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북팽가의 개망나니-94화 (94/200)

94화 손님에 대한 예의는 다 갖췄지.

쿠구구구궁-

새롭게 만들어 단 하북팽가의 정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그리고 그 정문으로 들어서는 장대한 행렬들.

오대세가…… 아니, 사대세가라고 불러야 할까?

남궁세가, 제갈세가, 사천당가, 모용세가.

그들은 지금 대단한 위세를 보란 듯이 자랑하며 하북팽가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왔군.”

팽중호는 가진 힘을 자랑하며 들어오는 그들을 보며 입가에 씩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저러면 저럴수록 오히려 좋았으니 말이다.

덜컥-

그렇게 팽가의 안에 도착한 마차들이 멈춰 서고, 마차 안에서 사람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오오! 가주들이다!”

“허어! 저 사람들을 여기서 보다니!”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무림에서 이름을 날리는 쟁쟁한 사람들.

각 세가의 가주들까지 모습을 드러냈으니, 사람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대회합에 모든 세가의 가주가 참여하는 것은 실로 드문 일이니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앞으로 나서서 하북팽가에 온 이들을 환대하는 팽자성.

분명 그리 썩 좋은 상황에서 하는 오대회합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환대하였다.

“안녕하십니까. 팽 가주님.”

가장 먼저 나서서 팽자성의 인사를 받는 중년인.

푸른 무복과 허리춤에 메여 있는 검.

그는 현 남궁세가의 가주 신룡검(神龍劍) 남궁태선이었다.

무림에서 검을 쥐고 활동하는 무인들 중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한 절대 고수.

‘그래. 저런 사람도 있어야 무림이 버티는 거지.’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팽중호는 남궁태선이 얼마나 강한 무인인지 대번에 알아보았다.

지금까지 팽중호가 봤던 무인 중 검마 다음으로 가는 강자임이 분명했다.

‘어디 보자…… 저 뒤에 있는 놈이 새로운 소가주인가 본데.’

지난번 서문세가에서 만났던 소가주였던 남궁선호와 전혀 다른 인물이 지금 남궁태선의 뒤에 서 있었다.

오대회합에 가주인 남궁태선과 함께한 것을 보니, 그가 남궁선호를 밀어내고 새롭게 소가주에 오른 인물인 듯싶었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때 팽자성과의 인사를 끝낸 남궁태선이 팽중호에게로 다가왔다.

팽중호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남궁태선.

지금 그도 팽중호의 강함을 알아본 것이다.

‘팔룡삼봉이라는 이름으로 묶기에는 너무 크군.’

남궁태선은 팽중호가 절대 자신의 아래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런 무인을 지금 후기지수들을 부르는 팔룡삼봉에 묶다니?

분명 그건 팽중호에 대한 모욕이나 다름없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네. 남궁태선이라고 하네.”

남궁태선이 팽중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었다.

그는 이미 팽중호에게 대해 많은 소식을 들었다.

그의 활약상은 물론이고, 전 오대회합에서 남궁선호에게 했던 것, 그리고 그가 실질적인 이 하북팽가의 머리라는 것도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반드시 정우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남궁태선은 현재 정우맹의 맹주의 자리를 역임하고 있었다.

이번 오대회합을 연 이유는 무림맹을 선택한 하북팽가의 역량을 살펴본 후에, 다시금 정우맹으로 끌어들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지금 하북팽가의 역량을 다 본 것도 아니고, 팽중호 단 한 명을 봤을 뿐이지만, 무조건 정우맹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팽중호는 절대로 놓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하북팽가의 소가주 팽중호입니다.”

“이렇게 만나서 정말 반갑네.”

“예. 저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우리 남궁세가의 소가주일세.”

“안녕하십니까. 남궁세가의 소가주 남궁천세입니다.”

팽중호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는 남궁천세.

유려하고 가녀린 얼굴과 희고 고운 피부의 청년.

얼핏 보면 여인이라고 생각해도 될 만큼 예쁜 얼굴.

하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난번 소가주보다 훨씬 낫군.’

지난 서문세가에서 봤던 남궁세가의 소가주보다 훨씬 더 실력이 나아 보였다.

아무래도 남궁세가에서 아주 작정하고 키워 낸 듯싶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팽중호는 남궁천세와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는 이내, 그에게 다가오는 다른 세가의 사람들과도 연신 인사를 나누었다.

다들 하북팽가에서 팽중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인지, 팽중호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자. 그럼 식사부터 하실까요?”

모든 인사가 끝이 나고, 가주인 팽자성이 식사 자리를 권하며 식사가 준비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오?! 대단하군.”

“이런 진수성찬은 오랜만에 보네 그래.”

음식이 준비된 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감탄을 내뱉었다.

수많은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식탁은, 그야말로 황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화려했다.

하북팽가는 지금 그저 음식 하나만으로도 자신들의 저력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었다.

“드시지요.”

팽자성의 말을 시작으로 식사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보는 것 이상으로 맛도 뛰어남을 보고 또다시 놀랐다.

이 정도라면 정말 황궁숙수를 데려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힘써 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가가.”

이세경은 지금 팽중호의 옆에 자리하고 있었는데, 팽중호는 그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지금 이 화려한 음식들은 신조상단에서 대부분 준비한 것들이니 말이다.

신조상단이 아무래도 이곳저곳 발이 넓다 보니 아는 이들이 많았고, 오늘을 위해 실제로 황궁숙수를 지냈던 이를 모셔 와 오늘 이 음식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나저나, 다들 가가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하. 내가 그렇게 잘생겼나?”

다들 식사는 하고 있지만, 시선은 모두 팽중호에게로 향해 있었다.

어쩌면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무림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사건에는 모두 팽중호가 속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안녕하십니까. 소가주님.”

그때 누군가가 팽중호와 이세경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새하얀 무복을 걸친, 아름다운 미녀.

분명 보기 드문 미색을 가진 여인이었다.

“저는 제갈세가의 제갈서린이라 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여인의 정체는 제갈세가의 여식인 제갈서린.

그녀는 이번 제갈세가의 행렬에 속해서 이곳에 온 것인데, 목적은 오로지 하나였다.

팽중호의 능력을 검증하고, 그를 제갈세가의 편으로 만드는 것.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지금 이렇게 팽중호에게 다가온 것이었다.

“잠시 제가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예? 아, 예. 마음대로 하십시오.”

제갈서린은 비어 있던 팽중호의 왼편 옆자리에 앉았다.

제갈서린이 팽중호의 옆에 앉자, 옆에 있던 이세경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굳었다.

지금 그녀의 본능이 제갈서린을 경고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소가주님께서는 첩을 두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예? 푸흡. 컥컥.”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제갈서린의 말에 팽중호는 먹던 음식을 뱉었다.

아니, 갑자기 첩이라니?

아직 이세경과도 혼례를 올리지 않았는데, 첩은 무슨 첩이란 말인가?

“뭐 그렇게 당황하십니까? 옆에 이 부상단주님이 본처라면, 저는 두 번째로도 만족합니다.”

“저를 언제 보셨다고……”

“지금 보지 않았습니까?”

팽중호의 말에 눈 하나 깜짝 안 하며, 밝은 얼굴로 대답하는 제갈서린.

팽중호는 순간 강적을 만났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제갈세가 사람들은 무섭다니까.’

제갈세가의 사람들은 예전부터 이런 것들에 능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이는 능력이 아주 탁월했다.

“저는 첩을 둘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첩을 둘 생각이 없다는 팽중호의 대답에 옆에 있던 이세경의 표정이 밝아졌다.

“지금 당장 선택하시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시면 분명 나쁘지 않은 선택이실 겁니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말을 꺼내는 제갈서린.

그녀는 지금 자신에게 자신이 있었다.

제갈세가 내에서도 기재라는 소리를 듣는 그녀였다.

팽중호가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분명 자신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흐음. 좋습니다. 그럼 내일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갑자기 내일 생각을 해 보겠다며 말을 바꾼 팽중호.

이번 대답에 이세경의 표정이 또다시 어두워졌다.

팽중호의 대답 한 번, 한 번에 시시각각 변하는 이세경의 표정이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팽중호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내일 결과를 보고 말입니다.”

“예?”

이번에는 제갈서린이 팽중호의 말에 반문하였다.

갑자기 내일 결과를 본다니?

제갈서린은 이것이 무슨 소리일까를 고민했지만, 당연히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오로지 팽중호만이 알고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소저께서도 내일 결과를 보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슬슬 식사 자리가 끝이 나갔다.

그리고 그때 팽가의 무인들이 나서서, 각 세가를 그들이 머물 숙소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하북팽가의 내부에 마련된 숙소.

숙소에 도착한 다른 세가의 사람들은 숙소의 상태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정도라면 최고급 객잔이라고 해도 되겠군.”

숙소의 외부부터 내부까지 어느 것 하나 최고급품이 아닌 것이 없었다.

확실히 대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끔 해 주는 숙소였다.

“그럼. 편히 쉬시길.”

각 세가의 안내를 마친 팽가의 무인들은 자리를 벗어난 후에, 팽중호에게 그들의 반응 등을 보고하였다.

보고를 들은 팽중호는 만족의 미소를 씨익 지었다.

“이건, 태 상단주님에게 감사를 해야겠어.”

음식은 신조상단이 준비했다면, 숙소는 태도상단에서 준비했다.

두 상단은 서로 경쟁하듯 완벽한 준비를 하였는데, 신조상단이 황궁숙수까지 구했다는 이야기를 듣자, 태도상단은 숙소에 쓰일 모든 물품은 황궁에 납품하는 수준의 최고급품들로 준비를 하였다.

덕분에 지금 하북팽가의 숙소는 그 어떤 최고급 객잔과 비교를 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을 수준이 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손님에 대한 예의는 다 갖췄지.”

일부러 그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 주기 위해 더욱 화려하게 준비를 부탁했다.

그들은 아직까지 하북팽가를 속으로 무시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내일 있을 일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 해야 할까?

“흠. 그럼 시간도 좀 남았는데, 이걸 전해 주러 가 볼까?”

모든 보고를 다 들은 팽중호는 종남파에서 받아 온 칠주의 검을 들고는 몸을 움직였다.

내일 아침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었다.

그 전에 할 수 있는 일은 끝내 놓으면 좋지 않겠는가?

“오셨습니까!”

팽중호가 발걸음을 옮겨 도착한 곳은 적호각.

팽중호가 나타나자 적호각 무인이 우렁차게 인사를 해 왔다.

제대로 각이 잡혀 있는 모습.

“장로님과 각주님을 뵈러 왔습니다.”

“예! 금방 알려 드리겠습니다.”

타탓-

팽중호의 말에 재빨리 움직이는 무인.

그러더니 금방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올라오십시오!”

팽중호는 무인을 따라 적호각의 최상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팽중호를 기다리는 두 사람.

전 적검문 문주인 곽무조와 그의 아들인 곽종구였다.

적검문이 하북팽에게로 들어오게 되면서 두 사람의 지위도 바뀌었다.

곽무조는 하북팽가의 장로의 자리에, 그리고 곽종구는 적호각 각주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이거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

“그러게 말입니다.”

“오, 오, 오랜만 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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