지장이 없으니, 조금 아니겠습니까?”

“모용세가와 척을 지겠다는 것으로 봐도 되겠지?”

“척이요? 하하하. 얼마든지요.”

팽중호는 이미 생각했던 바이기에, 고민도 하지 않고 거침없이 척을 지겠다고 대답했다.

모용세가는 결코 혈천궁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이들이었으니 말이다.

“돌아가자.”

모용정승과 모용세가 사람들은 그대로 자리를 뜨더니, 아예 하북팽가를 벗어나 사라졌다.

그들이 후에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정우맹이든 무림맹이든 하북팽가가 속한 곳으로는 절대로 오지 않을 것임은 분명했다.

“자. 이제 마지막 한 분 남으셨습니다.”

모용세가로 인해 소요가 있었지만, 팽중호는 동요치 않고 이제 마지막 상대를 바라보았다.

남궁세가 가주 신룡검 남궁태선.

정우맹의 맹주이자, 지금 이곳에 온 다른 사대세가의 무인들 중 최고수.

조금 전에 있던 일로 멍해 있던 사람들의 두 눈이 다시금 흥분으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가주들을 연파한 팽중호와 무림에 명성이 하늘을 찌르는 남궁태선이 맞붙을 테니 어찌 흥분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확실히 대단하긴 하군.”

비무대 위로 천천히 걸어온 남궁태선이 팽중호를 인정하는 말을 했다.

처음 하북팽가에 도착해 팽중호를 만났을 때, 그가 엄청난 고수라는 것은 느꼈지만, 솔직히 이렇게나 강할 것이라고까지는 생각지 못했다.

그의 나이가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직접 비무를 지켜보는 내내 남궁태선은 몸이 떨려오는 것을 느꼈고, 팽중호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인정했다.

“앞으로 십 년만 지나면 무림의 기둥이 되겠어.”

하지만 남궁태선은 팽중호의 예상외의 실력을 보고도 동요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자신이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십 년이 지난다면 분명 팽중호가 자신을 넘어서겠지만, 아직은 아니었다.

“자네 같은 무인이 무림맹으로 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인데, 정우맹으로 오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는 건 어떤가?”

“저를 이기시면 정우맹으로 간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하하하. 나는 자네가 다칠까 봐 그러네. 아무리 나라도 자네를 깔끔하게 이기기는 힘들 것 같아서 말이네.”

마치 팽중호를 이기는 것은 기정사실이라는 듯 말하는 남궁태선.

남궁태선은 그만큼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다.

최근에 얻은 깨달음으로 한 걸음 더 앞서 나갔으니 말이다.

“그럼 남궁 가주님이 무림맹으로 오시는 걸 다시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가주님을 깔끔하게 이기는 건 좀 힘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물론 팽중호도 남궁태선에 지지 않고 그대로 똑같이 말을 돌려주었다.

두 사람 간의 팽팽한 기세 싸움.

“역시 젊은 사람이라 그런지 입심이 좋군.”

“뭐든 잘하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그렇지. 뭐든 잘하면 좋지……. 하지만 그것도 상대를 봐 가면서 잘해야 하지 않겠는가?”

쿠구구구구구구- 쿠구구구구구구-

땅이 미세하게 흔들릴 정도의 기세를 내뿜는 남궁태선.

확실히 앞선 가주들과는 힘의 차이가 월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이에 질세라 팽중호도 뇌신지체와 함께, 기운을 뿜어내며 남궁태선의 기운에 맞서 나갔다.

비무대에서 팽팽하게 맞서는 두 사람의 기운.

어느 한쪽으로도 밀리지 않는 아주 팽팽한 싸움이었다.

‘확실히 급이 다르군.’

팽중호는 남궁태선이 지금까지 만났던 정파의 다른 무인들과는 급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정혼검신 보다도 위에 서 있는 실력자였으니 말이다.

‘종남파에 다녀오기 전이면 승리를 장담하지는 못했겠어.’

종남파에 다녀온 후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전이 아니었다면, 확실히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장담은 하지 못할 만큼의 강자.

팽중호의 입가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남궁태선과의 비무가 아주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강한 무인과의 대결은 언제나 설레는 법이지.’

상황과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팽중호도 무인이다.

강자와의 대결은 언제나 그를 설레게 해 주었다.

전생에도 이 설렘 때문에 그렇게나 싸우고 다니지 않았던가?

“오게.”

“그럼. 사양 않고 갑니다.”

쿠릉-

짧은 뇌성과 함께 눈 깜짝할 새 남궁태선의 앞에 나타난 팽중호.

카앙-! 카아앙-! 캉-!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는 두 사람.

그저 가볍게 검과 도를 주고받는 것 같았지만, 둘이 부딪칠 때마다 주변의 바닥이 갈라지고, 터져 나가고 있었다.

쾅-!

그때 바닥이 움푹 꺼질 정도의 강렬한 부딪침이 두 사람 사이에서 나왔다.

하지만 둘 중 어느 하나도 제자리에서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검과 도를 맞대고 있었는데, 지금 둘의 힘 싸움이 시작된 것이었다.

카각- 카가가각-

하북팽가의 혼원벽력도와 남궁세가의 무적제왕검.

둘 다 패도를 추구하는 절세의 무공.

당연히 힘 싸움으로 어디 가서 밀릴 무공들이 아니었다.

“대단하군.”

“그쪽도 대단하십니다.”

팽중호는 지금 남궁태선과의 싸움에 전생의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아마 팽중호가 가장 많이 싸웠던 곳을 꼽으라면 남궁세가일 정도로, 남궁세가의 무인들과는 수없이 많은 싸움을 했었으니 말이다.

남궁태선의 무적제왕검을 오랜만에 느끼니 그때의 기억이 나고 있었다.

“자네를 꼭 정우맹으로 데리고 가야겠네.”

남궁태선도 지금 팽중호와 검을 맞대면서 점점 더 팽중호에 대한 욕심이 생겨났다.

팽중호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우맹으로 데리고 가야 할 인재였다.

“이제 제대로 해 보세.”

“바라던 바입니다.”

이제 서로의 진짜 실력을 더 볼 때였다.

지금까지는 두 사람에게 몸풀기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쿠르릉-

콰아아아-

팽중호의 무적도에 뇌성이 울리고, 남궁태선의 검에 푸른 검강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원뢰멸혼(元雷滅魂).

- 무적제왕검(無敵帝王劍). 제왕현현(帝王顯顯).

각자가 가진 최고의 절기를 상대를 향해 펼쳐 내었다.

대련이기에 죽일 정도의 위력은 아니라지만, 둘 다 서로의 공격을 받는다면 멀쩡할 수는 없을 정도의 위력은 되었다.

서걱- 촤악-

파사사사사사사삭-

팽중호와 남궁태선의 몸이 서로 지나쳤다.

팽중호의 어깨에서는 핏줄기 솟아올랐고, 남궁태선은 검을 쥔 옷이 그대로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저 보기에는 남궁태선이 이긴 듯 보이는 상황.

하지만

“내가 졌네. 대단하군.”

파사사사사삭-

남궁태선의 입에서 패배를 시인하는 말이 나왔고, 그와 동시에 그의 검이 가루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검객의 검이 사라졌다는 것.

그것은 곧 패배와도 같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팽중호의 어깨에 난 상처는 얼핏 보면 피가 많이 나 위중해 보이지만, 겉만 크게 베인 것일 뿐, 사실상 깊은 상처는 전혀 아니었다.

“우오오오!!”

사람들의 입에서 갑자기 엄청난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지금 평생 보기도 힘든 절대 고수 간의 대결을 보았다는 것과 하북팽가의 팽중호가 다른 사대세가의 모든 가주들을 모두 이겼다는 것에 흥분하는 것이었다.

“그럼. 정우맹은 해체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러지.”

남궁태선은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하기로 했다.

사실 남궁태선은 자신이 질 것으로 생각지도 않았고, 본래 이 상황을 승복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팽중호와 싸우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왜 제갈신이 생각을 바꾸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는 분명 무언가 있었다.

“무림맹에서 뵙겠습니다.”

“무림맹에서 우릴 받아 줄지 모르겠군.”

“분명 받아 줄 겁니다.”

무림맹은 분명 정우맹으로 떨어져 나갔던 이들을 다시금 받아 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 무림맹이 얻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힘을 되찾는 것은 물론이고, 무림에서의 평판도 치솟을 터다.

게다가 지금 혈천궁의 갑작스러운 개파 선언 덕분에 더욱 정우맹의 합세가 필요했고 말이다.

“다른 문파들은 내가 잘 설득해 보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우맹에는 사대세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중소 방파들도 있었으니, 그들을 모두 설득해야 할 터다.

그 일은 본래 정우맹 맹주였던 남궁태선이 직접 하기로 했다.

“아, 혹시나 불만 많으신 분들은 저에게 보내 주셔도 됩니다. 제가 알아서 잘 설득해 볼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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