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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52화 (52/200)

52화 점점 더 무서워지십니다.

오대회합의 마지막 비무에 서문세가가 내건 부상 덕분에 지금 무림이 난리가 났다.

소환단(小還丹)과 서문세가의 비전 무공인 ‘청혼회원신공(靑魂回元神功)’을 부상으로 내걸었으니 당연했다.

소환단 하나만 해도 무림의 이목이 충분히 쏠릴 만하였는데, 청혼회원신공까지 더해져 버리니 당연히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무공까지 내걸어? 그놈을 꽤 믿나 보네.”

팽중호는 서문세가가 내건 부상을 듣고 솔직히 조금은 놀랐다.

소환단까지는 이해하겠는데, 비전 무공까지 걸 줄은 몰랐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서문세가가 지난번 보았던 서문천호를 상당히 믿는 듯싶었다.

자신들이 무조건 우승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질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 보는 데서 주니까, 엄한 것을 주지는 않겠지.”

애초에 주는 물건 자체가 제대로 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대세가에 들어있는 곳인데 대놓고 사기를 치지는 않을 터다.

적어도 소환단은 진품일 가능성이 컸다.

“생각지도 않은 걸 더 챙겨가겠어.”

팽중호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저 서문세가의 머리를 한번 깨 줄 생각이었는데, 거기에 더해서 부상까지 가져갈 생각을 하니 어찌 미소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무엇이 그리 재미있으십니까?”

혼자 미소를 짓고 있던 팽중호에게 다가오는 이세경.

그녀는 팽중호가 혼자 미소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무엇 때문에 그런지를 물어왔다.

“아. 이번에 비무회가 아주 기대가 돼서 말이야.”

“저들이 저 정도로 나왔다는 건, 분명 서문천호에게 숨겨 둔 힘이 있다는 소리일 겁니다.”

이세경의 말처럼 서문천호에게 무언가 숨겨 둔 힘이 있으니, 서문세가가 이렇게 나오는 것일 터였다.

그 힘이 정확히 무엇일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상식을 깰 정도의 엄청난 힘일 것이란 건 분명했다.

“어때? 세경, 너가 보기에는 내가 질 것 같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몸이 상하실까 걱정됩니다.”

이세경은 팽중호가 서문천호에게 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다만, 그래도 팽중호의 몸이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직접 팽중호의 실력을 본 적이 없으니 더욱 그랬다.

“지금 네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란 걸 내가 이번에 몸소 보여 줄게.”

팽중호는 이세경이 서문세가를 버리고 하북팽가를 선택한 만큼, 이번에 한 번 제대로 보여 줄 생각이었다.

그녀가 하북팽가를 선택한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 * *

오대회합의 마지막 소가주들 간의 비무회가 시작되었다.

서문세가가 내건 부상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이 비무회에 이목이 쏠려서 그런지 지금 서문세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특별히 서문세가에서 이번 비무회는 모든 사람이 와서 구경해도 되게끔 개방했는데, 아무래도 사람들의 이목을 더 집중시키기 위함인 듯싶었다.

“이보게, 누가 이길 것 같나?”

“아무래도 검룡 아니겠는가?”

“나는 사검룡이 이길 것 같네, 그렇지 않으면 서문세가가 미쳤다고 이런 짓을 하겠나.”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번 비무회의 우승자를 점쳤는데, 역시나 남궁세가의 검룡 남궁선호와 서문세가의 사검룡 서문천호가 가장 유력한 후보자로 뽑혔다.

아무래도 그럴 것이 남궁선호는 팔룡삼봉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꼽히는 자였고, 서문천호는 이 비무회가 열리는 서문세가의 소가주이니 사람들이 그 둘을 가장 많이 뽑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뇌룡이 뭔가 일을 낼 것 같네. 이번에 하북팽가에서 다른 비무회를 싹 쓸지 않았는가.”

“뭐, 확실히 뇌룡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으니, 그가 일을 낼 수도 있겠지.”

물론 사람들 중에는 팽중호를 우승 후보로 꼽는 이들도 꽤 있었다.

하북팽가가 이번 오대회합에서 보여준 것도 있었고, 팽중호 자체의 평가도 다른 소가주들 못지않게 높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사람들이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우면 떠드는 중, 드디어 마지막 비무회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 비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우오오오오!”

사람들이 많은 만큼, 커다란 함성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잠시간 이어지던 함성이 잦아들었고, 이제 사람들의 이목은 온통 비무대 위로 향했다.

과연 첫 번째 비무의 시작은 누구일 것인가?

“처음은……. 모용세가의 모용성 대 무당파의 위지철입니다.”

* * *

위지철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비무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본래라면 위지철이 오대회합의 비무에 참석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것도 소가주들이 참여하는 비무회에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특별히 서문세가 측에서 위지철에게 비무의 참석을 제안해 왔다.

‘먼 걸음을 해 주셨는데, 한번 참여해 보심이 어떻습니까?’

그들이 과연 정말 먼 걸음을 해서 참여하라고 하였을까?

절대로 아니었다.

그들은 지금 세간의 이목을 더 집중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위지철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라.

오대회합의 비무회에 무당파의 정협룡 위지철이 참여한다?

분명 사람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될 것이고, 거기에 더해 위지철을 이기기까지 한다면, 오대세가의 위상이 자연스레 올라가기까지 하니 말이다.

이래저래 위지철이 참가하는 것이 여러모로 그들에게 이득인 상황이었다.

‘좋습니다. 참여하겠습니다.’

위지철은 망설임 없이 참가 제안을 수락했다.

이미 팽중호와 이야기가 되어 있는 것도 있었고, 다른 오대세가의 소가주들과 실력을 겨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성사된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의 최고 후기지수 간의 비무.

사람들은 침 삼키는 것조차 조심하며, 비무대 위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십니까. 무당파의 위지철입니다.”

“반갑소. 나는 모용세가의 모용성이오.”

보는 눈이 많은 만큼 일단 서로에게 예를 갖추고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물론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도 둘은 서로를 향한 탐색전을 펼치고 있었다.

‘정협룡에게 빈틈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모용성은 위지철의 틈을 보고 있었는데, 인사를 하는 와중에도 조금의 틈도 보지 못했다.

아니, 틈을 보지 못한 것뿐 아니라,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제대로 측정하기조차 힘들었다.

‘정협룡이 이렇게나 강했던가?’

물론 팔룡삼봉의 일인이자, 무당파의 미래라 불리는 위지철이기에 강한 것은 당연하겠지만, 이 정도는 아니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스릉-

그때 모용성이 먼저 검을 뽑아 들었다.

정협룡의 기운에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비무에서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비무는 가진 내공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스르릉-

이번에는 위지철의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팽중호가 선물한 예의 그 검.

사아아아아아악-

검을 뽑아 든 위지철의 기운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꿀꺽-

검을 들고 조금은 자신감을 찾았던 모용성이 절로 마른침을 삼켰다.

온몸의 털이 바짝 곤두서게 만드는 위지철의 기운.

타탓-

결국 이 기운을 털어 내기 위해 모용성이 움직였다.

부드러우면서도 표홀한 모용성의 움직임.

모용성의 신형이 어느새 위지철의 바로 앞에 당도해 있었다.

스윽- 카캉- 카가가강- 카카캉-

모용성의 검은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한 움직임으로 위지철을 압박해 나아갔는데, 무당파의 검법과 상당히 비슷해 보였다.

‘현문구검(玄門九劍)’.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제압한다는 묘리를 가진 모용세가의 검법으로, 무림에서는 무당파의 태극혜검과 함께 모용세가의 현문구검을 유능제강의 최고로 논하였다.

한마디로 지금 위지철과 모용성은 서로 같은 묘리를 담은 검법으로 겨루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럴까?

둘의 싸움은 마치 물이 흐르듯 아주 부드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좀 더 진심으로 가겠습니다.”

그때 한참 모용성의 공세를 막아만 내고 있던 위지철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내딛어지는 위지철의 한 발.

캉- 카가가가가각- 카아앙-

한 발을 내딛음과 함께 갑자기 위지철의 검세가 변하였다.

이번에 깨달음으로 바뀐 위지철의 태극혜검이 펼쳐지는 것이었다.

“헙!”

부드러우면서도 강맹한 위지철의 공격에 모용성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금 위지철의 검은 그가 알고 있는 무당파의 검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너무나 날카롭고, 그 안에 들어 있는 힘이 너무나 강했다.

쉬익- 찌지직- 쉬이익- 서걱-

그렇게 위지철의 공세에 조금씩 모용성의 옷이 찢기거나 잘려 나가기 시작했다.

카카카카캉- 캉-

그리고 결국 간신히 쥐고 있던 모용성의 검이 위지철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튕겨 허공으로 날아갔다.

처억-

모용성의 목전에 닿아 있는 위지철의 검.

“무당파 위지철 승!”

모용성이 팔룡삼봉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고수였는데 지금 위지철에게 일방적으로 밀려 패배했다.

이 패배에 모용세가 사람들의 표정이 대번에 어두워졌다.

사실 이 오대회합을 위해 모용성에게 많은 투자를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허망하도록 쉽게 패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것도 무당파의 무인에게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물론 위지철은 그들의 사정은 모르기에, 검을 거두고는 곧바로 비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런 위지철을 맞이해 주는 팽중호.

“위 소협, 점점 더 무서워지십니다.”

팽중호는 위지철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북팽가에 처음 왔을 때와 비교해 본다면, 분명 하늘과 땅 차이의 실력을 보여 주었으니 말이다.

아마 지금 위지철은 다른 후기지수들보다 적어도 두세 수는 앞서 있을 터였다.

“소가주님 덕분입니다.”

위지철은 팽중호의 덕에 자신이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아마 팽중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절대로 이렇게 빠르게 강해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가장 잘한 선택이었다.’

위지철은 자신이 최근 들어 한 여러 가지 선택 중에 가장 잘한 것이 바로 하북팽가에 감시관으로 온 것이라 생각했다.

덕분에 팽중호라는 아주 큰 기연을 얻었으니 말이다.

“자. 위 소협은 이만 쉬시고, 이제 제가 한번 날뛰고 오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크크크.”

팽중호가 과장되게 몸을 풀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번 비무의 주인공 중 한 명이 바로 자신이었으니 말이다.

“다음은……. 남궁세가의 남궁선호 대 하북팽가의 팽중호.”

“오오오오!!”

사람들의 관심을 더욱더 강하게 끌어 올릴 수밖에 없는 두 사람의 비무.

팔룡삼봉 중 검룡과 뇌룡의 대결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지만, 오대회합 첫날 내공 싸움까지 벌였던 두 사람이었으니 더욱더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더해 아주 오래된 앙숙 관계인 남궁세가와 하북팽가간의 대결이라는 것도 이목이 쏠리는 것에 한몫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남궁세가의 검룡 남궁선호입니다.”

“예. 하북팽가의 팽중홉니다.”

비무대 위에 서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사람.

남궁선호는 아무래도 비무회이니 만큼 최대한 예를 갖추어 인사를 하였지만, 팽중호는 그냥 적당히 인사를 받았다.

뭐 얼마나 좋은 사이라고 예의를 갖춰서 인사를 하겠는가?

“첫날에는 제가 조금 신세를 졌습니다.”

남궁선호는 첫날 팽중호에게 내공 싸움에서 진 것을 신세라고 하며 이야기를 꺼내었다.

팽중호는 남궁선호의 말에 딱히 대꾸하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더 말해 보라는 표정으로 말이다.

“오늘 그래서 그 신세를 조금 갚을까 합니다.”

스릉-

검을 빼서 손에 쥐는 남궁선호.

남궁선호의 몸에서 거대한 기운이 넘실거리며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변을 묵직하게 장악하는 남궁선호의 기운.

과연 남궁세가의 소가주다운 기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신세를 갚겠다고요? 좋습니다. 그럼 어디 갚을 수 있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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