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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62화 (62/200)

62화 모두 잘하셨습니다.

팽중호는 도수를 상대하던 장로를 상대하기 위해 내공을 끌어 올렸다.

상대는 마지막으로 모든 것을 걸었다.

그건 절대로 쉽게 볼 수 없는 것이니, 자신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파지지지직- 파짓- 파지지지직-

“자. 간다!”

장로가 호기로운 외침과 함께 팽중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검에서 엄청난 강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팽중호의 사방을 옥죄며 쇄도해 왔다.

무시무시한 기세의 강기는 그대로 팽중호를 찢어 버릴 것만 같았다.

- 혼원벽력도(混元霹靂刀). 혼뢰단세(混雷斷世).

치짓- 철컥-

팽중호의 도갑에서 아주 미약한 빛이 번쩍였는데, 그 결과는 전혀 미약하지 않았다.

마치 공간 자체가 갈라진 듯, 순간적으로 장로가 서 있던 곳이 반으로 나뉘는 듯한 착각이 보일 정도.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최고였네.”

“잘 가십쇼.”

서걱-

장로의 몸이 반으로 나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단 일도에 선천지기까지 터트린 장로가 양단된 것이었다.

보고도 믿기 힘들 정도의 강함.

도수는 팽중호를 향해 더욱더 강한 존경의 눈빛을 보내었다.

“도수 너도 저기 구진이랑 같이 무인들을 도와줘.”

“예! 주군!”

도수가 곧바로 발걸음을 옮겼고, 팽중호가 다음으로 찾아갈 사람은 곽채령이었다.

그렇게 곽채령을 향해 움직이려던 팽중호의 발걸음이 갑자기 멈추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두 명의 인영 때문이었다.

“소가주님!”

“소가주님.”

저쪽에서 팽중호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두 사람.

곽채령과 위지철이었다.

두 사람 모두 행색이 썩 좋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각자 맡은 장로를 이긴 모양이었다.

“이야기는 이따가 듣고, 일단 움직이자.”

“네!”

“알겠습니다.”

어떻게 이긴 것인지 듣고 싶었지만,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완전히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이야기를 들어도 충분할 터다.

파앗-

엄청난 속도로 팽가의 무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곳으로 달려간 세 사람.

가장 앞서 도착한 팽중호가 그 전장을 향해 사자후를 내뱉었다.

“모두 멈춰!!!”

쿠르르르르르-

하늘이 떨리고 땅이 흔들릴 정도로 거대한 외침.

서로를 향해 칼을 들이밀던 이들이 모두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싸움은 끝났으니, 항복하십쇼.”

서문세가 무인들은 자신들의 앞에 선 팽중호와 일행들을 보고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저들이 지금 저렇게 멀쩡하다는 것은 장로들이 당했다는 것.

그렇다면 자신들에게 승산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챙그랑- 챙- 챙-

여기저기서 서문세가 무인들이 검을 버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지금 항복의 표시를 하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팽중호는 그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더 이상의 쓸모없는 싸움은 안 해도 되니 말이다.

“하북팽가의 승리로 기록하겠습니다.”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무림맹 무인들이 나타나서 이 싸움의 진짜 끝을 알렸다.

그들은 서문세가의 무림패 뒤에 무어라 적더니 회수했고, 하북팽가의 무림패는 다시금 팽중호에게 돌려주었다.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사무적으로 말을 건네는 무림맹 무인.

‘정말 무림맹이 바뀌었군.’

예전이라면 이렇게 힘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무림맹의 중재하에 최대한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시켰을 터였다.

그런데 지금의 무림맹은 마치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이러나저러나 뭐, 지금 당장은 나쁠 건 없으니까.’

물론 이것은 당장이고, 후를 생각한다면 바뀔 필요가 있었다.

원래는 이런 생각은 없었는데, 검마를 만난 후로 생각이 바뀌었다.

마교의 손에서 하북팽가를 지키려면 무림맹도 바뀔 필요가 있었다.

“서문세가는 지금부터 삼십 년 동안 봉문(封門)에 들어갈 것입니다.”

무림맹 무인은 팽중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해서 싸움의 결과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이번 무림패를 건 이번 싸움에 걸렸던 것은 삼십 년 동안의 봉문.

봉문을 한다는 것은 삼십 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 어떤 무림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삼십 년 봉문이면 충분하지.’

서문세가가 아무리 거대 세가라 해도, 삼십 년이나 봉문을 한다면 알아서 스스로 무림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 거대한 덩치를 유지할 수도 없을뿐더러, 서문세가에 몸담고 있던 무인들도 모두 서문세가를 떠나갈 테니 말이다.

‘뭐, 문제는 그놈들이 뒤에서 뭔 짓을 할지 모른다는 것 정도네.’

분명 서문세가는 무림맹의 삼십 년 봉문 명령을 고분고분 따르는 척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삼십 년이나 봉문 한다면 세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고, 분명 그 전에 조용히 무언가 일을 준비할 터였다.

물론 그건 나중의 일이니, 지금은 지금의 승리를 누리면 될 터였다.

“모두 잘하셨습니다.”

팽중호는 하북팽가 무인들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었다.

다들 이 싸움에 다치고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죽은 이 하나 없이 모두 살아남았다.

완벽한 승리.

팽중호가 처음에 이야기했던 대로 단 한 사람도 죽지 않은 것이다.

“자. 그럼 다들 돌아갑시다.”

“예!”

다들 몸도 마음도 지쳤지만, 두 눈과 목소리만큼은 살아 있었다.

* * *

서문세가와 하북팽가의 무림패를 건 싸움의 결과가 무림에 전해졌다.

하북팽가의 완벽한 승리.

서문세가의 모든 장로가 죽었고, 하북팽가의 무인은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다.

사람들은 도대체 하북팽가의 저력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이냐에 대해 떠들기 바빴고, 무림은 새로운 거대 세력의 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춘오야 서문세가 감시 좀 철저히 하라고 하고, 다른 세력들이 어떻게 움직이는 지도 잘 지켜보라고 해.”

“예.”

서문세가는 무림맹의 명령에 따라 결과를 승복하고 삼십 년의 봉문에 들어갔다.

너무나도 깔끔한 승복.

하지만 팽중호를 비롯해 서문세가에 대해 잘 아는 자들은 절대로 그들이 순순히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았다.

그래서 팽중호는 장춘오에게 말해서 서문세가를 잘 감시하라고 한 것이었다.

“후아. 나도 이제는 조금 쉬어야겠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던 장춘오가 떠나가고, 그렇게 모든 일을 다 처리한 팽중호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눈을 살짝 감았다.

지금 서문세가와의 일전까지 정말 쉬지 않고 달렸다.

아직까지 할 일이 태산처럼 남았지만, 다시금 뛰어 올라가기 전에 잠깐의 휴식을 가질 생각이었다.

아주 잠깐의 휴식을 말이다.

“다들 잘해 줘서 지금까지 왔지.”

팽중호는 눈을 감은 채로 팽가의 무인들을 생각했다.

그들이 지금까지 큰 불만 없이 자신의 말을 따라 주었기에, 지금의 하북팽가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갈 길이 너무나도 멀어 보였는데, 그래도 꾸준히 걸어서 꽤 많은 길을 걸어왔다.

아직 멈출 때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흠. 그리고 위 소협이랑 채령이가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팽중호의 생각의 흐름은 위지철과 곽채령에게로 넘어갔다.

이번 서문세가와의 전면전 때에 각각 장로 한 명을 맡으러 움직인 곽채령과 위지철.

위지철은 치열한 싸움 끝에 장로를 이기는 것에 성공했고, 그 상태로 곧바로 곽채령을 돕기 위해 달렸다.

곽채령이 상대하고 있던 장로는 팽중호가 상대했던 대 장로와 이 장로를 제외하고 가장 고수인 장로.

곽채령이 아무리 실력과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경험과 연륜이 부족했기에 당연히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밀리던 곽채령을 절체절명의 순간에 나타나 구해 준 이가 바로 위지철이었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서 장로를 쓰러트릴 수 있었고, 그날 이후로 곽채령이 위지철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바뀌었다.

물론, 위지철은 전혀 모르는 듯했지만 말이다.

“뭐 알아서 잘하겠지.”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주제넘게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팽중호 자신도 이런 것에서는 젬병이었으니 말이다.

“소가주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예. 신조상단의 부상단주님입니다.”

“들어오시라 해.”

드르륵-

문이 열리고 팽중호를 찾아온 이세경이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 무언가 작은 보자기를 하나 들고 나타난 그녀.

이세경은 팽중호를 보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후훗.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오랜만이네.”

오대회합에서 돌아온 후로 처음 만나는 것이니, 오랜만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자. 이거 그때 말씀드렸던 선물입니다.”

이세경은 팽중호에게 곧바로 보자기를 건네었다.

전에 돌아가면 몸에 좋은 것을 보낸다고 하더니, 이렇게 직접 가져온 모양이었다.

사락- 사라락-

어서 풀어 보라는 이세경의 눈빛에, 곧바로 보자기를 푸는 팽중호.

보자기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잘 말린 뿌리 한 개였다.

“이거 설마?”

“말린 하수오입니다.”

말린 하수오라는 건 잘 알겠는데, 문제는 그 크기였다.

보통 하수오의 몇 배는 되는 크기의 하수오.

“아마 한 삼백 년은 되는 걸 겁니다.”

“허어.”

백 년 된 하수오만 해도 가격이 상당하다, 그런데 삼백 년이나 된 하수오라면 그 가격은 엄청날 터.

그런 것을 지금 몸에 좋은 선물이라고 가져온 것이다.

“가가에게 더 좋은 것을 드리고 싶은데, 지금 가진 게 그것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저……. 여기서는 가가라고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세경과의 계약은 공적인 장소에서만 혼처 행세를 하는 것.

지금 여기는 하북팽가 내의 사적인 공간이니, 굳이 가가라고 부를 필요는 없었다.

“저는 이렇게 부르고 싶으니, 이렇게 부르겠습니다.”

“……알겠어. 뭐, 그건 알아서 해.”

팽중호는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그렇게 하라고 승낙했다.

여기서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것만 전해 주려고 온 건 아닐 거고…….”

팽중호는 이세경을 바라보며 본론을 물었다.

이세경이 겨우 이것을 전해 주려 친히 이곳까지 왔을 리는 없진 않은가?

꽤 바쁜 사람이니 말이다.

“서운합니다. 제가 꼭 목적이 있어야만 가가를 뵈러 오는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갑자기 서운한 표정을 짓는 이세경.

팽중호는 갑작스러운 이세경의 표정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다.

무공은 잘 알아도, 여인은 잘 몰랐으니 말이다.

“호홋. 장난입니다. 당황하는 모습이 참으로 재밌으십니다.”

“후우…….”

“이번에 저희 아버님께서 가가를 뵙고 싶다고 하셔서 왔습니다.”

“!!”

이세경이 이번에 팽중호를 찾아온 이유는 바로, 팽중호를 직접 보고 싶다고 한 자신의 아버지 때문이었다.

이세경의 아버지이자, 신조상단의 상단주 이선중.

이선중은 자기 딸인 이세경이 선택한 남자인 팽중호를 직접 만나 보고 싶기에, 딸을 보내어 이렇게 초대를 하는 것이었다.

‘흠. 뭐 나도 한 번은 보고 싶었으니 나쁘지 않겠네.’

마침 서문세가와의 일이 끝나 조금은 휴식을 가질 때.

지금이라면 여행하는 셈 치고 한 번 만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팽중호도 신조상단의 상단주님은 한 번은 만나 보고 싶었으니 말이다.

“좋아. 같이 가자고. 그럼 언제 출발할까?”

“지금 바로 가실 수 있으십니까?”

“바로? 뭐, 그래. 안 될 건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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