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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80화 (80/200)

80화 흔히 볼 수 있는 구경은 아니군.

구파의 힘을 좀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팽중호의 말에 일순 다른 구파 사람들의 표정이 꿈틀했다.

팽중호의 말은 구파의 힘을 역으로 가늠해 보겠다는 소리.

그것은 곧 구파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소리이기도 하였다.

일순 구파 사람들의 시선이 종남파로 향했다.

지금 팽중호의 말 때문에 갑자기 종남파 대 하북팽가의 대결이, 구파 대 하북팽가의 대결처럼 변해 버렸다.

종남파가 지금 구파의 자존심을 짊어지고 하북팽가와 대련을 하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이것으로 우리를 당황하게 하려는 건가? 이놈. 한참 잘못 생각했다.’

막주승은 팽중호가 이것으로 자신들을 당황하게끔 하려고 한다 생각했다.

일부러 이렇게 짐을 지워서 말이다.

하지만 그건 분명한 오산이다.

자신들, 종남파가 하북팽가에 질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럼. 대련을 수락한 것으로 알겠소.”

막주승은 혹시나 팽중호가 말을 바꿀까, 얼른 선수를 쳐서 대련을 수락해 버렸다.

순식간에 성사된 하북팽가와 종남파 간의 진검 대련.

대련은 삼 일 후에 치르기로 하고, 일단 오늘의 회의는 마쳤다.

각자 무림맹이 제공한 숙소로 향하는 세력들.

팽중호와 팽가 일행도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소가주. 괜찮겠소? 상대는 종남파요.”

팽조운이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팽중호에게 말을 건네었다.

갑작스럽게 대련해야 하는 상대가 무려 종남파이니 그럴 만했다.

구파의 하나이자, 오랫동안 무림에 이름을 날린 곳.

종남파가 제안한 대련은 삼 대 삼의 대련인데, 한 자리는 팽중호가 나간다고 치더라도, 다른 두 자리가 문제였다.

도수와 장춘오, 그리고 자신.

지금 하북팽가에서 종남파와의 대련에 나설 수 있는 무인은 이 셋이 전부였다.

식객이지만 무당파의 사람인 위지철이나, 무공을 모르는 이세경이 나설 수는 없으니 말이다.

분명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종남파를 이길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장담키 어려웠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종남파라는 이름에 지레 겁먹지 마십쇼. 우리가 충분히 더 강합니다.”

팽중호가 팽조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해 주었다.

객관적으로 봐도 지금 전력은 결코 종남파 밑이 아니다.

지금까지 수차례 싸우면서 강해진 실력은 결코 부족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만, 다들 아직 자신들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감을 잡지 못하기에 저렇게 걱정하는 것일 터였다.

‘이번에는 제대로 자신들의 힘에 대해 알 수 있겠지.’

“이곳입니다.”

그렇게 무림맹 사람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숙소.

겨우 여섯이 지내기에는 과분할 정도로 큰 숙소였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예.”

숙소 안으로 들어서 각자 짐을 풀고, 잠시간 여정의 노곤함을 푸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저녁 시간.

무림맹에서 식사를 곧바로 보내 주었고, 하북팽가 일행은 모두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내일 대련은 저랑 대장로님, 그리고 춘오가 나가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식사를 하던 중 꺼낸 팽중호의 말에 팽조운이 반문하듯 물었다.

팽중호와 자신은 그렇다고 생각해도, 장춘오가 나선다니?

도수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팽조운도 장춘오가 무공을 익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호신을 하는 정도일 뿐 아니겠는가?

그는 힘을 쓰는 무력대가 아니라, 팽가에서 머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 말이다.

“춘오도 이래저래 머리 쓰는 일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무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허.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소가주가 생각이 있을 터이니 믿고 있겠소.”

팽조운은 뭐라 더 말하고 싶었지만, 팽중호가 저리 말하는 것을 보면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말을 삼켰다.

“그래도 뭐 대장로님의 걱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그 걱정을 좀 덜어 줄 손님들을 모셨습니다.”

팽중호가 손님을 모셨다는 말에 위지철을 제외하고는 모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손님이라니?

하북팽가가 무림맹에서 초대할 만한 손님이 있단 말인가?

저벅- 저벅- 저벅- 저벅-

그때 때마침 숙소 바깥에서부터 발걸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팽중호는 그 소리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몸을 옮겼고, 다른 일행들도 모두 따라서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밖으로 나서자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푸른 도복을 입은 무리가 보였다.

바로 무당파의 사람들이었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를 이리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팽중호는 무당파 무리의 가장 앞에 선 현청에게 인사를 하였는데, 현청은 그런 팽중호의 인사를 손사래를 치며 받았다.

그렇게 두 사람이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팽가 일행은 팽중호가 왜 무당파를 이곳으로 초대했는지를 깨달았다.

지금 팽중호는 무당파와의 대련을 생각한 것이다.

“지철아 오랜만이구나.”

“예. 오랜만입니다.”

그때 현청이 위지철에게 먼저 성큼 다가와 인사를 하였다.

현청은 오랜만에 만나는 위지철을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한눈에 봐도 위지철이 마지막으로 봤던 때보다 훨씬 더 성장했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럼 일단 저쪽 연무장으로 가실까요?”

“아, 예. 소가주님.”

일단 하북팽가 일행과 무당파 일행은 숙소 옆쪽에 있는 연무장으로 몸을 움직였다.

해가 진 저녁이었지만, 주변에 횃불들이 밝게 타오르고 있어 연무장은 꽤 밝았다.

“소가주님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먼저 지철이와 대련을 해 봐도 되겠습니까?”

연무장에 도착하자 현청이 팽중호에게 하나의 부탁을 해 왔다.

위지철과의 첫 대련을 하게 해 달라는 부탁.

“물론입니다.”

팽중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현청이 연무장 중앙으로 향했고, 위지철도 그 앞으로 향했다.

서로를 마주 보며 선 두 사람.

‘흔히 볼 수 있는 구경은 아니군.’

팽중호는 현청과 위지철의 대련 결과가 심히 궁금해졌다.

듣기로 현청은 위지철의 사부 격인 무인.

당연히 그 실력이 매우 뛰어난 무인이었다.

팽중호를 만나기 전의 위지철이 단 한 번도 현청을 이겨 보지 못했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위지철은 팽중호를 만나고 실력이 놀랍도록 상승한 상태.

분명 해 볼 만한 대련이 될 터였다.

“이렇게 대련하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예전과는 다를 겁니다.”

“하하, 바뀌었구나.”

현청은 위지철의 말투도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예전이라면 분명 저리 말하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아마, ‘대련하게 되어 영광입니다.’와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그럼 달라진 실력 좀 보자꾸나.”

“예.”

스릉- 스르릉-

현청의 검과 위지철의 검이 동시에 뽑혀 나왔다.

횃불을 받아 빛나는 두 자루의 검.

현청은 위지철의 검을 보고 조금 눈을 빛내었다.

“새로운 검이구나.”

“소가주님께서 주신 겁니다.”

“그 검으로 어떤 검이 펼쳐질지 기대되는구나.”

스으윽-

두 사람 모두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슈와아아아아악-

슈와아아아아악-

그리고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푸르른 검기.

검기와 함께 두 사람의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캉- 캉- 카앙- 카아아앙-

두 사람은 똑같은 ‘태극혜검’을 펼치고 있었다.

완벽히 같아 보이는 두 사람의 태극혜검.

하지만 이내 점점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카아앙-! 카카캉-! 카캉-!

매섭게 상대를 몰아치기 시작하는 위지철의 태극혜검.

새로운 깨달음으로 바뀐 태극혜검이 처음으로 다른 무당파 무인들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핫! 정말 무섭게 변했구나. 태극혜검이 맞나 싶을 정도다.”

너무나도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위지철의 공세에 현청은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부드러움에 더해진 극강의 강함.

분명 지금까지의 무당파에는 없던 태극혜검이었다.

“사문의 어른들이 보면 썩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너무나도 좋다.”

너무나 강한 태극혜검을 보고 무당파의 어른들은 썩 좋게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아마, 이건 태극혜검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청은 지금 위지철의 변화된 태극혜검이 너무나 좋았다.

나쁜 길이 아니라면,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좋다고 생각하는 그였으니 말이다.

“자. 제대로 해 보자.”

“예. 그럼 조심하십시오.”

지금까지는 서로 가볍게 검을 주고받은 정도였다.

본격적인 대련의 시작은 지금부터.

현청의 검의 움직임이 변했다.

현청은 이미 오래전에 초절정의 끝에 다다른 인물.

당연히 그만의 태극혜검을 거의 다 정립해 놓은 무인이었다.

스으으윽- 스으으윽- 스윽-

조금 전과 다르게 위지철의 검이 너무나도 부드럽게 흘려 버려지기 시작했다.

위지철의 태극혜검과 다르게 극한의 부드러움을 가진 현청의 태극혜검.

모든 공격이 흘려 내지는 위지철의 검은 더 이상 현청에게 위협이 되지 못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크그그극- 카칵- 카캉-! 캉-!

현청의 태극혜검에서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위지철의 검이 힘으로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허어.”

현청은 위지철의 검에서 느껴지는 힘에 놀라고 또 놀랐다.

검을 잡은 손이 저릿할 정도의 힘.

도대체 하북팽가에 지내는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기에 이렇게나 변하였단 말인가?

카아아앙-!!

그때 두 사람의 검이 강력하게 부딪쳤고, 서로 멀찍이 거리를 벌리며 떨어졌다.

위지철은 검을 들고 가만히 서 있었고, 현청은 자신의 손과 검 그리고 위지철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무당파가 홍복을 얻었구나.”

“과찬이십니다.”

“팽가의 소가주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위지철을 칭찬하던 현청이 돌연 팽중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 왔다.

지금 위지철이 이렇게 강해진 것이 팽중호의 덕이라는 것을 깨달았기에 전하는 감사의 인사였다.

“제가 뭐 감사를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팽중호는 겸손하게 인사를 받았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다.

‘맞지. 내가 가르친 것이나 다름없지.’

위지철을 이용해 먹기 위해 가르친 것이지만, 자신 덕분에 위지철이 강해진 것은 분명 맞지 않는가?

“자. 그럼 다음 대련을 계속해 볼까요?”

“예.”

그렇게 위지철과 현청의 대련은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팽중호가 본래 계획했던 대련을 할 시간이었다.

“춘오야. 준비됐지?”

“예. 하아, 귀찮아라.”

* * *

삼 일이라는 시간은 짧고 짧았다.

금방 시간이 지났고, 지금 무림맹에 있는 가장 큰 비무대에 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에서 하북팽가 대 종남파의 대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었다.

“어디가 이길 것 같나?”

“당연히 종남파 아니겠는가?”

“흠……. 나는 하북팽가가 이길 것 같네.”

“에이, 아무리 하북팽가가 최근에 대단해도, 상대는 종남파일세.”

사람들은 모여서 어디가 이길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들 종남파의 우위를 점쳤다.

하북팽가가 서문세가를 비롯해 많은 곳을 이겨 왔지만, 지금 상대는 종남파다.

종남파는 구파의 자리를 오랜 세월 동안 꿋꿋하게 지켜 온 명문 중의 명문이었으니 말이다.

“그것보다 나는 뇌룡의 실력이 궁금하네.”

“그건 나도 일세. 소문은 많이 들었는데, 그 소문이 사실일지 궁금하네.”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 중 하나는 바로 팽중호에 관한 것들이었다.

이미 무림에 팽중호의 엄청난 무위에 대한 소문은 쫙 퍼져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일지 아니면 과장된 것일지에 대해 굉장히 궁금해했다.

여기 무림맹에 있는 이들은 전부 팽중호의 실력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뇌룡은 누가 상대하는지 아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

그것은 종남파에서 누가 팽중호를 상대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리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라 해도, 팽중호의 실력이 절대 범상치 않다는 것만은 확실한 정보였다.

지금 종남파에서 그런 팽중호를 상대할 만한 무인은 딱 두 명뿐이었는데, 바로 막주승과 장순학이었다.

사람들은 둘 중에 누가 과연 팽중호와 대련을 할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만약 장순학이 나선다면, 이 대련이 가지는 파장이 엄청날 테니 말이다.

“들리는 말로는 정혼검신께서 나선다고 하더군.”

“뭐어? 정혼검신이? 정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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