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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북팽가의 개망나니-45화 (45/200)

45화 성과는 확실히 보장해야지.

하북팽가에서 일어난 패싸움.

이곳에서는 지금 마치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열함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퍼어억- 퍽-

“크억!”

“으아악!”

그중 물 만난 물고기처럼 움직이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팽중호였다.

팽중호는 지금 입가에 재미있어 죽겠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무인들을 때려눕히고 있었는데, 팽중호의 일 권에 맞은 이들은 대번에 허리가 반으로 접히며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팽중호에게 맞은 무인들은 분명 엄청난 고통은 받았지만, 곧바로 몸이 움직일 만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금방 다시 일어나서 싸울 수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그들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었다.

“크어어억!!”

다시 일어난다는 것은, 다시 처맞는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바닥에 쓰러져 계속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절대로 일주일간의 수련 열외라는 것을 놓칠 수가 없었으니까.

“흐아아아압!”

“하아앗!”

그리고 지금 팽중호만큼이나 아주 신이 나는 둘이 있었는데, 바로 도수와 곽채령이었다.

확실히 다른 팽가의 무인들보다 실력이 월등해서 그런지, 거침없이 때려눕히며 사방을 휘젓고 있었다.

그리고 둘 옆으로 팽중호보다 더 신을 내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위지철이었다.

“흣차. 죄송합니다!”

쿠당탕- 퍽-

위지철은 지금 팽중호만큼이나 환한 미소를 머금고, 일일이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며 팽가의 무인들을 때려눕혀 나가고 있었다.

위지철에게 마치 추풍낙엽처럼 손쉽게 쓰러져 나가는 팽가의 무인들.

무당파의 묘리를 사용해 힘을 역이용하는 위지철의 기술에, 팽가 무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달라붙어!”

“더 빨리 달려!”

하지만 팽가의 무인들은 쓰러져도 벌떡 일어나서 다시금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가자, 속절없이 당하기만 하던 팽가의 무인들의 움직임이 점점 살아나면서 더욱 치열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도수와 곽채령에게는 손쉽게 당해 주지도 않을 정도.

지금 이 패싸움을 하면서 점점 달라진 몸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 이제 시간 얼마 안 남았습니다!”

“흐아아아아압!”

팽중호의 말에 무인들이 모든 힘을 짜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제법 서로 합까지 맞추며 다른 조를 공략하고 있었기에, 싸움은 더 치열하게 변했다.

“수련 열외는 우리 거다!”

“아니! 우리가 가져간다!”

그렇게 싸움이 막바지로 치달았을 때.

“아, 한 가지 말씀 안 드렸는데, 지는 쪽은 특. 별. 수. 련. 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크크크.”

유난히 특별수련을 강조하는 팽중호의 말에 다들 투지를 더 강하게 끌어 올렸다.

특별 수련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울 것인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으니 말이다.

‘절대로 질 수 없다.’

퍼어억- 퍽- 쿠당탕- 쿠탕-

“커억.”

“크윽.”

하지만 그들의 투지와 상관없이 더 이상 체력이 받쳐 주지 못하였고, 한둘씩 바닥에 쓰러져 가기 시작했다.

이제 멀쩡히 서 있는 자는 각 조에 몇이 남지 않았다.

삐이익-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장춘오가 호각을 불었고, 그렇게 이 치열한 패싸움의 끝을 알려 왔다.

“흐아아아. 죽겄다.”

“크아아아.”

호각 소리와 함께 팽가 무인들의 입에서 절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반 시진 동안의 패싸움으로 엄청난 체력을 소모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곧바로 주변을 쓰윽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싸움의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위 소협의 조가 가장 수가 많습니다.”

주변을 훑어본 장춘오가 재빠르게 계산을 끝마쳤다.

딱 한 명 차이로 팽중호의 조보다 위지철의 조가 더 많이 서 있었다.

“우오오오!!!”

“와아아아아!!!”

“위 소협! 위 소협!”

위지철의 조 사람들이 미친 듯한 환호와 함께 위지철을 연호했고, 다른 조들은 분루를 삼키며 원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습니다. 춘오야. 가져와!”

장춘오가 팽중호의 말에 미리 준비해 왔던 것을 내밀었다.

작은 주머니가 들어 있는 상자.

“자. 위 소협의 조는 이리로 오십시오.”

싸움이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시작된 상금의 전달.

위지철의 조원들은 모두 돈이 든 주머니를 나누어 받아들었다.

“지금부터 일주일 동안 수련 열외이니, 신나게 놀다가 오십쇼.”

“좋았어!”

“감사합니다!”

승리한 위지철의 조원들은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다들 빠르게 빠져나갔다.

팽중호가 다른 소리로 붙잡을까 싶어서 말이다.

다들 몸이 만신창이인데도 더없이 날랜 몸놀림을 보여 주었다.

‘성과는 확실히 보장해야지.’

빠르게 사라지는 이들을 보며 미소 짓는 팽중호.

팽중호는 일부러 보란 듯이 이 자리에서 곧바로 승리의 성과를 주었다.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 성과는 확실하게 보장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였다.

확실한 성과의 보장.

이것만큼 확실하게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없으니 말이다.

스으윽-

그렇게 성과를 받은 이들이 떠나고, 이제 남은 이들은 세 개조의 무인들.

팽중호가 그들에게로 몸을 돌리자, 그들의 몸이 흠칫 떨렸다.

“오늘 다들 고생하셨으니, 이만들 들어가시고 내일 보도록 하지요.”

“예?”

“에?”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팽중호의 말에 다들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지금부터 패배한 자신들에게 지옥을 보여 줄 것이라 생각했으니 말이다.

팽중호의 말에 조금은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팽가의 무인들.

그들이 그렇게 돌아가려 할 때였다.

“아참! 내일부터는 특별 수련이니까, 다들 죽을 준비하고 오십시오. 크크크크크.”

확실한 성과를 보장한다면, 당연히 그것에 실패했을 때의 벌도 확실해야 하지 않겠는가?

* * *

하북팽가에 대한 소식이 끊임없이 무림을 강타했다.

이번에는 신조상단과 관련해 이야기가 터져 나왔다.

‘신조상단의 부단주 이세경이 서문세가를 거절하고, 하북팽가에 혼처를 요청했다.’

이건 앞선 팽중호의 서문세가에 대한 선전포고와 함께 맞물려서, 더욱 큰 파장을 일으켰다.

신조상단의 이 결정은 공식적으로 서문세가를 버리고, 하북팽가에 줄을 대겠다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왜 신조상단이 하북팽가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떠들었다.

지금 하북팽가가 하북성을 평정하고, 다시금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다지만, 솔직히 서문세가에 비하면 아직 한참 부족한 곳이었으니 말이다.

뇌룡 팽중호 한 명을 보고 선택하는 것이라기에는 솔직히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이지 않은가?

하지만 신조상단이 밑지는 장사를 할 곳은 아니니, 사람들은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과연 하북팽가에 무엇이 있기에 신조상단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에 대해 열을 올리며 추측하기에 바빴다.

* * *

서문세가.

산서성에 위치한 무림오대세가.

전 무림오대세가인 하북팽가를 밀어내고, 새롭게 그 자리를 차지한 곳이었다.

서문세가는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살기 짙은 검법으로 유명했는데, 한 번 검을 뽑으면 반드시 피를 보기에 서문세가를 두려워하는 무림인들도 꽤 많았다.

덕분에 서문세가를 건드리는 곳은 거의 없었는데, 지금 그런 서문세가에 정말 오랜만에 수뇌들이 모인 비상 대책 회의가 열렸다.

“하북팽가와 신조상단이 단체로 미친 게 분명합니다.”

“흠.”

서문세가의 장로 중 한 명이 불쾌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회의에 참여한 다른 이들도 그에 동의하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히 볼 문제는 아는 듯싶습니다.”

또 다른 이의 입에서 다른 의견이 나왔다.

“하북팽가나 신조상단이 어디 삼류 사파도 아니고, 아무런 근거나 자신감 없이 그런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하북팽가나 신조상단이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일을 할 곳들은 결코 아니었다.

하북팽가가 멍청했다면 하북성을 지금처럼 장악하지 못했을 것이고, 신조상단이 지금처럼 거대 상단이 되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들이 믿는 것이라면, 아무래도 뇌룡 팽중호일 겁니다.”

“확실히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단하긴 하더이다.”

“잠혼폭렬공을 익힌 팽조강이 단 일도에 반으로 갈라져 죽었다고 하니, 이미 초절정의 초입은 넘어섰을 겁니다.”

“허어. 그 하북팽가에서 어떻게 그런 놈이 나온 것인지…… 참.”

서문세가의 사람들도 팽중호의 능력은 확실히 인정하였다.

그들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분명 팽중호는 무림 전체를 놓고 봐도 손에 꼽을 만큼의 기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북팽가에는 그자 하나뿐. 다른 이들은 볼 것도 없는 자들입니다.”

팽중호가 없다면 하북팽가는 무주공산이나 마찬가지.

다른 말로는 팽중호만 어떻게 처리한다면 된다는 소리였다.

“뭔가 생각이 있으신가 보오?”

“이번에 저희 세가에서 열리는 오대회합에 하북팽가를 초청했으면 합니다.”

“으흠? 하북팽가를 말이오?”

“허어. 그건 그들을 인정한다는 꼴이 되지 않겠소?”

오대회합(五大會合).

무림오대세가가 때마다 모여 서로의 화합을 다지는 행사였다.

당연히 오대세가 이외의 세가는 초대가 되지 않는 행사였고, 하북팽가는 서문세가에 자리를 뺏긴 후로 참여하지 못하는 행사였다.

그런 오대회합에 하북팽가를 초대하자니?

이것은 어쩌면 하북팽가를 다시금 오대세가로 불러들이겠다는 것으로 무림에 비칠 수 있지 않겠는가?

“회합에 팽중호를 초청하고, 그 회합에서 그를 완전히 박살을 내면 오히려 이득이 아니겠습니까?”

“자세히 말해 보시오.”

“지금 팽중호의 위명이 무림에 자자한데, 그를 확실하게 박살 내고 오히려 무림에 더욱더 저희의 이름을 공고히 하는 것이지요.”

현 무림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당연 팽중호다.

그런 그를 회합에 초대함으로써 서문세가에 수많은 눈이 모일 것이고, 그때 자신들이 그런 팽중호를 완전히 박살을 내 놓는다면 분명 아주 큰 반향이 돌아올 터였다.

“확실히 그편이 어쩌면 제일 확실하고, 깔끔한 방법이 되겠군.”

서문세가가 힘을 써서 하북팽가를 없애려고 한다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터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것들을 거쳐야만 하였는데, 서문세가라는 자리 때문이었다.

무림오대세가라 불리는 곳이 함부로 움직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차라리 공적인 자리에서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가장 나은 방법이 될 터였다.

서문세가가 실력이 부족해서 하북팽가를 놔두고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참에 아예 다른 세가에게도 저희의 힘을 보여 주면 일석이조 아니겠습니까?”

“흠 그런데 그럼 팽중호는 누가 상대할 건가?”

하북팽가를 초대해 힘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면, 역시나 비무를 해야 할 터.

그렇다면 그를 상대해 그를 완전히 박살 낼 자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물론 서문세가의 가주나, 장로들이 나선다면 문제없겠지만, 그래서는 형평성 때문에 필히 안팎으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저희에게는 천호 공자가 계시지 않습니까.”

“폐관에서 나오셨나?”

“예. 오늘 새벽에 나오셨다고 합니다.”

“허어. 그렇다면 문제없겠군 그래.”

* * *

서문세가가 회의로 한창일 때.

하북팽가도 마찬가지로 회의로 한창이었다.

물론 회의에 참여한 사람은 팽중호와 장춘오 딱 둘 뿐이었지만 말이다.

“춘오야. 그 신조상단 부단주님이 나한테 왜 혼처를 보내왔을까?”

“소가주님이 아주 마음에 드신답니다.”

“내가 잘난 건 맞는데, 그렇다고 한 번 보고 청혼받을 정도는 아닌데?”

지금 두 사람은 신조상단 부상단주 이세경이 보내온 혼처 때문에 회의 중이었다.

팽중호도, 장춘오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딱 한 번 만나서 잠깐 대화한 게 전부인데 청혼이라니?

“뭐, 그래도 그 요청 때문에 지금 서문세가가 꿈틀할 겁니다.”

“그건 그런데…….”

서문세가가 꿈틀하는 것은 분명 팽중호가 바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 혼처는 바라는 일이 아니었으니 문제였다.

“바로 거절하는 건 안 될 거고.”

“일단 서문세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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