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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66화 (66/200)

66화 네가 끝이다 임마.

콰쾅-!! 콰쾅-!! 콰콰콰쾅-!!!

숙이라는 팽중호의 말과 동시에 사방에서 화탄이 터져 나갔다.

미처 팽주호가 이세경을 데리고 멀찍이 물러나기도 전.

생각보다도 빠른 폭발이었다.

결국 도망칠 수는 없었고, 막아 내는 수밖에 없었다.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직-

팽중호의 몸에서 거대한 뇌기가 뿜어져 나오며 팽중호와 이세경을 감쌌다.

그리고 그 뇌기 위로 전해지는 거대한 화탄의 힘.

“쿨럭!”

팽중호의 입에서 피가 왈칵 터져 나왔다.

아무리 화경의 경지를 넘은 팽중호라도, 이렇게 코앞에서 터진 화탄에 멀쩡할 수는 없었다.

‘진짜 뒤지겠네.’

몸의 기혈이 죄다 뒤틀리고, 내장이 크게 상한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이세경은 완벽하게 보호해 내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마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가가! 괜찮으십니까!”

“아아, 괜찮아.”

전혀 괜찮지 않았지만, 팽중호는 최대한 괜찮은 척을 하였다.

아직 주변에 적이 남아 있다는 것이 느껴졌으니 말이다.

‘오늘은 좀 힘들겠네. 후우.’

팽중호는 꽉 안고 있던 이세경을 내려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 있던 살수들은 모두 죽었지만, 멀리서 새로운 인영이 하나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마치 귀신이 움직이는 것처럼 미끄러지며 다가오는 인영.

무공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움직임이었다.

“클클클클. 화탄을 버티다니 역시 대단하구나.”

거친 쇳소리와 같은 목소리.

듣는 이의 모골이 절로 송연해지게끔 하는 목소리였다.

‘지금 상태로는 꽤 힘들 수도 있겠어.’

가까이 다가온 인영은 검은 장포로 온몸을 가리고 있었는데, 두 손만큼은 밖으로 드러나 있었다.

드러난 두 손은 요사한 자색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겉모습이 아니라도, 팽중호의 육감이 지금 눈앞의 인영이 초절정은 넘은 고수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너와 신나게 놀아 보고 싶지만, 돈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구나.”

“당신 같은 사람이랑 놀 생각은 조금도 없거든.”

“클클클클. 이 천살귀에게 죽는 것을 영광으로 알고 죽거라.”

천살귀(千殺鬼).

살문에서 천 번의 암살을 성공한 이에게 주는 이름이 바로 천살귀였다.

이 천살귀라는 이름을 가진 것만으로도 실력은 이미 검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천 번의 살행을 모두 성공시켰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현 무림에 천살귀라는 이름을 가진 살수는 아마 손을 꼽을 정도로 적을 터였다.

“죽어라.”

화악-

천살귀가 팽중호를 향해 벼락같이 몸을 날려왔다.

장포를 휘날리며 다가온 천살귀의 두 손이 곧바로 팽중호에게 뻗어 나왔다.

그의 두 손에 둘러진 팔과 같은 색의 자색 기운.

파지지지직- 파지지직- 파지짓-

팽중호는 뒤틀린 기혈 탓에 내공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대한의 뇌기를 내뿜어 내었다.

쾅-

천살귀의 손과 팽중호의 무적도가 부딪치자 거대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물론 그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두 사람은 치열한 공방을 시작했다.

캉- 카캉- 쾅- 쾅-

스치기만 해도 살이 갈라지고, 뼈가 부서질 것 같은 살벌한 공방.

보기에는 백중세로 보였지만, 팽중호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아 보였다.

‘독기까지 머금었군.’

천살귀의 자색 기운은 독기를 머금고 있었다.

팽중호는 천살귀와 공방을 주고받을수록 더욱더 기혈이 뒤틀려 가는 것이 느껴졌다.

“클클클클. 어떠냐 선살자독공의 맛이?”

선살자독공(仙殺紫毒功).

천살귀가 익힌 무공으로, 성취가 올라갈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독기가 강해지는 무공이었다.

지금 천살귀의 성취라면 웬만한 절독 이상의 독기를 내뿜을 수 있었다.

아무리 팽중호라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독기였다.

“더럽게 맛없네.”

멀쩡한 몸이었다면, 독기를 막아 두거나 뇌기로 태워 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화탄 덕분에 몸이 정상이 아니었기에, 빠르게 독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 더 싸운다면, 분명 끝이 썩 좋지 않을 것 같았다.

‘애초에 나를 노리고 보냈군.’

팽중호는 지금의 습격들을 생각해 보니, 습격들이 모두 이세경을 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을 노린 것이 분명하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만 봐도 천살귀는 아예 이세경을 쳐다도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를 죽이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거군.’

물론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고는 할 수는 없었다.

자신을 죽이면 이세경을 제거하는 것은 쉬울 테니 말이다.

“자, 이제 끝이다.”

천살귀의 두 손이 더욱더 강렬한 자색 기운을 내뿜었고, 그와 함께 독기도 더 강해졌다.

이 싸움의 끝을 낼 생각으로 그가 가진 가장 강한 수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후우.”

천살귀를 보고 짧게 한숨을 내뱉는 팽중호.

‘어쩔 수 없지.’

팽중호는 혼원벽력신공을 억지로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분명 후에 후회할 걸 알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지금 살아야 후회도 하는 거 아닌가?

“세경. 나 좀 부탁할게.”

“예?”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이세경에게 뜻 모를 말을 남기고, 팽중호는 뇌신지체로 들어섰다.

두 눈까지 황금색으로 빛나는 완벽한 뇌신지체.

“끝이다! 놈!”

“네가 끝이다 임마.”

파직- 철컥-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혼뢰단세(混雷斷世).

천살귀의 두 손에서 뻗어 나온 자색 기운과 팽중호의 뇌강이 부딪쳤다.

콰가가가가각- 콰각- 서걱-

서로 밀고 밀리던 두 기운.

하지만 이내 천살귀의 자색 기운이 갈라지더니, 그대로 천살귀마저 잘라 내 버렸다.

다소 허무한 천살귀의 마지막.

물론 보이는 것만 그랬지, 지금 팽중호는 온 내공을 다 짜내어 일수를 펼쳐 낸 것이었다.

“이게 혼원벽력도다 임마…….”

털썩-

팽중호가 그대로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쿨럭. 쿨럭!”

그리고 입에서 쉴 새 없이 시커멓게 죽은 피를 토해 내었다.

내상을 입어서인 것도 있었지만, 억지로라도 몸에 쌓인 독을 뱉어 내기 위함도 있었다.

“가가!”

이세경이 다급한 표정으로 팽중호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지금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이었는데, 그만큼 팽중호가 걱정되어서였다.

“아아. 괜찮…… 지는 않네. 하하.”

팽중호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이세경을 안심시켜 주었는데, 솔직히 지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는 팽중호였다.

지금 만약 습격이 또 이루어진다면, 막을 수 없을 터였다.

후다다다다닥-

그때 멀리서 일단의 무리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이라면 큰일 날 상황.

“부상단주님!”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다행히도 이세경의 호위로 왔던 무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지금 마비독에서 풀려나자마자 달려온 참이었다.

“헙!”

“허엇?!”

우선적으로 이세경의 안전을 확인한 그들은 주변을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사방에 쓰러진 살수들과 처참하게 사방을 짓이겨 놓은 화탄의 흔적.

이 정도라면 도저히 살아날 수가 없는 상황인데도, 팽중호와 이세경 두 사람 모두 무사하니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빨리, 의원부터 가죠!”

“아앗! 예!”

팽중호의 상태가 엄중하기에 이세경은 놀라서 멍하니 있는 무인들에게 어서 의원부터 향하자고 소리쳤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무인이 팽중호를 둘러업고는 이세경과 함께 의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무인들은 남아서 흔적을 조사함과 동시에, 신조상단 본진에 연락을 취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팽중호가 천살귀와 싸우고 수일이 지났다.

근처 의원에 가서 급하게 치료받은 후, 신조상단 본진으로 돌아온 팽중호는 수일 동안 최상의 지원을 받으며 몸을 회복했다.

특히나 이세경은 매일같이 찾아와 간호는 물론, 올 때마다 손에 몸에 좋다는 영약들을 한 아름씩 들고 나타났다.

“가가. 이것도 좀 드셔 보십시오.”

“오. 고마워.”

팽중호는 거절치 않고, 누워서 가져다주는 영약들을 모조리 받아먹었다.

준다는 걸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챙겨 먹은 영약들 덕분에 사실 지금 전보다 몸이 오히려 더 좋아지고 있었다.

뒤틀린 기혈들은 진즉 바로 잡았고, 상했던 내장들도 영약의 힘으로 모조리 치유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누구인지는 못 잡았다고 하지?”

“예. 아무것도 남은 흔적이 없었습니다.”

이세경을 습격했으니 당연히 신조상단에서 조사를 착수했지만, 아무것도 나온 증거가 없었다.

그저 습격했던 살문이 산서, 하북 산동성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살문인 ‘혈살문(血殺門)’이라는 것만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가 의뢰를 한 것이고, 왜 그랬는지는 전혀 알아내지 못하였다.

“심증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다라…….”

팽중호가 듣고 보았으니 이세홍이 한 짓이 분명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팽중호의 심증일 뿐.

직접적인 물증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죄송합니다. 가가. 제 능력이 부족해서…….”

“뭐,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테니까, 너무 급하게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예. 알겠습니다.

팽중호는 이세경을 다독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세경이 갑자기 무엇이 생각난 듯 고개를 번쩍 들며 말을 꺼내었다.

“아 참. 그보다 가가. 오늘 아버지께서 이곳으로 병문안을 오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응. 언제든 오시라고 말씀드려.”

이선중은 팽중호가 이세경을 지켜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밖에서 일을 보고 돌아옴과 동시에 병문안을 오려 하는 것이었다.

“그럼 저는 이따가 아버님이랑 다시 오겠습니다. 푹 쉬십시오. 가가.”

“그래.”

이세경은 오랫동안 이곳에 있고 싶었지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기에 우선 자리를 비웠다.

홀로 남게 된 팽중호.

팽중호는 곧바로 혼원벽력신공을 운기하며 한 번 더 몸을 점검하였다.

‘기혈들이 더 단단해지고, 내공도 더 강해졌다.’

그저 영약들의 힘 때문이 아니라, 대차게 한 번 당하고 나니, 몸이 오히려 더 튼튼해졌다.

마치 비 온 뒤의 땅이 더 단단하게 굳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건 어찌할까?’

몸 안의 단전 구석에 자리 잡은 하나의 기운.

바로 이번에 일전을 치렀던 천살귀의 독기였다.

싸움 후에 곧바로 최대한 독기를 밖으로 뱉어 내었지만, 이미 몸 안 구석구석에 독기가 가득 쌓여 있었고, 혼원벽력신공으로 태워 버리려고 하여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아, 이렇게 모두 끌어내어 단전에 봉인해 둔 상태였다.

‘내가 흡수해 봐?’

팽중호는 이 독기를 이제는 충분히 빼내 버릴 수 있었지만, 조금 생각을 다르게 하기로 하였다.

갑자기 머릿속에 태극벽력신공이 떠올라서였다.

태극벽력신공이라면 이 독기도 모두 품어 낼 수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이번에 아예 독에 대해 내성도 좀 키우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화경의 경지에 다다라 웬만한 독쯤이야 불침하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얼마 전 미혼향이나 이번에 천살귀의 독기에 당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번에 이 천살귀의 독기를 품어 내면 그것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아. 해 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 아닌가?

팽중호는 일단 시도해 보기로 하였다.

솨아아아아아-

혼원벽력신공과는 다른 태극벽력신공의 움직임.

힘이 넘치면서도 부드러운 흐름으로 몸 안을 휘저어 다니기 시작했다.

거대하면서도 도도한 내공의 흐름이 몸 안을 휘젓다가, 이제 단전에 자리 잡은 독기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깨어난 독기는 순식간에 내공의 흐름을 타고 온몸으로 다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독기 탓에 팽중호의 몸이 자색으로 변해 가기 시작했다.

이 모습만 봐서든 완전히 독에 중독되어 버린 것으로 보였다.

다만, 팽중호의 표정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솨아아아아아-

팽중호는 독기가 퍼졌음에도 멈추지 않고 태극벽력신공을 계속해서 운기하며 독기를 품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흠. 역시 이건 쉽지 않네.’

천살귀의 독기는 내공을 합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태극공이라고 하더라도 독기를 품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겨우 이 정도로 포기할 것이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

팽중호는 더욱더 많은 내공을 끌어 올려 태극벽력신공의 구결대로 움직였다.

독기를 뒤덮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내공의 양.

양으로 지금 독기를 강제로 하나로 만들 속셈인 것이었다.

한 시진, 두 시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운기를 계속하던 팽중호.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 해가 지려고 할 때쯤, 감겨 있던 팽중호의 눈이 살짝 떠졌다.

“후우우우우.”

길게 숨을 내쉬는 팽중호.

그리고 그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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