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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81화 (81/200)

81화 너무 긴장치 마십쇼.

정혼검신 장순학과 뇌룡 팽중호의 대련 소식.

이것이 진짜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저 이 소식만으로도 사람들을 흥분시키기는 충분했다.

이미 무림에서 명성이 하늘에 닿아 있는 정혼검신과 거칠 것 없이 무림에 이름을 날리는 뇌룡의 대결.

사람들은 정말 이 대결이 성사되기를 바라며, 비무대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종남파와 하북팽가의 대련을 시작하겠소.”

무림맹 소속 무인의 주체로 시작되는 대련.

웅성웅성하던 주변이 일순간에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첫 번째로 어느 무인이 나올지를 추측하며, 양 진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춘오야. 너 먼저다.”

“예. 귀찮으니까, 대충 끝내고 와도 됩니까?”

“크크, 물론이지.”

하북팽가의 첫 번째 순서는 장춘오.

장춘오는 세상 귀찮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키며 대련에 나설 준비를 했다.

사실 장춘오는 이 무림맹행에 함께할 생각이 딱히 없었다.

하북팽가에도 할 일이 많은데, 굳이 무림맹까지 와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팽중호가 함께 가자고 하니 안 따를 수 있겠는가?

그렇게 무림맹에 왔더니, 갑자기 몸을 쓰는 대련을 하게 생겨 버렸다.

그러니 어찌 귀찮지 않을 수 있겠는가?

철컥- 철컥-

장춘오는 손에 장석팔이 만든 흑호조를 꼈다.

서늘한 감촉이 손을 타고 전해져 오기 시작했고, 그러자 마음이 좀 더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가 볼까…….”

세상 느긋한 걸음으로 비무대 위로 걸어가는 장춘오.

마치 동네에 산책을 떠나는 듯한 발걸음이었다.

장춘오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종남파에서도 한 명이 비무대 위로 나타났다.

타탓-

아주 가벼운 몸놀림으로 비무대 위에 나타난 종남파의 무인.

그에 반해 장춘오는 아직까지도 걸어오는 중이었다.

스윽- 터억-

드디어 비무대 중앙에 도착한 장춘오.

그렇게 비무대 위에, 대련을 할 두 사람이 모두 등장했다.

자신감이 넘치고 여유가 가득한 종남파의 무인과 다르게 장춘오는 어딘가 귀찮음이 가득한 모습.

누가 보더라도 대련을 하기 싫은데 억지로 나온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보고 하북팽가가 무인이 없어 아무나 내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에 확신을 주는 이유가 장춘오가 도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하북팽가의 무인이 도를 쓰지 않는다니?

“그럼. 비무를 시작하시오!”

무림맹 무사가 우렁찬 목소리로 비무의 시작을 알렸다.

서로를 마주 보며 인사를 하는 두 사람.

“종남파의 조철웅이라 하오.”

“하북팽가의 장춘오입니다.”

스릉-

스윽-

인사가 끝남과 동시에 조철웅은 검을 뽑았고, 장춘오는 두 손을 편안하게 내렸다.

장춘오의 손에서 빛나는 묵빛 철조를 보고 사람들이 눈을 빛내었다.

하북팽가의 무인이 조법을 쓰는 것을 보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방심하지 않고, 완벽하게 이긴다.’

종남파의 조철웅은 장춘오를 바라보며 완벽한 승리를 다짐했다.

상대가 도를 쓰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방심은 일절 없었다.

분명 하북팽가의 명성은 꽤 자자한데다, 저들이 멍청이가 아닐 테니 이런 대련에 아무나 내보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방심하지 않고, 본 실력을 모두 발휘해서 상대를 완벽하게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종남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수 없는 법이지.’

조철웅은 이번 종남파 행렬에 소속된 이들 중 두 장로를 빼면, 가장 배분이 높은 무인이었다.

당연히 그 실력은 일대 제자들보다 위.

팽중호에게 당했던 조한평이나 반종수보다 두 세수는 위에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북팽가의 무인을 상대로 압도적이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야만 종남파의 이름에 먹칠하지 않는 길이란 것을 잘 알았다.

방심만 하지 않으면, 새파랗게 젊은 하북팽가의 무인에게 질 리가 없었다.

“먼저 오시오.”

조철웅은 일단 장춘오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선배인 자신이 선공을 양보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니 말이다.

“예. 그럼.”

장춘오는 선공을 사양치 않고, 곧바로 몸을 움직였다.

조금 전의 느긋한 모습은 오간 데 없이 사라지고, 쾌속무비하게 조철웅에게 달려드는 장춘오.

그 기세가 사뭇 대단해, 마치 한 마리의 범이 달려드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카아앙- 카캉- 캉- 카카카캉- 캉-

장춘오의 양 철조가 엄청난 기세와 속도로 조철웅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장춘오의 공격을 막아 낸 후에 역공하려던 조철웅이었지만, 조금의 틈도 주지 않는 장춘오의 연격에 수비하는 것도 급급한 상황이 되었다.

쉬지 않고 계속되는 연격.

계속된 연격에 조금 당황한 조철웅이지만, 이내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이렇게 무작정 달려들다 보면, 조만간 틈이 벌어질 터다.’

조철웅이 보기에 상대는 아무래도 이런 대련이나 싸움 경험이 부족한 듯싶었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짜고짜 몰아치는 것은 처음에는 효과를 볼 수 있겠으나, 금방 체력도 떨어질뿐더러 스스로를 제어치 못해 틈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옳지! 틈이구나!’

그리고 딱 예상한 대로 지금 장춘오의 연격 사이에 작은 틈이 생겨났다.

장춘오 또래의 무인들이라면 보지 못할 틈이겠지만, 조철웅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틈이었다.

슈왁-

장춘오의 그 틈을 향해 조철웅의 검이 벼락같이 쇄도했다.

조철웅은 완벽하게 찔러 들어간 이 검격이 성공할 것임을 장담했다.

카가강-

그런데 갑자기 조철웅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상대의 옷이나 살이 갈라지는 소리가 아니라, 쇠와 쇠가 강하게 부딪치는 소리.

“끝났습니다.”

서걱- 핏-

그리고 장춘오의 심드렁한 목소리와 함께 조철웅의 목에서 핏줄기가 살짝 솟아올랐다.

“이, 이게……?”

조철웅은 지금 자신이 왜 졌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분명 상대의 틈을 보았고, 상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 보였다.

그런데 자신의 공격은 막혔고, 지금이 대련이 아니었다면 목이 달아날 뻔하였다.

더욱더 문제인 것은 지금 자신이 어떻게 이것을 당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장춘오는 조철웅의 의문은 해결해 주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비무대를 내려갔다.

굳이 상대에게 수를 다 설명해 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 * *

“잘했다.”

팽중호는 비무대를 내려온 장춘오를 향해 흡족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정말 완벽하게 승리를 챙겨 온 장춘오였다.

‘역시 머리가 좋으면, 실력도 좋다니까.’

장춘오는 팽중호는 물론 이세경도 감탄할 정도로 머리가 좋다.

보통 머리가 좋다면 무공 실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정반대였다.

머리가 좋으면 무공 실력이 오히려 더 좋다.

머릿속에서 최상의 수를 계산하며 움직이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경지는 오히려 종남파가 높을지 몰라도, 춘오의 완벽한 계산에 당한 것이지.’

조금 전 장춘오가 보여 준 모습은 철저히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계산된 채로 나온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무공의 경지만 놓고 본다면 종남파의 조철웅이 더 높다.

그래서 장춘오가 그런 조철웅을 이기기 위해서는 머리를 써서 계산해야 했고, 무림맹에 와서 요 이틀간 무당파 사람들과 대련하며 계산한 것을 토대로 지금 조철웅을 완벽하게 제압한 것이다.

조금 전 그 수는 장춘오가 익힌 비호조의 묘리를 제대로 발휘한 것으로, 상대의 눈을 속인 후에 일부러 틈을 내어 준 후에 반격하는 수였다.

비호조는 강맹, 쾌속과 더불어 은밀함도 갖춘 무공이다.

종남파 무인이 틈이라고 보았던 것은 장춘오가 파 놓은 함정이었고, 그곳에 검을 내뻗는 순간 은밀하게 움직인 장춘오의 흑호조가 검을 잡아챈 후에 반격을 가한 것이었다.

“하아. 역시 저는 몸 쓰는 게 썩 좋지 않습니다.”

“그런 놈이 맨날 그렇게 수련을 하냐?”

자리에 돌아와 몸을 쓰는 게 싫다고 말하는 장춘오.

하지만 팽중호는 그런 장춘오가 누구보다 무공 수련을 열심히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력이 없었다면, 요행으로도 승리는 없었을 터다.’

장춘오가 무공 수련을 게을리했다면, 아무리 머리를 썼다고 해도 이번 대련에서 승리할 수 없었을 터다.

실력이 뒷받침됐기에 계산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갑자기 끔살 당하기 싫어서 그럽니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장춘오와의 대화가 마무리되어 갈 때.

팽중호의 옆에 앉아 있던 팽조운이 몸을 일으켰다.

조금은 굳어 있는 그의 얼굴.

“후……. 나가 보겠소.”

“너무 긴장치 마십쇼.”

팽중호는 지금 팽조운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졌다.

물론 이해는 갔다.

지금 팽조운은 하북팽가의 대장로로서 처음으로 이런 대련에 나서는 것이고, 그 상대는 분명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진 자일 터이니 말이다.

“지셔도 제가 무조건 이기니까, 편하게 놀다 오십쇼.”

“하하하. 알겠소.”

팽중호의 말에 긴장이 조금 풀어졌는지, 시원하게 웃는 팽조운.

그렇게 팽조운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였다.

“다음 대련자들은 나와 주십시오!”

비무대에서 다음 차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오겠소.”

“예.”

저벅- 저벅- 저벅- 저벅-

팽조운은 당당한 걸음으로 비무대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비무대 위로 팽조운이 나타나자 주변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꽂혔다.

“저자가 하북팽가의 대장로라고 하더군.”

“으음……. 워낙에 들려온 이야기가 없던데, 실력이 어떨지 모르겠어.”

팽조운은 하북팽가의 대장로라는 직위와는 다르게, 무림에 딱히 나선 적이 없으니 사람들이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대체로 그는 하북팽가 내에서만 지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하북팽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건 알았으니, 이번 비무는 재미있을 것 같네.”

“그렇지. 종남파도 분명 아무나 내보내지는 않을 거니 말일세.”

사람들은 종남파가 첫 대련에서 하북팽가에게 완패하고 말았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기 위해 실력자가 나올 터이기에 이번 대련이 꽤 재미있을 것이라며 서로 이야기 나누기 바빴다.

팽조운의 정확한 실력은 모르지만, 그가 하북팽가의 대장로이니만큼 범상치는 않을 것이고,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종남파에 그만한 실력자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분명 아주 재미있는 대련이 될 터였다.

휘리리릭- 슥-

그때 종남파 쪽에서 팽조운의 맞은편으로 하나의 인영이 날아들더니, 팽조운의 앞쪽에 사뿐히 안착했다.

그리고 그 인영의 정체를 확인한 사람들은 다들 놀란 눈을 하였다.

“안녕하시오. 종남의 막주승이라 하오.”

종남파의 장로인 단봉검객 막주승이 직접 몸을 움직인 것이다.

물론 하북팽가도 장로가 나온 만큼 종남파도 같은 장로가 나오는 것이 맞겠지만, 막주승은 종남파 내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의 무인.

사람들은 종남파가 조금 전 일격을 맞고, 이번에는 확실하게 하북팽가를 찍어 누르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하북팽가의 팽조운이라 하오.”

서로 간단하게 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

그리고는 동시에 서로 무기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두 사람이 무기를 쥐자 일순간 바뀌는 주변의 공기.

고오오오오오-

마치 곧 터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이 비무대 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우리 문도가 추태를 보였기에, 그것을 사과하기 위해 직접 나왔소.”

팽팽한 긴장 속에 팽조운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막주승.

한마디로 조금 전, 종남파 제자가 졌던 것을 만회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나왔다는 소리였다.

절대로 봐주지도, 곱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이란 뜻을 내포한 말.

“얼마나 진심이 담긴 사과인지 제가 한번 받아 보겠소.”

팽조운은 말을 맞받아치며 내공을 끌어 올리며 언제든 움직일 준비를 하였다.

지금 눈앞에 있는 막주승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조금만 방심하면, 그대로 대련이 끝날 터였다.

“혹시나 다쳐도 나를 너무 원망은 마시오.”

말과 동시에 사라지는 막주승의 신형.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팽조운의 도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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