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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51화 (51/200)

51화 다들 똥줄이 타겠군.

“갑니다!”

도수가 팽중호를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전각 내부이니 많은 내공은 쓰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주 빠르고 날렵한 움직임을 보여 주는 도수였다.

휘익- 휘- 휘이익-

움직임만큼이나 도수의 맹호도도 위협적으로 팽중호를 압박해 왔다.

‘음. 확실히 좋아졌어.’

도수의 지금 움직임만 보더라도 그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적은 내공으로 펼치는 노호진산도임에도 어색함이나 위력이 약하다는 느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도수가 그동안 해 온 피나는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 마무리 공격을 해 봐.”

“하압!”

도수가 크게 맹호도를 휘둘렀다.

마지막을 위한 강력한 일격을 날린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 팽중호의 왼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 노호장(怒虎掌). 노호암격(怒虎暗格).

너무나도 빠르고 은밀하게 다가오는 팽중호의 왼손.

도수가 순간 반응해서 피하려 했지만, 이미 팽중호의 손은 도수의 허리에 닿아 있었다.

파앙-

“컥.”

순간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느낌에 도수의 허리가 반으로 접혔다.

“잘 봤지? 이걸 노호진산도를 펼치면서 동시에 쓸 수 있어야 해.”

“예, 예!”

도수도 경지가 올라간 만큼,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무공에 대해 알아낼 수 있었다.

물론 팽중호가 지금 도수의 수준에 맞게 보여 준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연습해 보자.”

“예! 주군!”

도수는 아직 맞은 부위가 아팠지만, 벌떡 일어나서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팽중호는 도수에게 조금 더 자세하게 노호장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노호장은 다른 팽가의 무공과는 다르게 은(隱)과 쾌(快)를 중점으로 하는 무공이니 어느 정도의 설명은 필요했으니 말이다.

“노호장은 순간적으로 터져 나온 후, 남은 내공을 장법으로 펼쳐 내는 무공이다.”

노호진산도는 내공을 폭발할 듯이 터트려 펼치는 초식이 대다수였다.

폭발할 듯 뿜어져 나온 내공이 모조리 도를 통해 뿜어져 나가지는 못하기에, 남은 내공은 몸을 한 번 휘돌아 다시금 단전으로 돌아간다.

노호장은 그 남은 내공들이 단전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 내공을 이용해 펼치는 무공이었다.

“자, 한번 해 봐.”

“예!”

도수는 곧바로 노호진산도를 펼치며, 그와 동시에 노호장을 펼쳤다.

팡-

팽중호가 펼쳤던 것보다는 소리가 작았지만, 그런데도 얼추 비슷하게는 펼쳐 내는 도수.

확실히 재능이 있었다.

“완벽히 펼칠 때까지 계속하자고.”

“예!”

* * *

다음 날 아침.

도수가 포함된 비무회가 시작되었다.

일대 제자급들의 비무회.

당연히 어제 있었던 삼대 제자들의 비무회와는 차원이 다른 치열함이 예상되는 비무회였다.

“이번에는 하북팽가에 지면 안 된다.”

“절대로. 더 이상의 수치는 아니 된다!”

특히나 다른 오대세가는 이번 비무회에 이를 갈고 있었다.

어제 너무나도 압도적으로 하북팽가의 무인들에게 져 버렸으니 당연했다.

그들의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어야 했다.

“자 그럼 오늘의 비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비무회를 준비하는 무인들은 한눈에 보아도 실력들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각 세가의 미래를 책임질 일대 제자들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그리고 그들 틈에 있는 도수.

커다란 체격 때문인지 몰라도, 그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다들 말은 안 하지만, 곁눈질로 도수를 힐끔 바라보기 바쁠 정도였으니 말이다.

“처음은 모용세가의…….”

곧바로 시작되는 비무회.

그리고 비무회는 역시나 예상대로 아주 치열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비무회.

물론 그중에도 단연 군계일학이 있었으니, 바로 도수였다.

“하북팽가 도수 승.”

도수는 압도적인 강함으로 다른 오대세가의 무인들을 때려눕히며 마지막 무대인 결승에 올랐다.

그렇게 결승에서 상대하게 되는 무인은 남궁세가의 사람인 남궁한수였다.

그 또한 도수 못지않게 압도적인 기량을 보이며 결승에 올라온 자이기에, 사람들은 이번 비무가 아주 볼 만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럼 결승을 시작하겠습니다.”

삼대 제자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이목을 받는 지금의 비무.

도수와 남궁한수는 비무대 위에 서서 서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하북팽가가 이렇게까지 올라올 줄은 몰랐습니다.”

남궁한수는 약간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는 사실 삼대 제자의 비무회까지는 그저 하북팽가가 운이 좋았다 정도로 생각했다.

어차피 삼대 제자들의 실력은 가진 내공이나 이런 것보다, 타고난 체격 등이 더 크게 작용하니 말이다.

그에 있어서는 분명 하북팽가의 무인들이 다른 오대세가의 무인들보다 체격적으로 우위에 있었으니, 그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비무는 아니었다.

“나름 강한 힘으로 여기까지 올라온 것 같은데, 그것도 끝입니다.”

스릉-

남궁한수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며 검을 뽑아 들었다.

도수가 분명 압도적인 힘을 보여 주며 이곳까지 올라왔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들이 하북팽가의 무인이라는 것에 조금 방심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방심은 없다.’

남궁한수는 이번 비무에서 무조건 이겨 우승을 남궁세가로 가져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분명 세가에서도 자신을 다르게 봐 줄 테니 말이다.

“자, 다치고 싶지 않다면 이쯤에서 도망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타탓-

남궁한수가 빠른 속도로 도수에게 쇄도했다.

확실히 그가 우연히 결승에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움직임이었다.

카캉- 캉- 카카캉-

도수의 앞에 도달하자마자 펼쳐지는 남궁한수의 검법.

남궁세가 검법의 정수를 제대로 이해한 듯 힘이 넘치면서도 쾌속한 움직임을 보여 주었는데, 어찌 보면 하북팽가의 도법과도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은 남궁세가의 검법이었다.

남궁세가의 검법들도 대체로 강(强)과 쾌(快)를 중점으로 두고 있었으니 말이다.

‘승기는 내가 잡았다.’

남궁한수는 도수가 막기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고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틈이 나올 것이고, 그 틈만 노린다면 승리는 어렵지 않을 터였으니 말이다.

“하압!”

하지만 도수도 운으로 여기까지 올라오지 않았다.

도수가 기합을 내지르며 도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밀리던 것과 반대로 이번에는 도수가 남궁한수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카캉- 카아앙- 카카캉-

그렇게 서로가 밀고 밀리는 접전이 시작되었다.

힘과 힘의 대결이라 그럴까?

어느 한쪽으로 쉽게 승부의 추가 기울고 있지 않았는데, 그때 도수가 먼저 칼을 빼 드는 결단을 내렸다.

콰아아아아아-

도수의 맹호도에서 맹렬한 도기가 뿜어져 나오며, 그대로 남궁한수를 향해 뻗어 나갔다.

남궁한수를 일도양단해 버릴 만큼 대단한 기세.

하지만 남궁한수는 이 공격을 보고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놈! 끝이다.’

스으윽- 카카카카카캉-

큰 공격에는 큰 틈이 생기는 법.

특히나 패도적인 하북팽가의 무공들은 더욱더 그런 경향이 강했다.

남궁한수는 몸을 틈과 동시에 도수의 공격을 검으로 흘려 낸 후에, 이내 완벽하게 열린 도수의 틈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사아아아악-

그렇게 남궁한수의 검이 도수에게 작렬하기 직전.

퍼엉-

“커어억!!”

갑자기 무언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남궁한수의 신형이 휘청하며, 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허리춤을 부여잡고, 입에서 연신 신물을 게워 내는 남궁한수.

처억-

그런 남궁한수의 목 위로 도수의 도가 올려졌다.

남궁한수의 완벽한 패배.

“하, 하북팽가 도수 승.”

“크음.”

이 비무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하는 결과가 또다시 나와 버렸다.

하북팽가가 이번 비무회도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다른 오대세가의 일대 제자들을 모두 압도적으로 찍어 누르면서 말이다.

저벅- 저벅- 저벅- 저벅-

도수는 곧바로 몸을 돌려서 하북팽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깨끗한 모습.

확실히 지금 도수의 실력은 웬만한 후기지수들로는 상대할 수가 없을 정도가 된 것이다.

그동안 팽중호와 함께한 지옥 같은 수련이 확실히 빛을 보고 있었다.

“잘했다.”

“감사합니다!”

팽중호는 훌륭하게 우승을 하고 돌아온 도수를 칭찬했다.

특히나 어제 가르쳐 준 노호장을 정말 완벽하게 써먹으며 비무에서 이겼으니, 더욱더 칭찬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정말 다들 똥줄이 타겠군.”

팽중호는 도수가 이번 비무회에서 우승하자, 안색이 급변하는 다른 오대세가 사람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삼대 제자까지는 어떻게 넘길 수 있어도, 이번 일대 제자급은 이런 결과가 나와선 안 되었으니 말이다.

훗날 세가를 이끌어 갈 재목들인데, 그들이 망해 버린 하북팽가의 무인에게 패배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자존심을 넘어선 꽤 큰 문제였다.

“마지막에 분명 이것을 뒤집을 만한 것을 준비할 겁니다.”

이세경은 팽중호에게 다른 오대세가가 이제 마지막에 있을 소가주들의 비무회에서 무언가를 준비할 것이라 일러 주었다.

그녀가 보기에 지금 이런 추태를 덮기 위해 그들은 분명 무언가 사람들의 이목을 돌릴 만한 커다란 것을 소가주들의 비무에 내걸 것이 분명했다.

“제발 그래 줬으면 좋겠어.”

팽중호는 이세경의 말에 이들이 제발 그래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알아서 이목을 끌어 준다는데, 싫어할 이유가 있겠는가?

“얼마나 큰 걸 내걸지 한번 지켜보자고.”

* * *

일대 제자들의 비무회가 끝나고, 지금 하북팽가를 제외한 다른 오대세가에는 비상이 걸렸다.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과는 오대회합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 그들끼리 은밀히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하북팽가를 우리가 너무 우습게 본 것 같소.”

“도대체 무슨 수를 썼는지 몰라도, 그놈들이 아주 이를 갈고 온 것 같소이다.”

그들은 저마다 하북팽가가 보여 준 의외의 실력에 난처함을 표했다.

완전히 망해 버린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발톱을 숨긴 호랑이였다.

삼대 제자에, 일대 제자까지 전부 당해 버렸으니 말이다.

“이제 남은 비무회는 소가주들 간의 비무회 밖에 없소.”

이번 오대회합은 소가주들끼리의 비무회로 막을 내리게 된다.

애초에 팽중호를 끌어내 오기 위해 그렇게 정했으니 말이다.

더 이상의 실력을 증명할 비무회는 없다는 소리였다.

“거기서도 우리가 지금처럼 당해 버리면, 큰일이 나는 것입니다.”

이 소가주들간의 비무회에서도 만약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와 버린다면, 오대세가 전체의 얼굴에 먹칠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될 터였다.

가뜩이나 지금 구파일방과 알력 다툼이 한창일 때인데, 그건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허허. 다들 세가를 이끌어갈 소가주를 믿지 못하시는 겁니까?”

그때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서문정천이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다른 오대세가의 사람들과는 다른 여유로운 모습의 서문정천.

그의 여유로움은 지금 자기 아들인 서문천호를 전적으로 믿고 있기에 가능한 여유로움이었다.

“흠흠. 소가주는 믿고 있지만……. 이미 이 주변이 하북팽가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니 괜히 조바심이 나서 그렇습니다.”

“그럼 한 번에 저희 쪽으로 이목을 확 당겨 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앞의 비무들은 생각도 나지 않게끔 말입니다.”

“무슨 생각이 있으십니까?”

“저희 서문세가에서 이번 비무회의 우승자에게 소환단과 저희 세가의 비전 무공서까지 내걸겠습니다.”

“예?!”

“!!!”

소환단과 서문세가의 비전 무공서.

사실 소환단만 하더라도 엄청난 것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서문세가의 비전 무공서를 내걸었다는 것이었다.

한 세가의 비전 무공을 밖으로 내거는 경우는 지금까지 단연코 없던 일이었으니 말이다.

생각해 보라 세가의 비전 무공서가 외인의 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되겠는지를 말이다.

무공의 파훼는 물론이고, 그 무공을 더 이상 비전 무공이라 부를 수도 없게 되지 않겠는가?

“그것이 정말입니까?”

“물론입니다. 이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흥분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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